반응형

2018년은 인생전환기라고나 할까 나름대로 바쁘게 지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좋아하는 여행조차 거의 뜸한 상태로 한해를 마무리되는듯 했다. 하지만 우연찮게 이번에 고성 왕곡마을을 다녀오게 되었다. 일부러 여행을 떠난것은 아닌데, 종친회에서 조상들의 시제를 모시기 위해서 왕곡마을 바로 옆동네인 적동마을을 방문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고성 왕곡마을까지는 약 350km로 만만한 거리가 아니지만, 여행이 아닌 책임감 때문에 떠나게되었다. 자동차로 이동시간은 교통정체가 없는것을 기준으로 꼬박 5시간은 걸려야했다. 음력으로 시월 초나흣날 오전 11시에 참석해서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바로 5분 거리에 있는 왕곡마을로 들어갔다.

왕곡마을 저잣거리를 지나서 언덕배기에 안내판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측길은 적동마을, 우측길은 왕곡마을길이다.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왕곡마을의 형성은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말 양근 함씨 함부열이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반대하여 간성에 낙향후, 그의 손자 함영근이 왕곡마을에 정착하여 후손들이 대대로 생활해 왔다.

 

19세기 전후에 건립된 북방식 전통한옥과 초가집 군락이 원형을 유지한 체 잘 보존되어 왔기에 전통민속마을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0년 1월 국가민속문화재 제235호로 지정, 관리되어오고 있다. 이처럼 왕곡마을은 고려말, 조선초 이래 양근 함씨와 강릉 최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600년 세월을 정주해온 전통 있는 마을이다.

 

조선시대부터 이 지역은 면소재지였으며 금성마을에는 양근 함씨가, 왕곡마을에는 강릉 최씨가, 적동마을에는 용궁 김씨가 많이 살았는데 행정구역 개편으로 오봉1리(금성,왕곡)와 오봉2리(적동)로 합병, 분할되었다. 현재 왕곡마을은 금성과 왕곡 두 마을이 합쳐진 오봉1리, 왕곡마을에서 7~800m 서쪽에 위치한 적동마을은 오봉2리이다.

 

 

왕곡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왕곡마을 대장군과 여장군이 길손들을 맞이해준다.

왕곡마을은 오음산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둘러싸고 마을을 보호하고 있기에 오봉리라 한다.

이곳에 한옥들은 50~180년 된 고택들이 마을 가운데로 가로지르는 개천을 따라서 남동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마을길을 들어서서 우측을 처다보니 경사진 언덕위에 담장이 둘러쳐진 아담한 비각이 보인다.

이 비각은 양근함씨 4세 효자각이라고 하는데, 5개의 비석이 있다.

부친의 병환이 위독하자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여 연명을 해서 효자로 칭송을 받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4대에 걸쳐서 대를 이어서 같은 방법으로 부친들의 생명을 연장했다는 효자 5명이라고 한다.

 

 

왕곡마을에는 특징있는 고택들이 몇 개소 있으며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큰상나말집은 19세기말 양근 함씨 함배근이 항목리(상나발)에서 시집온 부인과 결혼 후

부모로부터 분가 하면서 구성리에 있던 폐가를 활용해서 기와집을 지어서 살던 집이라고 한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대부분 고택들이 많이 낡아 보이며, 옛날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풍경이다.

낡은 기와집, 그리고 이엉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집도 보인다.

큰백촌집은 200년전 백촌에 살던 경주 김씨 집안의 며느리인 능선 구씨가 자녀들과 함께

이곳 북방식 가옥인 초가에서 대를 이어 후손들이 살아오던 집이라고 한다.

 

 

작은 백촌집은 1945년 공현진 폐가에서 가져온 목재와

뒤배재 가산에서 벌목하여 북방식 가옥 형태로 함석집을 짓고

백촌에서 살던 김태선 씨가 이사하여 살기 시작하였으면 큰 백촌집 김태근 과는 형제간이라고 한다.

 

 

왕곡마을의 가장 높은 위치에 고택의 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그리고 바로 이집은 한과를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는집이다.

방문객들이 일단 맛을 보고나면 대부분 한박스씩 구입해서 먹으면서 나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왕곡마을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다.

산밑에 고택주변에서부터 졸졸 흐르던 샘물들이 모여서 하류에는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마을은 몇 갈래길이 있어서 둘러 보려면 중간중간에 이정표를 확인하고 둘러보아야했다.

 

 

이번에는 고성 함정균 가옥을 둘러보았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78호로 관리되고 있는 이 고택은 안채와 행낭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함경도형 온돌 중심의 겹집에 마루가 도입된 전형적인 평판식 고택이다.

 

 

성천집은 19세기말 함일홍이 성천 사는 부인을 얻어 기와집을 지어서 분가하여 살다가

가세가 기울어지면서 기와집은 매각하고 6.25후 후손 행원이 초가를 짓고 살던 집이다.

왕곡마을은 이처럼 특징있는 고택들이 많이 보존되고 있다.

 

 

마을 가운데쯤에서 이번에는 함희석 효자비각을 만났다.

효자 함희석은 부모가 병환으로 눞게되자 바다에 헤험쳐서 귀한 고기를 잡아 봉양하고,

화재로 인하여 화상을 입어 거동을 못하는 부모를 보살피는등 효행을 인정받아 효자비가 새워졌다고 한다.

 

 

왕곡마을을 둘러보기 위해서 혼자서 천천히 마을길을 걸으면서 늦가을 정취를 느껴본다.

앞쪽으로는 송지호가 내려다 보이고, 주변의 3면은 작은 야산으로 둘러쳐저서 아늑한 느낌이 든다.

비록 싸늘한 날씨라서 길손들은 별로 없지는 왕곡마을 자체에서 풍겨나오는 포근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걷는다.

 

 

정말 오랫만에 느껴보는 시골풍경이다.

초가지붕에 여름에는 하얗게 박꽃이 피어있고, 가을에는 지붕위에 덩그러니 박들만 남은 고즈넉한 풍경이다.

박을 보면 흥부와 놀부이야기가 왜 자꾸 떠오르는것일까? ㅎㅎ

마을 아래쪽으로 내려서면 오봉1리 마을회관이 있고 앞쪽에는 두채의 기와집 화장실이 있다.

 

 

왕곡마을은 산 바로 아래쪽에는 이름있는 고택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송지호 방향으로 마을 아랫쪽에는 민박들 간판이 많이 보였다. 차가운 늦가을 바람이 불지만 걸음을 제촉하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 곳곳에 고택들 주변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홍시감이 더욱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느끼게한다.

 

그리고 옛날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집성촌을 형성해서 살았던, 양근 함씨와 강릉 최씨들의 살아가던 모습을 머리속에 상상해 보았다. 이제는 세월도 많이 흐르고 도심으로 떠난 사람도 많아서 분위기 자체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이곳에 들어서면 왠지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시간여행을 하고있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반응형

Posted by 털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