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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내의 생일입니다. 생일이라 하지만 하루 사이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평소와 같이 새벽같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피곤한 몸, 잠깨어 아침밥 안쳐 놓고 출근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분명히 시골에 계신 어른들의 전화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에미야! 생일 축하한다." 올해도 잊지 않고 시골에 어머님이 전화를 해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울립니다. "김실아! 너 오늘 생일이제? 미역국은 끓였나?" 장모님의 전화입니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울립니다. "언니 생일 축하해" 처제가 전화를 합니다. "그래 고마워"............

이렇게 아침부터 계속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아내는 더욱 분주하게 출근준비를 합니다. 생일이라 하지만, 어제 회사일이 힘들었는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7시에 정상적으로 출근을 합니다.

생일이라고 회사를 결근까지 할 만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생일축하 전화로 그나마 아내는 대리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부유한 가정에 돈 많은 남편 만났으면 이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직장일로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남편으로서 자책감이 드는 아침 입니다.

하지만 일할 능력 있을 때 열심히 돈 벌어서 노후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아보자는 하나의 신념으로 억척같이 하루도 안 빠지고 직장을 나갑니다. 그러나 아내가 오늘도 힘겹게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아내의 생일이라고 남편으로서, 마음은 있어도 특별히 챙겨 줄만 한 것이 없으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큰딸은 직장일 하느라고 집에 올 시간도 없고, 아들은 대학친구들과 행사가 있어서 집에 못 들어온다고 하니.........


집안에는 덩그러니 중년부부만 쓸쓸하게 남아있는 분위기 입니다.
"그럼 퇴근하고 둘이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 이렇게 말을 꺼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더군요.

"오늘 회사에 동생들이 생일이라고 저녁같이 먹자는데........"
"그럼 어쩔 수 없구먼, 그럼 같이 저녁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와"

" 여보! 잘 다녀와." "당신도 잘 다녀와 조심하고............."  
서로 간단하게 출근인사를 나누며 각자 직장으로 나갑니다. 

회사에 출근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내의 생일을 그냥 넘어가기는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일인데 작은 성의라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퇴근길에 케익집에 들려서 케익와 샴페인을 한 병 샀습니다.

그리고 화원에 들려서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샀습니다. 퇴근해서 들어오면 텅 빈 집안이 썰렁하기만 합니다.
어차피 늘 혼자 먹는 저녁밥이니 대충 보온밥솥에서 밥 한 공기 떠서 대충 먹고, 아내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거실에 케익으로 생일상을 차려놓고, 샴페인 터뜨릴 준비까지 했습니다.
모처럼 분위기 잡아 볼꺼라고 거실에 불을 켜지도 않고 조심스럽게 아내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밤9시가 지나고, 10시가 지나도, 아내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오랜만에 동료들과 진하게 생일파티를 즐기는가 봅니다. 아내를 기다리다 지칠 때쯤, 11시가 가까워지자 드디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분위기 한번 잡아 볼까라고 얼른 초에 불을 붙이고, 거실에 조명을 꺼서 분위기를 잡아 보았습니다. "오늘 생일잔치 즐거웠어?" 거실에 들어서는 아내를 바닥에 앉히면서.......... "내가 차린 생일상도 받아야지?"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불려줍니다. 노래가 끝나자 아내는 촛불을 "후욱" 불어서 끕니다. 둘이서 박수를 치면서 아이들 마냥 즐겁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샴페인으로 건배를 외치며 축배를 들고, 장미한 송이 선물을 주면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다. 맞벌이 부부의 아내 생일, 늦은 시간에 아내를 위해서 남편이 모처럼 이렇게 재롱 한번 떨어 봤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마치 어린아이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자녀들도 장성해서 모두 나가고, 두사람만의 공간에서 중년부부는 이렇게 소박한 사랑을 만들어 가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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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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