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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한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라 반갑기도 하여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냐?" "요즘 어째 일거리는 안 떨어지고 잘하고 있냐 ?" 그 말이 제일 먼저 하는 인사말이 되었다.시골에서 자라면서 밥도 못먹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시절,어릴때 고향친구들은 배운것 없고 가진것 없이 타향에서 발로 뛰면서 벌어 먹고 사는 50대 초반의 가장들 이지만 누구하나 원망하지 않고 잘 극복해 나가는 친구들이 대견 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이 친구들 보다는 튼튼한 회사에서 일하며 조금 더 배웠다고 컴퓨터라도 할줄 알고 하지만, 대부분의 고향친구들은 그 당시 밥도 먹고 살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 초등학교만 억지로 마치고 타관객지 떠돌며 잡다한 공사장이나 쉽게 접할수 있는 운전을 배워서 근근히 어렵게 생활하는 친구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이 친구 역시 요즘 화물차 운전을 하면서 벌어 놓은 재산은 없더라도 자녀들 교육시키고 장성시킨 것 외에는 하루하루 벌어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기에, 늘 인사말이 일거리는 있느냐 물어보는 것을 오히려 고맙게 받아 들이고 있다.

얼마전 국제원유가 하늘을 찌르던 그때는 한결같이 어려운 얘기 밖에 없다. 화물차 운행하면서 기름값 제하고 나면 남는건
몇푼 되지도 않은데다가 그나마 누가 일거리를 주지 않아서 차를 세워 놓고 놀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전화 분위기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어째 요즘은 일거리 좀 있냐?" 묻기도 전에 곧 바로 나오는 말이 "야! 큰일 났다." 하는말이 들린다."무슨일 이야?" 경동이가 지금 병원에 있는데 곧 죽을 것 같다고 힘없는 말이 나온다."무슨 소리야?" 얼마전까지 건강하고 그렇게 활발하게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녀석이 죽을것 같다니~~~~? "경동이가 죽으려고 제초제를 마시고 지금 병원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단 말이야"~~~뭐야 제초제? "제초제 먹었으면 큰일이다. 거기가 어디야 어디?" 다급하게 물어보니 경기도 파주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한다.


파라콰트(Paraquat)는 농약 제초제(除草劑)의 일종이다.그라목손(Gramoxone)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농약 제초제는 인체에 들어가면 인체 각 장기(藏器)를 섬유화 (fibrosis)시켜 기능을 못하게 하여 사망하게 한다. 이 농약은 산소(酸素)와 친화성이 강하므로 산소가 많은 (肺)가 제일 먼저 섬유화되어 뻣뻣하여 져 호흡을 못해 사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산소 투여는 환자를 빨리 사망하게 한다. 산소 투여는 일반적으로 금기이다. 그러나 경험 많은 의사라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산소 투여를 할 수도 있다. 사실상 치료약은 없다. 혹시 마셔도 혈액이나 소변에 검출되지 않을 정도의 양이라면 살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1-2주 내에 사망한다. 체력이 좋은 젊은 사람은 한달 정도 사는 경우도 있으나 노인이라면 수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을 만큼 맹독성이다. 치료로서는 fuller's earth로 위세척을 하고 위(胃)에 잔류시키는 방법, 복막 투석, 혹은 비타민 제제를 사용하기도 하나, 환자의 생사(生死)는 마신 양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다. 한모금 이상 마셨다면 거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 출처: 위키백과 -


 "알았어 금방은 안죽지?" 당분간 며칠은 견딜것 같다는 소리를 한다.이 친구의 전화 받고 나니까 마음이 뒤둥숭하여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우왕좌왕하다가, 초등학교 친구들 20여명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고 사실을 알렸다.잠시후 부터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모두들 진정하고 한번 시간내서 친구 녀석 죽기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지.모두다 하루하루 어렵게 일하는 도시인들이 멀리까지 쉽게 가기가 쉽지 않으니 일정을 조율해 가면서 서로의 연락을 취했다.

이렇게 서로의 일정을 조율 하다가 서울쪽에 있는 친구들은 먼저 달려가보고,멀리 있는 친구들과 직장생활하는 친구들은 일요일에 경기도 파주로 가보자고 하면서 일정을 약속했다.일요일 아침 오전에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하고 병원에 도착하니 절반에 가까운 친구들이 모여들었다.병실을 찾아가 보니 부인이 곁을 지키고 있는데 힘이 빠진 모습으로 친구들을 보며, 눈물만 핑돌뿐 아무말도 못하고 가볍게 목례만 하는것이다. 이미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듯 했다.

이미 심각한 상황을 처해있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이 편하게 말을 꺼냈다."야! 이녀석 왜 여기 누워 있는거여?" 친구들이 왔으니 눈을 뜨고 처다 보면서 손을 조금 움직여 악수를 청한다.친구 얼굴을 처다보니 얼마전에 전화로 통화하면서 어렵더라도 열심히 살자고 서로 위로한 생각이 난다.이 친구 역시 처음에 소식을 알렸던 친구와 유사한 일을 하면서 어렵게 가정사 꾸려 나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진것 없이 맨몸으로 훌쩍 고향버리고 떠난지 30년이 되었고 그나마 운전이라도 하니까,버스도 운전하고,
화물차도 운전하고, 용달차도 운전하고, 택시도 운전하고, 운전이란 운전을 안해본게 없을 정도로 평생을 운전하면서 한달에 150만원도 안되는 돈을 벌어서 자녀들 교육까지 시키려니 맛벌이 까지 하면서 근근히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친구는 점점 더 힘든 생활을 한다고 했다.몇달전에 용달차 운전 하던 일거리도 없을 뿐더러 기름값 제하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 했었다.택시라도 운전해서 몇년후에 개인택시라도 받아 보겠다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나마 경기침체로 길거리가 한산하고손님이 없어서 사납금 채워 주고나면 정말 밥도 못먹을 지경이라고 하더니~~~~모시고 있던 모친마저 갑자기 쓰러져 움직이질 못해서 하루하루 벌어 가며 모친의 대소변까지 받아내는 병수발까지 해가며 힘들게 산다고 얘기를 들었지만~~~

 그러나 그 어려운 가정사 어찌 친구들이 다 헤아릴수야 있겠는가?"야! 이 친구야 왜 이렇게 미련한 짓을 했어?" 이렇게 물어 보니 나중에 얘기 해줄께 하면서 울먹인다.언제 호흡이 끊어 질지도 모르는 친구는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하면서 후일을 기약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제초제를 먹고나면  폐가 굳어져서 결국 사망하게 된다 하는데~~~ 벌써 이 친구는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 하기가 힘들어서 애써 고통을 참아 가며 몇마디 더 하려고 애쓴다. 어디서 약을 구했냐고 물어보니, 500리길 고향에 달려가서 부친의 산소에서 하직인사까지 하고 돌아 오는 길에 산소 주변에 제초작업에 쓴다고 하며 구입해서 이런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벌써 폐가 60% 이상 굳어져 있다고 하는 의사의 소견에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친구는 어느 정도인지 상태인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가슴이 답답 하다고만 호소하는 모습을 바라 보면서 친구들이 해줄수 있는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저 지켜야 보아야하는 가족들과 주변의 지인들이며 친구들은 애초롭기만 할뿐이다.이제 며칠을 더 살게 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길을 가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처다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져 처다볼수가 없다.그러나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마음 편하라고 위로의 말한마디는 "친구야 너는 반드시 살아야해 잘먹고 치료나 잘해"

이렇게 위로하고 돌아섰지만 이것이 이 친구와의 마지막 하직인사 인듯 눈시울이 뜨거워져 도망치듯 병실을 빠져나온다.병상을 지키는 가족에게는 "기적이라는 것은 있는 겁니다. 친구 잘 보살펴 주세요." 그말을 남기고 돌아 올수 밖에 없었다. 세상은 어차피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들이 공존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옛말이 있것만~~~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동안 굳굳하게 잘 견디어 왔던 친구가 어찌 세상을 먼저 떠나려 하는건지~~

정말 기적같이 이 친구가 살아 나기만 한다면~~~ 더욱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아 갈수 있을텐데~~ 정말 기적이란 있을까??

경기가 어려워 지면서 생활고를 비관해서 자살로 죽었다는 뉴스를 언론매체를 통하여 가끔씩 접해 왔지만,이렇게 내 주변에 소중한 친구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려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이 이 친구의 죽음으로 대변될리도 없고, 어려운 생활고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또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주변에 어렵게 사는 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결코 큰 것이 아니며,아주 작은 소박한 바램 외에는 없다.

대운하도 아니고 종부세도 아니며 그저 온몸으로 뛰고 손이 부릅트고 발바닥에 불이 나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최소생계라도 꾸려나가는 것이 작은 행복이다.기약없는 기다림이 지만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되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서민들이 어디가도 일거리가 넘쳐서 활기를  되찾는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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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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