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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낮에는 너무 덥기 때문에 가능한 오전에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가까운 코스로 잡아서 산행을 하게된다. 일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간편복장으로 준비하고 과일과 물한병만 가지고 봉수산을 다녀오기로 생각했다.

봉수산은 많은 등산객들이 다니는 곳이라 비교적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벼운 산행을 하기 편한곳이다. 그러나 봉수산 정상에 도착하고나서 이정표를 따라서 극정봉을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봉곡사에서 극정봉까지 약10km를 왕복해야 하니까 총산행거리가 20km쯤 된다. 왕복7~8시간이면 다녀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등산로를 따라서 초행길을 혼자서 걷기 시작했다. 이정도 쯤이야 하면서.............. 

이렇게 산행코스가 변경된것도 사실 트랭글을 사용하면서부터 배지에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가면 또 다른 배지가 획득되는 즐거움이 있기에 조금 더 조금 더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욕심은 결국 체력고갈로 나중에는 최근접에 있는 배지도 획득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일요일 아침 조금 이른 시간에 봉곡사 입구에 도착했다. 봉곡사 등산은 몇년만에 오는 곳이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 변해 있었다. 입구에 커다란 주차장이 2단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봉곡사에 주차를 하고 등산을 하기도 했는데..........

봉곡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솔향기 그윽한 천년의 숲길을 따라서 혼자서 뚜벅뚜벅 봉곡사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몇년만에 이곳 봉곡사를 보게 되지만 특별하게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낮설지는 않았다. 등산로가 봉곡사 옆으로 인접되어 있기에 그냥 한번쯤 사찰을 한번쯤 처다보고 봉수산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아침이라 숲속의 공기는 신선하기만 하고 숲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약1km쯤 올라가니 베틀바위가 나온다. 베틀바위라해서 이리저리 아무리 살펴 보아도 베틀의 모양은 잘 모르겠고 그저 숲속에 바위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봉수산까지는 등산객들이 가벼운 등산을 즐기러 많이 다니는 곳이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가벼운 산행을 계획하고 여기까지 올랐으나 마음이 바뀐것은 이정표에 극정봉이란 글자를 본 이후였다.

등산로를 따라서 빠른 걸음으로 극정봉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얼마후 갑자기 무성한 숲길이라 등산로가 아예 보이지 않을정도 였지만 조금만 더 가면 괜찮겠지 하면서 가시덩쿨을 헤치며 내려간것이 약1km 정도였다.

양지쪽 능선길을 따라서 풀밭을 헤치고 가다보니 어느덧 간편복장이라 팔다리가 가시에 긁혀서 따끔따끔 통증이 오기시작한다. 하지만 얼마후 정상적인 등산로가 나왔지만 인적도 없는 외딴 산길에서 산짐승이라도 돌격할까 두렵기도 하다.

봉수산에서 약3km정도 이동했을때 천방산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코스는 등산로가 명확하지 않은곳도 가끔 보이고, 이정표도 자주 없으며 산 정상에 도착해도 표지석도 없고 나무판에 글자만 보인다.

아무도 없는 외딴 등산로를 걸으면서 가장 반가운것이 등산로 표지판인것 같다. 혹시라도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가끔은 의문이 들기 때문에 등산로 이정표를 만나야만 확신이 서고 그때부터 더욱 힘이난다.

천방산을 지나서 등산로를 따라서 몇번을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니 스마트폰에서 배지획득되는 경고음이 들린다. 폰을 꺼내서 열어보니 부엉산이라는 곳이지만 이곳도 역시 정상표식도 없고 어느 산악회에서 코팅지에 산정상을 표시해 놓았다.

깊은 산중에 인적도 한명 만나지 못한 등산로를 따라서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고 몇번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산중에서 삼각점을 발견하고 주변을 처다보니 역시 이름 모를 산악회에서 붙여놓은 코팅지에 극정봉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금북정맥 표시는 있지만 이곳부터는 아예 이정표가 없어서 갈림길도 어디로 가는곳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나홀로 산행을 하면서 주차장까지 되돌아 가려면 다시금 10km를 되돌아 가야한다.

극정봉에서 과일 몇조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조금전 오던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후시간대라서 그런지 돌아가는길은 왠지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땀이 많이 흐르기 시작한다. 크고작은 산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오던길을 재확인하면서 걷고 있지만, 덥고 갈증이 난다는 생각을 할때쯤은 식수가 200cc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봉우리 하나 오를때마다 약간씩 입을 축이며 물을 아꼈지만, 결국은 식수가 고갈되고 간식도 떨어진 상태에서 목적지를 6km쯤 남기고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땀은 비옷듯 떨어지고, 허기와 갈증이 심해서 점점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으로 버티고 걷고있다. 그런데 봉수산을 얼마 앞두고 조금전 양지쪽 풀밭길을 헤치고 오르는 급경사로는 죽음의 고비였다.

남은 체력으로 안간힘을 써가며 봉곡사에 도착해서 샘물을 배가 터지도록 퍼마시고나니 살것 같았다. 그동안 산행하던중 이날 최악의 산행을 체험하면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되새긴 하루였다. 간식과 식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산행을 진행하다가 이처럼 고생을 하고나서 정말 깨달은 바가 크기에 앞으로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산행을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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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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