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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1일(목) 트레킹일정
고락셉(5,140m) - 정상(5,550m) - 고락셉(5,140m) - 페리체(4,270m) - 트레킹 거리:15.2km - 이동시간: 6시간 30분 - 난이도: 높음

어제밤은 일생에 처음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본 하루밤이였다. 머리가 깨질듯한 심한 두통에 호흡곤란까지 격어가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뒤척 대다가 새벽3시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갔다. 요기나 하라고 라면을 끓여서 나왔는데, 심한 두통으로 속이 매스꺼운데다가 라면을 찬물에 끓였는지, 불었는지, 라면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정말 맛도 없는 라면이지만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냥 목구멍에 쑤셔넣고 빠르게 준비를 해서 마당에 나오니 내가 내리기 시작한다. 모두들 비옷을 챙겨입고, 헤드렌턴을 밝히고 정상을 향하여 출발준비를 한다. 대원들 15명 모두다 정상까지 완주하기를 빌면서 파이팅을 외치면서 떠난다.

칼라파트라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어둠속에 비를 맞으면서, 헤드렌턴으로 길을 비추며 가고 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가면 정상이 나올지는 예측을 못한체 그저 경사도가 높다는 생각만 하면서 앞을 보고, 후미를 확인하면서 어둠속에 고도를 높여가고 있다.

어둠속에 앞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계속 걷다보니, 어느덧 먼동이 터올때쯤 빗방울이 멈추었다. 모두들 더워서 비옷을 벗어서 배낭에 챙기고 가파른 너덜길을 걷는데, 후미에 떨어진 셀파에게서 비상등이 번쩍거린다. 무슨일인가 현지 가이드가 빠른걸음으로 내려갔더니, 대원중 한명이 구토증상을 일으켜서 어찌 할지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가이드가 내려가서 어찌할지를 의논하는데, 당사자가 끝까지 정상정복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후미에서 정상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먼동이 트면서 비가 멈추자 빨리 가스가 걷히고 정상에서 황홀한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은 끝까지 버리지 않고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고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고락셉에서 칼라파트라 정상으로 오르는길은 정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을때부터는 조금씩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체력이 받쳐주는 대원은 빨리 오르려고 하고, 고산증으로 인하여 체력이 저하된 대원들은 서서히 뒤쳐지기 시작하니 많은 간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맨 후미에 떨어진 대원과 함께 오르려면 1시간 이상 시간이 더 걸릴것이다.

고락셉에서 칼라파트라 정상까지의 거리는 나중에 알았지만 불과 2000미터도 안되는 거리지만 수직으로 해발400미터를 상승해야 하기 때문에 해발5000미터 이상에서 수직고도 400미터를 상승하는것은 정말 힘든일이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가빠서 심호흡을 해야하고, 어지럼증과 메시꺼움, 그리고 두통 때문에 안간힘을 쓰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칼라파트라 정상을 정복하기 위하여 그동안 고산증에 시달리며 고생한 생각을 하면, 이제 불과 몇백미터 남지 않은 거리를 기어서 올라도 정상을 빨리 밟아 보겠다는 욕심에 안간힘을 써가며 땅바닥에 달라붙은 발을 한발한발 떼어 놓았다. 그리고 얼마후 선두의 대원들과 함께 정상에 우뚝서서, 준비한 태극기를 꺼내서 만세를 부르면서 정상정복의 희열을 맛보았다.

칼라파트라 정상은 하나의 거대한 돌무더기로 형성되어 있으면서 네팔의 라마종교 흔적이 가득한곳이다. 정상에 도착한 대원들은 사방을 조망하면서 멋진 배경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카메라 방향을 잡으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앞쪽에 에베레스트 고봉은 가스에 휩싸여 보이지 않지만, 가스가 걷히는 뒤쪽에는 잠깐씩 빙산들이 가끔씩 튀어 나온다.

우리 일행과 함께한 셀파인 네팔 현지인 라와는 대원들의 후미에 있다가, 현지가이드와 위치를 바꾸어 먼저 정상에 올라섰다. 비록 키도 작고 등치도 작지만, 그래도 얼마전 등반대원들을 인솔하여 해발 7,500미터까지 올랐다는 당찬 사람이라고 한다.

대원들은 정상에 올라서 기념촬영을 열심히 하지만, 정상은 온통 너덜지대라 한발한발 조심해서 디뎌야 한다. 고도 때문에 움직일때마도 호흡도 가쁘고, 균형감각이 떨어져서 어지럽기 때문에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기도 한다. 먼저 정상에 도착한 대원들은 이제 기념촬영도 마치고, 혹시라도 가스가 걷히면 찬란한 일출이라도 보지 않을까 기다리지만............

그리고 오던길을 내려다보니, 후미에 뒤쳐진 몇명의 대원들은 아직도 가마득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일듯 말듯하니 이곳에 앉아서 한시간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원들을 기다리는것은 문제가 아닌데, 바로 앞쪽에 에베레스트 고봉과 로체의 장엄한 위용을 봐야 하는데 좀처럼 가스가 걷히지 않고 어둠속에 베일이 가려져 있으니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정상에서 조망해보면 사방으로 빙하계곡의 얼음이 녹아서 깊은 웅덩이를 이루어 호수처럼 보이는곳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수십미터 깊이의 빙하 홀에 빠져들면 아마도 빙하의 계곡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것같은 공포감도 느끼게 한다.

정상에 먼저오른 대원들과 맨 후미에 떨어졌던 대원들과의 시간간격은 1시간이상 벌어 졌기에, 후미에 대원들이 마지막으로 오르고나서 모두들 한자리에 기념촬영을 마치고나서 곧 하산길에 접어든다. 정상에서 하산길을 내려다보니 가마득한 경사를 이룬 너덜지대로, 올라갈때보다 경사도가 더 심한듯 느껴지면서, 이런 급경사를 우리가 어떻게 올라왔지?

우리의 원정대 15명 전원이 정상정복에는 성공했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정상에서 일출과 에베레스트 고봉을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앞쪽으로 조망이 터지고 최고봉을 볼 수 있기를 수 없이 기원하면서 계속해서 고도를 낮추고 있다.

벌써 새벽에 트레킹을 떠난지 4시간은 소요된듯하니 시간이 8시가 넘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고봉을 휘감고 있는 가스들은 좀처럼 걷힐줄 모르고 잠깐 보여주는듯 하더니, 옆에서 다른 가스가 몰려가 덮어버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가스가 걷히면서 드디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에베레스트 고봉과 로체봉이 선명하게 모습을 들어내자 대원들 모두다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다시 안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쁘게 카메라 셧더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해발200미터쯤 고도를 낮춘 지점이지만,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었던것도 대원들 모두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우리는 아득하게 내려다 보이는 고락셉 놋지에서 짐을 챙기고 하산 할일만 남아 있는셈이다.

칼라파트라 정상을 새벽부터 설쳐서 모두들 완등을 했으니 기세등등한 개선장군들처럼 놋지로 돌아와서 모두들 떠날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식사가 늦었지만, 스텝들이 준비한 누룽지를 한그릇씩 요기하고 페리체까지 하산을 하기로 했다.

어제도 페리체에서 고락셉까지 오르는 동안에 험한 너덜지대를 하루종일 걷느라고 발바닥이 피곤했는데, 오늘도 역시 되돌아가는 길이라 주변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으니, 앞사람 뒷모습만 보고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면서 고도를 낮추어가고 있다.
 

페리체까지 하산은 어제처럼 고도를 높이는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힘이 덜 들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라면먹고 칼라파트라 정상을 오르느라 체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하지만 오늘의 일정은 하산을 하면서, 한낮의 햇살아래 걷다보니 모두들 많이 지쳐 있었다. 더구나 아침을 대신해서 먹은 누룽지는 위장에서 사라진지 오래되니 허기가 진다.

페리체의 숙소는 고락셉에 오르기전에 묵었던 스노우랜드 놋지로, 그날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배정했다. 이제 고산병의 위험수위가 줄어 들었으니, 샤워를 해도 된다고 대장이 말을한다. 하지만 어제부터 심한 두통으로 잠을 못자서 지쳐있고, 온몸에 오한이 들어서 샤워 할 생각이 전혀없다. 일단은 허기진 배를 채우자 피로가 몰려와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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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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