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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러 떠난 키르기스스탄 자전거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떠난 4일차는 카라콜의 숙소에서 출발해서 약 35km 떨어진 위치에 있는 카라콜 국립공원까지 라이딩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로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진행 프로그램은 사정에 따라서 변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했던 기상의 변화로 인하여 일정진행에 차질이 발생하였다. 어쩌면 11일간의 전 일정중에 가장 의미가 퇴색된 날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런일도 생기고 저런일도 생기니, 이날 오전에 라이딩 하면서 비맞고 덜덜 떨면서 어디 몸이라도 녹일만한곳을 찾아야 했던 추억도 오랫동안 기억될것이다.

 

 

어젯밤에는 해외여행 나온지 몇일 안되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특급호텔같은 객실에서 가장 안락한 잠자리가 된것 같았다. 그러나 새벽에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나기 소리에 잠시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아무튼 상쾌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식사시간에 맞추어 호텔로비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서니 기본적으로 빵종류와 과일류등이 깔끔하게 셋팅되어 있었다. 오! 이정도면 특급호텔 수준이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코스요리처럼 계속해서 음식이 써빙되고 있다. 계란후라이, 수프, 팬케익, 커피등이 추가로 나오고 직원들이 수시로 커피나 홍차를 리필해주고 있어서 아주 즐겁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제 하루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 라이딩복장으로 밖으로 나온다. 새벽같이 두세 차례 요란하게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래도 지금은 비가 멈춘 상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이든다. 그러나 이미 자전거는 비를 흠뻑 맞아서 깨끗하게 세차가 되어 있고 안장에는 물이 흥건하게 묻어 있어서 수건으로 닦아낸다.

 

그리고 아직까지 부슬부슬 보슬비가 내리는 상태라서 모두들 만반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핸드폰등 전자기기는 비닐에 싸서 배낭에 넣고 안장은 비닐을 구해서 씌우면서 출발준비를 하는데, 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하루의 일정을 이곳에서 머뭇거릴 조건이 아니기에 일단은 출발을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라이딩을 시작할때부터 기상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날은 사진사의 생명과도 같은 DSLR 카메라를 노출시킬 수 없었기에 아예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는듯 출발하고나서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고, 한참도 못가서 길바닥에서 튀어오른 빗물로 인하여 엉덩이가 축축해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가고있는길은 카라콜에서 A363 도로에 진입해서 서쪽방향으로 약20km쯤 자동차도로를 달려야했다. A363 도로는 이곳에서 외곽으로 연결된 유일한 중심도로인듯 자동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다. 이 도로는 소련통치시절에 건설한 도로를 보수도 안하고 사용하는듯 콜타르성분이 다 날라가고 자갈길처럼 진동이 온다.

 

더구나 이곳을 지나는 자동차들을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를 총알같이 교행을 하면서 질주를 하고있다. 우리는 팀라이딩을 하면서 가능한 한줄로 이동을 하지만 스치고 지나가는 자동차들 때문에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유목민들이 한국사람 이상으로 성격이 급하고 포악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A363 도로를 약 20km쯤 달리다가 드디어 좌회전을 하면서 카라콜 국립공원으로 진입하는 지방도로로 진입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아직도 계속해서 비는 내리고 있지만 주변에 풍경을 벗삼아 샤방사방 라이딩하는 여유가 생겼다.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하여 계곡물은 황토빛 물줄기가 솓아져 흘러 내리고 있었다.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지방도로를 따라서 약12km 정도 가벼운 업힐구간을 올라서니 황토빛으로 물든 거대한 암산이 시선을 끌게한다. 그렇다면 이런 특이한 지질 때문에 아마도 국립공원지역이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라이딩을 인솔하던 빅토르가 단체로 기념사진을 한장 찍자고 해서 이날 라이딩 구간에서 딱 한장의 사진을 찍었다.

 

라이딩 하면서 늘 주변의 풍경을 스케치하던 습관때문에 몇번이고 배낭속에 카메라를 꺼내고 싶어서 손가락이 글질근질 거리지만 결국 비 때문에 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서 헬멧을 통과한 빗물이 얼굴을 통해서 입으로 흘러들면 찝찔한 염분의 맞을 느끼게하고, 엉덩이도 질퍽질퍽, 신발도 질퍽질퍽~~

 

 

그런데 희망이 보이는것은 앞쪽에 건물들이 보이는걸로 보아서 국립공원의 입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이런 시설물을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 주변에 들어서니 시설물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우리팀의 지원차량이 길가에 서있는걸 보니 아마도 지원팀이 이곳에서 기다리는듯해서 반갑기 그지없다.

 

우리가 이곳에서 전 일정동안 임대해서 사용하던 지원팀 자동차의 늠늠한 모습이다.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하던 군용차를 개조해서 아직까지 사용하는듯한 험준한 산악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전천후 4륜구동 차량이다. 뒷쪽에 적재함을 제거하고 미니버스를 탑재해서 사람을 태우고 험준한 산악을 오를 수 있는 자동차다.

 

 

그동안 라이딩 하면서 비맞은 생쥐마냥 처량한 모습으로 우리 지원팀이 머물고 있는 가게로 들어선다. 그래도 자전거는 비를 피하도록 처마끝에 나란히 정리를 하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서니 그래도 따듯한 훈기가 돈다. 비옷을 벗어 던지고 푹 불은 장갑을 벗어서 물기를 짜내면서 손수건으로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닦아낸다.

 

돈키대장은 지원차량을 이용해서 먼저 도착후에 계속 비가 내리기 때문에 하루의 일정을 어떻게 진행할것인지 이미 고심을 했을것이고~ 일단 이곳에서 몸을 녹이고나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부터 하자고 한다. 조용하던 시골마을 자그마한 가게에 갑자기 몰려든 라이딩팀 때문에 인파가 북적북적니 활기가 솟아난다.

 

 

식당의 로비가 있는 홀에 들어서니 마을사람들인지 삼삼오오 낮술을 마시면서 담소하는 모습도 보이고, 뉘집 손자인지는 몰라도 유모차를 타고 암전하게 앉아 있는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이 너무 이뻐서 사진도 찍어본다. 그리고 가게의 로비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술병을 보면서 애주가 입장에서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특색있는 물건은 참나무통인지 밤나무 통인지 나무통에 설치된 막대모양을 수시로 휘젓는 풍경이 새롭기에 호기심에 다가가서 질문을 했다. 이것은 양젓을 나무통에 담아서 발효시키기 위해 만든물건이라고 한다. 값은 1달러에 3잔이라고 하는데, 일행중에 누군가 구입을 하기에 맞을 살짝 보았으니 시큼털털한게 여엉~~~

 

 

가게의 입구에는 테이블이 배치된 홀이 있고, 우리는 뒷쪽에 있는 별도의 넓은 단체실로 들어갔다. 우선 몸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홍차를 호호 불면서 한컵 마시고, 벌써 한나절이 되었으니 시장할때도 되었기에 모두들 호밀빵으로 요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후 이제 부터 오후의 일정을 어떻게 진행할건인가 고심하던 돈키대장은~~

 

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기 때문에 오후일정은 특별히 할일이 없으니까, 오늘 이곳을 통체로 임대해서 이곳에서 한나절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그것도 어쩌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후부터 비맞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홀을 사용하고 싶다고 하니 일단 저녁시간까지는 비워주기로 했다. 

 

 

이제 오늘 일정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돈키대장은 제안을 한다. 저 위쪽에 올라가 유르트에서 야영을 할까요? 아니면 이곳 숙박시설에 투숙할까요? 마치 어린 아이에게 맞을래? 안맞을래? 선택을 하라고 질문하는듯 한다. 하지만 추억도 좋고 낭만도 좋지만 비맞아서 추운데 누가 유르트에서 야영을 하고 싶을까^^

 

그래서 우리가 예약한 식당의 바로 아랫쪽에 있는 숙박시설에서 투숙하기로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까칠한 주인할머니하고 조금 문제가 생겨서 해명하느라고 한참동안 시간이 걸리는 애피소드가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에 이곳을 이용할때 대원중에 한사람이 술에 취해서 행한 행동에 오해가 생겨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동안 현지 가이드인 자스탄을 통해서 오해의 소지를 풀고나서야 까칠한 주인 할머니는 룸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입구에 서서 한참동안 기다리다가 객실을 배정받아 들어가서 여장을 풀기시작했다. 비에 젖은 옷을 널어 말려야하고 샤워도 해야 하는데, 샤워장과 화장실이 공동이라 모두들 들락거리지만 결국 아무도 샤워를 못했다.

 

아마 한시간쯤 지나면 온수가 나온다더니 결국은 하루가 지나도 온수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 내가 투숙한 룸은 마침 전기온돌판넬이 깔려있어서 운좋게 헤택을 받은 셈이다. 2층 객실중에 오직 온돌판넬 깔린곳이 한군데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 일행들의 젖은 빨래들이 모두 이곳에 집결해서 널어 말리는 빨래방이 되었다.

 

 

숙소 입구에는 유목민들이 사용한다는 전통가옥인 유르트가 설치되어 있기에 구조가 어떤가하고 궁금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문을 열어주어서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의 구조는 전통방식이 아닌 식당에서 사용하는 목적으로 개조되어 있는 형태였다. 그 이후에는 아직까지 어디서든지 유르트와 접할 기회가 없었다.

 

 

모두들 한나절동안 비를 맞은 탓인지 숙소에 들어간 일행들은 저녁시간이 될때까지 조용하기만 하다. 모두들 낮잠을 자는지 문을 여닫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저녁식사는 조금전에 사용하는 홀을 내일 아침까지 빌려서 사용하기로 했기에 식사시간에 맞춰서 식당으로 올라가니 스텝진과 지원팀은 만찬준비로 바쁜 모습이다.

 

 

오늘저녁 만찬은 들판에서 팔팔하게 뛰어노는 어린양을 한마리 잡아서 신라모텔 쉐프가 직접 한국식으로 요리했다는 양고기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돈키대장과 빅토르는 라이딩인솔과 후방지원을 해야하고 라이딩 끝나면 식사준비에 늘 바쁘다. 이날도 우리가 숙소에서 쉬고 있는 동안에 이미 식탁에는 만찬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드디어 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오늘의 주메뉴인 푸짐한 양고기요리가 나왔다.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가는 바람에 이날은 사진찍는걸 망각하고 있어서 나중에 보니까 저녁만찬 사진이 없어서 조금 아쉽다. 이밖에도 양갈비찜 요리도 나오고해서 정말 푸짐하게 먹은것 같은데, 허겁지겁 먹느라고 사진도 못찍은듯 하다.

 

이날은 비를 맞아서 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였기에 나중에 여행후기 작성하려고 사진을 찾아보니 맘에 드는 사진도 없구^^ 키스기스스탄 일정중에 이날이 가장 최악의 날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명확한것은 저녁만찬에 최고의 맛있는 요리로 깔끔한 보드카를 마시면서 알딸딸한 행복을 느낀것은 확실하다. ㅎ

 

 

천상의 아침을 맞이하러 떠난 키르기스스탄 자전거여행 5일차는

카라콜 국립공원입구에서 광활한 목장지역을 통과해서 카라콜까지 약 35km 정도 라이딩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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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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