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해 12월에 "실직한 아내, 돈보다 우울증이 더 걱정이다." 를 포스팅 하고나서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큰 힘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실직한지도 벌써 4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가장도 아니면서 여자가 실직한것을 가지고 무얼 그리 떠벌이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거론했었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이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7년동안 다니던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자 휴업을 하게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른 회사를 알아보았지만, 나이가 많다고 이유로 몇번을 거절당하게 되었습니다. 급기야는 나이가 많아서 아무것도 할수없다고 자포자기하고, 극심한 우울증에서 빠져있는것을 온갖 노력끝에 구출한 기억이 아련합니다. 다시 물량이 확보되어 3개월만에 복직을 하게되었으나 1년도 못버티고 완전히 실직을 하였습니다. 실직후 지난해 겪었던 우울증이 재발될까 두려서 일주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현실을 받아 드릴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내용을 포스팅 했었습니다.

실직후 한동안 마음을 정리하고 취미생활을 하는듯 하더니, 얼마 안되어서 또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노력하더군요. 이제는 마음편하게 쉬면서 취미생활이나 하라고 했지만, 벌써 집안에 들어 박혀 놀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군대간 아들이 제대하면 2학기 복학을 해야하니 돈도 많이 들어갈텐데, 아들 대학졸업 할때까지라도 힘 닿는데까지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굽힐줄 모릅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벼룩시장등 일간지를  매일 수거해다가 여기저기 연락해봐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주겠다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지인을 통해서 용역회사 일용직 일을 할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나갔습니다. 하루 일당이 3만원~3만5천원을 준다고 하는데, 그마나 일이 없어서 못할지경이라고 하면서 굳이 돈벌이를 나섰습니다. 일용직은 주로 공장에 일이 바쁠때 임시로 충원해서 하루이틀씩 그곳에서 일을 하지만, 정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기피작업공정에 배치를 한답니다. 몇일 일하고나서 쉬기도 하고, 한주일 바쁘기도하며, 그럭저럭 출근을 하더군요. 어제는 아내보다 먼저 퇴근해서 집에 있는데,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완전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힘들었지" 하면서 손을 잡아주는 순간에 아내는 으악!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랐습니다.


< 하루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에 손을 잡았다가, 아파서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파서 소리를 지르니 무안해서 "왜? 그러는거야" 하면서 언른 잡았던 손을 놓고 "어디가 아픈거야" 하면서 손을 펼쳐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아프다고 할만도 했다는 생각에 얼마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미안해 생각도 못했어"~ 얼마나 많이 아플까~  여기저기 손가락들은 온통 벌겋게 물집이 잡혀있었고, 손바닥은 물집이 터져서 살점이 너덜너덜붙어 있었습니다. 이런 아내의 손을 처다보고나니 마음이 아파서 울뻔했습니다.
 
< 어디가 아픈가하고 손바닥을 펴보았더니, 온통 물집이 생기고 삼점이 떨어져 나간 아내의 손바닥 >

이렇게 아내가 힘들어 하면서도 쥐꼬리만한 일당 받고, 일용직으로 일하는것도 못난 남편을둔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처럼 좀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가정이였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면서 굿이 일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들 학비라도 벌어볼거라고 하는 말은 사실 하나의 구실일 뿐입니다. 사실 경기침체로 우리 가정도 생활이 상당히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20여년 넘게 직장생활하면서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잔업,휴일특근,야근에,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니까 돈을 많이 벌었지만, 지난가을부터 일거리가 없어서 기본금정도 봉급을 받아오니 평소의 절반수준입니다. 늘 벌어오는 봉급수준에 맞게 생활설계를 했지만 년초부터는 도저히 안되어서, 적금줄이고, 보험해약까지 하면서 생활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러니 아내가 마음편하게 집안에 들어 앉아 있을수 없었겠지요.


<손가락 마다 물집이 잡히고, 아예 살점이 떨어져나가 피가 날것같은 아내의 손바닥>

그래도 젊어서 고생을 하더라도 노후에 편하게 살아보자고 평생설계 미리하여, 연금가입하고, 보험들고,적금들고, 이리저리 규모있게 설계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니 한푼이라도 벌려고 일이 있기만하면 달려나갑니다. 용역회사 일용직은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랍니다. 몇달전 까지만 해도 아내가 회사에 다닐때, 일용직으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 보면 안됐다고 생각하고 잘해주었다는데, 갑과 을이 바뀌고 나니 얼마나 서러운지 모르겠다고 하는군요.


직영인원들이 힘들어하는 기피작업만 골라서 일용직에게 맡기고는, 잘하니 못하니 잔소리하지만, 돈한푼 벌려고 참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식같이 나이의 직원들이 그냥 아줌마라고도 부르지 않고 꼭 "용역아줌마" 알바아줌마" 이렇게 부르면서 차별화 할때는 울화가 치밀지만~~ 그놈의 돈때문에~~ 그래도 아내는 잘견디고 있답니다. 어차피 돈벌로 간것이니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일해주며, 내할일 내가 하는데 무슨말이 필요하겠냐 하며 긍정적인 표현을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하루를 일하고 집에오면, 그래도 오늘도 3만 5천원 벌었다고 즐겁게 달력에다 동그라미 치고있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지친 모습으로 집안에 들어서면 그래도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하루종일 힘들었던일을 잊어버리고 편안하게 쉴수 있지만, 체력 소모가 심한탓에 요즘은 밤10시를 못넘기고 잠자리에 들곤합니다. 오늘도 많이 힘들었는지  거실에는 T.V  시청하다가  잠들어 버린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만, 결코 듣기 싫어할 수 없는  소리입니다.

너무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면 하루씩 쉬어가며 하라고 해도, 그나마 하루 빠지면 다른사람으로 충원해버려서 일자리 빼았긴다고 결근도 못하는 모습이 애초로울 뿐입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었인가? 늘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 없습니다. 일주일 힘들게 고생했으니, 주말에는 재충전을 위하여 아내와 함께 봄이 오는 들녘으로 신선한 공기 마시러 봄나들이라도 다녀올까 합니다. 관련글 보기 ☞ :실직한 아내, 돈보다 우울증이 더 걱정이다.

공감가는 정보라고 생각하면, 추천수를 클릭하여 추천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Posted by 털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