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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4월 22일. 꽃피는 봄날에 우리부부가 연을 맺은지 25주년을 맞이한 결혼기념일입니다. 필자는 26살, 아내는 23살의 철없는 나이에 사랑이 무었인지도 모르고 결혼하여, 그때부터 사랑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필자는 소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장동료의 눈에들어 처조카를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그시절이 25년 밖에 안되었지만 당시 선보러 간것이 그분의 처가댁이며, 전기가 귀하던 시절이라 5촉짜리 희미한 불빛 아래서 맞선을 보았습니다.

사랑이 무었인지 알지도 못하던 철부지들이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되었고, 얼굴도 기억이 희미하지만, 한달만에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지요. 당시 결혼한 이야기하면, 이건 뭐 조선시대도 아니고, 한번 맞선보고 두번째 만나서 약혼하고, 한달만에 후다닥 결혼식 치루었으니, 참으로 인연이란 어쩔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서로가 한눈에 반한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겠다고 하지만, 당시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것이 아니고, 결혼을 함으로서 사랑을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 4월22일 08 15분에 아내에게 보낸문자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는 어제 직장에서 일이 힘들었던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억지루 일어나서 대충 밥을 챙겨주고 출근시간이 필자보다 한시간 늦기 때문에, 다시금 자리에 눕는것을 보면서 먼저 출근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결혼기념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할 경황이 아니어서, 힘들어 하는 아내를 처다보다가 가볍게 볼을 비벼주고 출근합니다. 회사에 출근하여 그래도 소중한 기념일인데 표현을 해야하겠다는 생각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시작된 소중한 결혼기념일이야~ 여보야 사랑해 ♥♥♥"  그러나~~ 응답이 없더군요. 출근준비하느라고 바쁘니까 그렇겠지 생각했습니다.


▲ 4월22일 08 53분에 아내에게 받은문자

보낸 문자함에 찾아보니 아침 8시 15분에 아내에게 보냈는데, 8시 53분에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분명 아내의 문자가 왔다고 생각하고 받은메세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휴대폰 액정에 나타나는 아내의 대답은 "응" 입니다. 아니! 우리의 사랑이 시작된 소중한 결혼기념일이라고 사랑해라고 보냈으면, 최소한 한마디쯤은 해야되지 않을까요? 참말로 대답하기 쉽네요. 그나마 동그라미 하나만 보내지 않은것이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기대는 잠시 뿐이고, 어쩔수 없이 이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무시간이 9시부터니까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답장을   보낸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나마 그런 응답이라도 받았으니 기분이 한결 좋더군요.

아내
는 결혼초에는 깍듯이 예대를 하더니, 조금지나니까 반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한마디 했지요. "왜 어른한테 반말을 하냐고" 했더니 뭐라는줄 압니까? "한날 한시에 다같이 어른이 됐는데 뭐 누가 더 어른이냐고" 맙소사 할말없다. 그래 어차피 환갑전이니까 말 놓고 지내라.............ㅎㅎ. 하지만 그래도 기본 예의는 있기에 단둘이 있으면 반말을 하지만, 주변에 다른사람들이 있으면, 절대 반말을 하지 않으니, 기본은 되었다고 가끔 칭찬을 합니다. 그나마 아내에게 꼼짝 못하고 사는 공처가는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다 그렇게 사는게 아닙니까? 때로는 지는척 해야지 가정이 평화로우니까요.


▲ 25주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위한 간소한 상차림

돌이켜보면 철부지 시절에 남남이 만나서 서로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격파악 해가며, 살아오던 시절이 아련한데, 그것이 벌써 25년이란 새월이 흘렀다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처해진 환경에 어려움을 감수해야했고, 성격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없이 싸워 가면서 두터운 사랑을 쌓아왔습니다. 결혼한지 몇년 안되어서 사업에 실패로 이불보따리만 싸들고 살림나서, 아이들 데리고 판자집에서 살던 기억하며, 그동안의 새월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렇게 소박한 삶이라도 살수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날에 그냥 넘어가기가 아쉬워, 회사에서 퇴근길에 제과점에 들려서 작은 케익과 샴페인을 준비해 가지고 돌아와서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아내는 요즘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다보니 늦은 시간까지 잔업을 하고, 힘들어서 축처진 모습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가엽기도 하지만, 한푼이라도 젊어서 벌어야 한다는 고집은 굽히지  않습니다. 아내의 퇴근시간 밤 9시 30분에 맞추어서 미리 상을 차려놓고 준비를 했습니다. 들어 오자마자 케익에 불을 밝히고 둘이서 박수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결혼축하 합니다.♬ 결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당신과 결혼축하합니다.♬ 노래가 끝나고나서, 촛불을 끄고, 샴페인으로 한잔씩 건배를 하면서 "우리들의 영원한사랑을 위하여"를 외쳤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장성해서 나가버리고 둘만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어떻게 보면 쓸쓸해 보일수도 있지만, 오히려 둘만의 공간에서 알콩달콩하게 중년부부의 사랑은 더욱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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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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