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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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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대 5개월차, 자대 배치받은 신병생활 중에서~

때는 1980년 6월 20일경. 입대한지 만5개월이고 자대배치 받으지 2주정도 지났다. 한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고 부대주변에는 신록이 우거져 이제는 완연한 초여름을 느낄 수 있었다.

군부대 울타리 밖을 얼핀얼핀 넘겨다보면 행락철이 되니까, 설악산가는 관광버스가 수없이 보이지만, 창살없은 감옥에 갇혀있는 신병은 왜 그리도 추울까? 

강원도 산악지대의 날씨는 아직까지 아침저녁으로 야전잠바를 입지 않으면 못살것 같이 기온이 10도 주변에서 맴돈다. 아직 자대 들어온지 2주정도 지났으니 대충은  부대환경을 알만 할때도 되었다.

하지만 신병의 하루는 잠시도 방심 할 수 없이 힘들기만 하다.
아침에 기상하면 마주치는 고참들 눈치 때문에 눈섭이 휘날리도록 빠른 동작으로 행동을 해야했고, 고참들이 어질러 놓은 내무반의  청소와 정리정돈까지 게을리 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전차병은 하루의 일과도 두뇌와의  전쟁이였다. 기갑학교에서  기본적인 주특기 교육을 13주동안  받았지만 자대에 들어오면 M.O.S라고 하면서 주특기 책자를 주고 수시로 공부하고 가끔씩 시험을  본다.

과목도 여러가지 있으며, 엔진정비,무전기조작법,전차조종법,전차포사격술등 머리가 띵하다.
심지어 수준이 미달되면 호된 기압도 받게 되니까, 일과후 저녁시간까지 주특기 공부를 했다.
모조리 암기해야 하니까 암기하는 공식을 고참들에게 전수 받기도 했다.
 
전,무,조,주,엔,연,시,마,시,엔,시~~ 무슨말일까? 
(전차가 평탄한 곳에서, 무전기 스위치는 끈다, 조종레바는 중립에서, 주차브레이크를 확인한다...........)  이렇게 맨 앞자만 암기하고 술술술 문장을 풀어나가야한다. 고참들이 말하기를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을 한다고 하던가? 

이런 가운데 2주후면 며칠간의 야외훈련 이동에 대비해서 소대전차 3대 모두 엔진정비를 한다고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준비를 한다. 대대 정비고에 내려가서 예약된 자리를 확보하고 엔진을 들어 내려서 2~3일간에 걸쳐 전체적으로 정비를한다. 

정비고에 도착하면 전차옆에 있는 공구박스에서 공구를 끄집어내 공구대에 진열부터한다.

하지만 왜 그리 공구가 많은지 수백개의 각종공구들로 갯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예전에 구형전차는 미국에도 도입된 장비라서 모두 인치공구를 사용하니, 복스알과 스패너등 인치를 판단하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였다.

복스알이나 스패너는 3/8, 7/16, 1/2, 9/16, 8/7, 11/16, 3/4, 13/16 ,7/8, 15/16, 1"~  
이런 수치를 가진 작은 공구부터 시작해서 크기가 모두 비슷비슷해서 도저히 구별을 할수가 없다. 하지만 신병이 할일은 고참들이 정비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공구 심부름을 해야한다.

전차위에서 작업을 하던 문상병이 아래쪽을 향해서 외친다."어이~ 신병!" "넵! 이병 김털보" 거기 11/16 복스와 깔깔이 연결대 중자에 쪼인트 꼽아서주고, 7/8 ~ 3/4 양구 스패너 좀 줘" "예?" 무슨말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어서 우왕좌왕한다.

성질급한 문상병 전차에서 뛰어 내려와 스패너들 한나씩 들면서, 
7/8 하면서 머리를 때리고, 11/16, 3/4 하면서 때리고, 모든 스패너를 하나하나 들면서 앞머리를 톡톡 때린다. 머리통이 아파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고 불룩하게 혹이 생긴다.

이렇게 아파봐야 잊지않고 기억한다나 하면서~~ " 신병! 오늘중에 복스알 규격과 스패너 규격 확실하게 암기해 오후에 확인할테니~" "네.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도저히 그놈이 그놈같아서 수치가 기억이 안난다. "아이고! 두야!"

그리고는 전차위에서 고참들이 여기 저기서 아래쪽을 향해서  심부름을 시킨다. 처음에는 공구 이름을 모르니, 급하면 당장은 저쪽에 저것,저것 하는식으로 수화를  받아서 집어주곤했다.

그리고 연료탱크에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전차 바닥으로 기어 들어가서 저판카바를 뜯어내고 배출구를 풀어서 잔류 연료를 뺀다. 이것은 막내가 해야할 몫이다.

고참들이 공구를 챙겨주면서 설명을 한다." 전차저판밑에 기어들어가면 중간 오른쪽 지점에 카바를 뜯어내고 안쪽에 연료탱크 프러그를 열고 잽싸게 통으로 받친다." "실시" 막상 어떨결에 저판밑에 낮은 포복으로 들어갔지만 쉬운일이 아니였다.

업드려서 기어들어가고 작업할때는 발라당 누워 좁은 공간에서 뜯어내니 잡자기 휘발유가 쏟아져서 머리부터 뒤집어 쓰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비맞은 생쥐처럼 기어나온다.

남은 힘들어서 울며 기어나왔는데, 그꼴을 보면서 고참들은 웃으면서  한마디씩한다. "꼴쫗다." "고참은 괜히 고참인줄 알아 그게 노하우라는  거야"  우씨! 누굴 놀리나 속으로 궁시렁 댈 뿐이이지 성질난들 어찌 하겠는가. 

이런 과정속에 2시간정도 엔진과 연결된 장치들을 모두제거하고나서 크레인을 이용해서 엔진을 아래쪽으로 들어내린다. 오일이 번져서 여기저기 기름때가 줄줄 흐르는 거대한 엔진을 내려놓고 정비를 시작한다.

신병이 우선 할일은 엔진을 세척하는일이 기본이다.


5갤런(20리터)짜리 오일 깡통에 휘발유을 담아놓고 스폰지를 푹 담가서 엔진 외관을 구석구석 닦으라한다.

그냥 맨손으로 휘발유에 손을 담그고 기름때를 닦다보면 차가운 휘발유에서 손등이 얼어 터질듯이 손이 시려서 호호 불면서 세척작업을 한다.

손톱 밑에서 기름때가 끼어서 새깧맣게 색깔이 변하고 손등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휘발유가 증발되면서 하얗게 변해온다. 그런 모습을 본 박병장이 한마디 한다.

" 신병, 손 시럽냐?" "네~ 조금"
"그럼 휘발유를 따끈따끈하게 덥혀온나" 순간적으로 구세주가 나타난 샘이다. 손등이 얼어 터질것 같은데 휘발유를 따듯하게 덥혀서 작업하라니 얼마나 반가운 말인가.

"네~ 알겠습니다." 순간적으로 기쁜 나머지 주위를 돌아보니 정비고 한쪽에 오일난로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것이 보이자, 순간적으로 5갤런 휘발유통을 들고 그쪽으로  몇걸음 다가갔다.

돌아선 등뒤에서 박병장이 꽥! 하고 소리를 지른다. "신병. 동작그만" 얼떨결에 제자리에 서서 뒤돌아보니, 박병장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험상굿게 인상을 쓰고 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판단이 안선다.

"신병, 일루와 일루와" 손가락을 까딱까딱한다. 휘발유통을 내려놓고 박병장을 향해서 뛰어간다. "너 이새끼 뒤질려고 환장했어?" 발길이 올라오고 귀싸데기를 왕복으로 따닥! 때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야! 이눔아가 다같이 죽으려고 작정했어?"
"불에다가 휘발유를 끼얻겠는거야 뭐야" "아닙니다."
이렇게 한참 훈계를 듣고나서야 박병장은 휘발유를 따끈딱끈하게 덥히는 방법을 가르켜 주었다.
 
"봐라. 저기 오일난로위에 감자만큼한 돌들이 많이 있재?" "저게 뭐하는건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저기 난로위에 바싹 굽어놓은 돌을 삽에 담아가지고 와서 휘발유통에 넣으란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고 박병장이 시키는대로 난로위에 바싹 굽어놓은 돌들을 삽으로 퍼다가 집게로 찝어서 하나씩 휘발유통에 퐁당퐁당 집어넣으니 돌에서 뽀글뽀글 거품을 내면서 빠져들고 거짓말처럼 휴발유가 따끈따끈하게 덥혀졌다.

이렇게해서 정비고에 내려간 첫날은 아무것도 모르고 몸으로 직접 겪어가면서 한수씩 배웠다. 스패너로 두들겨 맞아서 앞머리에 혹이나고, 전차저판 밑에서 휘발유 뒤집어쓰고, 휘발유 덥히려고 난로에 접근했다가 두들겨 맞아 가면서 고참들에게 노하우를 배웠다.
 
역시 짬밥은 무시못한다더니 고참들의 지혜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스폰지로 휘발유를 묻혀서 엔진수입을 열심히 하고있는데, 어제 더러운 인상을 쓰던 박병장이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 신병! 오늘은 휘발유가 따끈따끈해서 할만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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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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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oflove.tistory.com BlogIcon 워크투리멤버 2009.09.18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생하셨네요 그 때는 참 힘들 때 였던 것 같은데 복무 기간도 길고

  3. Favicon of https://kangdante.tistory.com BlogIcon kangdante 2009.09.18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대이야기..
    여자들은 싫어한다지만
    언제들어도 정겨운 추억이야기지요?.. ^.^

  4. 2009.09.18 0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cameratalks BlogIcon 카메라톡스 2009.09.18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일 날뻔 했네여...

    상쾌한 아침입니다.

  6.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09.09.18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털보아찌님도..군예기를 본격이어가 주고 계셨네요..^^
    몇일전 글보고..어쩌다 쓰신내용인가 했거든요..
    앞으로 더 기대하고 즐겨봐야겠어요..ㅋ

  7.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09.09.18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조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하;; 정말 고참은 괜히 고참이 아니죠 ㄷㄷ
    모든 걸 통찰하고 있는 그...

  8.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09.18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휘발유를 데우는 노하우~
    정말 대단합니다.

  9. Favicon of https://nizistyle.tistory.com BlogIcon 한량이 2009.09.18 1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도 솔벤트와 디젤을 사용해서 차량을 닦습니다.

    전투지휘검열때.. 그때 정말 손시려 죽죠. 기름독도 오르고...

    난로위에 돌 구워서 디젤에 넣고 하면 그나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신병이 들어와서 솔벤트에 돌 집어넣으려고 해서 큰일날뻔 한적도 있지만요.^^

  10.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09.18 1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그래서 고참들이라고 하죠.

    잘 보고 갑니다.

  11.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09.09.18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효..군대도 머리가 나쁘면 고생 하겠군요..ㅋㅋ
    재미있게 잘 보고갑니다..^^*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teriouswoon BlogIcon 테리우스원 2009.09.18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잔밥의 수가 좌우된가고 하나봅니다
    항상 마음으로 읽어 가는 솔솔한 재미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즐거우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13. Favicon of http://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09.18 1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정말 저희때는 많이 맞앗지요 ㅋ
    요즈음은 그러면 큰일 난다고 하더군요 ㅎㅎ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14. Favicon of http://jinmedi.tistory.com BlogIcon 깜신 2009.09.18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여~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09.18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털보아찌님 군생활은...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때까지는(90년재초반군번) 나름 많이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16. Favicon of https://fitnessworld.co.kr BlogIcon 몸짱의사 2009.09.18 15: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휘발유를 저렇게 뎁히나요?? 처음 알았습니다... ^^*

  17. 또롱 2009.09.18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잼나네요..으휴 군시절 생각나네요.

  18. Favicon of http://skagns.tistory.com BlogIcon skagns 2009.09.18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정말 군대서 병장은 왜 병장인지 알 수 있죠.
    저도 신병때는 정말 어리버리 했는데요.
    희안하게도 상병 지나니까 뭐든 척척 다 되더라구요.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생기구요.
    오랜만에 군생활 했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

  19. Favicon of http://amesprit.tistory.com BlogIcon SAGESSE 2009.09.19 0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고보니 털보 아찌님께서 털보 가이버가 되신 까닭은 군대에서 배우신 것으로 인해서 였군요... 즐건 주말 되세요...

  20. 홍콩달팽맘 2009.09.19 0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때는 너무 힘드셨겠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많이 배우셨겠어요. ^^

  21.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09.09.19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대는 힘든 시절이기도 했지만 늘 추억으로 남곤 합니다.
    아픈 기억도 좋게 생각해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