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
때는 1980년 9월의 중순이니까, 일병때 일이다.
무덥던 날씨도 한풀 꺾였는지 밤에는 제법 시원한 사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멀지 않아 강원도에는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면 두툼한 야전잠바를 꺼내 입어야 야간 보초를 나갈 수 있다.
빛나는 일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김털보는 사수인 전상병과 늘 초소근무를 대부분 같이 서게된다. 부대 환경은 3면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지만, 그나마 가운데는 깊은 계곡에서 흘러 내리는 냇물이 있어서 삭막함을 덜어준다.
이날은 자정부터 2시까지 2시간동안 복초로 전상병과 함께 투입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전방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16발짜리 탄창을 M16 소총에 장착은 해 가지고 나가지만, 장전은 하지 않고 보초를 선다.
만일에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노리쇠 손잡이를 한번 '철꺼덕' 하면 곧바로 사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날밤은 어슴푸레한 달빛아래 여름밤이 깊어가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초소 앞쪽에서 갈잎을 흔들어댄다.
군인도 사람인데 누구나 심리는 똑같을 것이다. 옆에서 나무 작대기 처럼 서있던 전상병이 졸음이 조금씩 오는가보다.
하품하는 소리가 가끔씩 들리고 있다.
"전상병님! 졸리세요?"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 벌써 졸리네.^^
털보! 넌 괜찮으냐?" "예! 괜찮은데요." "김털보 넌 사회에서 뭐했다 했지?"
"시골에서 공무원이라도 할꺼라고 공부하다가 몇번 낙방되고 군대 입대했지요."
"전상병님은 제대하면 뭐하실꺼죠?" "특별한 방법 있겠냐,
가방끈 짧은데 회사에 취직이나 해야지 뭐" 이렇게 가볍게 소근소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전방주시의무는 게을리 하지 않고, 눈은 똑바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소 앞쪽에 무언가 눈에 띄이는것이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갈잎이 흔들리는, 사이로 파란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잡담을 멈추고 전상병에게 더 작은 목소리로 살짝 이야기를 건냈다. "전상병님! 저쪽에 갈잎 사이로 불빛이 보이는데요." "어디~~ 어디말이야" 전상병에게 손가락질로 방향을 가르켰다."
"어~ 그래 파란 불빛이 비치는구나"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쫘악 끼치면서 가슴이 방망이질한다.
혹시 심야를 틈타서 간첩이라도.......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털보는 아직 신병이라 겁을 낸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참 고참인 전상병 마저도 겁먹은 표정이다.
"어떻게 하지? 중대에 보고해야할까?" 전상병은 두려운 목소리로 떨고 있었다. 그러나 털보는 어려서 부터 혼자서 무인지경을 한밤중에 학교 다니는 담력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모험을 걸어볼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혹시 부대에 침투하는 간첩을 잡았다하면, 이후는 인생역전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였다. "전상병님! 제가 앞으로 나가서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혹시 간첩의 침투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제가 총알 장전하는 노리쇠 소리가 들리면 즉시 중대에 보고하세요."
"전상병님 아셨죠?"
"그럼, 털보 조심해라"
전상병 겁먹은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총구를 앞쪽으로 향하고 한손으로는 노리쇠 손잡이를 잡고, 여차하면 총알을 장전할 태세를 갗추고 자세를 낮추어서 목표물을 향해서 접근을 시도했다.
살금살금 갈뚝지 사이로 은폐 엄폐를 해가면서 초조하게 한발한발 전전하고있었다. 바싹 긴장하고 있어서 인지, 입안에 침이 마르고 머리가 마비되는듯이 감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60m, 50m, 40m, 30m, 차츰차츰 불빛이 가까워 지기 시작하지만, 흔들리는 갈잎사이로 불빛만 어른어른 보이지 전혀 인기척은 없었다. 목표물이 가까워지기시작하자 자세를 더욱 낮추고 거의 포복을 하다시피 살금살금 접근했다.
"이상하다! 어째 이렇게 인기척이 없을까?"
혼자 생각하면서 엎드린 자세로 주먹만한 돌을 집어서 수류탄 던지듯이 휘익 던져 보았다.
그래도 아무런 움직임이없자 빠른 자세로 목표물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한발 앞에서 바라보니 파란 광체를 발하는 불덩어리였다.
"아니 산중에 무슨 불덩어리가 있는거야"
혼자 궁시렁 대면서 다가가서 손으로 푸루스름한 불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육감이 있었으니,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면서 들고있던 파란 불덩어리를 '휘익'~ 집어던지면서, 바닥에 주저 앉아 산 비탈쪽으로 한바퀴 굴렀다.
"으흐흐흐~~~~~무셔라!"
파란 광체를 내던 물체는 두눈이 뻥 뚫린 다름아닌 해골바가지가 틀림 없었다.
잠시후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초소를 향해서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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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좀 무섭네요..
거의 10년 선배님이시네요.
전 2000년 입대했는데, 처음엔 탄창도 없이 빈 총 들고 경계 섰었어요.
누가 다가오기라도 하면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OO" "OO" "OO" 하고선, 입으로 "땅땅땅!"ㅋㅋㅋ 전방부대가 아니어서 그랬나...?? 나름 전방이었는데.ㅎㅎ
그러다가 2001년인가, 초병 총기피탈 사건이 터지고서야 공포탄 장전된 탄창을 지급받았어요.
둔필승총 2009.10.28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재밌게 봤습니다.
근데 요즘도 군에 딸딸이 전화 있을까요? 휘리릭 돌린 후 "보안 x번" 찾는 거 이젠 없어졌겠죠?
암튼 행복한 하루 시작하세요~~
ㅎㅎㅎ
군대시절 해안경비초소 지원
갔을때 생각이 문득 납니다.
비슷한 경험이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푸르스름한 불덩어리.ㅎㅎ
군대이야기는 늘 즐겁습니다.다음편 기다릴게요
털보아찌님, 오늘도 상쾌한 하루 되세요^^*
ㅎㅎㅎ
저도 훈련나갔다, 공동묘지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죠.
잘 보고 갑니다.
전 옆에있던 후임이 귀신지나갔다고 보셨습니까?란 소리에 거품....ㅎㅎ
재밌게 잘읽고갑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생각이 상상이 되네요 ^^
해골 바가지 하니까 일체 유심조가 생각나네요 ^^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서 달라 지는 것 같아요.
^^
재미있는 이야기 잘보고갑니다.
^^
수요일입니다.
^^주말의 중간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
ㅎㅎ에고...큰일날뻔 하셨네요.
잘 보고 가요.
헉...무셔라...
군데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됩니다....쭈욱...
워메~!
해골바가지!
살볼했겠어요~!
많이 무서웠겠는데요~
그렇게 많은 빛이 나오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는 무서운 군대이야기였군요..ㅎㅎ
해골에서.. 빛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정말 무서웠겠는데요..
홍콩달팽맘 2009.10.28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이 확 깨셨겠어요!!!
선덕여왕에서 뼈에서 빛이 나는 걸 이용해서 덕만이 수를 썼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
전 하도 학창시절 해부학 실습을 많이해서 봐도 별감흥이 없다는...ㅠㅜ
심지어는 끌어안고 잠든적도 많아요 ^^
으시시했겠습니다.
으흐흐~~
하핫...기억에 남는 추억거리셨겠네요..
정말 칠흙같이 어두울때는...별 희한한것들도..빛을 발산하더군요..
전 뼈는 본적 없는데... 바위가 불빛을 내듯 반짝여 보여서..."아 드뎌 포상휴가 가나보다..."생각했던 기억은 나네요^^
사진이 섬뜩하네요...
직접 경험했음 더 섬뜩했을듯한..;;ㅋ
ㅎㅎ 담력훈련 보는겄같아요
하하하.
밤 중에 파란 불빛은 인광이었군요.
저도 어린 시절 그런 불빛에 홀려 산 중에서 죽을뻔 했어요
아니 사람뼈도 그렇게 빛을 발하나보네요..
무섭다..
아찌님 글 잘 보고갑니다..
으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