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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어서~

때는 1980년 10월 중순에 접어 들었으니, 털보의 일등병 시절 이야기다.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에 입대하여 봄, 여름, 가을이 어느덧 지나고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는 날씨에 들녁에는 온통 황금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군대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군바리는 그저 멀리로 지나가는 관광버스만 보아도 가슴이 설례이게 마련이다. 그러던 어느날 사수인 전상병이 이야기를 꺼낸다. "털보! 너 대민지원 같이 갈래?" "언제 말입니까?"

"행정실에서 전화하는 소리 들었는데, 내일 대민지원이 있데"
아무나 가는 겁니까?" "야 임마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가겠냐?" "말년 고참들이 가겠냐, 쫄따구들이 가야지"

"내일 중대주변에 진지작업을 한다는데, 대민지원이나 신청해야겠다." "언제 신청합니까?
대민지원 지원자 파악하면 언른 손들면 된다고 말한다. 군부대가 농촌에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계절마다 대민지원을 늘 해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참쯤 되면 대민지원 한두번씩은 가보았기 때문에 대충 알고 있다. 하기에 어렵지 않은 대민지원들은 고참들이 먼저 나가고 어렵고 힘든일은 온통 일등병아니면 상병으로 할 수 없이 밀려서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쫄따구들이 영내에 있어봐야 고참들 눈치봐야지, 작업은 두배로 해야하니까, 오히려 대민지원이 더 마음 편할수 있다. 그래도 울타리 안과 밖의 공기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는 익히 알고 있기때문이다.

그렇게 결국은 전상병을 비롯해서 중대에서 10명이 내일하루 대민지원을 하기로 했다.
모처럼 바깥 바람을 쏘일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힘이 솟는다. 룰룰랄라 좋아서 전상병에게 물어본다.
 
"대민지원 나가면 막걸리도 줍니까?"
 
"물론이지"
"그럼 사제밥에 맛있는 반찬도 먹을수 있습니까?"
 
"야~ 짜식아! 낼 직접 가보면 알지, 뭘 자꾸 물어봐" 전상병의 신경질적인 말에 그만 입이 다물어 졌다.
 
하지만 내일 사제밥도 얻어먹고 들판에서 막걸리도 얻어 먹을수 있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온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선임하사의 훈시가 김이 팍! 빠진다

대민지원 하며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점심도 얻어 먹지말고 식사추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그리고 대민지원자들이 술을 마시고 부대에 복귀하여 부작용이 보고된바 있으니 절대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안된다고 한다.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말씀인가? 이것도 저것도 못하면 대민지원은 무슨 재미..........

이런 지시를 받으며 내용을 아는 선임들은 서로 얼굴을 처다보며 수근수근 하고 있었다. 잠시후 인원수송 트럭을 타고 위병소를 빠져나갔다. 아무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들녁의 정취가 너무 좋았다. 일단은 울타리를 벗어났기 때문일것이다.

지원단 10명은 강원도 인제읍을 벗어나서 외곽의 농촌들녁에 내려서, 미리 약속한 두집으로 5명씩 나누어서 벼타작 작업들 하도록 되어 있었다. 오랫만에 들녁에 나와서 있으니 마음이 새롭다는 생각은 잠시뿐이였고, 주인아저씨의 지시대로 벼타작 작업을 시작했다.

요즘이야 콤파인이 지나가기만 하면, 벼타작이 끝나서 푸대만 옮기면 되겠지만 당시는 동력 탈곡기를 사용해서 타작을 했다. 낫가리에 볏단을 탈곡기까지 어깨에 메어 나르고, 뽀얗게 솓아지는 먼지속에서 볏짚을 묶어내고, 벼 푸대를 들어내는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벼타작이 이렇게 힘드니까 고참들은 뒤로 쏘옥 빠졌겠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로구나!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일이라 어리벙벙 하면서 땀방울로 얼룩지고 있었다. 

탈곡기 소리와 경운기 엔진 소리가 시끄러워 정신없이 일만하는데.............
얼마후 젊은 여인이 새참을 머리에 이고 저만치서 옷자락을 바람결에 나부끼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먼지를 뒤집어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이건 완연한 천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드디어 경운기 발동이 꺼지고 같이 일하던 아저씨들이 모두들 논바닥에 둘러 앉았다.
하지만 군바리들에게는 난간한 일이였다. 농가에서 무었이든 얻어 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괜찮아~! 원래 부대에서 요즘 그렇게 얘기 하지만 일시키고 밥도 안주면 도리가 아니지" 
하면서 뒷전에서 머뭇거리던 우리를  논바닥에 끌어 앉혀서 같이 새참을 먹게 되었다.

"우와! 얼마만에 먹어보는 새참인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복귀해서 맞아 죽더라도 먹고나 보자."
 
이렇게 소면 한그릇 후루룩 넘기고, 몇달만에 구경하는 막걸리도 단숨에 한잔 그대로 들이켰다.

한잔 쭈욱 마시고 손등으로 입술을 쓰윽 닦고서 하는말 "캬아~~막걸리 맛 정말 죽여준다."
 
새참까지 얻어 먹고나니 더욱 힘이 솟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때............ 멀리서 우리 부대트럭이 이쪽으로 다가 오는 모습에서 우리는 김이 팍 새고 말았다. 

네모난 국방색 식깡에 짬밥을 추진해서 내려주고 가는데, 시커먼 식깡을 보기만해도 힘이 쭈욱 빠진다. 
하지만 아무리 원칙이 있다하지만 같이 일하는 들녁에서 군바리들에게 짬밥 먹으라고 놔둘리는 없었다.

그날 결국 부대에서 추진된 짬밥은 주인집 돼지밥이 되었고..........
천사같이 보이는 주인댁 젊은 새댁의 고운 손으로 지은 하얀 쌀밥에 열댓가지나 되는 반찬을 펼쳐놓고, 들판에서 점심으로 먹으니 새상에 부러울게 없었다. 이맛에 대민지원 나오는가보다 생각이 들었다. 

마음약한 군바리들은 이렇게 작은 행복에 엮여서 벼 까스레기가 온몸에 달라붙어 따끔거려도 잊어버리고 땀흘려가면서 어둠이 내릴때까지 집안 창고에 벼가마니도 쌓아 주면서 대민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그날 벼타작이 끝나고 볏가마니까지 옮기다보니 저물어서 저녁식사 까지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인집 안방에 들어가서 저녁상을 차리는 동안에 시커먼 군바리들의 눈길은 엉뚱한곳을 보고 있었다. 

군바리들 여자라고는 구경도 못하다가 주인댁 새댁의 미모에 반해서,
전상병, 이상병, 문일병,박일병, 모든 눈길이 밥상에 안가고 주인집 새댁의 모습만 멍하니 처다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전상병이 입이 답답한지 살짝 물어본다. "야~ 털보!  주인집 새댁 증말 이쁘제?"


 
 
재미있게 보셨나요?^^ 손가락 모양 클릭하면 추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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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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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preciousness.tistory.com BlogIcon ♡ 아로마 ♡ 2009.11.11 06: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이상하게 잿밥이 더 좋죠? ^^;;
    저두 어릴때 농사일 거들고 할때, 참 나오면 좋더라구요 ㅎㅎ

  2. Favicon of http://kousa.tistory.com BlogIcon 미국얄개 2009.11.11 0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생활에서 가장 신나는게 민간인 밥과 막걸리 먹을 때....크~
    가장 기다려지는 계절은 모내기철, 추수철, 싸리나무 할 때...
    잘 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09.11.11 0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젯밥이 맛있을 수밖에 없을 때가 많죠 ^^

    좋은 글 잘 보고 가용..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되세요 ^^

  4. Favicon of http://sooji4u.com BlogIcon 한수지 2009.11.11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잿밥 .. 역시.... 군인입니다
    ㅎㅎㅎㅎㅎ'막판 반전드라마...

  5.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2009.11.11 0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민지원 나가서 벌어진 일이군요..
    군인들이니..신선해 보이는데요..ㅎ
    절케 생긴.. 오랜만에 봅니다..
    즐건하루 되세요^^

  6. Favicon of https://dory.kr BlogIcon 머쉬룸M 2009.11.11 0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7.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11.11 0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딱 그런 부류입니다. ^^

  8. 2009.11.11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11.11 1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당시는 치마만 둘러도 눈동자가 돌아갔지요~
    ㅋ ㅋ

  10. Favicon of http://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11.11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인집 새댁 정말 이쁘제? 에
    털보아찌님 답이 없군요 ㅎㅎㅎ
    뭐라고 하셨을까 .... ㅋ
    잘 보고 갑니다.
    언제나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11.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09.11.11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정말 맛났겠어요^^;; 이런거라도 있어야 일할맛나죠^^;; 돼지는 배터지게 잘먹었겠어요^^
    또 군인들은 초코파이땜에 기도한다잖아요^^;;ㅎㅎ
    재밋게 잘보고가요^^;;
    오늘도 감기조심하세요~^^

  12.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09.11.11 1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근데 정말 맛나게 생겼네요
    요즘 군인들도 먹는거 좋아하남 ^^

  13. Favicon of http://www.saygj.com BlogIcon 빛이드는창 2009.11.11 1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때문에 농사일을 거들죠~ 그곳에서 먹는 참이란!!!!;;
    어릴때 먹어본 그맛이 지금도 여전하겠지요.... 언제쯤 다시 먹어보련지..
    하하하 군인들의 참은 초코파이로 대신하면~ 와우!!!!! 손이며 발이며 안보일듯하네요^^;;

  14. Favicon of https://dragon-lord.tistory.com BlogIcon Dragon-Lord 2009.11.11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갔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엔 고참들이 대민지원 서로 가겠다고 하는 불상사(?) 는 안일어 났나요? ㅎㅎㅎㅎ

  15. Favicon of https://lowr.tistory.com BlogIcon 하얀 비 2009.11.11 1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참도 맛있었겠지만....어째 밥보다 더 달콤한...눈맛을? ㅋㅋㅋ 응큼하십니다!!!
    뭐..다 그럴 수밖에 없지만...ㅎㅎㅎ
    그나저나 복귀 후엔 어찌 되었나요? 분명 술 냄새도 났을 테고
    뭔가 지적이 있었을 법도 한데...물론 눈 감아줬다면 더더욱 좋았을 테지만 말이죰.

  1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11.11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그게 다 사람심리 아닌지.....

    재밌게 읽고 갑니다.

  17. Favicon of http://mauma.tistory.com BlogIcon 마음정리 2009.11.11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기있게 보고갑니다.
    ^^
    수요일입니다.
    ^^주말의 중간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

  18.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09.11.11 2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잿밥이 좋은건 당영하죠..^^
    아찌님 좋은 시간 되세요..^^

  19.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BlogIcon leedam 2009.11.11 2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에서 샛밥을 먹으면 아주 꿀맛인데요 ㅎㅎ
    고향생각이 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