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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초등학생도 몇년 있으면 아가씨가 된다고~


때는 1980년 12월중순으로 접어들었고, 털보는 입대한지 11개월이 지났으니 일등병때의 일이다. 한달전에 창설중대가 생기는 바람에 정든 1중대를 이별하고, 신막사로 건립한 3중대로 전출을 갔다.

이곳에서는 각중대에서 올라온 병력들을 혼합시켜서 새로운 중대를 편성하다보니 새로운 고참들을 만나게되고, 다행히 자대배치후 5개월만에 후임이 갑자기 몇명 생겨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때는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었고, 벌써 강원도 지방은 들판에 눈이 하얗게 내리는 겨울날씨로 매서운 추위를 느낀다. 군인으로서는 추운겨울이 더욱 고통스럽기만하다.
 
당시는 부대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찬물에 나가서 세수도 해야했고, 맨손으로 빨래까지 하려면 손등이 얼어 터지는듯한 고통에 손가락을 호호불면서 울고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국방부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소대원들이 모두 모여서 전차호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데, 저쪽 언덕 아래서서 김병장과 이일병이 커다란 자루를 메고 힘겹게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뭘까? 조금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중대원들 집합하라는 종소리가 들린다. 땡,땡,땡,땡! 이소리는 전차 스프라겟트(전차의 궤도를 돌리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걸어두고 망치로 두들기면 멀리까지 들리는 종소리다.

집합 종소리가 들리면 반경 300m 정도의 소대 전차호 주변의 여기저기서 뛰어 올라온다. 중대원 모두 내무반에 집합을 하고 있는데, 중대 선임하사가 들어와서 전달사항의 시달과 오늘 수령한 위문품을 나눠줄것이라고 한다.
 
모두들 어떤 위문품을 받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잠시후 보급계가 위문품 담은 자루를 메고 내무반에 들어와서, 그나마 공평하게 한다고 소대별로 몇개씩 위문품 주머니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나서 또한가지 보너스는 위문편지다.

위문편지도 무작위로 섞어서 소대별로 인원수 비례하여 나눠준다. 하지만 위문편지는 소대 제일 왕고참이 받아서 딱 쥐고 있었다.

그럼 소대별로 받은 위문대을 열어서 어떻게 하면 나눌수 있을까? 소대인원들 나누어 주는것은 아주 간단하게 끝났다. 위문대를 뜯어서 침상바닥에 수북하게 쌓아 놓으면 별별것이 다들어있다. 성질급한 이상병이 이것저것 뒤적이고 있었다.

"동작 그만!"
소대 중고참인 김병장의 큰 소리와 함께 모두 움칠하고 손을 멈춘다.

"이것들이 빠져가지고~! 여기 이분이 누구냐?"
"이런 싸가지 없는것들이....찬물도 아래위가 있다는 말도 모르냐?"
하면서 왕고참인 박병장을 향해서 "안 그렇습니까?" 하면서 박병장에게 아부를 하는 것이였다. 

견물생심이라고 제일 좋은것을 가지고 싶은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것이다. 하지만 누구하나 손을 댈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왕고참부터 위문품을 뒤척이면서 마음에 드는걸로 집어들었다.

서열순으로 한두개씩 골라가기 시작했고 서열이 낮을수록 선물의 꿈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나중에 남는 물건은 육군에서 매월 지급받는 물품이거나 P.X에서 흔히 볼수있는 물품으로서, 주로 세숫비누, 빨래비누, 구두약,치약,치솔,새우깡,양파깡, 비스켓,등등 이런것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모두 위문품 잘 받았지? 뭐~! 불만있냐?"
"아닙니다." 울며 겨자 먹기라더니 어쩔수 없이 대답만 했다.

그리고 나서 박병장은 손안에 한줌 잡고있는 위문편지를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고 제일 마음에 드는걸로 골라서 챙고나고나서.........

"너그들도, 한장씩 골라봐라" 하면서 밀어준다.
하지만 군대는 서열인지라 어쩔수 없이 후임들은 고참들의 눈치만 보고 있으려니, 순서대로 한장씩 골라간다.
 
이제 침상바닥에 남은 편지는 3장 밖에 없었다.
한장은 김털보, 한장은 박일병, 한장은 김이병, 이렇게 가지면 된다. 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편지봉투를 보니까 연필로 쓴 글씨만 남았다. 보나마나 내용은 별볼일 없은 편지라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고르라고 하니까 제일 나이많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편지를 차지했다.
 
나머지 두장은 초등학교 3학년,4학년 남학생이 쓴 편지를 박일병과 김이병이 한장씩 개봉해서 읽어보고 있었다.
 
초등학생이 연필로 쓴 위문편지의 내용은 대략 내용이 이렇다.

"국군 아저씨께.  국군아저씨 추운날씨에 나라를 지키시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저희는 국군아저씨들 덕분에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편지를 먼저 고른 고참들은 여고생들이 보낸 편지부터 시작해서 골랐으니, 말단에 내려오면 결국은 코흘리게 연필로 쓴 편지 밖에 남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여고생들의 편지가 1순위고 나머지는 인기 순위에도 못들어간다.  그저 그렇게 대충보고 찢어 버리기 일수니까............


그래도 왕고참인 박병장은 기분이 흐믓하게 편지를 읽고 "에구~! 구여운것 답장을 써줘야지" 한다.
"김털보! 네가 받은 편지 한번 보자" "서울 리라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이희정입니다."

"그럼 박병장님은 누가 보낸겁니까?"
"궁금하냐? 한번 봐라"
박병장의 편지를 보니까 동두천여상 3학년 박미란이라는데, 글씨도 예쁘게 잘쓰고 문장도 아주 좋아 보였다.

"박병장님은 기분이 아주 짱이겠습니다." "여고생이 쓴 편지를 받았으니.............."
"물론이지 군바리 여자 싫어 할 눔 있으면 나와 보라케라"

"예 박병장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전 이게 뭡니까? 초등학교 6학년짜리 편지나 받고.........."

"야! 이눔아! 넌 어째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냐?
"초등학생이 영원한 초등학생이냐? 7~8년만 있으면 아가씨가 되어 머슴아들이 줄줄이 따라 다닐거다."

"아가씨 될때 기다리다 늙어 죽겠습니다."
 "그러냐? 그럼 방법은 있지, 주변 일물들을 물색을 하면 되잖아"
"주변 인물이라면..........."
 
"이눔아 보기보다 머리가 안돌아가네, 예를 들어 언니나 이모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
"아! 예~!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날밤 당장 초등학교 6학년 희정이에게 답장을 썼다. 그리고 박병장이 가르쳐 준대로, "언니 있냐? 이모있냐?"
그리고나서 일주일이 지나자 희정이에게 답장이 왔지만 나는 희망이 절벽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언니는 중학교 3학년이구요. 이모는 올해 시집같어요."


 
 
재미있게 보셨나요?^^ 손가락 모양 클릭하면 추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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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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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09.11.17 0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위문편지를 작성하였는데,
    제가 군인일 때는 한 통도 안오더라고요 ㄷㄷㄷㄷ
    요즘에는 사라졌나봐요 ㅜㅜ
    그러고보니 초등학생 때, 쓰기 귀찮아서 ㅋㅋㅋ
    3,4줄밖에 안썼는데 ㅋㅋㅋ 죄송하네요 ㅜㅜ

  3. Favicon of http://sooji4u.com BlogIcon 한수지 2009.11.17 0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언입니다 ㅎㅎㅎ
    초등학생이 연원한 초등학생이냐? ㅎㅎㅎ
    글면...
    어무래도 전역일자는 다가온다는 말입니다요?? ㅎㅎㅎㅎ

  4. Favicon of http://www.yesbedesign.com BlogIcon 예스비™ 2009.11.17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금 씁쓸한데요?
    저도 어리적에 군인아저씨께 위문편지 자주 보냈었는데...
    초등학생의 위문편지는 찬밥덩어리였군요~ㅋㅋ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hyenaking.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09.11.17 0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딩 때 의무적으로 위문편지를 썼지요. 치약 치솔 비누 사탕 등등을 넣어서 위문품과 함께요. ^^

  6.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09.11.17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위문 편지를 저런식으로 분배를 할줄이야~ㅎㅎ
    정말 몰랐네요..
    여중부터 여고까지 열심히 펜팔을 했는 사람이라..ㅋㅋ
    정말 웃기네요..

    펜팔은 글로 끝내야하지 절대 만나서는 안된다는 사실~~ㅎㅎㅎ
    아찌께서 옛날일 상기시켜주시는군요..후후후
    좋은 하루가 되세요~~^^*

  7. Favicon of https://tirun.tistory.com BlogIcon 티런 2009.11.17 0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위문편지 제가 초등학교때 보냈을때 답장한 분들은 더욱 막막했었겠네요.ㅎㅎ

  8. Favicon of http://hannahscafe.tistory.com BlogIcon 해나스 2009.11.17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제가 보냈던 위문편지들이 이렇게 전달되는거였군요 ㅎ
    중학생때까진 보낸 기억이 있는데...ㅋ

  9. Favicon of http://mayjhkim.tistory.com BlogIcon 바람꽃과 솔나리 2009.11.17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즐거운
    털보아찌의 군대이야기...
    오늘도 즐거웠습니다^^

  10. Favicon of https://lowr.tistory.com BlogIcon 하얀 비 2009.11.17 1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문편지 쓰던 추억이 새록새록..ㅋㅋ 은근히 위문편지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죠.^^

  11.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805 BlogIcon 저녁노을 2009.11.17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초딩때 참 많이 쓴 위문편지...
    잘 보고 갑니더~

  12.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09.11.17 1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군대에서 위문편지 받아본 기억이 나는군요... ㅎㅎ
    시집갔어요... 생각만해도 슬픕니다... ^^

  13.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11.17 1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초등학교때 위문편지 보낸적 있는데...답장도 받았었죠 ^^
    그런데 제가 군대 가서는 그런게 없어졌나 보더라구요^^

  14.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09.11.17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학교 다닐때는 꼬박꼬박 위문편지 썼던 기억납니다....
    요즘 아이들도 보내는지 모르겠네요..아마 안보내겠지요.

  15. Favicon of http://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11.17 1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때도 저랬지요...
    영원한 초등학생은 없다면서 아니면
    이모등 ㅎㅎㅎ
    옛 생각에 한참 웃어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멋지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16. Favicon of https://blue2310.tistory.com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11.17 1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흐 저희도 위문편지 오면 항상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곤 했는데 말이죠..ㅋ

  17. Favicon of https://nizistyle.tistory.com BlogIcon 한량이 2009.11.17 1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가 득실거리는 곳에서 크리스마스군요...

    뭐.솔로부대들은 제대후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초등학생이 7년 뒤면.. 아가씨네요..ㅋㅋ 군대 갔다가 7년 뒤면 30이 되고...

    뭐 얼추 되지 않을까요?ㅋㅋ

  18.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BlogIcon leedam 2009.11.17 2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옛날 군생활 생각이 나는군요 ㅎㅎㅎ

  19. Favicon of http://mauma.tistory.com BlogIcon 마음정리 2009.11.17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생의 편지가 참 재미있네요 ^^

    갑자기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옷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행복한 화요일되세요.
    ^^

  20. Favicon of https://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09.11.18 0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마직막 문장에 웃음이,ㅎㅎ
    그래도 위문 편지잖아요.^^ 받는더는 자체가 즐거웠던,,,,즐겁게 보았습니다.

  21. 오호라 2009.11.18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다시 답장 해준 마음을 칭찬해주고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