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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때는 1980년 12월 20일경의 일이다. 거의 1년만에 첫휴가를 받아서 부모형제가 그리워서 고향집으로 달려갔다. 고향에 찾아가니 어머니가 맨발로 마당까지 뛰어 나오신다. 그게 다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몇일 동안은 꼬박 부모형제들과 못다한 정을 나누며 집안에 있다가, 드디어 서울 나들이가 시작된다. 같이 휴가나온 사람이 서울에 살기에 서울구경도하고 오랫만에 마음껏 술도 마시고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같이 휴가나온 고참을 제천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지라, 오전중에 청량리역으로 나갔다. 시골 촌놈이라 서울은 사실 동경의 대상이였다. 서울가면 호화찬란한 거리도 만날 수 있고, 군바리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아가씨들을 길거리에서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하지만 촌놈이 혼자 다니며 서울에서 특별히 즐길 수 있는것은 없었다.
 
마냥 눈요기를 하기위해 거리를 걸었다. 제천에서 고참과의 약속은 저녁시간이 였음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있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청량리를 기준으로 마장동,그리고 종로로 마냥 길거리를 걸었다.
 
종로3가에 도착하니 피카디리극장이 보이고 맞은편에는 단성사가 보였다.
피카디리 극장에서 혼자서 영화를 한편 감상하고, 청량리역 방향으로 또 걸었다.

그래도 시간이 여유가 있었으니 마냥 길거리를 두리번 거리면서 걸었다. 청량리역 바로 옆에 당시에는 맘모스 백화점이 무진장 크게 느껴졌다. 이제는 청량리 역주변에서 맴돌 생각으로 맘모스 백화점 뒷길로 들어섰다. 

맘모스 백화점 뒷길에는 추운 날씨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오뎅도 있고, 순대도 있고, 식당도 있고, 난전처럼 시장통도 있었다.

이것저것 두리번 거리다가 어느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이곳은 숙박업소 골목같았다.

시장길에서 조금 이탈되어 골목길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길을 막아서는 무법자가 있었다.
 
"오빠야! 어디가노? 놀다가래이"~~ "왜 그러세요.?"~~ "날씨도 추운데 잠시 들어가서 쉬었다 가거래이"
"아니요. 시간없어요."~~ "그러지 말고 들어가자"~~  이 여자 힘이 얼마나 센지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팔을 뿌리쳤지만 꽉낀 팔장에 끌러서 막무가내로 대문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마당에 들어서 보니 사방으로 빼곡하게 방들이 들어찬 여관이였다.  

촌놈이 무작정 골목길로 접어들었다가 굴욕을 당하는 꼴이였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예대를 했지만 이건 이판사판이였다. "이거 뭐하는 짓이야 엉!"~~ "오빠야! 누가 뭐라켓나. 잠시 쉬었다 가라고 했재"~~
 
"화내지 말고 들어가서 쉬었다 가그래이"~~" 됐다. 난 가야한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보니, 대문밖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언성이 높아지고 밀고 당기는 모습을 언듯 볼 수 있었다.

"아뿔사! 이거 오늘 잘못걸렸구나"
은근이 겁이 나기 시작했지만 태연한척하면서 언성을 높여서 소리를 질렸다.

"도대체 대낮에 뭐하는 짓이야!~ 앙!~ 이것들이 어디 군바리를 잡고 지랄들이여"
"오늘 여기 확 엎어버리기 전에 이팔 놔,~~ 앙!" 소리를 쳤지만 처다보고 콧방귀도 안뀌는 눈치다.

"오빠야! 그런다고 내가 겁낼줄 아나. 이 바닥에서 몇년을 굴러 먹었는데.........."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답변을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서울가면 눈뜬사람 코 베어간다는 말을 들었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생각이든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을 상기하면서 묘책을 떠올렸다.

어차피 오늘 재주 없게 걸렸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이 팔 놔라"~~ "그럼 쉬었다 가게?" ~~"나도 화장실좀 가자.우씨이~~ 화장실 어디야?"~~ "저쪽~~"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쪽을 보니까 구석에 화장실이 보인다.

"오빠야 화장실 간다고 하면서 도망가려고 그러는거제?"~~ "우씨이~ 화장실이나 좀 가자"~~ "그럼 모자 이리 내놔라"~~ 그녀는 모자를 휘익 낚아 채 가지고 들고서 팔짱을 끼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빨리 갔다오거래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마당을 지키는 그녀의 동태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마당을 서성거리며 나올때만 기다리고 있었고, 대문 밖에는 아직도 손님을 잡지못한 두명의 아가씨들이 초병들 마냥 지키고 서서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주인인듯한 중년 아줌마 목소리가 들린다. "야~! 희야! 안쪽방에 연탄불 갈았나?"
 
"아니! 아직......"~~ "빨랑 가봐라 잊어버리고 안갈았더니 연탄불 다 꺼졌겠다."


그러자 그녀는 한쪽 구석진 방에 연탄 아궁이를 열어보더니, 연탄을 가지러 가는듯 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방향을 설정한 다음에 살그머니 화장실 문을 열고 대문 방향을 향해서 뛰어 나갔다.
후다닥 뛰어가는 발자욱 소리에 연탄을 갈다말고 그녀가 대문앞에 서있는 두명의 아가씨들에게 소리친다.

"야들아! 오빠야 도망간다. 잡아라"
 
대문앞에서 지키고있던 두명의 아가씨들이 두팔을 벌리고 잡으려고 내밀지만, 튀어나가는 속력에 의해서 확 밀치면서 대문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는 골목길을 전속력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골목길에는 추운 날씨에도 손님을 잡으려는 아가씨들이 여기저기 서성이며, 추위에 발을 구르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혹시라도 골목길에서 잡힐까봐 전속력으로 밀치면서 뛰어나갔다.

"오빠야 어디가노?" ~~"오빠야! 모자 가지고 가거래이" ~~ 뒷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당장은 모자가 중요한게 아니였다. 이내 멀지 않은 골목길을 탈출하고나서 청량리역 방향으로 큰길까지 뛰어 나왔다.

그리고는 맘모스 백화점 앞쪽으로해서 마장동까지 질주를 계속했다
마장동 터미널 근처에는 군인들 사용하는 계급장과 각종 부대 마크들 그리고 군수물자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청량리에서 모자를 담보로 잡히고 탈출했으니, 빡빡머리 군인에게는 당장 모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휴가를 마치고 부대에 복귀해서 고참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 했더니,
모자 빼았기고 탈출했던 골목길이, 전국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사창가인 청량리 588 골목이라고 한다.

당시 어수룩한 촌놈은 "청량리 588이란" 588번 시내버스 종점인줄만 알고 있었다. 그 사건이후 청량리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제대이후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청량리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많이도 변했겠지만.............


 
 
재미있게 보셨나요?^^ 손가락 모양 클릭하면 추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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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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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tirun.tistory.com BlogIcon 티런 2009.11.27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맘모스백화점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네요^^
    재밌게 잘읽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hannahscafe.tistory.com BlogIcon 해나스 2009.11.27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거린 이젠 다 없어졌겠죠.
    그 옆에서 팔리던 그 모자들은 돌고도는거 아닐까 싶네요 ㅋㅋ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11.27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노을이두 웃고 가요.

    오늘도 멋진 하루 되세요.

  5.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09.11.27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저두 웃음이나네요..
    쓸적 넘어갔다면 우째되었을까요..ㅎㅎ

  6. Favicon of http://middleagemanstory.tistory.com BlogIcon 영웅전쟁 2009.11.27 1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88 ....
    맘모스백화점.....
    오랫만에 들어보는 ㅎㅎㅎ
    잘 웃고, 잘보고 갑니다.
    언제나 즐겁고 멋진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7. Favicon of https://nizistyle.tistory.com BlogIcon 한량이 2009.11.27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행이 모자를 파는곳이 있었군요..ㅋㅋ

    도망..ㅋㅋ..

    분명 뭐가 있을꺼 같습니다.ㅋㅋ

  8. 1 2009.11.27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쭉쭉 빵빵한 미녀들 많아요. 여관도 아니고 강제도 아닙니다.

  9. Favicon of http://mayjhkim.tistory.com BlogIcon 바람꽃과 솔나리 2009.11.27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이나 TV에서 본 588거리...
    정말 무서운데요~~
    도망친 털보아찌님~ 맘에 듭니다^^*

  10.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11.27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그~
    좋은 기회를 ㅋ ㅋ ㅋ

  11. Favicon of http://hyenaking.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09.11.27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요.
    "나 지금 들어갔다가 가는 길이다."
    요렇게 말하면 놔주던데요. ^^

  12.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09.11.27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털보아찌 너무 재미나요^^;; 호기심에라도 가볼만한곳일텐데~ 모자까지 빼앗기고~
    순수한 시골 촌아저씨(?)ㅎㅎ

  13. Favicon of https://dreamwish.tistory.com BlogIcon 올뺌씨 2009.11.27 1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로 3주전, 집에가려고 버스 기다리는데 어떤 할머님이 와서 그러더라고요.

    '방있어 총각, 쉬다가~'

    -0- 조심하세요.

  14. Favicon of https://flypo.tistory.com BlogIcon 날아라뽀 2009.11.27 1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무서운 경험이군요.ㅎ

  15. Favicon of http://smallstory.tistory.com BlogIcon 윤서아빠세상보기 2009.11.27 1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자 바꼈다고 고참들한테
    야단맞지는 않으셨어요 ㅎㅎㅎ
    정말 무서우셨겠어요

  16. 비구름위하늘 2009.11.27 1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내 주민 입니다. ^^;
    우선 588이란 588번지를 뜻합니다.
    그리고 청량리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사실 전농동에 있습니다.
    전농동 588이 정확합니다 = (내고장 명물 제이름찾기 운동본부;;)

    예전에는 업소 밖에서의 호객 행위가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법으로 엄밀히 막고 있어서, 청량리 역사 앞에서 일부 고모(?)들을 제외하면 통행하는데 큰 불편이 없습니다.
    요즘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일부 업소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얼마 후면 이 일대의 집창촌은 사라지리라 예상됩니다.

    강원도 등 동부지역과의 화물,인적 교류가 왕성하며, 사람들에 치여 통행이 불가능할정도로 번성하던 청량리 일대가 오랜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이제 재개발을 통해 제 2의 부흥기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니, 근래에 많은 분들이 찾아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17.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09.11.27 2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시 모자를 뺐는 경우가 자주 있었지요.
    저도 모자만 뺏기도 도망간 기억이 납니다. ^^;

  18.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09.11.28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황당한 사연이네요^^;
    잘보고갑니다. 즐거운주말되시길^^

  19.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09.11.29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가씨들이 영업(?)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하는구만요..
    털보님의 난처한 상황이.. 제대로 그려집니다...
    모자선에서 해결되어 다행이에요.. ^^;;

  20. ㅋㅋㅋ 2009.12.03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맘모스백화점ㅎㅎㅎ그 이전의 이름은 대왕코너였지요.
    불도 많이 났고 사연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588 이곳도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21. 이명철 2013.10.12 0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재미나게보고있습니다
    고생정말많이하셨구나랑 순수하시다는생각 두가지가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