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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겨울 물귀신은 얼음속에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1981년 1월 중순의 일이다. 그러니까 털보가 군입대하고 거의 1년이 되었으니 아마도 350일쯤 지나서 일것같다. 한밤중에 초소근무만 나가면 얼마전 자살한 후임의 얼굴이 어른거려 심기가 어지럽다. 잊어야지~ 잊을건 잊어야지~ 그러나 군인은 언제까지나 감성에 젖을 수 없는일이다.

이때쯤 되면 혹한기 야외전술훈련을 나가게 된다.
 

혹한기에 강원도 전방지역 날씨가 영하20도라면 얼마나 추울까는 상상이 갈것이다. 손발이 얼어터질듯하여 아직도 생각하면 손발이 저려온다. 입대후 혹한기 야외전술훈련을 처음인지라 많이 긴장되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 심리적으로 부담되는것은 사수가 제대하고나서 이번에 처음으로 조종간을 잡고 훈련을 나가게 되었기 때문이다.실전을 방불케하는 전술훈련은 새벽같이 비상이 걸린다. 날이 새기전 새벽에 대대병력 전체가 양구태풍사격장으로 이동한다.

전차병들은 자신의 존재를 잘 모르지만 비로소 전술훈련에 참가 함으로서 더욱 그 위상이 빛난다. 

드디어 전쟁놀이가 시작되었다. 미리 따블빽에 필요한 관물을 준비해놓고 자다가, 새벽4시에 비상이  걸린다. 후다닥 일어나서 따블빽을 둘러메고 자기의 전차로 달려나가서 조종수가 시동을 건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햇지 손잡이에 손이 쩍쩍 붙어 버린다. 이내 대대 연병장에 수십대의 전차가 동시에 시동을 걸자 새벽같이 전차 엔진음에 주위가 왕왕왕~! 정신이 없다.

잠시동안에 승무원 승차보고가 끝나고 중대별 출발준비 보고가 끝나자 대대장의 무전이 날라온다. 

"출발준비 되었으면 111호 두꺼비부터 출발한다."
 
"왕왕왕! 삐걱삐꺽~~쫠쫠쫠" 새벽같이 울리는 전차소리와 궤도 굴러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영하 20도를 오르네리는 혹한기에 햇지를 열어 젖히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심정이야 오죽하랴!

머리에는 핼맷을 썻으니 망정이지, 방한 마스크도 없이 얼굴에는 마스크 한장만 딸랑 걸쳤으니 이내 딱딱하게 얼어버리고 볼이 터져나가도록 시려온다.

옆자리에 앉은 부사수인 황이병이 말을 건넨다. 손발이 시려오고 볼이 터질듯한 느낌을 먼저 받은것 같다.
 
"사수님! 히타 틀면 안될까요?" "야! 임마, 큰일날 소리하네" "안돼"

실제 전차에는 히타가 설치되어있다. 하지만 장비의 노후로, 화재에 대비해서 절대로 사용을 못하록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제대할때까지 겨울철에 히타를 한번도 못틀어보았다. 

손발이 얼어터져도 군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했다.
 
새벽같이 출발한 전차부대의 대 이동은 광치령을 넘어서 양구땅에 들어서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날따라 한겨울의 깡추위속에 도로가 결빙되고 며칠전 내린 눈으로 들판이 설원이 평야를 만들었다.

이동중에 벌써 아침 식사시간이 늦었다. 뒤 따라오던 식사추진 트럭에서 식깡을 내려서 배식을 한다. 야외식단이라야 별것없다. 무우 두부 된장국에 대충 밥을 퍼먹지만 손발이 시렵고 손이 곱아서 밥숫가락 들고 입에 넣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부사수인 황이병이 벌벌벌 떨면서도 사수를 챙긴다고 한마디한다.
 
"사수님 식사 맛있게 하십시요."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혹한기 야외전술훈련 제대로 날씨 만났다. 이내 식사가 끝나고  공격과 방어가 시작된다.  드넓은 설원의 평야에서 전쟁놀이를 한다. 전차를 몰고 앞장서서 달려가면 모두 내땅이 되는 것을............ 추위도 아랑곳않고 마냥 전차를 몰고 달리기 시작한다. 쫒고 쫒기던 적들은 드디어 거대한 강을 건너서 후퇴를 시작했다.

"계속해서 공격해라" "적들을 추격해라" "왕왕왕왕! 삐걱삐걱! 촬촬촬촬!"
 
궤도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서 진격했지만 갑자기 난관에 봉착했다. 적들이 사라진 거대한 강을 건너야 하기에 잠시 강가에서 멈춰 서있다. 강이 모두 결빙되고 눈이 덮혀서 얼음이 얼마나 얼었는지 구별이 안되기 때문이다.
 
결빙된 강을 건너더라도 안전에 대비해서 통과수칙이 있다. 일단은 각 전차에 전방사수들이 내려서 일단은 얼음을 두들겨본다. 아직까지 강을 건너는데는 경험이 없기에 두렵기도 했지만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사수님! 얼음이 꽝꽝 얼었지만 건너도 되겠습니까?"

"얼른 타라! 살살 건너가 보자!" 소대장의 지시를 받아서 1호차부터 얼음판을 건너기 시작했다. 얼음판위에 육중한 50톤의
전차가 지나가자 약간의 균열음 신호가 들리는듯 한다.

1호차가 도하를 거의 할때쯤 2호차가 서서히 진입을 하기시작했다. 1호차가 지나갈때는 별 무리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조금씩 얼음판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옆자리에 조수석에 황이병의 표정이 어쩔줄 모르고 안절부절한다.

"사수님 괜찮겠습니까?"
"걱정마! 천천히 건너가면 될거야"

전차는 미끄러지듯이 엔진음을 줄이고 서서히 강을 1/3쯤까지 들어갔다. 멀리서 아련하게 얼음판 균열가는 소리가 들린다. "꿍! 꿍!" 하지만 태연하게 진행을 하지만 사실 마음은 안편하다.

그러나~~!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갑지기 얼음판이 뿌지지직! 하면서 꺼지고 전차가 앞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전차가 얼음판속으로 꺼져들기 시작한다.
 
"조종수! 퇴각하라"
전차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뿌지직! 하더니 쿵! 하면서 코방아를 찧는다.
여기서 코라는것은 전차포를 의미한다. 다행이 코가 길어서 전차가 얼음속에 들어가기전에 포신이 멀이 얼음판을 짚었기에 퐁당 빠지지는 않고 지탱이 되었다. 

하지만 순간 앞을 내다보니 보이는것은 날카로운 얼음판이 코앞에 보인다.
 
전차가 기울어서 이미 2/3는 빠졌고 맨 앞자리한 조종수와 전방사수의 목을 얼음판이 겨냥하고 있었다. 순간 당황해서 승무원들이 혼비백산해서 다급한 목소리들이 핼멧을 통해서 들리기 시작한다.

"조종수 빨리 뒤로 후진해라!
"전차장의 목소리에, 조종수와 나란히 앉은 전방사수인 황이병이 더욱 다급하게 소리를 친다."사수님! 사수님" 부르기만 한다. 자칫하면 얼음판에 목이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조종간을 후진으로 넣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왜~에~엥~엥! 엔진음이 증가되면서 얼음판에 포신의 끝이 끌면서
전차가 조금씩 바로서기 시작했다. 휴우! 모두들 살았으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자칫하면 얼음속으로 가라 앉고 조종수는 목이 잘려서 죽을뻔 했다.

이런걸 가지고 십년감수 했다고 하는가보다. 아니 십년감수가 아니고 백년감수인것 같았다. 순간 여기서 잠시 실수하면 얼음판에 목이 잘려서 목없는 물귀신이 될수있기 때문이였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손가락 모양 클릭하면 추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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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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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09.12.09 0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대에서의 겨울은 왜 그토록 손발이 시리도록 추운지...ㅠㅜ

  2.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12.09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겨울이야기네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09.12.09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찔한 이야기군요^^
    전 군대가는 분들에게는..무조건 쫄따구는 겨울군번이 좋다라고 야그해 줍니다^^
    연병장 눈쓰는거..ㅋㅋ..아무생각없는 쫄따구때..할수 있는일이지..짬이 차면..거의 불가능하잖아요..ㅎㅎ

  4. 새끼늑대 2009.12.09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 군생활 참 힘들게 하셨습니다.

    그에 비하면 전 노가다 보이스카웃 정도밖에 안 되는군요.

  5.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2009.12.09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 지난이야기는 하지만..
    얼마나 간이 쪼그라 들었을까요?ㅎㅎㅎ
    백년이 아니고 천년감수 하셨을듯...ㅎ
    잘보고갑니다...
    즐건하루 되시구요....

  6. Favicon of https://dragon-lord.tistory.com BlogIcon Dragon-Lord 2009.12.09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위험했었군요...ㄷㄷ;;;

    전차부대 나오신 분들 보면 그래도 멋있어 보여요 ㅎㅎ

  7. Favicon of https://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09.12.09 1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정말 살떨리셨겠는데요..ㄷㄷㄷ
    양구라는 반가운(?) 지명이...

    혹한기훈련하면
    전 100원짜리라서 전투화 끌어안고 자던 생각이 나네요^^

  8.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09.12.09 1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유~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위험하네요..
    저렇게 고생을 하시는군요..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시간이되세요..^^

  9. Favicon of http://mayjhkim.tistory.com BlogIcon 바람꽃과 솔나리 2009.12.09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스릴 만점 군대이야기입니다~ㅎㅎ
    이런 일도 있군요...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사건이겠는데요~

  10. Favicon of https://blue2310.tistory.com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12.09 16: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정말 100년감수 하셨겠어요.. 혹한기는 정말 변수도 많고 힘들었죠..ㅋ
    지금 하라면 절대 하지 못할 혹한기...ㄷㄷㄷ

  11. Favicon of https://nizistyle.tistory.com BlogIcon 한량이 2009.12.09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겨울의 혹한기...

    집에서 보일러가 조금만 내려가도 추운데.. 그때는 어떻게 버텼나 싶습니다.

  12.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09.12.09 2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차는 정말 따뜻해보였는데...
    히터를 쓸수가 없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