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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겨울에 맺은 인연, 새봄에 떠나가고..........

때는 바야흐로 1981년 1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혹독한 추위에 야외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복귀하니 그래도 살것같았다. 집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찬바람 막아주고 따듯한 내무반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고마운일인지 모른다. 이제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고 부대생활에 충실하게 해야한다.

소대생활은 주로 선임병 통제하에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각 전차의 승무원 5명이 호흡이 잘 맞아야 원할하다. 특히 조종수는 전방사수와 늘 함께 해야하는 조건이다. 332호 조종수인 전병장이 년말에 전역하고나서 일병으로 전차조종수 임무를 인수받은 나는 전차에대한 모든 책임이 무겁기만했다.

그러나 조종수와 완벽하게 밀착해서 지내는 전방사수인 황이병이 전입 오자마자 혹한기 동계훈련을 무사히마치고 돌아왔다. 훈련이 끝나고 중대막사에 돌아와 관물정리를 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옆자리에 황이병의 관물사이에서 여자 사진이 한장 침상바닥에 떨어졌다.

"어! 황이병, 너 애인이냐?" "저~어~ 거시기 입니다." 

황이병은 얼버리면서 사진을 집어 넣고 묵묵히 관물정돈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참만에 거의 정리를 끝내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점심식사를 먹고나서 내무반에서 황이병과 단 둘이 마주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오전에 황이병이 가지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 궁금해서 말을 꺼냈다.
 

"황이병! 너 애인 있냐?" "아니요. 애인 없습니다." 그럼 여동생은 있냐?" "여동생도 없습니다."

이렇게 물어 보면서 내가 신병때 이런 질문을하던 김병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질문을 받다가 결국은 여자친구 정아를 김병장에게 소개해주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나 역시 후임이 들어오자 똑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것이 우스운 일이였다.

황이병은 전남 곡성이 고향으로 심하게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툭탁하면 "저어~ 거시기" 소리를 하지만 이녀석 그래도 눈치는 빨라서 사수를 하늘같이 떠받들고 있었다. "사수님 뭐 필요한것 있으십니까?" "아니다! 애인도 없고 여동생도 없다면서 니가 가지고 있는 여자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저 ~ 거시기, 막내 이모입니다." 그말에 더욱 호감이가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모는 몇살이냐?" "24살 입니다. 저보다 한살 더 많은데, 친구처럼 아주 잘 대해줍니다. 마음씨도 곱고 성격도 좋고........." 황이병의 이말에 귀가 더욱 솔깃해졌다. "이모는 어디서 뭐하냐?" "서울에서 여성복 가게하고 있습니다." "그럼 애인 있겠네?" "아직 거시기는 없는듯 합니다."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자 눈치빠른 황이병 녀석이 눈치를 챘는지, 먼저 술수를 쓴다.

"사수님! 제 이모 소개해 드릴까요.?

이말을 들으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햐! 드디어 나에게도 활력소를 줄 여자가 생긴다니........솔직히 군생활 하면서 여자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례는데, 어떤 여자인지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그저 이성이라면 만사 오케이 할 군바리 신세였으니까...........

"그래주면 나야 좋지, 야~야! 황이병! 이모 사진한번 보자"

황이병이 관물대에서 꺼내서 보여주는 이모라는 여성의 반명함판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약한 군바리 가슴이 녹아 내릴것 같았다. 긴 생머리 스타일에 뚜렸한 이목구비, 쌍꺼풀 눈에 눈이 커다랗게 보이고, 뭐 군바리 주제에 어디 하나 나무랄때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황이병! 그래 좋아좋아! 그럼 어떻게 소개해 줄건데?"
 
황이병은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서 주소를 적기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서소문동..........  이름 박남숙. 이렇게 적어서 건내준다. "사수님! 제가 오늘 이모한테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정말 좋은 우리 사수님 소개해준다고.........."

"그리고 사수님은 3일뒤에 이모한테 편지를 보내시면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작전을 짜고 황이병은 저녁시간에 한쪽 구석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뭐라고 쓰든지 그건 관심이 없고 황이병의 이모가 나에게 넘어 올수만 있으면 된다는생각으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추운 겨울날에도 갑자기 활력소가 생겨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이런 작전속에 황이병의 편지가 서울로 출발하고, 3일뒤에 나는 황이병의 이모인 박남숙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고나서 답장오기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가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이렇게 8일쯤 지났을까 드디어 서울에서 분홍빛 꽃편지가 날아왔다.

황이병의 이모는 뭐라고 답장을 보내왔을까?

"조카의 편지를 통해서 대략 이야기 들었어요. 우리 조카 정말 착실하죠?

같이 근무하는 동안에 부족한점이 있더라도 많이 배려해주시고 잘 부탁드립니다."

뭐 이런 이야기 였다.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받았다는것이 의미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편지를 읽고 있는데 황이병이 다가온다. "저어~ 거시기한테 편지 받았습니다까?"

그럼 한번 봐라 편지를 황이병에게 건내 주었다. 황이병은 편지를 읽고 나서 다시 건네주면서 "사수님 이제는 알아서 잘해보세요." 하면서 물러간다. 이렇게 편지를 받고 마음설례니 그렇게 추운 혹한기에도 추운줄 모르고 룰루랄라 즐겁게 하루하루 국방부 시계는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려면 보통 7~10일정도 걸렸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남숙씨는 조카에게 잘 해줄꺼냐고 계속 물어본다. 이때마다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모든것을 다 잘해주겠다고 맹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몆번의 편지를 주고받다보니 혹독한 그해 겨울은 어느사이 흘러가고 부대앞으로 흐르는 계곡에 얼어붙은 얼음이 해빙하기 시작하고 들판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늘 야외생활을 하는 군인이 제일 먼저 느낄지 모른다.

드디어 겨울이 다 가고 이제는 봄이 오는구나!
이런 감상에 젖어있던 3월중순 어느날 한통의 편지가 있었으니...........
그녀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모든 희망이 절벽으로 바뀌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이뻐해주시고 마음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편지를 써야하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리가 믿으며, 남은기간 군생활 무사히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 조카 부족한점이 있더라도 무사히 군생활 마칠수 있도록 잘 부탁합니다."................중략

이런 내용과 함께 그녀가 다시금 편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부모님 성화로 맞선을 봤는데, 아마도 결혼을 해야할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녀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던날,
그날따라 천곡사 계곡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한겨울 그 어느날보다 더 매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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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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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09.12.22 0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시에는 마치 당장이라도 사귈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 ㅎㅎ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쓴 웃음만 나오네요 >.<
    어찌 군인과! 흑흑 ㅜㅜ

  2. Favicon of http://blog.daum.net/hls3790 BlogIcon 옥이 2009.12.22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여인분....조카 잘부탁해달라고 편지쓴 것 같아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3. Favicon of https://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09.12.22 07: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 절망감이라니...ㅠㅠㅠㅠㅠ

  4.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09.12.22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구...저런....
    혹시 조카의 군생활을 돕기 위해
    희생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는...

  5.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09.12.22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털보님께서 완전히 낚이셨습니다.
    ㅎ ㅎ ㅎ

  6. Favicon of https://blue-paper.tistory.com BlogIcon blue paper 2009.12.22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깝네요 ;;;;
    그런데 군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ㅋㅋㅋㅋ

  7. Favicon of http://greendiary.tistory.com/ BlogIcon 수우 2009.12.22 1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방금 완젼 낚였습니다;;; ㅋㅋㅋㅋ 에코공; 제 동생도 누나 사진좀 보내줘 요러고 있는데 군생활을 도와줘야겠죠 ?ㅎㅎ

  8.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09.12.22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여동생 잘 둔 덕분에..
    자대배치받고 조금이나마 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

  9.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09.12.22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마 그 겨울은 따뜻했을것 같으네요..^^
    아찌님 좋은 하루가되세요..^^

  10. Favicon of https://neowind.tistory.com BlogIcon 김천령 2009.12.22 1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쉽다고 하면 조금 그렇겠지요.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11. Favicon of http://smallstory.tistory.com BlogIcon 윤서아빠세상보기 2009.12.22 1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고 그 남숙씨 어쩐데요
    그래도 좋은 추억이셨네요

  12.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09.12.22 2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사연이군요
    인연이란 따로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