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해안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배를 타고 다닐 일이 가끔 있겠지만, 사실 육지에서만 살다보니 뱃길 여행을 떠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얼마 전 새해연휴에 제주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거대한 훼리호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몇년전 홍도여행시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봤지만, 350명 정도 정원에 여객선 내부에는 모두 좌석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훼리호는 배가 무진장 크기도 하지만 내부가 어떤지 처음이라서 상상이 안 가더군요.

한반도 중부지방에서 완도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약5시간 동안 벌써 온몸이 지쳐 있는데, 완도에서 뱃길로 3시간은 가야한다니 처음부터 긴장하고 일행들 모두 키미테를 붙이고, 멀미약을 마시면서 수선을 떨었습니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황금연휴라서 그런지 뱃길을 이용해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여객선 터미널에 가득 들어차서 북적대고 있습니다. 제주도 출발하는 배는 아직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벌써 개찰구 앞쪽부터 꽉 들어찼습니다. 

개찰구 앞쪽부터 큰 가방부터 보따리까지 바닥에 내려놓고 길게 줄지어 있더군요. 자가용을 구입한 이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예전에 완행열차 타려고 개찰구 앞에서 먼저 나가려고 줄지어 있는 분위기 갔습니다. 완행열차는 먼저 개찰구를 통과해서 빨리 뛰어 가야만 좌석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였지요.



완도에서 제주까지 직항하는 배는 오전, 오후에 각각 한번씩 하루 두번 운행하더군요. 그래도 자동차까지 실을 수 있다하니 제법 배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지 사람들은 배를 안타봐서 배가 작으면 멀미나서 3시간씩 어떻게 배를 탈까 걱정이 되었기에 미리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완도에서 제주를 가기위해 10시 40분에 출발하는 한일 카훼리 2호 승선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출발 30분전에 개찰을 했습니다. 개찰구를 빠져 나가자 마자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서둘러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육지 촌사람들은 배를 안타 봤으니, 느긋하게 걸어 가면서 생각하기에, "시간도 멀었는데 설마 배가 떠나지는 않겠지"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배에 승선하고보니 바닥이 카페트 깔린 마룻방 구조로 되어있고 중간중간 칸막이가 되어있더군요. 벌써 동작 빠른 사람들은 뛰어 들어가자 마자 바닥에 휴대품들을 순식간에 쫘악 깔더군요. 마치 70년대 시골에서 버스타면 자리 잡으려고 주머니에 있는 물건 하나씩 의자마다 던져 놓던 생각이 연상되더군요.

이렇게 순식간에 자기들의 영역을 확보하지만, 처음으로 배를 탄 촌사람들은 우왕좌왕 하다가 일행이 같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끼여 앉아서 가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깨우치게 된것은, 아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했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자리잡는것은 선착순 이니까요.


2등객실은 그야말로 왁자지껄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 하면서 정신이 없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도 나누고, 먹거리를 바닥에 깔아놓고 먹기도 하고, 간단하게 준비한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서 대화가 무르익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질서 하지만 보이지 않는 좁은 서로간의 영역에서는 나름대로 질서정연 합니다.

배가 출발하고 나면 관리자가 실내를 돌아 다니면서 객실에서는 음식을 드시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수백명이 북적대는 객실에서 쉽게 지켜지기란 쉽지 않지요. 한쪽에 말려놓고 돌아서면 또 한쪽에서 자리를 깔고 하다보니 더 이상 말릴 방법이 없으니, 바닥에 흘리지나 말라고 부탁하더군요.



한국사람들 성질 급한건 모두 인정하지만, 먹는것도 잠시일 뿐이지 30분~ 1시간이면 승선시 가지고 들어온 음식물 모두 먹어치우고 더 이상 먹을 것도 없습니다. 먹거리 다 끝나면 무얼할까요?

하절기 같으면 선상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쏘이지, 겨울날씨에 나가보면 콧끝이 시려워 10분도 못있고 들어옵니다. 아직도 제주에 도착하려면 2시간이나 남았는데 특별히 할일은 없고 하나하나 들어 눕기 시작합니다.

벽쪽에 앉은 사람은 다리만 펴고 졸고 있고, 바닥에 공간을 확보한 사람은 길게 큰 대자로 누워서 잠을 잡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곳이고 편하게 누워서 잠들수 있다는것이 가식없는 서민들의 모습인지 모릅니다. 

다음에 또 다시 카훼리호를 이용하려면 심심하지 않도록 간식거리라도 충분히 가지고 가야겠더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것은, 편하고 좋은 영역을 넉넉하게 확보하려면 남들보다 동작이 빨라야 한다는 겁니다. 언제 다시 뱃길 여행을 또 떠날지는 모르지만.................





반응형

Posted by 털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