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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580일.
박일병 애인의 마지막 편지를 보면서.....

때는 바야흐로 1981년 3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계절이 바뀌고 들판에 아지랑이 아롱대는 본격적인 봄날이 깊어만 간다.

소대 후임인 박일병은 특별휴가를 받아서 결혼식을 치루고 한 달 가까이 되었으니, 그런대로 마음이 안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뜻밖에  박일병에게 두툼한 한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당연히 결혼식도 치루고 했으니 부인이 할 말이 태산같이 많아서, 편지가 두터워 졌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편지를 개봉해서 한참을 읽어보고 또 보더니 한쪽으로 밀어놓고 한참을 멍하니 한숨만 쉬고 있었다.

"박일병!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한참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일병은  눈짓으로 옆에 있는 편지를 가리키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무슨 편지인데 그러는 거야?" 하면서 그의 옆에 있는 편지를 펼쳐보았다. 그러나 편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편지가 온통 구겨지고 얼룩져 있었으니, 분명 이 편지는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편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소대 후임인 박일병은 입대하기 전에 진심으로 사랑을 속삭이던 애인이 있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또 한명의 아가씨를 알게 되어서 여친으로 사귀면서 그의 이중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입영전야에 여자친구와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임신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몇 개월 만에 수소문 끝에 여친은 박일병 집안에 알리고 결국은 어른들의 성화로 복무중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진짜 애인이었던 미숙이라는 아가씨가 문제였다.
 
그는 박일병이 자대배치후 한 달을 넘기지 않고 자주 면회를 와서 외출과 외박이 잦았다. 하지만 전우들이 생각하기에 그 여자가 그여자인줄만 알고 있었다.

박일병이 결혼식을 마치고 복귀후 열흘이 되기 전에 그의 부인이 면회를 왔다. 그날도 중대에서 몇 명이 외출을 나갔다가 인제읍내에서 그들과 거리에서 마주쳤기에 박일병이 면회온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지나는 동안 이번에는 그가 사귀던 진짜애인이 면회를 온 것이다.
 
박일병은 결혼식을 했지만 차마 애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이중생활을 했던 것이다. 일요일 오후쯤 이날도 중대에서 몇 명이 외출을 나가서 인제읍내에서 박일병을 만났다.

박일병과 같이 걷고 있는 아가씨는 늘씬한 키에 긴 생머리의 미인형이였다. 그런데 얼마 전, 결혼한 부인은 임신으로 배가 불룩하고 키가 작았는데, 그녀가 아니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말도 못하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분명히 박일병의 부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시내에서 마주치자 박일병은 선임들에게 같이 소주한잔 하자고 먼저 청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선임들은 못이기는 척하고 식당에서 합석을 하게 되었다.

중대선임 2명과 털보 그리고 후임 2명, 그리고 박일병과 박일병의 진짜애인인 미숙씨가 한자리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박일병이 이미 결혼했다는 것은 중대원들이 다 아는 처지지만, 어중간하게 제대로 내용을 잘 모르는 이병장이 말실수를 했다. 

"미숙씨라 하셨죠? 결혼 축하드립니다." "지난주에도 오셨더니 면회를 자주 오시는군요."

아차! 싶어서 선임을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러나 그는 취기가 올라서 눈치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갑자기 미숙씨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면서 무언가 직감한 듯 당황해 하는것이였다.

갑자기 분위가가 반전되자 박병장이 "자~자~! 이제 남은 잔 한잔씩 마시고 일어나자구"


이렇게 해서 마지막잔을 마시고 그들과 헤어지고 외출자 5명이 우르르 빠져나가서 자리를 이동했다.

"이병장님! 말실수 하셨습니다. 미숙이라는 아가씨는 얼마 전에 결혼한 박일병 부인이 아닙니다."

이병장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지 "뭐야! 그 여자가 이 여자 아니야?"

그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 실수한 것을 후회 했지만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은 미숙씨의 가슴에 정통으로 꼽아 버렸던 것이었다. 이런 과정으로 인하여 미숙씨는 박일병을 다그치기 시작했고 결국은 행복하기 만했던 그녀는 청천 벽력같은 고백을 들어야했다.

하늘이 무너질것만같은 아픔을 간직하고 그녀가 마지막 면회를 마치고 돌아간뒤, 아마도 열흘 가까이 지났을 때, 그녀도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리고 현실을 받아 들이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마지막 편지는 박일병에게 배달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 행복했던 시간들을 잊기 위해 한동안 고통을 겪고 있었다.

"당신을 닮은 아들을 가지고 싶었고, 미숙이를 꼭 닮은 딸을 가지고 싶었지만, 미숙이는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우 처럼 산화되어 당신을 떠나려 합니다." 부디 행복 하소서"

이런 내용과 함께 몇 장으로 겹쳐진 편지에는 지난날 추억을 잊으려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으며 편지지 중간 중간에 그녀의 눈물방울이 떨어져 얼룩지고 쭈그러진 편지를 읽어 보면서 도저히 눈물 없이 는 읽을 수가 없었다.

연애 한번 못해 본 나는 갑자기 미숙씨에 대한 동정심이 발발했고 편지를 읽어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도저히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서 슬그머니 편지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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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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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10.01.21 0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통, 남자가 이별을 당하는 곳이 군대이거늘..
    반대로 되었네요 ㅜㅜ
    너무 안타깝네요 ㅜㅜ

  2. Favicon of http://star-in-sky.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10.01.21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야~~ 부인과 애인. 이거 참 복잡해지더니, 눈물로 끝나네요. ^^;

  3.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10.01.21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하루도 행복 가득한 하루되세요 ^^
    좋은 글 보고 가옵니다.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1.21 0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넘 안타까워요.

    잘 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amesprit.tistory.com BlogIcon SAGESSE 2010.01.21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순정이 듬뿍 담긴 맘 아픈 편지네요~ 지난 일이긴 해도안타깝습니다...
    털보아찌님께서도 오늘 하루도 힘내시고요!

  6. 2010.01.21 0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10.01.21 0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안타깝네요 ㅜ.ㅜ..
    군대이야기는 재미있는일도 많지만 슬펐던 일도 많은것 같아요
    털보아찌님 오늘도 즐건 하루 보내세요 ^^

  8.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0.01.21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잘보고가구요.
    좋은 하루되세요^^

  9.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01.21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찌 그런 일이~
    오래전 이야기를 잘 구성하셨어요~

  10. ㅂㅈㄷㄱ 2010.01.21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처구니가 없군요....책임감 없고,,비겁한 남자의 모습이네요..
    양다리 걸친 것도 모자라
    결혼하도고 그런 짓을 하다니..
    여자에게 그런건 '순정'이 아니라 '치욕'이랍니다..
    편지로 좋게 끝난 걸 보면..여자가 정말 착했나봅니다..

  11.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10.01.21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전 아직 경험을 못해본 부분같네요..ㅠㅠ
    전 사귀던 여친을 군대가기전에 차일까봐..걍 먼저 정리하고 아무생각없이 들어갔던 기억만 나네요^^

  12.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1.21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휴... 그래도 잘된거 같아요..그래서 결국 한명은 정리된거잖아요..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지금은 지켜야할 가정이 있었던거잖아요..
    털보아찌님 너무 여려요~^^;;

  13. Favicon of http://yim3204.tistory.com BlogIcon 분홍별장미 2010.01.21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일도 있군요.. 박일병님 너무하네요..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그리고 미숙씨에게도
    너무 못된짓을 하셨어요.....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겠죠??

  14. Favicon of http://naeng-e.tistory.com BlogIcon 냉이' 2010.01.21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찌님~추운날씨 감기조심하세요*^^*

  15. 어이없음 2010.01.21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가 나쁜놈인걸 비극의 주인공처럼 써놓으시다니요.

  16. Favicon of https://blue-paper.tistory.com BlogIcon blue paper 2010.01.21 1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한명도 제대로 만나본적이 없어서 ㅜㅜ

  17.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0.01.22 1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게 지금은 추억이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