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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565일.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 온 황당한 편지....

때는 바야흐로 1981년 4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봄은 나물캐는 아가씨의 마음만 설레이는것은 아닌가 보다. 장막처럼 둘려처진 군부대 울타리 안쪽에도 어느덧 봄의 향기가 전해지는 4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그마나 털보는 신병생활 6개월 동안 후임도 없이 마냥 막내 노릇을 하더니, 상병생활 하면서 이제는 선임들이 몇명 없어서 그런데로 중간은 유지하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도 일요일에는 어느정도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가끔은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아지랑이 아롱아롱 따듯한 봄날이 되니, 군바리의 마음도 싱송생송한게 봄처녀 생각이 절로난다. 

같은 전차를 타고 생사를 함께 해야하는 전방사수 황일병은 여전히 사수인 털보 옆에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황일병! 이렇게 따스한 봄날에 사수의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무슨 방법이 없겠냐?"
"김상병님! 뭐 필요한게 있습니까?"

"야 임마! 알면서 뭘 그러냐?

이그! 조수라고 있는게 이모 소개해준다고 해놓고 시집이나 간다고 편지나 끊어 버리고..............."

"박일병은 애인이 남아 돌아서 정리하느라고 골치 아파서 그러는데, 난 뭐냐?"

"하늘에서 버림받은 천사라도 한명 "뚝" 떨어지지나 않나 봐라"


"넵! 사수님! 기다려 보십시요. 천사가 떨어지면 언른 모시고 오겠습니다." "농담 아니라니까~ 지금 사수의 마음이 상사병 직전이라니까"

이렇게 진담반 농담반 황일병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수님의 마음을 편하게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황일병은 넉살좋게 이렇게 대답을 한다. "며칠만 기다려 보십시요. 제가 이쁜 아가씨 한명 다리를 놔 드리지요."

"정말이냐?" "글쎄 제 능력을 믿어 보시라니까요." 그저 여자 얘기만 나오면 좋은걸 어찌할것인가 이렇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화기애한 대화가 이어지는 휴일의 오후에 풍경이였다.

이렇게 봄날은 하루하루 지나가고 일주일쯤 지났을때 어느날이였다.
대대 인사과에 다녀온 주번하사가 한뭉치의 편지를 들고와서 한명씩 호명하면서 편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나에게 온 한통의 편지가 있었으니................. 편지를 나눠 주면서 주번하사가 말한다. "김털보! 인제읍 합강1리에 박경아는 누구야?"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박경아가 누구일까?

나도 모르는 여자 이름인데.......생각하면서 편지를 받아든 나는 황당스러워서 말이 안나왔다. 편지봉투를 보니까 보낸 사람은 ****부대 김털보, 받는 사람은 인제읍 합강1리 3반 박경아였다.(내가 언제 편지를 보내?)

그런데 편지봉투에는 빨간색 잉크로 커다랗게 찍은 도장에는 수취인 불명이라고 되어있었다. 내가 편지를 보낸적이 없는데 그럼 누가 이런 편지를 보냈기에 반송되었을까? 궁금해서 편지를 뜯어서 내용을 보았다.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니, "경아씨의 이름을 듣는 순간 너무나 아름다울거라는 생각에 편지를 썼습니다. 저는 소개하지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젊음을 바치고 이곳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군인입니다."

뭐 이렇게 시작해서 줄줄이 사연이 적혀있었는데, 이런 방법은 여자 꼬시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던 그런 문장이였다.

한참동안 골돌하게 생각에 잠기면서 편지를 다 읽을 무렵, 황일병이 내무반으로 들어오더니 편지를 읽고 있는데 참견한다.

"사수님! 무슨 편지인데 그러십니까?"

황당하다는듯이 편지를 황일병에게 밀어줬다.
편지를 받아들고 황일병이 겸연쩍어 하면서 하는말이 "사수님! 죄송합니다." "무슨말?" 사실 이편지 제가 쓴 편지입니다.

사수님 아가씨 한명 연결시켜 드리려고 했는데...........뭐 되는일이 없네요." "뭐야! 그럼 나 대신해서 편지를 썼단말이냐?" "넵! 사실은............." "그렇다면 인제읍 합강1리에 박경아는 누구냐?"

"저~~ 거시기 입니다." "뭐야! 거시기가 뭐야?" "실은 모르는 아가씨인데............" "사실은 제가 사수님 한테 지난번 이모 때문에 면목도 없고 해서, 가까이 있는 아가씨라도 어떻게 연결되면 군대생활이 더욱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편지를 보낸건데..............." 

"그럼 어디서 주소와 이름을 확보했단 말이야?" "저~~ 거시기~~ 그게 말입니다...........

점심시간에 라디오에 나오는 "정오의 희망곡" 신청자 주소와 이름이 나오는걸 관심있게 기억했다가 편지를 보낸것인데.....아마 가명이였나봅니다.

"이그~ 이그~ 황일병 하는 짓이라고는.............뭐 제대로 좀해라 " 하면서 황일병의 머리를 한방 쥐어 박으면서 웃고 말았다. "사수님! 죄송합니다. 다음에 하늘에서 천사가 떨어지면 틀림없이 사수님께 모시고 오겠습니다."

"됐다 마! 먼저 껄떡 거리지나 말아라. 자슥아!" 이렇게 황일병 때문에 황당한 편지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고, 이날도 여전히 국방부 시계는 쉬지 않고 착각착각 잘도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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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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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aisan2 BlogIcon 표고아빠 2010.01.27 0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정말 깜찍한 후임인데요
    마음이 정말 가상하네요 ㅋㅋ
    잘 됐으면 군생활 폈을텐데 말입니당 ㅎㅎ

  2. Favicon of https://fmpenter.com BlogIcon 바람나그네 2010.01.27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시절 이야기 재밌게 읽고 갑니다.
    털보아찌님 행복 가득한 하루되세요 ^^

  3. Favicon of https://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10.01.27 0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그래도 제법 기특하고 귀여운 후임이네요^^

  4.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10.01.27 0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재미있는 사연이네요 ^^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네요 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

  5. Favicon of http://amesprit.tistory.com BlogIcon SAGESSE 2010.01.27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거슨 저~~~거시기한 사건이었네요~
    털보아찌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

  6. Favicon of http://designkoon.com/story BlogIcon 디자인쿤 2010.01.27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황일병 정말 똑부러지는 후임병인거 같습니다.
    퐉~ 터져나왔습니다^^ 아침부터 웃겨죽는줄알았어요^^
    어찌 그런 감사한 생각을 했을까요^^ㅎㅎ

  7. Favicon of https://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2010.01.27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
    정말 멋진 후임병을 두셨군요..
    그 노력과 정성이 대단합니다. ㅎㅎㅎ

  8. Favicon of http://mayjhkim.tistory.com BlogIcon 바람꽃과 솔나리 2010.01.27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거시기~~
    마음만은 따뜻한 황일병이 귀여운데요^^*

  9. 둔필승총 2010.01.27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래도 따뜻한 후임병~~ 칭찬해야지요.^^

  10. Favicon of http://blue-paper.tistory.com BlogIcon blue paper 2010.01.27 14: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임
    너무 귀엽네요 ㅋㅋㅋㅋ

  11.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1.27 17: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라디오에서 나오는 주소와 이름은 틀리군요^^
    너무 재밋었어요^^;;
    그다음부터는 후임병에게 잘해주셨죠?ㅎㅎ

  12. Favicon of http://ken1121.tistory.com/ BlogIcon 차세대육체적 2010.01.27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잘 읽고 갑니다. 한번 털보님의 군대이야기를 주욱~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비록 회사에서이지만..ㅋㅋ
    좋은 하루 되세요!!

  13. Favicon of https://falconsketch.tistory.com BlogIcon 팰콘스케치 2010.01.27 1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에 대필 참 많이도 시켰던 것 같아요!
    전 문학적인 감성이 떨어져서인지 잘 안시키더라고요^^

  14.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0.01.27 2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임의 정성이 갸륵합니다..^^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15. Favicon of http://casablanca90.tistory.com BlogIcon casablanca 2010.01.27 2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임병이 성의가 참 대단하네요.
    한참 웃으면서 보았습니다.

  16. Favicon of http://o-canada.tistory.com/ BlogIcon 용팔 2010.01.28 0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털보아찌님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군대생활을 한것 같은데 저보다 조금 선임이신것 같군요 (몇개월)
    그래서 인지 더욱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죠?
    자주 좋은소식 주고받죠.... ^^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