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565일.
타관객지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다니..........

때는 바야흐로 1981년 4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봄은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삭막하게 둘러 처진 군부대 철조망 안쪽에도 따사로운 봄소식은 전해오고 있었다.

부대에서는 사방으로 어디를 돌아 보아도 산으로 둘려 막혔지만, 산속에서 피어나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피는 풍경은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모처럼 야외훈련이 예정되어있지 않아서 자유롭게 일요일이면 외출도 가능한 평화로운 시기였다. 이날 중대원 10여명이 인제읍내로 외출을 나갔다.

외출을 나가더라도 주로 소속된 소대원들이나 가까운 선임과 후임들이 그룹으로 몇 명씩 움직이게 된다. 이날도 소대선임 그리고 후임과 5명이 그룹을 지여서 시내를 배회했지만, 특별히 즐길 거리라고는 없다.

당시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걸치고 다방에 가서 아가씨들과 노닥거리거나, 당구장, 탁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외출 나가서 점심은 이른 시간이라 당구장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들어갔다.

당구장 한쪽 구석에 자리 잡으려고 하는데, 반대쪽에서 많이 들어보던 굵고도 큰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린데 누굴까? 생각을 하다가 문득 쳐다보았는데, 분명히 아는 사람이었다.

어쩌다가 그쪽에서도 쳐다보니, 서로 눈이 마주치면서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 달려갔다.

"어~! 너 영수 아니냐? "그럼 넌 털보 맞지?"
"영수 너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이렇게 서로가 확인을 하면서 부둥켜안았다.

"직장 때문에 여기 살지" "야! 털보 넌 많이 컸다. 옛날에는 키가 조그마하더니............" 

이렇게 가볍게 농담을 건네면서 타관객지에서 8년 만에 중학교 동기를 만났다.

그 친구는 머리가 좋아서 천재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학비가 없어서 진학도 못하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나서, 당시 550:1 최고의 경쟁률을 당당하게 뚫고서 법원서기가 되어서 등기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 친구와는 중학교 다니면서 추억이 정말 많았었다. 털보는 당시 버스도 안다니는 시골에서 통학을 하기가 힘들어서 학교까지 10리길 밖에 안 되는 외가에서 통학을 하게 되었고, 이 친구는 산 넘어, 넘어, 마을에 살았다.

우리는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하교 후 책가방을 어깨에 걸고 산을 넘고 넘어서 친구내 집에 가면서, 산위에서 뻐꾸기 소리도 내고, 고양이 소리도 내면서 집으로 가던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멀리 타관객지에서 8년 만에 만났더니, 나 자신은 빡빡머리에 군바리가 되고, 이 친구는 공무원 발령을 받아서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워서, 당구고 뭐고 동료들에게서 이탈 되어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다방에서 커피를 한잔 나누면서 지난 어린 시절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넌 기억하냐? 하교하다가 영문내 땅콩 한 아름 뽑아서 까먹던 일"
"그럼 나고말고! 그날 너희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서 온 날이 잖아"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남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고나서, 그 친구는 집으로 가자고 한다.
 
"너 어디 사냐?"
"등기소 가까운 곳에 하숙집에서 살고 있어"

이렇게 그 친구의 하숙집으로 들어가서 나란히 누워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오랜만에 마신 소주 탓에 누구라 할 것 없이 나란히 낮잠을 잤다.

문득 눈을 떠보니 문밖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고, 누군가 문 앞에서 노크를 한다.
 
"총각! 저녁식사 해야지" "예, 알았어요. 건너갈게요.
 친구랑 같이 있으니까 밥 한 그릇 더 차려주세요"

그리고는 주인집 안방으로 들어가니, 어색하기만 했지만 주인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셨다.

오랜만에 차려주는 사제 음식들, 밥상에 오른 구수한 냉이된장국 냄새만 맞아도 침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심도 넉넉하게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공기에 수북하게 담아주셨다.

"총각 고향 친구야?" "네. 학교 다닐 때 만날 둘이서 붙어살았지요."
"그래. 얼마나 반가울까. 이 멀리 타향에서 친구를 만나다니.........

객지에서는 고향까마귀만 만나도 반갑다는데.........."


"그럼 제가 까마귀 인가요?" 친구가 그런 말을 해서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인심좋던 하숙집 아줌마의 말소리가 아직도 쟁쟁하게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군대생활 하면서 힘들 텐데, 자주 와요." "네.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친구의 하숙집에서 그날 융숭하게 사제 밥을 대접받고 부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시간나면 또 외출 나와서 같이 놀자"
"그래 고맙다. 친구야! 다음에 외출 나오면 들릴께"

이렇게 타관객지에서 만난 친구와 우정을 다질 수 있었다는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랐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부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기회만 있으면 외출 나가서 친구 만날 생각을 했지만, 유격훈련에 대민지원에 여려가지 일정이 빠듯해서 외출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2달쯤 지나서 어느 일요일 친구의 하숙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문을 노크했다.
"영수야! 나야." 그렇게 부르면 친구가 문을 빠끔히 열면서 "어서 들어와" 이렇게 맞이해 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나의 상상을 깨고, 그 친구의 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고 긴 생머리에 아가씨였다. 갑자기 상상이 순간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누굴까? 친구의 애인? 하숙집 딸? )

"저어! 원영기씨 없나요?"
"아~ 전에 여기 사시는 분 찾으시는 거예요? 전 한 달 전에 이방에 들어 왔는데요."

당시는 편지 아니면 연락 방법이 없었으니, 친구는 한 달 전에 다른 곳으로 발령 받아서 갔다고 한다.

이렇게 타관객지에서 친구를 만나서 즐겁던 시간은 일일 천하로 끝나고, 서로가 바쁘게 살다보니,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26년 정도 지나고 중년이 되어서, 학교 동문회에서 재회 할 수 있었다.





반응형

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2010.02.05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대학때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를 타향인 부산의 어느아파트 경비실앞에서 20년만에 만났어요.
    그 친구가 우리 아파트로 이사를 온 거지요.
    그후 2년 간 지내면서 절친이 됐습니다.
    학교 때 알던 친구와는 전혀 다른 장점이 더 많은 친구였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2. Favicon of http://amesprit.tistory.com BlogIcon SAGESSE 2010.02.05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숙집 아주머니의 인심이 정말 좋았네요~
    요즘 같으면 규칙이 먼저일텐데요. 그래도 동문회에서 다시 만났으니 무지 반가우셨겠어요!
    털보아찌님께서도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3. Favicon of http://star-in-sky.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10.02.05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예상하지도 못한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갑기 그지없죠.
    저야 뭐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만나야 신촌에서 동창들 몇몇 마주친 게 다라서요. ^^

  4.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10.02.05 08: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몇십년만에 만난 친구는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어릴적 친구라면 그 반가움은 더욱 깊지요 ^^

  5. Favicon of http://blog.daum.net/hongdok1 BlogIcon 홍도갈매기 2010.02.05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홍도친구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났었답니다
    우연치고는 세상이 참 좁은것 같지요~
    하숙집 아줌니 참 좋으신 분이셨내요~^^

  6.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10.02.05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듯....인연이란것이 매우 소중한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옷깃만 거시기해도...엄청난 인연의 작용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유독 제경우에는 군대시절...선후임간의 인맥이 전무한듯 합니다..
    그도그럴것이..제가 군시절..너무 악연을 많이 많들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ㅠㅠ

  7.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10.02.05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훈련소에서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참 신기했죠...ㅋ

  8. Favicon of https://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2010.02.05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반가운 일이네요..
    한국사람은 한다리 건너면 아는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더니..
    이렇게도 친구를 만날 수 있군요,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일것 같아요.

  9. Favicon of http://blog.daum.net/hls3790 BlogIcon 옥이 2010.02.05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반갑지요??
    ㅋㅋㅋ
    저두 오래된 친구 만나고 싶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10.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2.05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6년만의 재회..어휴..이젠 자주 연락하시겠어요^^;;
    정말 예전에는 핸드폰이 없으니 불편하셨겠어요.

  11. Favicon of https://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10.02.05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반가우셨겠어요...
    저도 소식 안됐던 친구를 우연히 마트에서 만났는데 추억도 새록새록하고 너무 반갑더라고요.

  12. 이그림egrim 2010.02.05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가움에 얼마나 기뻤겠어요
    근데 넘 오랜세월이 흐른후에 만나서 좀 아쉽네요.
    지금 같으면 문자 넣고 했을 텐데..
    전 아직 이런 감동의 만남은 없었어요.

  13.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0.02.05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 객지에서 만나는 고향사람..
    얼마나 반갑겠어요.
    늘 본 친구마냥 반가운건 참 이상하지요..^^*

  14.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02.05 1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좋은 인연이군요~
    주말 잘 보내세요~

  15. Favicon of http://mayjhkim.tistory.com BlogIcon 바람꽃과 솔나리 2010.02.05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섭섭하셨겠군요...
    요즘같이 핸드폰이 있었더라면....^^*

  16. Favicon of http://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10.02.05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이민 가버린 친구녀석이 생각나네요.ㅠㅠ

  17.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2.07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긍...객지에서 만난 고향사람..많이 반가운 법이죠.
    많이 아쉽네요.ㅎㅎ

  18.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10.02.07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객지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친구분하고 정말 멋진 인연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재회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19.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0.02.07 1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에는 전화도 없고 떨어져 있는 친구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지요

  20. 2010.02.08 0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