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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명절 쇠는 라고 친가와 처가를 두루 돌다보니 며칠동안 어수선 하게 보냈습니다. 설 명절은 우리민족이 대대로 이어받은 전통적인 풍습이지만, 바쁘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가족애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가교역할도 하게 됩니다. 

설 연휴 전날까지 늦게까지 직장근무를 하다 보니, 새벽같이 눈길을 뚫고 고향으로 출발하여 부모님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늘 명절이면 찾아뵙는 이웃사촌이 있습니다. 이 댁과의 인연이 각별한 것은 조부모 세대부터 100년이 넘도록 한마을에서 대대로 같이 동고동락해온 이웃사촌입니다.

이 댁에도 필자의 부모님들과 연세가 비슷한 70대 중반의 노부부이며, 슬하에는 6남매의 자식들을 두었습니다. 명절이면 자연스럽게 자식들도 서로 왕래하며 부모님처럼 호칭하며,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기에 이번 설명절에도 예외 없이 작은 선물세트를 하나들고, 명절 잘 쇠라고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이 댁에 들어가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뇌졸증으로 10년이 넘도록 누워서 생활하는 아버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시는 어머님이 늘 옆에 계십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 아버님 많이 불편한데는 없으세요?" 이렇게 물으면 "괜찮아! 객지에서 돈 버느라고 고생이 많지?" 오히려 격려를 해주십니다.

이렇게 잠시 인사를 드리고나서, 주로 이 댁의 어머님과 그동안 살아가는 이야기와 자식들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첫째는 지금 뭐하고 있으며, 손자는 유학가고, 둘째손자는 어느 대학에 다니며 남자친구가 어쩌고............이런저런 이야기로 한참동안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나절이 되었는데 아직 아무도 안 오고 어머님 혼자서 명절준비를 하느라고 집안이 온통 기름 냄새를 풍기는 분위기 이었습니다. "어머니! 아직 아무도 안 왔나봐요?" 이렇게 물었더니, "둘째는 뭐하느라 바빠서 못 온다는데, 첫째도 근무 때문에 명절에 오려는지 모르겠네" 하시며 태연하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잠시 후 집안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이번 명절에 못 온다는 며느리의 전화입니다. " 그래! 아범이 바쁜가보지? 바빠서 못 오면 할 수 없지 뭐"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로 답변을 하지만, 어머님의 주름진 얼굴에는 서운함이 가득한 것을 보았습니다.

"왜? 첫째도 못 온답니까?" "글쎄! 직장일이 바빠서 못 온다고 하네!" 그럼 며느리들도 안 온답니까?" " 요즘 젊은 사람들 누가 혼자 시댁에 오려고 하나" "그럼 명절에 차례는 못 지내겠네요?" "할 수 없지 뭐. 내가 혼자 차려놓고 간단하게 지내지 뭐" 이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님은 서운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을 줄입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무슨 위로를 어떻게 해 드려야할지 난감해서 "어머님 ! 그럼 명절 잘 쇠셔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명절 잘 쇠라고 말하는 자체가 죄송스럽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자는 그동안 객지생활 하면서 집안에 대소사는 한 번도 안 빠지고 찾아다니던 처지라, 명절에 바빠서 자식들이 아무도 고향을 못 온다고 하는 것은 조금 이해가 안가더군요.

이런 얘기하면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자가용 없이 살 때는 아이 한명은 엎고, 한명은 손잡고, 기저귀가방에, 선물 보따리까지 들고서 기차타고 버스타고 하루 종일 명절 쇠러 다니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당연히 명절이니까 힘들더라도 감수하고 다녔지요.

하지만 요즘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너무나 사고방식이 다른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세대가 감수해야할 과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쓸쓸합니다. 사실 정말 바쁘게 살다보면 때로는 명절도 잊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면서 명절에 고향에서 자식을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이 더 합니다.
 

명절에 부득이 한두 번 빠질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명절만 되면 바빠서 못 온다고 하는 사람들 그 심정을 때로는 이해가 안가기도 합니다. 가장이 정말로 바빠서 못 온다면, 며느리와 손자들도 다 같이 바쁠까요? 손자들이 나이가 스무 살이 다되어 가면 성인인데, 대중교통이라도 이용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찾아 뵙고 같이 명절을 쇠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편이 바빠서 명절 쇠러 못가면 아내도, 자식들도 모두 명절에 집에 들어앉아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요즘 명절연휴면 특히 공항길이 많이 막히고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답니다. 명절연휴를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국내여행을 많이 하기에 유명관광지는 몇 달 전부터 항공권과 숙박시설 예약하느라고 치열한 경쟁까지 벌이곤 합니다.

물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상탈출과 생활의 활력소를 얻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자유지만, 명절에 그렇게 여행을 훌쩍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이 없거나, 부모님이 안 계시는 분들만은 아닐 겁니다. 혹시 고향에서 명절이면 자식들과 손자들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노부모님이 계시지는 않는지요? 

필자의 주변에는 부모님이 몇 년 전 돌아가시고 안계시니 명절 때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신세를 한탄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참! 사람사는것 별것 아니더군요" 명절이면 차가 밀려서 고향가기도 힘들고, 아내의 가사노동에 불만이 하늘에 닿더니, 그것도 생각해보니 행복한 시간 이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명절에 고향에 부모님 뵙고, 가사노동으로 힘들다고 투덜대는 아내와 말다툼하던 일마저도 없어졌으니, 사람 사는 맛이 안 난다고 합니다. 필자도 때로는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뉘우친 적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해준 것 뭐있냐고 반항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부모님 말씀은 단 한마디뿐입니다.

"너도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 그 말을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이 명절이면 자식들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 모습이, 멀지 않아 나 자신의 자화상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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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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