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530일.
제일먼저 답장 받는 사람이 한턱 쏴야한다는데......

때는 바야흐로 1981년 5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봄은 급속도로 다가오고 산천초목이 녹음으로 짙어지는 5월 하순경이다. 매년 이때쯤 되면 군부대 인근에는 들판에 모내기하는 농부들의 바쁜 일손을 울타리 너머로도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내무반장인 곽하사가 대민지원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사실 대민지원 가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피곤하다. 모내기 하려면 철벙대는 논에 빠져서 맨발로 돌아다녀야하고, 같이 일하는 농부들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피곤하다.

하지만 늘 일상생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대에서 교육훈련 받는 것 보다는 울타리밖에 신선한 바람이라도 쏘이려고 대민지원을 하게 된다.

"내일 모내기 대민지원 선착순 10명 받는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주로 스스로 후임임을 자차하는 일병들이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먼저 지원을 한다. 이리저리 눈치보다보면 군기가 빠졌다고 선임들에게 한번쯤 집합할 때 심하게 기압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자들 중에서 소대별로 적정한 인원을 배정해서 대민지원 대상자를 선별하게 된다.

"곽하사님! 김털보도 지원입니다."
일단은 부대 울타리를 벗어나 보겠다는 심리였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중대막사 앞에 대민지원자로 확정된 10명이 모였다.

군대에서 이동수단이라고는 늘 5톤 복사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민지원 나가서 고생은 하더라도 일단 출발을 상쾌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출발한다.

위병소를 벗어나서 인제 읍내를 지나서 가는 넓은 들판에 논들은 어느 사이 모내기를 절반은 한 듯 모였다. 잠시 후 얼마가지 않아서 트럭을 세우고 선탑한 선임하사가 하차를 하라고 한다. 여기서 10명은 절반으로 나누어, 5명은 김씨네 논으로 투입되고, 5명은 박씨네 논으로 투입되었다. 

벌써 논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탓인지 벌써 많은 모를 심었고, 못줄 잡이의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줄 넘겨" 20여명의 농부들은 순식간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더니 허리를 펴면서 "줄 넘겨" 소리를 지른다.
 
별 경험이 없는 군바리들은 얼떨결에 허리도 펴지 못하고 넘어가는 줄을 피하느라고 정신없었다.
"아이고 허리야" 이렇게 정신없이 헤매다보니 벌써 새참 시간인 듯 모두 논두렁으로 나가라고 한다.

요령이 없는 군바리들은 온통 얼굴이며, 옷이며 흙탕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새참으로 가지고 나온 잔치국수와 막걸리 한잔의 기억은 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논두렁에 나와 앉아 잠시 담배 한대 피우면서 쉬고 있을 때, 10여대쯤 되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버스를 쳐다보니 앞 유리에는 설악산이라고 쓰여 있다, 포천여고 수학여행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지나가는 버스에서는 여학생들이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환호성을 치기도 한다.
"그래 참 좋을 때다. 수학여행 얼마나 설레는 일이냐"

생각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버스에서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환호성 치는 여학생들이 버스마다 보인다. 잠시 후 중간쯤 버스에서 창밖으로 접어진 쪽지들이 몇 장씩 창밖으로 뿌려진다.

"이건 분명히 주소를 적은 쪽지일 거야" 왜냐하면 몇 년 전 우리도 수학여행 다닐 때 이런 방법을 써왔으니까..........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차에 군바리들이 무관심할리가 없다.

여기저기 흩어진 쪽지를 줍기 시작한다. 동작이 빠른 사람은 3장쯤 주웠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쪽지를 한 장도 줍지 못했다. 여학생들이 창밖으로 뿌린 쪽지를 펼쳐보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포천여자고등학교 2학년 호순복" "주소: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좌의리 000번지 이런 형식이었다.

그때부터는 서로 주운 쪽지를 펼쳐서 누가 제일 괜찮을까 선별작업에 들어간다.

"이름이 특이하네" "글씨 정말 못쓰네!"

이렇게 단순한 선별을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여자라면 헬레레하는 군바리들이라, 그나마 여고2년생이라면 그런 대로 괜찮은 수준 이였다.

초등학교 여학생도 몇 년 있으면 아가씨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날 대민지원 나가서 같이 모내기 하던 5명은 행운을 잡은 셈이다.
그나마 성숙한 여고생들에게 편지를 쓸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서는 선임이고 후임이고 모두 똑같은 마음이었다.

그날 하루종일 모내기 하느라고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따사로운 봄날에 핑크빛 쪽지에 활력을 얻어서 모두들 즐거움이 더했다. 그리고 서로 내기를 했다.

각자 자기가 잡은 쪽지에 주소로 여학생들에게 편지를 쓰는데, 제일먼저 답장을 받는 행운아는  P.X에서 한턱 쏘기로 약속을 했다. 그날 밤 모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 밤까지 각자 여고생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 후 1주일쯤 지났을 때 한통의 편지를 들고온 내무반장 하는말. "호순복" 누구냐?
두근두근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넵! 털보 편지입니다."

이렇게 털보는 여복이 많은 사람인지, 편지 쓰는 글재주가 있어서인지, 행운 이였는지 몰라도 5명중에 처음으로 편지를 받았다. 거기에 빨간색, 파란색, 까만색의 세 가지 색상의 작고도 깜찍한 볼펜 세트까지 편지봉투에 동봉해서 선물까지 받게 되었다.

이렇게 내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것은 순간의 행복이였고, 전우들과 약속을 지키느라고 몇 천원 안되는 상병 봉급의 2/3를 P.X에서 왕창 쏘고 나서 한달을 가난하게 살았다.........ㅠㅠ

 
 
 
 재미있게 보셨나요?^^ 손가락 모양 클릭하면 추천됩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Favicon of http://star-in-sky.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10.03.04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그 당시에 그렇게 용감한 여학생들이 있었단 말인가요?
    저희 땐 말만 걸면 함구하고 앞만 보고 가던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ㅋㅋ

  3. Favicon of http://mztzzang.net BlogIcon 맛짱 2010.03.04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ㅎㅎㅎ
    오래전 추억이 생각나네요.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ninesix.kr/story BlogIcon 나인식스 2010.03.04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엔 저런식으로 러브레터를 썼다니, 요즘엔 볼수 없는 풍경이라 특이하네요^^
    여학생들이 외로운 군인들을 위해 주소도 날려주고..^^


    털보아찌님 편지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신거 같은데요?ㅋㅋㅋㅋ

  5. Favicon of https://fitnessworld.co.kr BlogIcon 몸짱의사 2010.03.04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남아있는 주소가 있으시면 저도 하나만...... <- 퍽퍽퍽

  6. 이그림egrim 2010.03.04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든 군대지만 그리운 옛날입니다
    중.고때 위문편지 답한 하나 겨우 받았었어요.
    꽃이름으로.. 지금 생각하면 욱겨..

  7. Favicon of http://blog.daum.net/hls3790 BlogIcon 옥이 2010.03.04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그런추억이 있으셨군요...
    군대에서 행복했겠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8. 누구신지요 2010.03.04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안그럴꺼라 믿고있지만 86년때대민지원나갔드랬죠 서로나갈려구했고요 일명사제밥을먹고싶어서..
    그때들은충격적인 이야기 돈거래가있다는거죠 공짜로농민들이 대민지원을받는게아니라 일정금액을 간부들에게 준다는이야기죠 참으로실망스럽웠죠 그당시는 모든분야에서 특히군에서 비리가많았고 무소불위의권한을 행세한던때였죠 지금은 안그럴거라 믿고있습니다....

  9. mli99 2010.03.04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발이를 가만히 나둬라! 그들은 너희들을 지키러 군에 갔다.

  10. Favicon of http://www.smpark.kr BlogIcon 풀칠아비 2010.03.04 1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달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셨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기분 좋으셨겠습니다. ㅎㅎㅎ

  11. 도토리 2010.03.04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런 추억이 있네요 5년간을 팬벗으로 지내기도하고 만나기도 하고 ~옛 추억이 생각나네요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2010.03.04 1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정말 군대생활때 재미있는 추억이 많으셨습니다. ^^

  13. Favicon of https://lowr.tistory.com BlogIcon 하얀 비 2010.03.04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것도 있군요. 주소 쪽지라.. 전 생각도, 겪어보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답장에다 예쁜 선물까지.
    한달이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로웠을 듯.

  14. 오호라 2010.03.04 1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옆지기님 성함이 호순복님은 아니시겠지요~ ㅎㅎㅎ

  15. 릴리 2010.03.04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만해도 좋은 추억이네요^^

  16. Favicon of https://liverex.net BlogIcon LiveREX 2010.03.04 1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17.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10.03.04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여학생들보다 더 과감한데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용맹한(?) 여학생들...ㅋ

  18.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2010.03.04 17: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전 추억이 있네요. 편지를 보냈다가 답장이 왔었어요. 그런데, 아버님은 내가 연애를 하는줄 아시고 그 편지를 다 찢어 버렸다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죠. ㅎㅎㅎㅎ

  19. Favicon of https://blue2310.tistory.com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10.03.04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는 예전에 행군할때 동네 여학생들이 담배와 함께 쪽지를 건내곤 했는데 말이죠..ㅎ

  20. Favicon of https://giga771.tistory.com BlogIcon sky~ 2010.03.04 2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도 예전 생각이 조금 나는듯 ㅎㅎ

  21.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03.05 0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