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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휴대폰에 이상한 숫자로 된 발신번호가 떴습니다.
00391-9999-999999....... 웡미! "이건 무슨 전화번호야?" 순간적으로 생각하기에 혹시 이상한 스팸 전화가 아닐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화를 받아야해, 말아야해,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통화버튼을 눌렸습니다. "여보세요?" "저어~ 혹시 김털보씨 전화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상대방의 목소리는 50대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글쎄 누구일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연상되는 인물들은 이모, 고모, 아니면…….혹시 잊혀진 여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지고 차근차근 물어 봤습니다.

알고 보니 어려서부터 옆집에 살던 소꿉친구 '정아'였습니다.

"이게 누구야! 정아란 말이지?" 그래 내 휴대폰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시골 엄마한테 전화해서 너희 엄마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지" "그래 이게 몇 년 만이냐?

군입대하기 전날 보고 못 봤으니 벌써 30년이 지났네! . 그래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냐?"

"그래 이제 모습이 많이 변해서 몰라보겠다."
이렇게 시작한 대화가 너무나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아마도 1시간은 통화를 한듯합니다.

정아는 옛날에 외딴 산중에 달랑 두 집만 살고 있는 시골마을 옆집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입니다. 두 친구는 자라면서 소꿉놀이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때로는 싸워서 울기도 하면서 자란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어릴 때는 그리고 친하게 지냈지만, 청소년기가 되면서 서로는 특별한 관심 없이 각자 삶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각 객지로 떠나서 각자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아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동안에 털보는 군 입대를 하게 되었고, 우연히 귀향한 정아를 30년전 입영전야에 본 것이 마지막 이였습니다.
 
그 후 군입대후 조금이라도 자대생활 편해 볼 거라고 김병장에게 소개해 주었던 그 인물입니다.
털보의 군대이야기 제12화 - 여친 소개시켜주기 에서 이미 소개되었던 예진아씨 닮은 여친 정아입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각자의 생활에 바쁘다보니 서로 연락도 없었으며, 고향에 아직도 아래윗집에서 부모님들이 서로 이웃사촌으로 가까이 지내고 계시기에 늘 소식은 대충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털보가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결혼을 하였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결혼 후 가정생활 하면서 아이들 공부 시키고 여유가 있어서 고개 들어보니, 어언 50대의 나이로 접어들게 됩니다.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갔고, 지나간 세월을 뒤돌아 볼 나이가 될 때쯤은 이제 자녀들이 출가할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있는듯합니다.

그때가 되면 이제 나이 탓 이라고 할까, 어릴 때 자라던 고향이 그리워지고, 친구가 그리워지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 듭니다. 어릴 때 같이 자라온 초등학교 동창생들 만나면 서로 넉넉하지는 못한 살림이지만 그동안 자녀들 장성하고, 내 몸 하나 건강하면 더 이상 뭘 바랄게 있느냐는 소박한 생각을 할뿐입니다.

이제 친구들은 아들,딸 출가시키고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소리를 들을 나이가 되니까, 남자 여자라는 이성의 개념을 떠나서 서로간에 친구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아는 말을  이여 갔습니다. "너희들 동창모임 하고 있다면서……. 누구누구 나오냐?" "응! 45명중에 23명이 열성적으로 모임에 나오지" "정기모임은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하고 있지"

"어머! 정말 재미있겠다 예. 이번에  나 한국에 갈려고 하는데, 너희들 모임은 언제냐?"
"응! 8월 셋째 주 토요일인데.........." "그럼 어쩌지, 7월 달에 한국에 가려고 비행기 표 예약했는데, 그때가면 볼 수 있을까?"

"그래 귀국해서 연락만 해라. 이번기회에 얼굴 한번 봐야지" "우리가 얼굴본지 벌써 30년이 넘었어. 이번 기회에 못보고 돌아가면, 또 30년 뒤에 전화하려고........."

"아마 30년 뒤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 못 알아 볼 꺼다.(하하~~) "지금도 만나면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귀국하면 바로 전화해라. 친구들 비상소집해서 한자리에 모이게 할 테니까........" "고맙다 친구야!"

이렇게 1시간 남짓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자녀들 이야기 하다보니, 옛날에 어릴 적 소꿉친구 정아의 모습이 아련히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울고 웃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무심한 세월은 말없이 흘러갔고, 25년이란 세월을 미국에서 살면서 이제는 말소리조차 한국말이 어색해지고 영어단어 까지 썩어가면서 "으흐! 으흐!" 하는 미국인들 특유의 언어조차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몇 달 있으면 귀국해서 얼굴 보자는 정아의 들뜬 기분을 상상하면서, 20대 초반의 꿈 많던 아가씨가 30년이 지나서, 어엿한 중년의 여인으로 변하여 돌아온 모습이 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면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한국식으로 인사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서양식으로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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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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