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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505일.
무작정 찾아간 미싱공 아가씨......

때는 바야흐로 1981년 6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부대 전차호 주변에는 아카시아가 온통 우거지고, 산천초목들은 녹음이 짙어진 초여름 같은 날씨였다. 부대에서 아직까지는 특별히 야외훈련이 없는 시기를 이용해서 특별휴가를 신청했다.

털보의 군대생활은 어쩌면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보유했다는 죄로 육군기갑학교로 차출되었고, 교육훈련이 끝나자 3군단 전차대대에 배속이 되었다.

당시는 운전면허증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었음으로 적성검사 날짜가 확인되면 특별휴가를 보내주었다.

그 덕분에 운 좋게 일주일간의 특별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에 무슨 추억을 만들어 귀대할까? 우선은 휴가 나가면 청춘사업도 해야 하니까, 휴가복장을 칼같이 다림질하고, 군화도 반짝반짝 닦아서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

당시는 얼룩무늬 위장복 입은 군인은 특전사와 전차병 밖에 없었음으로 좀 더 멋지게 보이려고 나름대로 특별한 복장을 준비를 하고 간다. 휴가 나가면 어디로 갈 것인지 이미 마음속에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우선 3개월 전 월간지 펜팔란에서 인연이 되어, 연락하고 있는 경애씨를 찾아 가기로했다.

이름은 조경애, 나이는 21살, 고향은 전남 해남, 직장은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428-3번지 빙그레 3층, 이정도의 정보가 전부다.

23살의 혈기왕성한 군바리는, 얼굴도 모르는 아가씨를 만나려고 무작정 서울로 간다.

편지봉투에 적힌 주소의 번지수 건물을 확인해보니 아래층은 빙그레 대리점 이였고, 2층은 사무실, 그렇다면 3층은 분명히 공장이었다.


계단을 따라서 3층에 올라가니 문 앞에 자그마한 간판에 무슨 기업이라고 쓰여 있다. 용기를 내서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를 했다.

그런데 팀장인 듯 한 아가씨가 나와서 문 앞에 떡 버티고 서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순간 그 아가씨가 문제가 아니고 안쪽에는 제봉틀에서 줄지어 앉아서 재봉질을 하던 수십 명의 아가씨들이 한꺼번에 눈길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수십 명의 아가씨들의 눈망울들이 얼마나 모두 크게 보였는지 스스로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그녀를 찾아온 이상 쪽팔리게 군바리가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이니, 헛기침을 한번하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넸다.

"저어~ 조경애씨 좀 만나러 왔습니다." "누구신데..........경애를 찾는 거죠?"

순간 경애의 오빠라고 하면 분명히 들통날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말을 돌렸다. "저어~ 경애의 외삼촌 입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팀장 아가씨가 공장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얼굴이 갸름하고 긴 머리의 아가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었는지, "누~구~세~요"

이렇게 물어본다. 누군가가 눈치 챌까 두려워 얼른 헛기침을 하면서 그녀의 말문을 막았다. "어험! 너 많이 변했구나! 몇 년 안 봤더니....... 넌 외삼촌도 잘 모르냐?" "외삼촌?" 잠시 후 그녀는 전투복에 이름표를 보고 나서야 펜팔하던 군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맞장구 쳤다.

"아~ 외삼촌 왠일이신데요?" "잠깐 지나는 길에 들렸지" 그때서야 팀장 아가씨가 문을 닫고 공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남들이 경애씨를 이상하게 처다볼까봐 외삼촌으로 위장하고 왔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근무시간이니까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돌아섰다.


내일 만날 장소는 명동에 있는 꽃다방에서 12시 정각에 만나기로 했다.

이제 그녀를 만나서 시간과 장소까지 약속했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계단 길을 내려오면서 환호성 친다.

"아호! 성공이다"  뭔가 그녀를 만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날 약속시간에 맞추어 명동 꽃다방을 찾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방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촌놈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방의 내부는 얼마나 큰지 아마도 공설운동장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득 들어찬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아마도 수천 명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여기서 그녀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을 보니까 아직 30분 전이니까 먼저 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창가에 앉았다. 계속해서 시계를 들여다보았지만 좀처럼 시간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약속시간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이거 바람맞은 것 아니야?" 생각하고 있을 때 프론트에서 방송을 한다. "김털보씨, 김털보씨 전화 받으세요." 얼른 프론트에 달려가서 전화를 받았다. "저어~ 조경애 인데요. 차가 밀려서 못 갔어요.

30분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요." " 기다릴게요." 별로 기분은 안 좋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바람맞은 것은 아니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루하게 1시간을 혼자서 기다리다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일어서서 명동거리를 걸었다.

조금 더 친근감이 있었다면 손이라도 잡고서 명동거리를 걸었으면 얼마나 환상적 이였을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그럴 용기는 없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자그마한 간이식당에서 간단하게 국밥을 한 그릇씩 말아먹고 골목길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좀 더 분위기 좋은 곳에서 데이트라도 해보려고 생각했던 것은 잠시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저어~ 친구와 약속이 있는데 어쩌죠?" 그녀는 다음기회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면서 명동골목 북적대는사람들 사이로 서서히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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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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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승욱엄마다 2010.03.12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보니 제여고2학년 부터 3년을 펜팔한 군인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이분처럼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께서 한국도 아니고 리베아에서 부산까지 왔다는 전화에 만나서 두사람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달리는 지하철창박만 바라보다 부산역까지 같던일이 생각이 납니다 20년에 가가운 사간이 흘려 버린 시간이지만 그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서 한 번은 사과를 하고 싶을 때가 .......누구나 이런 추억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3. Favicon of https://muye24ki.tistory.com BlogIcon 무예인 2010.03.12 1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역시 군인은 안되는가..

  4. 까시 2010.03.12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추억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일 많았습니다...

  5. 오직 아스날 2010.03.12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저도 예비역으로서 군대에 있는동안 펜팔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지만,, 아주 옛날군번이시라 펜판을 했다는 글을 읽고 느끼는 느낌이 다르네요 ㅋㅋㅋㅋ잘 보고 갑니다.~~

  6.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BlogIcon leedam 2010.03.12 2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저랑 비슷합니다 ㅎㅎㅎ

  7. 사과 2010.03.12 2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생각이 나네요. 학교에서 1년에 한 번 군인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써야했는데 어떤 애들은 답장 받고 좋아하던 기억이나요. 동생이 고등학교 때 위문편지를 썼는데 답장이 와서 한 두 번 더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어느날 저녁 초인종 소리에 엄마가 나가셨더니 왠 군인이 동생을 찾더랍니다. 위문편지 답장보낸 군인이었어요. 주소를 보고 아마 휴가 때 찾아왔나봅니다. 겁이난 엄마가 그냥 가라고 쫒아보냈다고 하더군요. 그 소리를 듣고 우리도 괜히 겁이나서 떨었어요. 편지 한 두 번에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리라 생각도 못했고 그때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던 순진한 여고생들이었으니요. 그 때가 벌써 한 28년 쯤 되네요.^^

  8. 이런사람 처벌안하나 2010.03.12 2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신상공개도 하시죠. 감히 자기를 대접도 안해준 사람이면 신상공개해도 되나봐요. 요즘 어떤 세상인데 대놓고 정보공개하고있군요.
    그리고 완전 스토커타입이네요. 말 한마디 걸어주면 자기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냥 좋은 추억으로 끝나면 될일을 억지로 찾아가질 않나, 거기다 익명이라고 남의 신상 공개하질 않나.
    이런분 글이 메인으로 올라온것도 우습고, 양심있으면 빨리 내리셨으면합니다.

  9. 레이반 2010.03.13 0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아버지도 3군단 나왔는데...
    운전병으로...
    ㅎㅎ
    아마 80군번이었던가...
    그렇네요.
    저희 아버지는 군단사령부...

  10. 좀그러네요 2010.03.13 0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이야 옛날 추억이라 모두 따뜻하게 읽고 웃어 넘기겠지만, 그래도 요즘 세상에 실명을 거론한다는 게 좀 그러네요. 너무 상대방에 대해 자세하게 적어놓으셔서 배려심 없어 보입니다...

  11. Favicon of https://www.kimchi39.com BlogIcon 김치군 2010.03.13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

    아 저는 한번도 펜팔을 해본적이 없어서;;

  12. Favicon of https://pandastic.tistory.com BlogIcon 더팬더 2010.03.13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는 인터넷 발달로 '펜팔'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
    재미있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13.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0.03.14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옛날 생각이 납니다.

  14. 수수꽃다리 2010.03.14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닥~~콩닥거림...설레임...쑥스러움 ㅎㅎㅎ
    그시절 한번쯤은 있음직한 추억거리....
    털보아저씨의 군대 이바구는 언제 접해도 재미있습니다.
    잘 지내시죠?...오랜만에 다녀갑니다.~^^

  15. roQnf 2010.03.15 0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펜팔..
    까맣게 잊고 지내간 단어였는데..
    너무 잘 봤습니다..

  16. Favicon of https://bada92.tistory.com BlogIcon 무릉도원 2010.03.15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기가 참 대단하십니다....ㅎㅎ...
    펜팔에 대한 추억 저도 잠시 젖어갑니다.....*^*

  17. ksg1920 2010.03.15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군요
    댓글중에 간혹 개인정보 공개했다고 그러는데 털보아찌님 사실 아니겠죠
    그땐 정말 낭만적이였죠 펜팔.... 편지쓸때도 얼굴은 모르지만 어찌 엮어볼까 싶어서 살짝덧붙이기도 하고 ㅎㅎ
    정성담뿍 담아서 편지보내고 답장기다리는 심정 요즘세대들은 모르겠죠? 메신져니 이메일이니 뭐 즉흥적이고..
    나이가 들수록 옛것들이 점점 소중해지네요
    아마 다시 청춘이 온다면 지금 다시 그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네요

  18. Favicon of http://yim3204.tistory.com BlogIcon 분홍별장미 2010.03.15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고...해피엔딩이였음 하는 바램이였는데 ...
    저는 펜팔이라는것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어요^^;;
    털보아저씨(?)가 군생활하실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네요. ㅜ.ㅜ

  19. 소풍 2010.03.15 1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생활 올리면 ㅋㅋ 난 욕먹어요...

  20.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10.03.15 1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펜팔이 없어져서...
    옛날이 더 멋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화도 많이하고, 인터넷까지 되는 부대들이 많아서 말이죠...

  21. Favicon of http://naeng-e.tistory.com BlogIcon 냉이' 2010.03.15 1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분이 혹시요~아찌님 반쪽 아니신가요?
    궁금해요~
    맞는거 같은데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