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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485일.
우연히 만난 가리산 유격대 악마들......

때는 바야흐로 1981년 7월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때로는 힘들고 괴로울 때 거꾸로 메달아 놓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더니 벌써 초여름으로 치닫고 있었다. 연중행사처럼 진행되어오던 지긋지긋하던 유격훈련도 이제는 모두 마치고 고통스럽던 생활도 한 가닥의 추억으로 남기고 있었다.

모처럼 여유가 생긴 어느 일요일 아침, 선임 2명과 후임 2명 이렇게 5명이 외출을 나갔다.

군인들 외출 나가면 특별한 것은 없다. 모처럼 울타리 밖으로 나와서 좀 더 자유로운 바람이라도 쏘이고 싶은 욕구뿐이다. 아침 일찍 어디 가서 죽칠 곳도 마땅하지 않으니, 주로 당구장, 탁구장을 찾아서 한게임 하면서 지는 사람이 점심을 쏘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히 누가 실력있는것은 아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 무얼 할까? 시간은 오전 11시도 안되었으니........ 같이 동행한 박병장이 이번에는 괜찮은 제안을 한다.
 
"이제 날씨도 더운데, 강가에서 바람도 쏘이면서 시원하게 소주 한잔 하자"

사실 모처럼 박병장에게 좋은 제안이 나왔으니 다행이지만 안 좋은 제안이라도 받아 드릴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성격이 안 좋기 때문에 이의를 달면 그날 이후 일과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출자 5명이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각자 주머니에서 돈을 추렴하여 시장을 보기로 했다.

일단은 외출 나와서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소주가 그리워서 석쇠와 숮탄 그리고 삼겹살과 소주를 몇 병 싸들고 강변으로 나갔다.

그늘진 장소를 찾기 위해 논둑길을 지나서 강변에 몇 그루 있는 포플러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모처럼 천렵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소주 안주로 삼겹살 굽는 데는 야외이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것이 없었다.


큰 돌 몇 개만 있으면 아궁이가 되고, 숮탄에 불붙인 뒤에 석쇠에 삼겹살을 올리기 만하면 기름이 뚝뚝 떨어지면서 지글지글 삼겹살이 잘 익는다. 후임인 박일병과 황일병은 열심히 고기를 뒤집기 바쁘고, 서서히 소주잔이 오간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삼겹살에 소주는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이렇게 모처럼 시원한 그늘 아래서 천렵하는 우리는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어느 정도 허기를 면하고 술잔이 몇 번 돌아 다니자 그때부터는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야기 소재는 중대이야기, 야외훈련이야기, 유격훈련이야기, 사회이야기 등 끝없이 이어진다.

"가리산 유격대 그네코스에서 제일 성격 더러운 그놈 너희들 알지?"

"가리산 악마라고 하는 놈 말인가요?" "그래 맞아 눈매가 팔자 눈썹에 얼굴은 길쭉한 놈"
"와! 그 자식 정말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린다." "그 자식 이병장이라던가 그렇게 자기네끼리 부르던데............"

"믿을게 못돼, 그 자식들 계급장 안 달았다고 전부 자기네들끼리 병장이라고 부른단 말이야"
"자기가 악마라고하며 똥물에 집어넣지 않나, 군화발로 밟고, 차고, 정말 사회에서 만나면 죽여 버린다고 했다." 

이번 유격훈련 받고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리산 악마를 이야기하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삼겹살에 소주잔이 오가자 몇 잔씩 마시고 어느 정도 배가 부르니 먹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 신선들은 하나둘 다리를 벋으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3명의 병사가 있었으니, 그들도 어디 소속인지 몰라도 외출 나와서 강변의 그늘을 찾아서 놀러 나온 듯 보인다. 그러나 몇 그루 있는 포플러나무 그늘로 가려면 앞으로 지나야 갈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좀 지나가겠습니다." 조금 귀찮지만 길목에 자리 잡은 우리는 지나가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박병장이 소리친다. "잠깐만.........." 그들은 흠칫 놀라서 뒤돌아본다.

"저어~ 어디서 많이 보던 분 같은데......."

잠시 생각을 떠올리려고 안간 힘을 쓰던 박병장이 다시 소리친다."혹시 가리산 유격대......??"

"넵! 맞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격대 조교들이었다. 

" 그럼, 가리산 유격대 그 악마?" 그중 한명은 박병장이 조금 전까지 이를 갈던 그 인물이었다.

한 성격하는 박병장은 술기운이 올랐으니 그냥 있으리 없다.

"일루와, 일루와! " 곧바로 벌떡 일어나더니 당장 죽일 듯이 달려든다. 순식간에 당황해서 박병장을 잡느라고 수선을 피웠다. "놔라! 오늘 저 새끼 죽여 버리고, 나 영창가면 그만이야" 워낙에 박병장이 거세게 나오니까 그는 얼른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는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너 사회에서 만나면 죽여 버린다고 했지?"

그렇게 식식대던 박병장도 그가 곧 바로 항복을 하자 조금 마음이 눅으러 지는 듯 했다.
"저희들도 유격대 조교에 차출되었지만, 편하게 교육하면 선임들에게 맞아 죽습니다."
유격장에서 그렇게 기세가 당당하던 가리산 유격대 악마가 어쩔수 없었다고 하면서 거듭 사과 하고 있었다.  

얼마전에 우리 모두 유격훈련을 받았고,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사회에서 만나면 죽여 버린다고 이를 갈던 인물 이였지만, 이렇게 막상 마주치고 나니 어쩔 수 없이 용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모두 한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입장이야기를 서로 이야기하며 어울려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분이 덜 풀린듯한 박병장은 빈정대며 한마디 던진다.

"그때는 전부 병장이라고 하더니 유격 잘못했다고 강등되셨나?" "어째 계급장들이...... 하하하하......" 그들은 인근에 있는 공병대 소속으로 유격대에 교육을 이수하고, 조교로서 그동안 활동했지만 모두 일병과 상병 이였다.

그들도 유격훈련을 마무리하고 바람이나 쏘이려고 외출을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참으로 세상은  좁다는 생각에는 모두 공감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하필이면 멀리도 못가고 가까운 강변의 외통길에서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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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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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tvsline.tistory.com BlogIcon 카라의 꽃말 2010.04.02 0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글 감사해요^^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힘내서 파이팅~

  3. Favicon of https://system123.tistory.com BlogIcon 예또보 2010.04.02 0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만나야 할사람은 어떤식으로도 든 만나게 되는가 봐요 ^^
    저는 그리운 사람을 우연히 만난적이 있답니다 ^^
    추억이 생각나는 아침 이네요 ㅋ

  4. Favicon of http://killerich.com BlogIcon killerich 2010.04.02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기..때문이군요^^..하지만..그래도 열나겠죠^^?..

  5. Favicon of https://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2010.04.02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조교들이었네요 ㅎㅎ
    좋은결말이 보기 좋네요~~

  6. Favicon of http://dongnae.tistory.com BlogIcon Sun'A 2010.04.02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재밌네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10.04.02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ㅎ 그 조교들 간담이 서늘했겠네요.
    너무 재미있어요~

  8. Favicon of https://tirun.tistory.com BlogIcon 티런 2010.04.02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세상참 좁네요

  9. Favicon of http://egoggan.com/story BlogIcon 이곳간 2010.04.02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세상 좁아요... 그래서 잘살아야 한다니까요 ㅋㅋㅋㅋ

  10. Favicon of https://pplz.tistory.com BlogIcon 좋은사람들 2010.04.02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저도 다시 만나서 한대 쥐어박고픈 군대 고참있어요.ㅋ
    나이도 어린것이.ㅋ

  11.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4.02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착하게 살아야한다는걸 배웠어요^^ㅎㅎ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teriouswoon BlogIcon 테리우스원 2010.04.02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한편의 드라마이군요
    잘 감상하오며 즐거우시길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

  13. Favicon of http://newghealth.tistory.com/ BlogIcon 차세대육체적 2010.04.02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군대후임들도 보고프고...군생활 생각하면 마음이~~에궁

  14. Favicon of http://naeng-e.tistory.com BlogIcon 냉이' 2010.04.02 18: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읽게 읽고 갑니다.^^
    꽃샘추위 감기조심하세요~

  15.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0.04.02 2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은 참 넓고도 좁은게 맞는 듯합니다..
    딱 걸렸으니..
    아찌님 재미나게 읽고갑니다..^^*

  16. Favicon of http://leedam.tistory.com BlogIcon leedam 2010.04.03 0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아찌 감사해요 고운 주말 되세요 ^^

  17. Favicon of https://shipbest.tistory.com BlogIcon @파란연필@ 2010.04.03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군생활 할때 고참을 제대후에 한번 본적 있는데...
    참... 그렇더라구요... ㅎㅎㅎ
    어쨌뜬 잼나게 잘 보구 갑니다.. ^^

  18. Favicon of https://jsapark.tistory.com BlogIcon 탐진강 2010.04.03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일화군요.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꼭 이군요.

  19. 2010.04.04 2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 Favicon of https://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10.04.05 08: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바로 그 신의 손!!!
    유격대를 요리조리 피해갔죠~
    한 번도 유격대를 안가본 도꾸리..
    군대 갔다온거 맞는지..에휴...

  21. 이상구 2013.10.12 0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재밌네요
    잘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