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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 이야기 

제대 D-day 475일.
내가 한짓은 국방부 재산의 위치만 변동 시켰을 뿐이고......

때는 바야흐로 1981년 7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상병때 일이였다. 본격적인 여름으로 치닫는 듯, 한낮의 폭염에 시달린 풀들은 시들시들 시들어 가면서 풀냄새를 푹푹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군대라는 울타리 안쪽에서 살아가는 군바리에게는 더운 날씨도 사정없이 하루의 일과가 진행되었다.

장마철 본격적인 폭우에 대비해서 울타리 재정비와 진지정비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날 이였다. 중대원 전체가 부대주변에 배치되어 소대별로 담당구역을 정해서 열심히 삽으로 땅도 파고, 흙을 퍼 올리기도 하고, 울타리주변에 풀도 베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따라 소나기 한줄기 내리지 않고 마냥 오후시간도 폭염에 시달려야했다.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까 오후 3시가 가까워 왔다. 갑자기 내가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1초소 보초라는 것이 생각났다. 삽자루를 집어 던지고 부랴부랴 보초교대 해주려고 중대막사로 달음질 쳤다. 폭염에 야외에서 진지작업 하는 것 보다야 차라리 초소근무시간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중대막사에 들어가서 대충 땀방울로 얼룩진 얼굴에 고양이 세수하듯이 물만 묻히고 허겁지겁 복장을 갖추려고 내무반에 들어갔다. 그리고 장비를 갖추려는데, 늘 그 자리에 있어야할 관물이 하나 보이질 않는다.

"얼레~!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아무리 관물대를 뒤적여 보아도 당장 보초에게 필요한 탄띠가 보이질 않은것이였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여유 시간은 점점 좁혀지고 있는데, 당장 탄띠가 없으니 당장 어쩌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반사적인 행동은 나 자신을 놀라게 했다.

"뭐! 어때 어차피 국방부 재산의 위치만 바뀔 뿐인데.............."

사회에 있을 때는 남의 물건 슬쩍하는 것을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군대에서 졸병생활 몇 달 만에 선임들에게 배운 노하우다. "군대서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고, 결과만 있을 뿐이다." "전쟁에 나가서 적을 죽이기 위해서 목숨을 걸듯이 개인의 관물을 지키는 것도 목숨 걸고 해야 한다" 고 선임들에게 배웠으니까~~ 

순간적으로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민첩한 동작으로 재빠르게 내무반 침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좌우로 눈알을 굴리면서, 우선 탄띠에 이름이 적혀있지 않는 것을 하나 찍었다. 당장 마음이 급한데, 누구의 관물인지 계급도 이름도 모르고 그저 탄띠에 이름이 적혀있지 않을 것으로 선택했을 뿐이었다. 

후다닥 순식간에 복장을 갖추고 제1초소 보초교대를 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행동이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은 물론이고, 교대 시간이 임박해서 100m 거리를 달리기를 했더니, 얼굴에서 땀방울이 비 오듯이 떨어지고 있었다. 자칫 교대시간이 늦었다가는 성격 안 좋은 문병장에게 호되게 야단맞는 것 보다야 낮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후다닥 움직였지만 5분정도 교대시간이 늦어버렸다. 역시나 교대시간이 지나자 문병장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가는 모습을 직시하고 있었다.  "단결! 죄송합니다." 얼른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얼버무리고 보초교대를 했다. 문병장이 초소를 빠져나가고 나서 한참동안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치면서 땀을 식혔다.

조금 전 국방부 재산 위치 이동시킨 탄띠가 누구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당장은 급해서 하나 찍었지만, 혹시라도 몰래 표시해둔 비표가 있는지 앞뒤로 뒤집어 가면서 샅샅이 확인을 했다. 그러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안쪽에 버클 부근에 병장 계급장이 볼펜으로 그려져 있었다. 병장이라면 누굴까? 혼자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의 물건 슬쩍한 죄책감보다 내관물이 채워졌다는 성취감이 앞섰다.

이렇게 두 시간의 초소근무가 끝나고 중대막사로 돌아가니 모두 저녁식사하려 식당으로 가버리고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 것인지는 몰라도 탄띠를 슬쩍 했으니, 신경이 쓰여서 혹시 모르니까 똘똘 감아서 관물대 안쪽으로 보이지 않도록 밀어 넣고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내무반에 들어서니 갑자기 분위기가 시끌벅적하다.

박병장 역시 다음 시간에 보초교대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복장을 갖추다가 자신의 관물이 없어진걸 알았다.  내무반 침상 맞은편 저쪽 구석에 있는 박병장이 주변에 남의 관물대를 뒤적이면서 눈동자가 번쩍번쩍 빛났다.

"어떤 새끼가 내 탄띠 훔쳐갔어.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릴꺼야"

박병장의 눈을 보니 금방 벼락이라도 칠 듯이 눈동자에 불꽃이 튀고 있었다. "아뿔싸! 잘못 걸렸구나. 하필이면 성격 안 좋은 킹콩의 관물이었구나. 정말 박병장에게 걸렸다하면 목숨을 부재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태연하게 책을 읽는 척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박병장은 옆자리에서 탄띠를 빌려서 보초 교대하러 나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탄띠를 그대로 사용할수도 없고, 돌려 줄수도 없다는 판단이 들면서,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나 저제나 주변에 사람이 최대한 없을 시기를 택해서, 얼른 추리닝 안쪽에 탄띠를 집어넣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허리에 탄띠를 감은 뒤 나만의 공간인 전차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햇지를 열고 살짝 들어가서 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공간에 탄띠를 똘똘 뭉쳐서 깊이깊이 감추었다. 이렇게 국방부 재산 중에 탄띠 한개는 위치를 변동시켰지만, 무시무시한 킹콩이 무서워서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은 어두운 전차의 저판 속에 깊숙이 감추고 말았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박병장이 제대한 후 그 탄띠는 다시금 햇빛을 보았으나,  "군대란 관물이 남아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된다." 는 특성 때문에 결국 은밀한 비밀창고에 또다시 깊이깊이 감춰져야했다. 하지만 내가 한짓은 결코 도둑질은 아니였으며, 국방부 재산의 일부를 위치만 변동시켰을 뿐이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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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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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2010.04.13 0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방부 재산이 위치만 바뀌었다 하니 정말 웃습네요..ㅋㅋ^^
    군대 이야기 재미나게 보고갑니다..^^

  2. Favicon of http://star-in-sky.tistory.com BlogIcon 하늘엔별 2010.04.13 0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신기하게도 뭐 하나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죠.
    군대 뿐아니라,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도 말이죠. ^^

  3.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BlogIcon 펨께 2010.04.13 0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군대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4.13 0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난 또~~

    재밌게 읽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muznak.tistory.com BlogIcon 머 걍 2010.04.13 0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통 많이들 돌고 돌죠.
    근데 주로 소대끼리 돌려막기 했던거 같네요^^

  6. Favicon of http://amesprit.tistory.com BlogIcon SAGESSE 2010.04.13 0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탄띠를 감춘 은밀한 공간이 어디였을까 궁금해지는걸요~ㅋ
    아찌님의 군대 이야기 쨈나게 읽고 갑니다. 아찌님, 오늘 하루도 편안 하루 되세요!

  7.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2010.04.13 08: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직속 선임의 탄띠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왕짱이십니다! ㄷㄷㄷㄷ
    전... 중대 비밀창고에서 가져오곤 하였지요! ㅎㅎ

  8. Favicon of http://killerich.com BlogIcon killerich 2010.04.13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재밌게 읽고갑니다~^^

  9. Favicon of http://naeng-e.tistory.com BlogIcon 냉이' 2010.04.13 1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구 갑니다^^
    아찌님 너무 추워요~감기조심하세요.

  10.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2010.04.13 1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ㄷㄷㄷ;
    어쨌거나 재미있게 잘보고갑니다. 멋진하루되세요^^

  11.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2010.04.13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간댕이 부으셨어요^^;; 어찌 병장이란걸 알면서도~ 결국은..ㅋㅋ
    국방부 재산을 위치변동만 하신거군요^^ ㅎㅎ 박병장의 무서운얼굴..ㅋㅋ

  12. 제가 보급병생활을 좀 해봐서 아는데... 2010.04.13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우선 웃음부터 나오네요~
    뭐, 저런 경험(?)이 군대필하신 분들이라면 죄다 한번씩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만, 그래도 저런 경운 참,..
    동기탄띠도 아닌, 선임의 탄띠를 가져가다니...
    간도 쓸개도 없는 아찌님이 아니신지... ^^

    암튼, 군대물품은 절대 없어지거나 남아돌아서도 안 되는 건 맞습니다만,
    대체로 남아돌게 관리합니다! ^^
    각 중대의 보급병들의 노하우(?)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긴 하겠습니다만... ^^

    뭐, 아주 중대하고 어디서 구하기 힘든 것들이라도 보급병들은 다들 구하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데... ^^
    근데, 최근에 소식(?)을 들으니깐, 요새 들어간 신참들(?) 보급병들은 이런 걸(?) 할 줄 모른다네요~
    ㅋㅋㅋ
    그래서 어찌 해결할까 걱정스럽단 생각도 드는데... 아마도 곧이곧대로 손망실처리를 하진 않는지 참..
    그럼, 중대장인가 월급에서 까고 그러는 걸로 아는데...

    암튼, 어디서나 남의 물건 슬쩍하는 짓은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군대서 무슨 물품... 아주 중요한 물품이 아니라면, 잃어버렷다하더라도 혼자서 해결하려들지 마시구,
    보급병에게 문의하셔서 해결하실 것을... 이걸 읽으시는 군대가야할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
    뭐, 그런다고 안 혼나는 건 아닐테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13. ksg1920 2010.04.13 1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어짜피 돌고도는게 보급품이죠 ㅋㅋ
    누리끼리한 팬티도 위치이동 하는데 ㅎ
    분실된걸 어쩌라규
    px가서 돈주고 살수있는것도 아니고

  14.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04.13 1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ㅋ ㅋ
    자기합리화가 기똥찹니다.

  15.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BlogIcon 워크뷰 2010.04.13 2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옜 군대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16. Favicon of http://blog.daum.net/seaposeidon BlogIcon 해나스 2010.04.14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근데 원래 털보아찌 님 탄띠는 어디 간거예요?
    그건 나중에 찾으셨어요? ㅋㅋㅋ

  17. 엄탱 2010.04.16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행보관 왈
    방화범보다 도둑넘이 낫다.
    방화범은 물건을 없애버리지만
    도둑넘은 물건의 위치만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참 많이 변경시켰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