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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겪은 29년전 군대이야기 

제대 D-day 425일.
하루에도 몇통씩 핑크빛 편지가 날아드니.........

때는 바야흐로 1981년 8월 말경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상병때 일이였다. 본격적인 여름의 폭염은 어느 정도 가시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었다. 정말 유난히 더운 여름날 이였지. 하지만 이렇게 더위를 잊고 늘 싱글벙글 웃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것은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자라고는 구경도 못하고,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치마만 두르면 모두 여자 봤다고 자랑을 하는 바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름말 들어도 마음 설레는 스무 살 남짓한 아가씨들로 부터 핑크빛 편지를 매일 몇 통씩이나 받아들고 있으니 모두 부러워서 침을 흘리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날은 10통 가까이 편지를 받았으며, 한 달이 지나도록 하루에도 몇 통씩 편지가 배달되었다. 이건 정말 여복이 터질 지경이다. 털보는 무슨 재주가 있어서 아가씨들이 이렇게 줄줄이 편지질이나 할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상은 남들보다 특별한 일을 벌였기 때문이였다. 

얼마전에 첫 휴가 나갔다가 귀대한 후임병이 서울 마장동터미널에서 '아리랑'이라는 월간지를 한권 사서 버스 타고 오면서 보다가 가지고 귀대했었다. 오랜만에 보는 새로운 잡지인지라 주말 내내 월간지를 꼼꼼히 정독을 하면서 완전 마스트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가 월간지 뒤편에 눈에 확 뜨이는것은 다름 아닌 '펜팔란'이었다.

주로 펜팔 란에 보면, 직업, 나이, 이름, 펜팔대상, 이런 순으로 적혀있다. 그중에 적당한 대상이라고 찍어서 편지를 보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지를 보내고 손꼽아 답장오기를 기다렸지만,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군바리 마음은 실망 그대로였다. 그때서야 답장받기는 포기하고,

"역시 별 볼일 없는 군바리인 가보다."

그러나 반짝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이름을 직접 월간지 펜팔 란에 실으면 될것 같았다. "하하! 진작 그렇게 하면 될 것을............ "
이내 월간지 중간에 끼여 있는 엽서를 조심스럽게 잘라내어, 월간지에서 본 펜팔란 양식대로 적어나갔다.

이름:김털보, 나이:23살, 직업:군인, 대상:여동생, 엽서에 적어서 서울에 있는 잡지사로 고고!!

엽서를 보낸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이름 모를 소녀에게서 편지가 한통 왔다. 누굴까? 다름 아닌 '아리랑' 펜팔 란에서 보고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아하! 드디어 내 이름이 월간지에 나왔구나! 그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기쁨은 일일천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부터는 갑자기 편지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야호! 신난다!! 

어떤 날은 열통정도 적은 날은 3통정도 편지가 줄줄이 도착을 하는 것이었다. 주로 편지를 보내는 아가씨들은 당시에 공순이라고 알려진 전국의 공단에 아가씨들이였다. 부산 신발공장, 대구공단, 마산자유수출지역, 인천공단, 평택, 수원, 서울, 파주 이렇게 전국을 가리지 않고 아가씨들의 핑크빛 편지가 날아들었다.

나이는 주로 19살에서 21살까지 두세 살 적은 아가씨들이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행정실에서 편지를 수령해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이름을 보고, 필체를 보고, 갖은 상상을 다하면서 내 수준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펜팔대상자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늦은 밤까지 몇 통씩의 답장을 하느라고 날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랐다.
 
갑자기 많은 펜팔대상자가 생겼으니 심사를 해가면서 엄선할 수밖에 없었다.

"참! 털보는 여복도 많지........ㅎㅎ" 

이렇게 매일 핑크빛 편지를 한 아름 안고 입이 귀에 걸리도록 싱글벙글 즐거워하니까, 부러워하는 선임부터 후임까지 손바닥을 내밀면서 줄어 서있었다.

"어이! 털보! 남는 편지 좀 줘봐!"
"김상병님 저도 편지한장 안될까요?"

이렇게 선별해서 남는 편지는 어차피 버려질 것이지만, 선임부터 후임까지 원하는 사람에게 선심을 쓰면서, 털보의 인기는 날로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몇명의 대상자를 상대로 펜팔을 하다보면 특별히 마음이 가는 대상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중에 또렷하게 마음이 쓰이는 아가씨가 있었으니...............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20살 권명희(가명)라는 아가씨였다.

그는 전라도 최남단 섬에서 태어나서 돈 벌려고, 서울로 왔다고 하면서 마음을 둘 곳이 없어 너무 힘들어하면서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편지에 역력히 들어나 있었다. 이런 편지를 받고 보니 괜히 마음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그녀와의 사연이 깊어가기 시작했다.

때로는 인생선배로서 얼굴도 모르는 오빠로서, 위로해주고 같이 마음아파 해주었다. 편지를 받으면 바로 답장 쓰고, 때로는 답장을 받기 전에 또 편지를 보낸 그녀의 편지가 도착하니 이야기가 혼선되기도 했었다. 이렇게 주고받는 편 지속에서 털보의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늘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답장에 쓰여 있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은지 약 2달 가까이 되었을 때,
그녀가 보낸 편지에는 털보의 마음을 두근두근 거리게 만드는 내용이 있었으니.........

오빠가 보고 싶어서 면회를 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정말 대단한 용기인 듯 했다. 대부분 아가씨들은 면회를 오라고 해도 얼굴도 모르는 군인을 찾아서 온다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거절할 것인데, 그녀는 선뜻 먼저 면회를 온다고 하는 것이다.

"오호! 이게 웬 재수야!" 신나게 환호를 지르면서 답장을 보냈다. 

군인도 남자인데 응큼한 마음이 한구석에는 자리하고 있었기에, 기왕이면 주말에 면회 오면 좋다고.............
털보의 군대이야기 다음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어떻게? 쭈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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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행복한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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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cyworld.com BlogIcon 호호 2010.06.15 0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때는 그런 펜팔이 대세여서 저런 좋은 인연이 있었겠네요
    저는 나이가 적은지라... 펜팔문화가 없었다는ㅠㅠ
    아무튼 다음얘기가 기대되네요~

  3. Favicon of http://whachang.kr BlogIcon 화창 2010.06.15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펜팔이라.. 저도 생각나네요 ^^
    지금은 전역한 05년도 군번인데도 펜팔로 이등병 생활을 나름 무료하지 않게 지냈었답니다 ^^
    일병 꺾이고나서 조금 편해졌다고 답장에 소홀히 해서 끊긴 것이 너무 아쉬워요~

  4. Favicon of https://falconsketch.tistory.com BlogIcon 팰콘스케치 2010.06.15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면회를 온다는 아가씨까지 있었다니
    놀라워요~!
    다음 편 기대되는데요^^*

  5. Favicon of https://slds2.tistory.com BlogIcon ★입질의 추억★ 2010.06.15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읽다가~ 연재물이라니 ㅠㅠ
    그 아가씨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ㅎㅎ
    다음편이 기대되는데요 ^^~

  6.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6.15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옛날에는 펜팔 많이 했었지요.
    그 때가 그립네요.
    그만큼 순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잘 보고 가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ㅋㅋㅋ

  7. Favicon of https://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10.06.15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편 기대됩니다.ㅎㅎ

  8. Favicon of https://moneyamoneya.tistory.com BlogIcon 머니야 머니야 2010.06.15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인기가 많으셨나봅니당...^^
    저는 군시절..그야말루...암흑였던 기억외엔 별로 생각나는것도 없더군요..ㅠㅠ

  9. Favicon of https://kissthedragon.tistory.com BlogIcon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0.06.15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엇...어떤 여자가 올지 궁금궁금...
    20살의 처녀가 면회온다면..정말 기분 날아갈것 같은데 ㅎㅎ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요

  10. Favicon of http://killerich.com BlogIcon killerich 2010.06.15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일까지 기다려야하나요^^?...아~ㅎㅎ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 털보아찌님~^^/

  11. 쌀점방 2010.06.15 1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러브레터는...
    노인도 벌떡 일어서게 한다...캬캬캬

  12.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10.06.15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펜팔....ㅎㅎㅎ
    요즈음 아이들에겐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13. Favicon of https://shlim1219.tistory.com BlogIcon ★안다★ 2010.06.15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과연 어떤 마음씨의, 어떤 외모의 소유자일지...
    다음편이 엄청 기다려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14. Favicon of https://infovina.tistory.com BlogIcon 월억 2010.06.15 14: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저도 예전에 편지 많이 썻는데...

    참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다음편이 기대가 되는데요..ㅋㅋ

  15. Favicon of http://mamanim.tistory.com/ BlogIcon 경빈마마 2010.06.15 1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군인도 남자인데!!! 당연하고요.

    이왕이면 주말에 면회오라고요?
    엥??????????? 털보아찌!!!!ㅋㅋㅋㅋ 아 해봐요. 속 보여요!!!

  16. Favicon of https://0168265.tistory.com BlogIcon 미자라지 2010.06.15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웃겨요 진짜...ㅋㅋㅋ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데...다음편 기대됩니다 정말...ㅋㅋㅋ

  17. Favicon of http://golden21.tistory.com BlogIcon 오븟한여인 2010.06.15 1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펜팔,면회...
    글이란게 마음이 풀어지죠.
    그래서블러그도손을 못떼게되네요.
    이웃과친해져서...
    면회는 내일오나요?아님다음주?

  18.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06.15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이런~
    잘 나가다가 마지막 구절에 딱 걸렸습니다.
    털보님이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ㅋ ㅋ ㅋ

  19. 꽃순이 2010.06.15 2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

  20. Favicon of http://naeng-e.tistory.com BlogIcon 냉이' 2010.06.15 2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아찌님 평안한 저녁되세요^^

  21. 이그림 2010.06.15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엔 편지가 제일 위로가 되었었지요.
    요즘도 위문편지 쓰나 모르겠어요.
    펜팔이란말 오랜만에 듣는군요. 아.. 모두 그리운 날들입니다.
    다음 얘기는..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