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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귀국후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식이냐? 나, 정아야"

"어 그래 잘 지내고 있지?" "응! 여긴 서울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명랑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녀가 바로 미국에 살고있는 소꿉친구 정아였습니다. 몇달전에 국제전화로 7월달에 귀국한다고 했지만,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언제 귀국했어?" "어제 귀국했지"
"얼마나 머물다 갈꺼야?" "응! 한달정도 있다가 갈려구" 

그녀는 7년만에 귀국했는데,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보고나서 부모님 계시는 고향에서 주로 머물거라고 하더군요. "그래, 다음 주말에 나도 시골에 갈꺼니까 그럼 거기서 얼굴한번 보자" 이렇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마침 어머니 생신이라, 꼬박 3시간을 달려서 고향집에 도착했습니다. 고향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미국 사는 정아가 귀국 했다고...........우리는 태어날때부터 시골 산중에 달랑 두집만 있는곳, 바로 옆집에서 각각 울음을 터뜨렸고, 성장과정을 너무 잘아는 사이입니다.

우리는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이성간에 여친, 남친이 아닙니다. 만나도 마음편하게 이성친구라는 생각보다는 소꿉친구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나이가 50세가 넘어도 자식들 이름 부르는게 아니고 아이들 부르듯이 아직도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산중에 두집만 사는 곳에서 한달 사이로 태어난 동갑내기

자라면서 장난이 심해서 울기도 하고, 때로는 꼬집고 때리고 싸우기도 하면서 자라났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정아가 가까운 이웃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조금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사춘기가 되면서 각각 갈길이 따로 있었기에 몇년 동안은 서로 무관심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학교를 마치고 각각 사회진출을 하면서 바쁘게 살다보니 서로 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입영전야에 우연히 고향에서 만나게 되었고, 군대생활 잘하라고 인사한게 마지막 만남이였습니다. 군대생활 하는동안에 그녀는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는 소식만 듣게 되었습니다.

무심한 새월은 이렇게 흘러 그녀의 얼굴을 잊어 버린지, 30년이 지나서 다시 고향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50년이 넘도록 한 마을에서 살아온 이웃사촌들은, 여전히 마주보이는 곳에 나란히 집을 짖고 살고 계시는 부모님들입니다. 30년만에 얼굴을 보기위해 저녁시간에 찾아갔습니다.

30년만에 재회한 소꿉친구, 너무도 많이 변해서.........

"어머니 안녕하세요?" 70대 후반의 어머니는 굽어진 허리를 펴면서 나오시더니, "어서 들어와요."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그뒤를 따라 나온 낮설은 중년 여인이 서있었는데, 그녀가 정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만에 얼굴을 보니, 상상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전혀 얼굴을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어어~~ 너 정아 맞아?" "너 식이 맞냐?" 서로 얼굴을 처다보면서 의아한 눈빛을 보였지만, 이내 우리는 손을 잡고 반갑게 악수를 했습니다. 아마도 다른곳에서 마주 쳤더라면 얼굴을 모를뻔 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그녀의 얼굴이 가름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이가 들으니 완전히 변해서 놀랐습니다.

정아 어머니는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작은 상을 차리고 있더군요." 어머니! 다른건 필요없구요. 소주나 한병 주세요." 시골집에서 작은 주안상을 하나 놓고 마주 앉아서 바라보니, 얼굴은 몰라보게 변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는 명량하더군요.

하지만 미국으로 이민가서 26년간 살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생각보다 얼굴에 주름이 많이 있었고, 이제는 완전 중년아줌마 티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국생활에 적응한 탓인지, 말소리조차 가끔씩 영어가 나오고 미국인들의 특유의 제스추어와 말투까지 닮아있더군요.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돌아가보니.......

작은 주안상 하나 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이야기 보따리는 끝없이 이여졌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사는 이야기, 한국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 미래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끝없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제일 소중한것은 어릴때 소꿉놀이하던 이야기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어릴때 살던집은 시골의 외딴 산중에 두집만 살다보니, 더욱 기억이 남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숲속으로 변했지만, 두사람은 옛날 집터를 머리속에 상상 해가면서 이야기가 이여집니다. 여기는 살구나무, 여기는 대추나무, 여기는 샘물, 여기는 돌담장............이렇게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우리는 서로 양쪽집을 서로 오가면서, 술레잡기도 하고, 개똥불을 잡기도 하고, 샘물에서 같이 목욕하던 이야기, 싸우고나서 울고 불고 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완전공감 100배로 마음에 와 닿으면서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40년이 넘는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와보니.......

그러다가 현실로 돌아와보니, 얼굴에 주름진 중년남녀가 작은 주안상을 가운데 두고,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겁니다. 30년만에 친구를 만나보니,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온 환경이라 비록 현실에는 견해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소꿉놀이하던 그시절은 공감 100배로 일치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벌써 중년이 되고, 멀지않아 자녀들이 출가할 나이에 만나본 소꿉친구 정아! "우리가 30년만에 만났으니, 다음에 30년 뒤에 다시 만난다면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있겠다." 농담을 했더니, 이제는 나이가 들으니, 고국이 그리워져서 몇년에 한번씩은 나올 계획이라 합니다.

그래도 한국땅에 살면 그래도 이렇게 까지는 멀어지지 않았겠지만, 지구촌 반대쪽에서 살다가 30년만에 만났으니, 더욱 더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건강이나 잘 챙기고 열심히 살아라"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기약없는 약속을 하면서 굿바이를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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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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