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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는 대부분 등산복을 몇벌씩 가지고 있을겁니다. 얼마전 등산을 하려고 등산복을 꺼내보니 바지단의 길이가 모두 들쑥날쑥 다른겁니다. 등산바지를 구입하면 길이를 알맞게 잘라야 하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길면 긴대로 그대로 입다보니 어떤 옷은 길이가 제법 길어서 바닥에 끌리더군요.

한꺼번에 4개의 바지단을 세탁소에서 줄이려면, 한개에 3천원씩 1만2천원 들어가지요.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고향집에 예전에 사용하던 재봉틀이 있는것이 생각나서, 고향에 가는길에 한 보따리 쌓가지고 내려갔습니다. 고향집에 드레스미싱은 70년대 중반에 한창 재봉틀이 유행할 당시에 구입 했으니까 벌써 35년쯤 된것 같군요.

이 재봉틀은 어머니가 70세가 되기 전까지는 사용하셨다고 하는데, 요즘은 눈이 어두워서 사용을 못한다고 하면서 다락방 한쪽 구석 어두 컴컴한곳에 먼지가 잔득 쌓여서 방치되고 있더군요. 몇년씩 묵은 미싱이 과연 원활하게 돌아갈까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재봉틀을 꺼내서 몇년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돌려 보았습니다.


이 미싱은 1975년경에 글쓴이가 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구입한 드레스미싱 이니까 벌써 35년정도된 골동품이군요. 당시 아가씨들이 공장에 주로 미싱공으로 취직하려고 대도시로 몰려들던 시절입니다. 글쓴이는 이미 12살때 외할머니집에서 미싱을 어깨 넘어로 배워서 웬만한 옷은 꿰멜줄 알았기에 관심이 높았지요.


재봉틀에는 윗실과 밑실이 있기에 윗실은 거는 순서에 의해 걸고나서 마지막에 바늘귀에 실을 꿰는것은 눈이 나쁘면 잘 못꿰지요. 위 사진에 보이는것중에 바느질감을 일정한 압력으로 눌러 주는것이  것을 노루발이라고 합니다.


재봉틀에 윗실을 걸고나서 아래쪽에 실을 걸려면, 노루발 옆에 있는 스텐레스판 덮개를 왼쪽으로 밀어서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쪽에 북을 꺼내서 안쪽에 북실을 넣고나서 닫아 줍니다.



0,1,2,3,4,5 무슨 숫자일까요? 이건 바느질의 땀 조절을 하는 겁니다. 1은 바느질을 촘촘하게 하고, 5는 바늘질이 듬성듬성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검정색 버튼을 누르면 후진을 합니다.


정말 재봉틀에 앉아 본지가 10년도 넘은듯 합니다. 당시 12살에 외할머니댁에서 어깨 넘어로 배워서 바느질 하려고 하니까, 재봉틀 고장난다고 할머니가 못하게 하는걸 몰래 숨어서 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옛날 실력을 발휘해서 과감하게 등산복 바지의 단을 가위로 삭뚝삭뚝 잘라서 바느질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미싱이 몇년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군요. 그래도 몇년묵은 재봉기름이 아직 매달려 있어서 각 부위에 한방울씩 떨어뜨리고 한참을 돌렸더니 좔좔좔좔 소리를 내면서 재봉틀이 잘 돌아가더군요.


이렇게해서 한참만에 등산복 바지단 4개나 줄이는 작업에 성공했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1만 2천원 아꼈지만, 그래도 다락방에 방치되어 있는 35년묵은 재봉틀이 아직도 원활하게 돌아간다는것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40년전에 어깨 넘어로 배워서 사용하던 재봉솜씨가 아직까지 잊어버리지 않고 남아 있다는것도 신기합니다.

옛날에는 여자들 시집갈때 혼수용으로 재봉틀 준비할 정도면 요즘 자가용 준비하는것 처럼 부담스럽던 혼수품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후 재봉틀의 보급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집집마다 가정용 재봉틀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러나 새월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일, 어느순간 먼지쌓인 재봉틀은 고물장수에게 대부분 넘어가게 되었지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시골에 어떤집들은 먼지 쌓인 부라더미싱, 드레스미싱이 다락방이나 창고에 가끔 보이기도 하더군요. 35년전 추억을 뒤돌아 보게된 드레스미싱. 비록 이제는 쓸모없는 골동품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나에게는 쓸모있는 물건이더군요. 오랫만에 미싱을 사용하면서 40년전 어린시절의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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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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