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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적막을 깨고 알람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언제나 그렇듯이 산행을 가려면 새벽부터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수 밖에 없다.군기들은 군인처럼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서, 겨울산행이니만치 완벽한 방한준비를 하고 집결지로 향한다.6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어둠속에 강원도 평창 계방산으로 향하기 시작하고, 어둠속에 달리는 버스는 어느길로 가든지 아무도 관심은 없고, 9시 30분에 운두령 정상에 도착하여 이곳을 기점으로 계방산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해발 1,577m의 계방산은 태백산맥의 한줄기로 동쪽으로 오대산을 바라보고 우뚝 서 있으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은 남한 제 5위봉이다. 또한 이산에는 회귀목인 주목, 철쭉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곳으로 산세가 설악산 대청봉과 비슷하며,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겨울철에만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설경이 3월 초순까지 이어져 등산인들에게 눈꽃산행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운두령 정상은 해발 1,089m로서 계방산 정상까지 표고차가 488m에 불과하기 때문에,
등산하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곳을 기점으로 산행을 많이 하고있다.

벌써 혹한기가 지난듯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았다.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산중턱 까지 등산로 주변에는 눈이 많이 있지만,
등산로에는 눈이 많지 않아서 비교적 쉽게 오를수 있었다.
(눈꽃산행인데 눈은 구경도 못하는것 아니야 생각하며.)

그러나 안부 해발 1,126m 주변이 가까워 지면서 등산로에 눈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방심하던 등산객들이 한명씩 옆으로 빠지면서 아이젠을 착용하기 시작하고, 미끌미끌한 눈길을 따라
안부의 넓은 공터에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면서 사방을 조망하더니,
여기서 부터 탄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이곳부터는 주목 군락지역으로
수백그루의 주목들이 눈꽃가지 위로 우뚝우뚝 솟아있다.
 

 나뭇가지를 얼핏보아도 모든 나뭇가지가 온통 순백색으로 솜사탕처럼 포근해 보인다. 우와!!

정상을 향해서 오르는 길은 힘들었던 기억보다 환상적인 눈꽃들의 모습이 먼저 연상된다.

정상을 앞두고 처다보니 파아란 하늘과 조화를 이룬 눈꽃의 환상적인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어느쪽을 보아도 온통 눈꽃나무가지들이라,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니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드디어 해발 1,577m 계방산 정상에 도달하니 수백명의 인파들이 사방을 조망하며,
사진을 찍느라고 정상 표지석을 찍으려니 자리를 내주지 않아서 어느팀인지 몰라도 그냥 한장 찍었다. 

 정상에서 주목나무 군락지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에도 멀리까지도 눈꽃이 온통 피어있었다. 

 눈꽃밭을 지나서 하산하는 원색 등산복 차림의 모습이 어우러져 더욱 멋진 풍경을 볼수있었다. 

 

하산하면서 아쉬움에 뒤돌아보니
높은 정상으로 보이는 파란하늘 아래 눈꽃이 더욱 아름답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다.
위대한 자연앞에 언제나 인간은 왜소하게 느껴지는것은 왜일까? 

계방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선물인가?
밤새워 만들어진 눈꽃가지를 한아름 꺽어서 안고 내려오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본다. 

 아름다운 눈꽃나무들 언제까지라도 눈이 시리도록 처다보고 싶지만,
눈꽃나무들을 뒤로하면서 하산길을 미끄러지듯이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태백산에도 주목나무가 많지만,
계방산 역시 수백그루의 주목들이 모진새월을 견디어온 흔적이 역력하다. 

 정상에서 주목군락 지역 하산로는 그늘이라 폭설이 아직도 녹지 않아서,
등산로 옆으로 이탈하여 눈속을 걸어보니 거의 무릅까지 푹푹 빠져서 걸을수가 없었다. 

 주목나무가 밀집지역을 지나서 마지막 주목나무들이 자라고 있는곳에 도착하니,
한낮의 겨울 햇살이 따듯하여 나뭇가지 위에 눈꽃들이 녹기 시작하니 나무 아래로 툭툭 떨어졌다. 

 옹달샘을 지나니 하산로의 험한 산길은 거의 끝나는듯 해보이며,
매끈하게 잘 자란 낙엽송 수백그루가 특색있게 밀집된곳을 지나서 하산하게 된다. 

 경사로 하산이 거의 마무리 되는 지점부터는 계곡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강원도 산악지역의 한파로 인하여 온통 계곡 전체가 결빙되어 있는 풍경도 아름답게 보였다. 

산행코스는 운두령(1,089m) - 안부(1,126m) - 헬기장(1,492m) - 정상(1,577m) - 

주목삼거리 - 옹달샘 - 제2야영장 (이승복 생가터) - 제1야영장 - 주차장 (약10km, 5시간예상) 으로 산행코스를 잡았다.산행기점에서 출발시간이 9시 30분이면 도착 예상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지만, 언제라도 그렇지만 사진찍느라고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보면 일행들을 항시 잃어버려 불안한 마음에 급히 하산해보면 오히려 남들보다 먼저 도착한다.이날도 역시 눈꽃의 황홀경에 빠져서 수백번의 카메라 샷다를 눌러 대는라고 일행들 모두 흩어지고 나홀로 산행을 했다.

산행하는 사람들은 늘 느끼지만 산행일정과 기상조건이 일치가 되어야만 최적 조건의 산행을 하게 되는데,
이날은 너무도 진 조건의 일치였다. 혹한기를 벗어나서 비교적 춥지 않은 날씨에 상쾌하게 산행을 하면서도, 전날밤 위대한 자연이 만들어준 황홀한 눈꽃들의 향연을 즐기면서,슴 뿌듯한 성취감을 만끽하고 이날 하루도 보람으로 산행을 마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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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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