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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새벽 04시에적막을 깨고 알람소리가 요란스레 울린다. 군기들은 병사처럼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챙겨입고 등산배낭 꾸려가지고 집결지로 달려 나간다. 새벽 05시에 출발했지만 아직도 어둠속에 버스는 전남 보성을 향하여 남으로 남으로 달려가는데,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모두다 깊은 잠에 빠져든다. 중간지점인 정읍쯤에서 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나서 두시간 남짓 남쪽으로 더 가야한다. 출발한지 4시간 30분이 지난 9시 30분쯤 한치재 주장에서 산행채비를 하고서 산행을 시작한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과 회천면 경계에 솟은 일림산(664.2m)은 제암산(807m)과 사자산(666m)을 지나 한풀 꺾이면서 남해바다로 빠져들 듯하던 호남정맥이 다시 힘을 모아 산줄기를 뭍으로 돌려 북진하는 지점에 솟은 산이다.
일림산은 해발고도가 높지 않지만 해안으로 바로 솟구쳐 장벽처럼 기운차기 그지없다. 그런 가운데 정상부의 산세는 산중고원과도 같아 부드러운 산악미의 전형을 보여준다. 봄철에는 철쭉꽃이 만발하여 매년 5월초에는 철쭉제가 열리는데, 이날 산행에는 이미 철쭉이 떨어지고 잎새가 파랗게 돋아나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한치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기위해 간단하게 등산채비를 마치고 등산로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니 마치 터널같은 숲속으로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일림산 등산 코스는 대개 한치 고갯마루에서 능선을 따라 아미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데, 한치재에서 약 30분쯤 오르면 약간 솟아오른 아미봉에 도착하면 멀리까지 시원스레 조망할수 있다.


아미봉을 지나서 작은 봉우리를 하나더 오르면 평평한 핼기장이 나타나고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만개는 지났지만 화려한 철쭉꽃을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나서 멀리 보이는 정상을 향한다.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다보면 앞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일림산이 눈앞을 가리고 있으며, 이곳의 철쭉평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철쭉꽃 포기 사이사이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정겨운 모습들이 보인다.


드넓은 철쭉 평원은 지난주에 꽃이 만개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잎새가 무성해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화려한 철쭉꽃이라도 볼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림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따가운 햇살아래 머리가 따끔따끔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게 달아 오르면서,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땀방울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서 주루르 흘러내린다.


일림산 정상에 올라서니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더위를 식혀주고, 멀리까지 사방을 조망하며 길게 심호흡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정상에서 잠시 쉬고나서 최종 목적지를 향해서 정상을 내려선다.


일림산을 지나서 큰봉우리와 작은봉우리를  지나고 나면, 골치사거리가  나타난다. 정말 여기까지 오기는 날씨가 더워서 골치가 아팠다. 낙엽송이 우거진 숲이 나타나자 여기서 싸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점심식사후에 다시금 한참을  작은 산을 오르고 내리다 보니 이번에는 급경사로를 따라서 암벽사이로 로프가 길게 늘어진 난코스를 만난다. 점심식사후 반주로 복분자주를 먹었더니 온몸에 열이 오른다.


급경사로를 올라서니, 앞쪽으로 거대한 사자가 한마리 길게 늘어져 있는듯한 길쭉한 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아마도 왼쪽 끝부위가 사자머리 부분인 사자두봉인듯하다.


급경사 절벽을 올라서서 이곳에서 잠시 조망을 하고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니 조금전 힘들었던 급경사 바위절벽이 자그마한게 내려다 보이고 시가지가 한눈에 조망된다.


드디어 사자산에 올라섰지만 이곳에서는 특별하게 눈에 띄이는것은 없고, 조금 우뚝한 봉우리에서 길게 늘어진 사자등줄기가 보이며, 사자두봉까지는 거리가 2km 표시와 함께 사방의 이정표가 있다.


사자산을 지나서 아직도 남은 최종목적지는 멀게만 느껴지고, 그늘도 없는 야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멀리로 보이는 앞산을 넘을 생각을 하니 아득하기만 하다.


사자산에서 내려서서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소나무에 남근모양을  깍아서 만들어저서 불뚝 솟아보이니 모두다 한번쯤 가볍게 웃으면서 지루함을 달랬다.


나무그늘도 아닌 야산을 몇개나 넘었는지 기억이 아련하다. 한참을 내려서면 또 올라가야할 작은 봉우리가 눈앞을 가리고 봉우리를 오르면 또 내려가는길이 보이고~~


작은 산들이 모여있는 일림산 사자산까지 오면서 무슨 산이름도 많고 재이름도 많아서 기억이 아련한데, 이번에는 철쭉재단을 앞두고 간재라는 곳이 나타난다.


간재를 지나서 제암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곳도 철쭉 군락이 우거진 곳으로 지워진 꽃들이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조금만 더가면 철쭉제단이 있는곳이 나타난다.


저산을 넘으면 철쭉재단이 나타나는데, 날씨는 뜨겁고 더위에 지쳐서 모두다 발걸음이 많이 처지고 있으며, 눈앞을 가리는 작은 봉우리가 나타날때마다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이곳의 철쭉군락지는 철쭉나무의 높이가 어른 키보다 높아서 한적한 군락지를 통과하다보면, 마치 우거진 숲속의 터널을 빠져나가는듯 하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여기저기 보이는 커다란 바위들은 모두 찍어본다. 제발 숲이라도 나와줘야 더위를 피할수 있건만 나무그늘은 보이지 않고 멀리까지 평평한 들판만 눈앞에 펼져진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한번쯤 뒤돌아 보면서 몇개의 산을 넘었는지, 어디로 돌아왔는지를 보지만 쉽게 보이는 산이 아니었다. 작은 야산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오늘 호되게 당하는 셈이다.


또하나의 산을 내려서니 눈앞에 보이는 산은 높기만한데, 반대쪽에서 올라오던 어떤 아주머니가 물을 나누어 주었으면 요청을 하지만, 1500cc나 있던 생수가 거의 바닥이 났으니 어찌할꺼나~~


눈앞에 띄이는 바위돌에 담쟁이 덩쿨마저 멋있다는 생각을 할 마음에 여유가 있을때쯤, 곰재 4거리가 나타나고 앞쪽으로는 급경사로가 눈앞을 가리는데, 제암산까지는 2km라는 표지가 보인다. 제암산을 넘으려면 2시간이 더소요되는데 더 이상 진행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이곳에서 제암산 휴양림으로 하산했다.


한치재에서 산행을 기점으로 일림산과 사자산을 지나가는 몇개의 작은 산을 넘고 넘어서 가는 등산로 주변은 온통 철쭉꽃 군락이 드넓은 철쭉평원을 이루고 있었다. 꽃이 만개시기에는 화려한 천상의 화원을 볼수 있었을 텐데, 조금 때 늦은 철쭉이지만 그나마 볼수 있었던것이 다행이라고 하면서, 장장 6시간동안에 약18km 정도의 거리를 산행했다. 처음에 산행을 시작할때는 해발이 얼마 안된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5월의 햇살이  한여름의 기온을 방불케하는 고온현상과 함께, 나무그늘이 없는 평원을 하루종일 햇빛에 노출되어 산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일행들 모두가 햇빛에 지치고, 가지고간 식수마저 고갈되어 힘들게 만들었다. 이렇게 힘든데 무었때문에 고생을 사가지고 하느냐구요? 산이 있기 때문에 산을 오를뿐이고~~ 비록 힘들었지만 고생한 산행은 오랫동안 기억할것이고~~  이곳에서 산행을 하고나서, 일생에 또 한페이지에 보람있는 산행의 역사를 기록할수 있다는 뿌듯한 마음을 가득안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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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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