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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저녁시간대에 피크를 이루고 비맞은 새양쥐 마냥 온몸에서 물을 뚝뚝 떨어 뜨리면서, 더이상 갈수가 없어서 어천마을의 팬션에 투숙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잠시 그쳤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늦은밤까지 빗소리가 들린다. 늦은밤까지 처마끝에 희미한 불빛아래서 마른안주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아침에 일찍 눈이 떨어졌다.

왜냐하면, 새벽부터 요란한 빗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모처럼 휴가기간에 날잡아서 지리산둘레길 완주를 하겠다는 의지로 나섰는데, 이대로 포기하고 말아야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서 뒤치럭 거렸다. 그러나 언제쯤인가 몰라도 빗소리가 멈추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비가 그칠것 같았다. 참말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주하게 출발준비를 서두루고 있었다.

아직도 마르지 않은 라이딩복을 조금이라도 더 말려보려고, 선풍기를 틀어서 잠시 바람을 쏘이는 사이에, 아침밥을 먹어야했다. 아침밥은 어제 저녁에 먹다남은 김치찌개와 밥 한덩어리씩을 그릇에 퍼 담았다. 늦은밤까지 마신 깡소주 때문에 입안이 깔끄럽지만, 그나마 식은밥이라도 먹지 않고 길을 떠나면 언제 밥구경을 할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에 억지로 먹어둔다.


어제 비를 쫄딱 맞은 라이딩복을 빨아 널었지만, 절반도 안마른듯 축축했고, 신발은 물이 흐르지만, 그것도 감수하고 젖은옷을 입고 길을 떠난다. 어제 어천마을 입구에 들어서면서 지나쳐온 구간시작지점 인증을 하기위해 되돌아 갔다.

어천마을 구간 시작점은 마을에 들어가기전 약500미터 지점인 도로변에 새워져있었다. 사실 어제는 저녁시간대에 어둠이 짙어지고 억수같이 비가 내렸기 때문에 산청에서 어천마을까지 도로변을 달리면서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전혀 없었다.

20번 국도의 분기점에서 마을로 진입하는 어천교에서 바라본 어천마을의 풍경이다. 강줄기를 따라서 산자락에 옹기종기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둘레길은 뒷산인 웅석산군립공원에 웅석산핼기장과 웅석봉을 넘어서 운리로 가야한다.

어천마을에서 출발해서 운리로 넘어가는 도로는 새벽에 내린비 때문에 아직도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비가 그친듯 싶었다. 그런데 도로는 시작부터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는데, 도로에서 웅석봉으로 진입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웅석봉을 안고있는 마을 뒷산을 구비구비 돌아서 정상에 오르기전에 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니,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운다. 그러나 하강이 시작될때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하니 자전거바퀴에서 질퍽하게 물이 튀어 오른다.

아침부터 벌써 한줄기 비를 맞아서 라이딩복이 결국은 다 젖어 버렸고, 도로를 따라서 한참을 내려 달리다보니 도로가 좁아서 교행도 안되는 일부구간도 있다. 하지만 평지에 내려서니 아마도 여기가 운리마을이 아닌가 생각이든다.

운리마을 시작점은 지방도로변에 바로 인접되어 있지만, 주변에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가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운리마을 시작점을 표시하는 안내판앞에서 인증샷을 한장씩 날리고 다시 다음구간으로 이동해야한다.

인증샷을 찍고나서 출발하려고 하면서 이정표를 보니까 다시 마을로 들어가서 백운계곡을 통과해서 덕산마을까지 이동하게된다. 하지만 우리는 정코스인증은 벌써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도로를 따라서 덕산마을로 열심히 페달링을 한다.

운리에서 덕산구간은 별 어려움없이 넘은것 같다. 덕산에 들어서기전에 도로를 따라서 길게 형성된 마을에서 부족한 물을 보충하고 잠시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덕산마을 시작점 안내도는 덕산면소재지 가기전에 담장에 설치되어 있었다.

덕산마을에서 인증을 하고나서 이번에는 덕산면소재지를 통과해서 도로를 따라서 가는데, 검색을 해보니 다음구간은 상촌이라고 한다. 티맵을 작동시켜 상촌마을에 도착해서 지리산둘레길 안내표시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할수없이 상촌마을 정자각 주변에서 마을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이곳은 지리산둘레길과 거리가 멀고, 상촌마을이 이곳뿐만 아니고, 또 두군데가 있다고 하면서, 아마도 지리산둘레길이라면 위태로 가봐야할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다시금 티맵에서 지도검색을 하면서 위태마을을 찾았더니, 이곳에서 약10km 떨어진곳이라고 한다. 다시 자전거를 돌려서 위태마을로 가기로 하고, 마을을 나가다가 식당간판이 보이기에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가니 문을 닫고 대답을 안한다.

우측으로는 면소재지가 보이기에 그곳으로 갈까 하다가, 좌회전해서 위태방향에도 식당이 있으려니 생각하고 나갔지만, 도로변에 아예 집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결국은 점심시간이 지나서 허기가 지는데,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있다.

상촌마을에서 위태마을까지 찾아가는길이 처음에는 도로가 원만한듯 했는데, 약4km 구간은 계속해서 오르막길이 진행된다. 우측으로는 작은 실개천을 끼고 경사로를 따라서 오르다보니, 허기져서 자전거를 눞히고 주져앉았다.

도로변에서 마땅히 쉴곳은 없지만 외딴 시골길의 농가주택 마당가에 주저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상식량을 떠내서 허기를 달래면서 수통에 담겨진 미지근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나니 조금 힘이 나는것 같다.

마을입구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지리산둘래길 안내판이 자그마하게 보이는데, 역시 이곳도 상촌이라고 써있는 글자가 보인다. 그냥 위태마을이라고 했으면 찾기 쉬웠을텐데, 두가지로 표기를 하니 햇갈리고 말았다.

지리산자락에 위태마을에 인증을 하기위해 좁은 도로를 타고 한참을 올라 왔지만, 다시 다음구간을 향해서 달리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위태마을에서 큰길까지 돌아 나가는길은 다운코스라서 금방 나간것 같다.

위태에서 하동호로 향하는 구간의 돌고지재는 해발이 별로 높지 않은듯 하면서 은근히 몇km 업힐구간이다. 그리고 돌고지재 정상에 도착하면 다운구간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시 말티재를 향하여 구비구비 헙힐구간이 나왔다.

말티재를 올라가면서 힘이 빠져서 페달링은 점점 늦어지고, 기어변속은 저단으로 자꾸 떨어지는데, 몇km 구간을 업힐로 올라왔더니, 사타구니가 아파서 수시로 자세를 바꾸게된다. 그러다가 가끔씩 내려서 땅바닥에 털썩 주져앉는다.

이렇게 돌고지재와 말티재를 오르고 나서 말티재 정상에 드디어 도착하니, 그때 부터는 청암면까지는 완전히 급경사 다운구간이다. 급경사구간에 구비구비 돌아가려면 브레이크를 계속해서 잡지 않고는 자전거핸들링도 잘안된다.

라이딩하면서 말티재처럼 다운힐이 재미있고 신나는 구간은 아마도 없을것 같다. 구비구비 신나게 내리달리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가 절로 나왔다. 다운구간이 끝나고 마을에 들어서니 곧바로 청암면 소재지가가 나온다.

면소재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찾는것은 식당이였다. 벌써 3시가 넘었으니, 얼마나 식당이 반가운지 들어서자 곧바로 막걸리를 한사발씩 들이켜고, 그동안 체력손실한것은 보충하기 위해서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한접시 해달라고 했다.

그래도 드디어 3일만에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한접시 먹었더니, 이제는 힘이 솟는듯 싶다. 청암면소재지에서 이제는 하동호를 찍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청암에서 하동호까지 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업힐구간이 조금 힘들었다.

하동호의 규모는 제법 큰듯한데, 요즘 많이 내린 비로 인하여 물이 가득담겨 있어서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하동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장씩 찍고나서 다시 다음구간인 삼화실로 이동하기 위하여 준비를 한다.

하동호에서 삼화실로 이동하기 위하여 티맵을 검색해보니 삼화실도 확실하지 않고, 삼화초교도 폐교이기는 하지만, 검색에 나타나지 않아서 이것저것 주변마을 이름을 검색해서 찾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어디를 가더라도 길을 모르면 검색하고, 주변에 가서 물어보면서 드디어 삼화실구간의 시작점을 찾는데 성공했다. 삼화실시작점은 폐교된 삼화초교 운동장 입구에서 안내판을 만날수 있었다.

삼화실구간 시작점에서는 두개의 구간으로 지선이 또 하나 나온다. 이곳에서 대축방향으로 가는길과 서당마을로 가는길이 나온다. 하지만 서당마을은 둘레길의 끝이라 의미가 없고, 둘레길을 돌기위해서는 대축마을로 향한다.

삼화실에서 대축마을로 향하는 둘레길도 정말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우선 이 구간에는 버디재와 신촌재, 먹점재등 3개의 재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라고 함은 마을뒷산 같지만 실제 접해보면 만만한 구간이 아니다.

삼화실에서 대축마을로 이동하기 위해서 도로를 타고 열심히 페달링을 했다. 하루종일 수없이 많은 마을을 지나가고 또 지리산둘레길 시작점을 많이 통과하다보니 이제는 기억도 아련해지는데, 대축마을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마축마을입구에 과수원길 사이로 지리산둘레길 말뚝이 보인다. 빨간색화살표시는 시계방향이고, 검정색은 반시계방향을 나타낸다.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은 빨간색으로 다음구간은 원부춘마을로 향하게 된다.

전구간인 삼화실에서도 서당마을 표지판이 있지만, 대축마을에서도 삼화실과 서당마을 이정표가 한번씩 눈에 띄인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빨간색 화살표방향으로 다음구간은 원부춘마을로 가야만 한다.

원부춘마을은 대축마을에서 8.5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에 해당되기 때문에 도로를 이용해서 기점을 찾는 우리는 멀지않아 도착할수 있다. 하지만 도로변에서 원부춘마을은 보이는데, 마을기점을 찾지 못하고 중기마을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둘레길보고 어플이나 둘레길홈페이지 검색을 해봐도 원부춘부터 오미 이전구간은 명확한 정보가 업그레이드가 안되어서 더욱 혼선을 준다. 아마도 둘레길이 제대로 연결이 안된것인가? 의문점을 안고, 일단 오미까지 가기로 했다.

원부춘마을의 기점은 아마도 마을안쪽의 산밑에 있을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보검색에서 의문점이 생기자 원부춘-가탄. 가탄-송정.송정-오미까지 3구간은 일단 패스하기로 했다. 사실 해도 저물어서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이다.

원부춘을 지나서 정보가 확실한 오미마을까지는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서 크게 힘든것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라이딩에 사타구니가 트라블이 생겨서 수시로 엉덩이 자세를 바꾸면서 이동하는데, 화개장터 다리가 조망된다.

눈에익은 화개장터를 지나서 구례방향으로 향하는길은 눈에익은곳이 많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개설된 도로를 따라서 반대쪽에는 섬진강자전거길도 보이는데, 우리는 화개장터를 지나서 40분정도 걸려서 오미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어둠이 짙어지고 오미정주변에 작은 공원에는 운동하는 마을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공원 안쪽에 들어가서 구간인증사진을 한장씩 찍고나서 날이 저물어가기 때문에 서둘러서 구례시내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미마을에서 구례군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자전거로 이동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지만, 야간에 이동을 예상하지 못하고 헤드라이트를 준비하지 못해서 후미등만 깜빡이면서 이동했다.

밤이되자 멀리서 보아도 도심의 불빛이 화려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멀지 않아서 구례외곽의 모텔에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모텔에 들어가서 자전거를 보관하기 위해서 1층에 방을 얻어서 문앞에 새워두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우선 땀에 젖은 라이딩복을 빨아 널고, 샤워를 마친다음에 주변식당에서 모처럼 여유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하지만 소주는 각1병으로 오늘은 간단하게 마셨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 밥을 먹을수 있는가를 미리 확인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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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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