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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여행 2일차는 발포만에 위치한 빅토리아호텔에서 출발해서 고흥반도의 좌측편에 위치한 소록도와 거금도를 거쳐서 금산면으로 일주여행을 떠났다. 남해안은 한겨울이지만 기온이 영하 2~3 수준이라서, 겨울여행을 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날 하루일정을 위해 자동차 핸들을 서쪽방향을 돌린다.

 

고흥여행을 하면서 자동차로 이동하다보면 느끼는것은 정말 소박한 시골정취가 느껴진다. 고흥 IC에서 고흥읍까지 들어오는 도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왕복 2차선 도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직선도로를 만나기 정말 쉽지않았고, 구비구비 산길이나 농로같은 좁은 도로를 천천히 달리면서 고즈넉한 시골정취를 만끽하게된다.

 

빅토리아호텔에서 서쪽방향으로 77번 국도를 따라서 약20km정도 달리다보니 오마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녹동항이 있는 도양면과 고흥과 벌교로 갈라지는 삼거리지역이다.

바로 이곳 오마삼거리에서 우측을 보니 오마 간척 한센인 추모공원이라는 안내도가 보인다.

추모공원 맞은편에는 오마공원 해양체험관이 있지만, 이날은 휴관이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오마간척지는 1962년부터 3년 동안 풍양 반도에서 봉암 반도까지 2㎞가 넘는 바다를 메워 만들어낸 간척지다.

간척을 위해 한센병 음성환자 2,000여 에게 지급된 장비는 삽과 손수레로

인근의 산에서 캐낸 흙과 바위를 리어카로 실어 바다에 부으면서 힘든 간척공사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간척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된것은, 한센인의 정착촌을 만들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기때문이다.

그들은 소록도를 떠나 육지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한센병 환자들은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물막이 공정이 거의 끝났을 무렵, 정부는 주민들의 민원때문에 결국 한센인들을 모두 내쫓았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땅을 만들어 살고자 했던 한센인들의 꿈은 이렇듯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소외된 병자를 건설사업에 동원후 약속을 저버리고 마지막 꿈마저 빼앗았던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이처럼 당시의 폭력을 증거하는 곳이 오마도 방조제 제방 끝에 세워진 한센인 추모공원이다.

 

 

77번 국도변에 위치한 오마간척 한센인 추모공원은 도로변에 인접해있다.

주차를 하고나서 입구에서 추모공원의 안내도를 미리 한번쯤 숙지하고나서 공원지역으로 들어선다.

메인 게이트를 들어면서 가파른 경사로를 통해서 조금 힘겹게 올라가게된다.

 

 

공원에 다섯마리 말의 조형물이 보인다.

이 조형물은 무인도였던 5개의 섬을 연결하여 간척지를 조성하였다는 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즉 오마란 오마도, 고박도, 오동도, 분도, 만새도, 이렇게 5개의 섬을 말한다.

 

 

오마조형물 바로 위쪽에는 자그마한 돔형으로 만들어진 테마관이 보인다.

테마관 안에는 이청준 소설가의 소설중에 '당신들의 천국' 중에 인용한 글을 읽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당시 한센인들이 노역으로 고된 작업을 하던 간척지의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이 전시되고있다.

 

 

 이곳에는 고된 노동 장면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방조제 건설 중 목숨을 잃은 한센인들의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공원에는 당시 김형주 한센인 개척단 부단장이 간척지에서 쫓겨나면서 썼던 울분의 글이 아프게 새겨져 있다.
 '오천 원생은 곡하노라…(오마도 간척공사가)

세계적인 대 기만극으로 막을 내렸기에 여기에 그 유래를 새겨 만천하에 고하노라.'

 

 

추모공원을 둘러보고 내려오면서 멀리 조망을 해보면 바닷물을 가로질러 곧게 벋은 오마방조제가 보인다. 방조제는 현재 녹동으로 연결하는 77번 국도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추모공원을 한번쯤 둘러보고 간다면 한센인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겠지만, 그냥 스쳐 지나간다면 단순한 방조제라고 생각할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장비도 없고 도구만 이용해서 노역으로만 바다에 흙 쏟아붓기를 끝없이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 부상자는 속출했고 더러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추모공원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당시 한센인들이 희망을 가지고 고된 노역으로 개척한 땅에 정착도 못하고 쫒겨난 설움을 생각하니 스산한 겨울 날씨가 더욱 춥게 느껴지면서 우울한 마음이 드는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만은 아닐것이다.

 

☞ 2박 3일간 고흥여행의 다음코스는 소록대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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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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