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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랠리 평창대회를 앞두고 직장인으로서 랠리훈련을 별도로 한다는것은 사실 쉽지 않았기에 기본적인 체력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280랠리를 처음으로 출전하다보니 사실 마음 설례기도 하지만, 날짜가 다가 올수록 불안과 초조함도 감출 수 없는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한가지 관건은 대회일정에 비가 오느냐, 안오느냐 하는 기상조건에 따라 모든 환경에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회일정 1주일을 앞두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마트폰으로 기상예보를 확인하는데, 오랫동안 가뭄으로 전국이 말라 비틀어져도 비 예보는 없었다. 하지만 대회 3일전에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가 나온다. " 왜? 하필이면........."  야속하게 대회일정에 맞추어 중부지방 폭우 예보를 보면서,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 들일뿐이다.

대회 하루전 나는 직장에 월차를 내고, 차근히 준비물을 챙기고나서 낮시간대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내가 소속된 온아MTB에서는 선수16명과 지원조 13명을 합해서 29명이 이동을 하기 때문에 미리 출발시간을 정해서 각각 현지로 떠나기로 했다. 출발시간이 각각 다르지만, 우리 A팀 와인준, 달림이, 털보, 이렇게 3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생각에 밤 11시 30분에 떠나는 초이조장 차량을 이용했다.


▲ 평창공설운동장에서 검차를 마치고 출발대기중인 자전거

평창공설운동장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3시가 가까워지고..... 벌써 운동장 주변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는데, 기상예보가 기가 막히게 적중하여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평창에 도착한 우리는 운동장 외곽에서 우리팀들과 합류하여 배번을 달고, 이것저것 챙기고 하다보니 시간이 임박했다. 빗속에 주먹밥을 하나씩 들고 한손으로는 밥을 뜯어 면으면서, 한손으로 자전거를 끌고 운동장에 들어가 검차를 받았다.

북적대는 군중들 사이를 뚫고 검차를 받은 자전거들이 운동장에 차곡차곡 정리되고, 우리팀이 들어가니 벌써 앞쪽에는 수백대의 자전거들이 검차를 마치고 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날 참가한 선수들이 756명이였으니 과히 그 규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온아MTB 출전선수들이 16명  4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제부터는 팀장을 중심으로 각 팀별로 행동 하기로 했다. 

자전거는 검차후 맨 뒤쪽에 나란히 바닥에 정리를 해두고, 솓아지는 폭우를 피해서 운동장 관중석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장인 초이는 작전을 전달했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 나가면 혼잡해서 출발부터 지연되기 때문에, 우리조는 무조건 선두그룹으로 빠져나가기로 작전을 했다. 잠시후 우리는 뒤쪽에 있던 자전거를 앞쪽의 옆으로 이동시키고 출발 카운트 다운을 기다렸다.

▲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출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선수들

우리팀의 작전은 출발과 동시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혼잡한 도로를 빠져나가서 선두그룹에 서기로 했다. 조장의 불빛은 파란색 후미등으로 불빛만 보고 쫒아가면 되지만, 만일 조장을 놓칠경우 도로가 끝나고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가운데 카운다운을 시작되었고, 힘찬 함성과 함께 우리는 이리저리 선두로 빠져나간다.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솓아지는데, 수백대의 자전거가 한꺼번에 운동장 내리막을 빠져나가니, 브레이크 걸리는 소리가 마치 자동차 경적음 처럼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경쟁적으로 운동장을 빠져 나가서 도로를 달리다보니, 서로 부딧칠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이리저리 서로 피해서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즐거워서 환호성을 지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야호~ 오~~~"

그동안 자출로 다져진 라이딩 실력은 도로에서 만큼은 자신있기 때문에, 폭우를 가르면서 신나게 달렸다. 도로에 가득 메워진 자전거 행렬은 뒷바퀴에서 비산하는 빗물 때문에 뒤따라 가려면 눈을 뜨지 못할정도로 심했다. 그리고 얼굴에서도 빗물이 줄줄 흘려 내리기 시작했고, 고글은 빗물 때문에 전혀 앞이 보이지 않자 아예 벗어 버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힘차게 페달링을 한다.

▲ 폭우속에 평창공설운동장을 출발해서 남병산 방향으로~

이렇게 우리팀은 에스코트차량의 뒤쪽에 바싹 붙어 선두그룹에 초이, 와인준, 달림이, 털보, 이렇게 4명의 조원들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도로가 끝나고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업힐이 시작되었고, 어둠속에 수십명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초이가 속도를 내지 않으니 뒤따라가기가 조금씩 답답해진다. 늘 하던 습관적으로 페달링을 하다보니, 초이보다 조금씩 앞서가기 시작한다.

임도 업힐 시작지점에도 어둠속에 여전히 비가 솓아지는 가운데 혼잡하다보니, 이리저리 비켜서 앞으로 나가다가 뒤돌아 보니 초이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달리면서 우리는 번갈아 초이를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때부터 속도를 줄이면서 계속해서 초이를 불렀다. 잠시후 옆쪽에 슬그머니 나타난 초이는 아무말 없었다. 와인준은 조금 언성을 높이면서 "부르면 대답좀 해라" 한다.

초이는 묵묵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하는말이 " 조장을 추월하는 조원들이 어딧어요." 이말을 듣고나서 우리는 더 이상 할말을 잃었다. 이때부터는 우리가 오버페이스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말없이 조장의 뒤쪽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가볍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A조는 조장을 중심으로 단결을 시작했고, 와인준은 수시로 힘차게 "온아MTB 파이팅"을 외치면 우리는 함께 "파이팅"을 복창을 했다.

그리고 체력안배와 페이스 조절을 하기위해 초이는 가파른 업힐이 나오면 끌바를 하자고 한다. 초이는 마치 군대의 소대장처럼 일사분란하게 지시를 내린다. 모두들 조장보다 나이는 많지만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월활하게 조직이 운영되기 때문에 이유없이 잘 따랐다. 조장이 먼저 "끌바" 하면 모두 동시에 "끌바" 를 복창하고 뒤쪽사람부터 내린다. 그리고 "탑승" 하면 다같이 복창하고 앞사람부터 탑승했다.

▲ 남병산임도 정상에서 다운힐코스는 질퍽질퍽 정체가 시작되고~

남병산임도는 사실 그리 높지는 않았기에 한참동안 페달링하다보니 정상에 도달했고,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정체구간은 어두컴컴한 숲속 싱글길에 발목이 빠질정도로 질퍽했고, 자전거도 밀리고 발도 미끌미끌 미끄러지면서 한참동안 끌바를 했다. 그러나 얼마후 질퍽한 싱글길이지만 한명씩 타고 내려가자 정체가 풀리고 우리도 이리저리 돌덩이를 피해서 가볍게 다운을 시도했다.

초이가 먼저 내려가고, 와인준도 내려가자, 달림이는 나보고 "형님이 먼저 내려가세요" 하면서 뒤쪽으로 빠진다. 나는 앞쪽에 내려가면서 달림이가 따라오고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 몇번이고 달림이를 불렀다. 그러다가 얼마후 다운힐이 끝나고 도로가 나왔다. 도로에 내려와서 돌아보니 달림이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달림이가 왜 안오느냐고 한마디씩 묻는데, 조금전까지 뒤쪽에 내려 왔는데 이상하다.

얼마후 달림이는 한손에 뭔가 들고 내려오면서 "흙받이를 하나 주웠으니, 수입 잡았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얼마후 와인준의 자전거를 보더니 흙받이가 날라가고 없는것이다. 달림이가 주워온 흙받이는 바로 와인준의 것이였다. 와인준은 "달림이 형님 제것인지 어떻게 알고 주워 왔어요." 한다. 달림이는 좋아하던 표정에서 멀숙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에이~~ 좋다 말았잖아" 그래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다운힐이 끝나고 도로에서 좌회전해서 조금 올라가니, 지원조 TNT가 손짓을 한다. 1km만 가면 가평소건소 앞쪽에서 지원팀이 있단다. 아침밥 이야기를 들으니 점점 힘이 솟아나서 잠깐사이에 지원차량을 만날 수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국그릇에 밥을 퍼넣고 꾹꾹 말아서 후르르 들이마셨더니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갔는지, 목구멍으로 들어 갔는지.....급히 밥을 먹고나서 또 달음질 치기 시작했다. "무슨 국을 먹었지?"

▲ 뻘창길 중왕산임도에서 체인에 그리스를 수시로 발라주고~

아침밥을 먹고 달음질치기 시작한곳은 중왕산 임도로 고도차가 700미터로 힘겨울것이라고 한다. 아침식사 포인트에서 다음 지원포인트까지는 50km 정도로 조금 멀다고 하면서 지원팀에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챙겨준다. 배낭이 없다보니 후레임가방이랑 져지 뒷주머니고 구석구석 빵이고, 과일이고, 쑤셔넣고 출발한다. 중왕산 임도는 소문대로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온통 뻘창에 발목이 빠지는 임도였다.

방금 아침밥을 먹고 배가 부르자 무리하게 업힐을 할 수 없기에 초이는 수시로 끌바를 하자고 한다. 그리고 내리막길 다운을 하면서 물구덩이를 치고 자나갈때 나는 즐거워서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흙탕물이 얼굴에 튀어 오르고, 신발이 질퍽질퍽 소리를 낸다. "에이~ 그럴줄 알았으면 신발 바닥에 배수구라도 낼걸...........ㅎㅎ"  이렇게 달리다보니, 서서히 체인에서 우두둑 우두둑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잠시후 쉬어 가기로 했지만, 내가 쉬는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쉬는 타임이다. 길가에 세워놓고 습식오일을 바르려하자, 달림이는 지난해 랠리때 얻은 경험으로 그리스를 가지고 왔다. 이렇게해서 우리팀은 달림이 덕분에 체인오일은 걱정없이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나서 물을 한모금 마시려니 물통이 온통 흙속에 묻혔으니, 대충 장갑으로 털어내고 한모금 마시니 입안에 모래가 우지직 우지직한다.

이렇게 중왕산임도를 오르내리면서 경사도가 높은곳을 만나면, 수시로 끌바를 한다. 최대한 체력손실을 줄이고 장기전에 대비해 체력안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끌바를 하면서 달림이는 무언가 슬쩍 건내준다." 형님! 이것 절반은 지금 드시고, 절반은 저녁에 드세요."한다. 무언인가 뚜껑을 열어보니 우황청심원이다. 인정많은 달림이는 이렇게 조원들을 세심하게 챙겼지만, 한개 잃어 버려서 자신은 못먹었다고 나중에 이야기한다.

▲ 중왕산임도 다운힐코스에 나타난 지원팀 유격조

이렇게 중왕산 임도를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우리는 조식지점에서 무조건 50km는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질퍽대는 뻘창길을 무조건 달리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와인준은 계속해서 "온아 mtb 파이팅" 소리를 계속 외치고............ 얼마후 다운힐코스를 신나게 내리쏘고 있는데, 길가에 지원조 철인이 갑자기 나타난다. 급정거를 하면서 돌아보니, 파라솔 아래쪽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 산적두목이 보인다.

"아니! 여기는 어떻게?" 역시 산적두목의 유격조 실력은 감탄할 지경이다. 알려지지 않은 좁은 임도길을 비집고 이곳까지 올라온것이다. 우리는 테이블위에 내놓은 과일을 정신없이 집어 먹고, 따끈한 꿀물을 한잔씩 마시고 있는 사이에, 이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들은 주최측 지원포인트인줄 알고 이것저것 달라고 요구를 하는것이였다. " 여기는 온아mtb 클럽 지원조입니다."

달림이와 나는  허겁지겁 과일을 우지직 우지직 씹어 먹고, 초이와 와인준은 컵라면을 먹겠다고 하니, 산적두목의 손길이 점점 빨라진다. 그사이에 달림이와 나는 체인에 오일을 다시 바르고,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했더니, 타이어가 물렁물렁하다. 혹시 펑크가 난게 아닌가 싶어서 펌프를 꺼내서 타이어가 빵빵하도록 공기를 주입하고나서 쫒기는 도망자처럼 "수고 하세요" 소리를 지르며,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 경관이 아름답다는 모래재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유격조를 만난후 다시 업힐이 시작되는곳은 일명 모래재라고 한다. 산적두목이 간식을 먹을때 하는말이 이곳은 정상에 올라가면 아주 경관이 아름답다고 하면서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고 가라고 한다. 하지만 마치 추적당하는 도망자처럼 달음질치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경관보다는 물구덩이와 가파른 오르막길만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임도길을 오르내리다가 얼핀 정상에 도달한듯 주변을 돌아본다.

모래재 정상에 올라서니 보슬비가 내리는데, 구름이 중턱에 걸리고 멀리까지 조망이 되니, 과연 아름다운 경관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자전거를 점검하며 휴식을 취한다. 초이는 자전거가 말썽을 부린다고 하면서 공구를 찾아서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고, 나머지 자전거는 그리스를 체인에 흠뻑 발라주었다. 그리고 사람도 먹어야 하니까 주머니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목구멍으로 쑤셔 넣는다.

뒷주머니에 넣어던 앙꼬터진 빵이 왜 그리 맛있던지 입이 터져라 쑤셔넣고 흙묻은 물병을 한모금 빨아내고, 흙도 먹고 빗물도 빨아먹었다. 그러는 사이에 산악거지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다고 파워젤이나 먹을것을 달라고 하자, 달림이가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주먹밥과 빵을 주자 몇번이고 고맙다고 고개를 굽신거리면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오일좀 빌리자는 거지도 있고, 튜브를 달라는 거지도 있다......ㅠㅠ

난생처음으로 참석한 280랠리지만 정말 재미있어서 나는 계속해서 룰룰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출발할때부터 시간이 없어서 소변을 못봤는데, 중간중간에 끌바를 하면서도 소변보는것을 잊어 버리고 있었다. 모래재 정상에서 물을 한모금 먹고나니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바쁘다보니 깜박 잊고 있다가 이곳에서 소변을 보려니 전립선이 눌려서 안나오다가 한참을 서서 기다리니까 배출이 된다. "쒜에~~오줌줄기에 산사태가 난다.

▲ 백적산임도 진입로에서 아침식사와 자전차 세척을 하고~

모래재 정상에서는 임도길을 빙글빙글 돌아서 계속해서 다운힐이 많다. 하기야 고도차 700미터를 올랐으니, 오른만치 내려가야 하기에 계속해서 다운힐 구간이 많았다. 하기야 업힐보다는 힘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옆으로 돌고 돌아서 계속해서 페달링은 멈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한참을 다운힐 하다보니, 앞 브레이크가 힘들었던지 소음도 많이나고, 어깨가 뻐끈하고 손목이 저려오기 시작할 무렵 포장도로가 나온다.

급경사 포장도로를 따라서 시원스럽게 다운힐을 치고 있는데, 지금은 누군지 기억나지 않지만 손을 들고 자전거 앞으로 들어선다. 백적산 업힐코스를 오르기 바로전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점심지원포인트에는 우리팀이 도착해서 밥을 먹는 사이에 자전거 세척과 오일을 듬뿍 발라주었다. 마침 도로 옆쪽에 작은 개울에 물이 흘러가기에 밧줄을 이용해서 양동이로 물을 퍼올리고 있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나는 모래재에서 다운힐 하는동안에 앞브레이크가 소음이 많이 발생하자, 가지고 온 패드를 교환해 달라고 했더니 산적두목이 확인해보더니 아직까지 좀 남아 있는니 알뜰히 쓰라고 교환해주지 않는다. 앞으로 패드가 없으면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수도 있다면서.......... 점심을 먹고 그나마 잠시 여유를 가졌다. 자전거도 꼼꼼히 정비를 하고, 개울물에 들어가서 덕지덕지 묻은 흙을 대충 씻어내고 다시 출발한다.

점심식사후 백적산 임도는 처음부터 가파른 업힐구간이 나타났다. 점심밥을 먹고 배가 빵빵한 우리는 숨이 가빠서 점점 힘이든다. 이때 초이는 끌바를 하자고 하니, 듣던중 반가운 말이다. 우리는 끌바를 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경사도가 원만해지면 바로 승차를 했다. 평창의 280랠리는 유별나게 산이름도 많은것 같아서 랠리가 끝난후에 기억하기란 참 쉽지 않았다. 백적산에서는 무슨일이 있었지?

▲ 속사재입구에서 지원팀을 만나서 자전차정비를 받고~

아무튼 점심식사후 백적산 임도길을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니, 갑자기 다운힐 구간이 생겨서 한참을 다운힐 하다보니 갑자기 업힐구간이 발생되는 지점에 지원포인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지원포인트에서 앞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하지 못한 나는 백적산 다운힐코스에서 브레이크가 밀려서 불안하게 다운힐을 했지만, 이곳에서 선산의 도움으로 앞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하고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니 하니는 수박을 일일이 집어주고 많이 먹으라고 격려를 한다. 우리는 목이 말랐던터에 허겁지겁 이것저것 입안에 쑤셔 넣기 바쁘지만, 다인과 선산은 자전거 정비를 하느라고 여념없었다. 그리고 패드가 다 닿은 자전거들 때문에 완전 비상이 걸리고, 다인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패드 때문에 여기저기 전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브레이크 패드가 이렇게 소중한줄을 왜 미쳐 몰랐을꼬...............

지원포인트에서 간식을 먹고 자전거를 정비하는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추격자가 있었으니, 바로 D조 꺼비와 부녀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는것이였다. A팀이 추격당했으니, 빨리 출발해야겠는는 조급한 마음에 곧바로 출발을 시도했다. 이번에 시작부터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은 일명 속사리재 업힐구간이다. 시멘트길은 마을 농로길로 중간에는 빨간글씨로 "280 울면안돼" 라 써있다.........ㅠㅠ

▲ 속사재임도에서 280랠리 1번의 영구결번을 소유하신분과 기념촬영을~

사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280랠리에서 울고 가는 사람이 많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파른 시멘트 농로길을 한참 올라가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비포장 임도길이 나왔지만 온통 물웅덩이와 진흙탕에는 타이어가 푹푹 빠진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다가 옆에서 끌바를 하는 사람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배번을 보니까 "1번" 이였다. "아! 1번이다." 참 신기한 번호였다.

이렇게 우리는 우연히 280랠리의 1번을 만난 수 있었고, 간단하게나마 280 랠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분은 연세가 70에 가까워 오지만 이번까지 12번을 참가했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였다. 이렇게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으면서 우리는 대충 자리를 하면서 기념촬영을하고 떠나니 "나중에 또 봅시다." 인사를 한다. 우리팀은 이때부터 점점 가속도를 붙여서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속사재 임도를 수없이 오르고 내리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속사재에서 있었던일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체력이 받쳐주고 특별하게 힘든일이 없어서인듯하다. 이렇게 우리 A팀은 조장을 중심으로 혼연일치단결로 한마음이되어 어렵지않게 속사재를 넘어서, 다운힐하니, 이번에는 도로가 나왔다. 도로를 따라서 라이딩 하면서 이승복기념관을 지나서 진행하고 있었다.

▲ 이승복기념관 주변에서 저녁식사와 자전차 세척을 마치고~

얼마후 우리 지원팀은 운두령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저녁식사 포인트로서 도착하자 마자 자전거를 지원팀에 맞기고, 오늘밤 추위에 대비해서 두꺼운 기모져지로 한벌을 갈아 입었다. 하루종일 흙탕물에 팅팅 불어 있어서 엉덩이 사이즈가 커졌는지 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발도 팅팅 불어서 신발에 발이 들어가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 입으니 한결 몸이 가벼웠다.

이곳 지원포인트에는 지원팀등 인원이 제법 많이 모여 있었지만, 누구 누구 있었는지는 기억할 겨를도 없었다. 잠시후 여기저기서 제촉하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먹고 출발하라고..........후다닥 밥차에 다가가니 닭죽을 배식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인지 불어서 한뭉치씩 그릇에 담아서 연거퍼 두그릇을 목구멍으로 퍼넣고, 이온음료를 물병에 채우고나서 빠른행동을 개시한다."A조 출발이요."

밤이되면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고 모두들 강조하는 바람에 나 자신도 기모져지를 갈아입고 위에는 비옷을 걸쳐입었다. 하지만 여기에 조금 오버한사람은 와인준과 달림이였다. 이들은 비옷을 하의까지 껴입고나서 허겁지겁 운두령을 오르기 시작했다. 운두령은 해발 700미터에서 1089미터까지 약 400미터의 고도를 오르는 급경사 업힐구간이니 누군들 비옷을 껴입고 견딜 재간이 있겠는가..........

와인준과 달림이는 비옷을 껴입은 탓에 운두령을 얼마 오르지도 못하고, 사우나 한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중간에 잔차를 세우고 비옷을 벗고 오르기 시작했다. 운두령을 오르는 동안 어느사이 앞장 섰는지, 앞쪽에 꺼비와 부녀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는 마패님과 차킹이 추격을 하기시작하니, 선두조가 추월 당하고나니 분위기라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 수직고도 400미터를 올라야 했던 운두령정상을 지나면서~

저녁식사를 배가 빵빵하도록 했으니 운두령 고갯길을 구비구비 오르는데, 식식대고 모두들 힘들어 했다. 가도 가도 끝이없는 구비구비 고갯길을 끌바와 승차를 거듭하면서 도로변에 세워진 해발 간판만 바라보고 숫자가 바뀔때마다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힘겹게 오른 운두령 정상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고 어두 컴컴한 도로를 정상에서 부터 급경사 다운이 시작된다.

운두령정상에서 도로 다운힐 구간은 약 3km로 노면에 표시된 화살표를 못보면 집으로 직행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기억하고 조심스럽게 확인하다보니, 280 화살표시가 노면에 보인다. 이곳에서 좌회전을 해서 잠시 다운힐 하다보니, 불발령임도 진입점이 보인다. 바로 이곳에 우리 지원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각자 라이트를 챙기고, 필요한 간식도 챙겨서 빠르게 출발을 시도한다.

그런데 인정많은 선산이 양주병을 들고와서 한잔씩 따라준다. "이것 먹으면 안돼는데........." 그러나 막무가내로 먹인다. 그래야 힘이 난데나 하면서....... 그리고 또 꿀물이라고 하면서 두병을 들고 따라와서 주머니에 마구 쑤셔 넣어준다. 필요없다해도 막무가내로 안겨주니, 성의를 봐서 무겁더라도 주머니마다 잔뜩 구겨 넣고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사실 주머니가 너무 무거웠다...........ㅋㅋ

하루종일 몇개의 산을 넘어 임도길을 타고 왔지만, 불발령 임도는 신기하게도 전체가 마사토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도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흙이 팅팅불어 있는 상태라 타이어가 지면에 닿으면 떨어지질 않는다. 일명 지남철같은 형태로, 평지에서는 물론이고, 다운힐까지 페달링을 힘차게 하지 않으면 도대체 잔차바퀴가 굴러가지 않으니 정말 환장 하겠넹^^

▲ 불발령임도 다운힐코스에서 우연히 만난 지원팀 유격조

이렇게 한참을 다운힐 하다보니, 갑자기 오른쪽 숲속에서 똥꼬를 내밀고 후진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혹시나 싶어서 잔차를 세우고 바라보니, 역시 유격지원팀 산적두목과 철인이 나타났다. 이들은 임도가 좁아서 더 이상 후진을 못하고 중간에 차를 세우고 가스렌지와 주전자를 들고 뛰어 올라와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빨리 물을 끓여서 꿀물을 마시고 가라고........... 하지만 성의는 고맙지만 시간이 없어서 패스했다.

불발령 임도를 이렇게 다운하는듯 하면서도 지남철 마사땅은 자전거 바퀴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있는힘을 다해서 페달링을 하다보니, 뭔가 똥꼬에 이상한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팅팅불어있던 엉덩이가 뽀송뽀송한 기모패드바지를 갈아 입었더니,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서서히 똥꼬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엉덩이를 들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였고 통증이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한참만 계속해서 내려가면 된다던 불발령 임도는 똑같은 그림이 계속 펼쳐지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면 옆으로 돌고 왼쪽으로 돌아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평지가 나오고, 똑같은 그림이 수십개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법이고, 드디어 가파른 다운힐 구간이 나타났다. 풀숲으로 끝도없이 다운힐 구간은 이어지고, 갑자기 뒷브레이크에서 굉음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아~! 결국 뒷브레이크 패드가 바닥을 들어내고 있구나 하면서 다운속도를 줄이자, 모두들 중간중간에서 내려오는것을 확인하고 또 출발한다. 그리고 마지막 호박돌탱이 구간은 조심스럽게 통과한다고 했지만, 비틀비틀 균형을 잃고 넘어질듯 넘어질듯 하다가 살아나길 두번씩이나 하면서 앞 샥이 쿵쿵 바닥에 닿일때까지 충격을 받았지만, 아~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급경사 다운힐을 마칠 수 있었다.

▲ 생곡저수지 주변에 임시로 마련한 숙소에서~

천신만고끝에 숙소인 생곡저수지 부근에 도착한 시간이 밤 10시 30분경이였다. 숙소에 들어서니 누군지 몰라도 빨간색 파카를 입은분이 고생했다고 무진장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고맙기 그지없지만 힘겨워서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천안MTB 달마님이라고 하는것 같았다. 브레이크 패드를 긴급조달해 가지고 찾아오신 정말 고마운분이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나는 우선 뒷브레이크가 안듣는다고 말하고, 보신탕을 정신없이 퍼마셨다. 그리고 똥꼬를 힘들게했던, 겨울옷 한벌을 벗어 버리고, 내일 입을 짧은팔에 반바지를 미리 갈아입고 취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손발이라도 씻으려 했지만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2층에 올라가서 그냥 잠을 청했다. 벌써 초이와 달림이는 새록새록 잠이 들었나보다.

하루종일 지친몸이 빨리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고 여기저기 불편한곳이 느껴진다. 조금전 나를 힘들게했던 똥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지만, 밤중에 수선을 부리고 약을 찾는다는게 미안해서 참아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자꾸 신경이 쓰여서 휴지를 똥꼬에 끼워보니 벌써 누렇게 진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지만, 한번 닦아내고 휴지를 한뭉치 끼워넣고 잠이 들었다.

내일은 아침일찍 서둘러 3시에 출발하자는 말을 듣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빨리 일어나라는 소리에 새벽 2시인줄 알았는데 벌써 3시가 넘었다고 한다. 아래층에 내려서니 부시시한 눈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늦은 시간에 그래도 모두 도착해 있었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준비를 해서 출발한다고 했는데 벌써 4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 구목령을 넘어서 흥정계곡길에 접어든 팀원들

새벽밥을 한그릇 말아먹고, A팀 출발 신고를 하고 떠났지만 얼마후 길이 햇갈려서 전화하고 하느라고 한참동안 지연되었다. 그리고 구목령임도에 입산했는데, 처음부터 업힐구간이 장난이 아니였다. 바닥은 온통 돌탱이가 둥글둥글해서 잔차를 들어다 놓았다한다. 난 똥꼬가 아파서 페달링도 잘 안되고 돌탱이를 넘을때마다 비명을 지르지만 누가 그 고통을 알아 주겠는가? 아야~ 아야~~

한참동안을 힘들게 오르고 있는데, 앞쪽에 부녀가 보인다. 벌써 힘겨운듯 끌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고 말을 붙이기도 거북했다. 우리도 잠시동안 끌바를 하다가, 다시 업힐을 하다보니 꺼비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혼자 끌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힘겨워서 그런지, 둘이서 싸웠는지, 이유를 물어보기도 거북했다. 우리팀은 그들을 뒤로하고 초이를 선두로 열심히 전진하고 있었고, 나는 뒤에서 아야~ 아야~ 나지막하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은 있는법이고 구목령 정상을 오르고나니, 이번에는 급경사 다운힐이 시작된다. "신난다." 힘차게 다운힐을 하다보니, 마을 농로길도 나오고, 아스팔트 길이 보이면서 흥정계곡에 시원하게 흐르는 물도 보인다. 흥정계곡길을 따라서 한참을 달리고 달리다보니, 도로변에 밥차가 보인다. "와! 밥차다." 잔차를 세워두고, 밥차앞에 앉으니 할수가 미역국을 한그릇씩 안겨준다. 후루룩 뚝딱~~식사끝!

쫒기는 도망자처럼 우리는 또 앞만보고 달음질 쳤다. 나는 계속해서 똥꼬에 통증 때문에 가끔씩 인상을 북 끍으면서 힘겹게 달리고 있었지만, 그 심정 누가 알아주겠는가? 이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또 하나의 도로를 만나고, 양구두미재 업힐구간이 나온다. 이곳도 고도차가 아마 300미터는 올라서 정상이 나온것 같다. 그러나 중간지점에서 우리팀 지원차량을 만났다. 너무너무 방가방가~~~

▲ 수직고도 300미터의 양구두미재 정상을 향하여~

여기서 난 도착하자 마자 구급약을 찾았다. "바세린 바세린 바세린 가진분 없나요?" 다행히 다인이 바세린을 가지고 있었다. 난 바세린을 사타구니에 듬뿍 바르고 움직여보니 한결 통증이 감소되었다. 참 ~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면서 양구두미재 도로 업힐을 열심히 오르고 있었다. 정상에 올랐더니 역시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3km 정도 다운후 왼쪽임도로 진입해야한다.

임도 진입로에 들어서니 무인 체크 포인트가 보인다. 이곳에서 가위로 배번을 자르면서 "브레이크 케이블 자르지 말라" 고 농담을 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지난해 달림이가 브레이크 케이블을 잘라서 고생한 이야기를 되새기면서.........ㅋㅋ. 체크포인트를 지나서 이곳 부터는 길고긴 8km 정도의 징글징글한 다운힐 코스가 등장하지만 다운힐도 쉬운것은 아니다. 어깨의 통증과 손목의 통증등등.........

다운힐이 끝나고 멀지 않은곳에 반가운 지원팀이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사람은 역시 하니였다. 손수 참외와 수박을 들고 나와서 입에다 먹여주면서 "얼마나 힘들어" 많이 먹으라고 하는데.........하니가 마치 우리 누나처럼 느껴지며 내 심금을 또한번 울렸다. 몇조각의 과일을 먹는 사이에 초이는 잔차 드레일러가 말썽을 부린다고, 다인과 함께 수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와인준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형님! 제가 먼저 천천히 갈테니 뒤에 오세요." 와인준은 그동안 다리가 아파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지만 결국 여기부터 뒤쳐질까 두려워 쉬지도 않고 먼저 출발한것이다. 와인준을 보내고 나는 손목에 통증이 심하하고 했더니, 선산이 스프레이파스를 뿌려주고, 맨소래담을 흠뻑 발라주는데, 팔짝 뛰도록 아파서 한참동안 절절매고 있었다. 오히려 약을 바르나서 더 아팠다.

▲ 가끔씩 임도진입점에서 만난 무인체크포인트

잠시후 A조 출발하자고 하면서 초이가 앞장 서더니, 장갑을 두고 왔다고 하면서 먼저 가라고 한다. 달림이와 나는 그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혹시 앞쪽에 와인준이 있는가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이제부터 또 험난한 청태산 임도로 들어섰지만 처음부터 업힐구간이 제법 높았다. 한참을 올라가면서 앞쪽을 향해 와인준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고 뒤쪽에 초이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우리는 끌바를 하면서 뒤돌아 보니 저멀리 초이가 허겁지겁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동안 업힐을 하고 올라온 초이는 숨을 몰아 쉬면서 와인준을 찾는다. 와인준이 앞서 갔다고 했더니, 초이가 화를 벌컥낸다. 와인준은 다리가 아파서 쉬지도 않고 먼저 갔다고 했지만........ 초이는 랠리란 팀원들의 화합이 중요하며, 늦은 사람의 페이스에 맞춰서 갈껀데 오버페이스 한다고 화를내니 모두들 샷다 마우스다......ㅎ

이렇게 청태산임도 진입부터 팀웍이 조금 흐트러지긴 했지만, 3명은 끝까지 함께 끌바와 승차를 번복하면서 청태산을 오르고 있었다. 청태산 임도도 정말 만만한길은 아니였다.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구비구비를 수십개 돌아서 내려가는듯 해서 듣지도 않는 변속기 억지루 맞춰 놓으면 또 오르막 이거야원 정말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온다. 열여덞을 반복하면서..............ㅋㅋ

새벽에 출발해서 구목령을 넘을때부터 똥꼬가 아파서 힘든데다가 변속기가 점점 딱딱해져서 억지루 한두단계만 이동해가면서 사용했는데, 이제는 아예 앞쪽에 변속은 거의 불가능이 되어서 중속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뒤쪽은 4단계 이상은 움직이질 않으니 정말 환장하것네^^ 청태산 임도는 계속해서 흙구덩이와 물구덩이가 계속되고 심지어 타이어가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곳도 만난다.

우리는 계속해서 와인준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고, 청태산 다운코스에서 방금 임도에 흘리고간 체온이 묻은 크림빵을 발견하고 나서야 멀지 않은곳에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때쯤 누군가 뒤쪽에서 후두두둑 하면서 다운힐 하는 소리가 들려서 옆을 보니, 차킹이였다. 그는 빠른 속도로 다운힐을 하면서 추격을 했던것이다. 그리고 뒤쪽에 멀지 않은곳에 추격병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고 사라진다.

▲ 백덕산입구 마지막 체크포인트를 지나면서~
 

그때 부터는 모두들 마음이 조급했는지 점점 페달링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나는 뒤쪽에 조금 떨어져서 페달링을 하지만 변속기 문제로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무슨 임도가 내리막은 편하게 내려가야 할텐데, 내리막도 페달링을 힘차게 하지 않으면 아예 서버리니 짓물러 터진 내 똥꼬는 어느정도인지 상상이 안갈정도로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야~ 아야야~~

잊지못할 청태산 다운코스도 계속해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완전 뻘창에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모두들 한번도 쉬지않고 달음질치고 있었다. 얼마나 내려 갔을까 앞쪽에 와인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10분정도 먼저 출발했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오다니....... 이렇게 우리의 팀원은 여기서 다시 만나서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백덕산임도 진입점에 다인이 지키고 있었다.

지금부터 30km 정도 남았는데 빨리가면 시간내에 완주하는것은 문제없다고 했다. 하지만 백덕산 임도 역시 최악의 코스였다. 시작점부터 잔자갈길로 시작해서 업힐이 시작되는데, 거의 업힐구간이 지배적이다. 한참동안 업힐하고 나면 조금 평지가 나오고 조금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고,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한창 더위지기 시작하는데 주변에 풀냄새가 푹푹 풍겨나온다.

초이는 시간이 점차 임박해지는걸 인식했는지, 가끔씩 끌바는 하지만 한번도 쉬어가자는 말도 없이 계속해서 달음질치고 있다. 와인준은 다리가 아파서 점점 뒤쳐지고, 업힐을 끌바를 하면서 뛰다시피 가고 있었다. 나는 똥꼬 때문에 잉잉~~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백덕산임도의 오르막길 어디까지 올라야 내리막이 나올까  하늘만 처다보고 열여덟을 수 없이 반복하면서 따라간다.

지루하기만 백덕산임도를 이렇게 오르 내리는 사이에 와인준도 처음에는 뛰다시피 끌바를 하더니 이제는 서서히 뒤쪽으로 쳐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와인준은 "형님! 제가 보이지 않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가세요."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부터는 사실 체력이 많이 손실되었기 때문에 팀원의 늦은 패이스를 같이 맞춰가기 쉽지가 않았다. 임도 정상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시간이 차츰 임박하기 때문이다.

▲ 끝없이 하늘을 향해서 올라가야하는 백덕산임도

초이와 달림이는 서둘서 앞장서기 시작하고, 나 역시 체력의 한계가 오는데다가 똥꼬가 아파서 안장에서 내리기도 힘들고 안장에 올라가기 조차 힘들어 졌다. 그런데다가 갑자기 오른쪽 무릅이 시끈거리기 시작했다. " 어~ 내다리~~ 이러면 안돼는데, 다리야 나좀 살려줘" 혼자서 외치며 가고 있을때, 누군가 앞만보고 정신없이 내달리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호롱불님이다. 그는 뒤쪽에 다른팀들은 모두 흩어져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혼자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 와인준은 뒷쪽으로 시야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초이와 달림이는 서둘기 시작하고 앞쪽으로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난 호롱불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끈거리는 다리를 조심스레 페달링 하면서 백덕산임도 정상까지 드디어 올랐다. 초이와 달림이는 어디까지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난 호롱불님과 함께 풀숲이 우거진 다운힐코스로 접어 들어서 어느정도 간격을 두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풀숲이 우거진 토끼길같은 자전거 타이어 자욱을 따라 다운힐을 하면서 불안해서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큰 돌이라도 나타난다면 영락없이 잔차와 함께 날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의 임도도 길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이제는 어깨가 아프고 손목이 저리니 브레이크를 잡기도 힘들었다. 어쩔수 없이 다운힐에서 공간을 이용해서 잠시동안 정지하고 손목운동을 하고나서 다시 다운힐에 접어 들었다.

이렇게 호롱불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풀밭 다운힐이 거의 끝날무렵, 난 드디어 초이와 달림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뭔가 문제가 생긴듯 잔차에서 내려서 풀밭을 뒤지면서 굵은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무슨일이야?" 물었더니 브레이크가 안들어서 타이어에 지지하고 내려갈려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어차피 옆에 있어준다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난 호롱불님과 함께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운힐에서 내 속도는 항상 늦기 때문에 같이 출발 한다해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급경사 시멘트 빨래판구간도 나오고 돌텡이 구간도 나오더니, 마지막 단계는 완전 호박돌탱이가 둥글둥글한 급경사 다운힐 구간을 만났는데 마음이 조급하다보니 어떻게 모두 통과했는지 나도 모르게 통과했다.

▲ 평창읍이 가까워지자 앞길을 가로막은 다수재의 가파른 경사로

평소 같았으면 무서워서 분명 끌바를 했을텐데, 엉겁결에 돌탱이들을 넘고 넘어서 무사히 안착을 한것이 나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잠시후 임도를 횡단하는 물을 만났을때 잔차를 세우고 빠른속도로 브레이크와 체인에 빠른속도로 물을 끼얹으며 체척을 하기 시작했다. 호롱불님도 역시 옆에서 자전차 세차를 하는 동안에 갑자기 달림이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린다. "시간 없는데, 지금 뭐하고 있어요."

난 달림이의 얼굴을 처다볼 시간도 없이 곧바로 남은 다운힐 구간을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임도의 시작점을 알리는 차단기에 도착했을때, 한사람이 자전거를 끌바로 올라오고 있다가, 우리를 보더니 "이제 15분만 더 내려가면 돼요." 뭐야 그렇다면 아직도....... " 주변을 살필 시간도 없이 호롱불님과 나는 앞만보고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후 드디어 마을 농로길 시멘트 포장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후 포장도로가 보이기시작하자 난 갑자기 힘이 솟아나는것 같았다. 그동안 도로 라이딩을 많이 했기 때문에 고속주행에 자신이 있었다.그리고는 작동도 원활하지 않은 앞변속기를 습관적으로 꽉 누르면서 큰기어로 바꾸려는 찰라에 철거덕 철거덕 두두둑 체인이 이탈되는 소리가 들린다. 잔차야~ 제발 나좀 살려줘 하면서 변속기를 수차레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보니 털커덕 하면서 고속기어가 걸렸다.

"아~ 이제는 됐구나" 하면서 있는힘을 다해서 페달링을 길게 밟아주고 쭈욱쭉~  당기면서 평지에서 최고속도로 달렸더니, 속도계는 43km 가까이 올라간다. 얼마 후 앞서가던 호롱불님이 보이지만, 기왕이면 좀 더 빨리 달리고싶은 마음에 앞만보고 정신없이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갑자기 도로가 굽어지면서 가파른 고갯길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워미~ 갑자기 웬 복병이란 말인가?

여지껏 고속기어 한개로 여기까지 억지로 왔는데 변속을 하려니 걱정이였다. 고장난 변속기가 들어줄지 의문이 들지만 딱딱한 변속레바를 힘을가해서 움직였더니, 디디디디디~~까르르르~~  하면서 요란한 소음이 발생한다.  몇번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앞기어가 중속에 안착되었었다. 하지만 뒷기어는 더 이상 움직일 자신이 없어서 일어나서 가파른 다수재를 댄싱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평창공설운동장입구로 들어서는 가파른 경사로

도로 옆에는 280전사들이 거리를 두고 힘겹게 끌바하는 모습들이 전정터 패전병들 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끌바하는 모습을 보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남은 체력을 다해서 끝까지 댄싱으로 올랐다. 다수재 정상에 올라서서 고속기어로 바꾸려고 수없이 반복을 하다가 드디어 성공했다. 다수재는 반대쪽에서 올라온 만치나 가파르게 길이 뻗어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가속도가 붙으면 금방 내려가겠지만.........

계속해서 페달링을 하면서 가속도를 붙였다. 드디어 저멀리 평창강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저 다리만 건너면 나는 280랠리 완주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며 눈에는 눈물이 핑돈다. 36시간의 사투끝에 이제 280랠리의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혼자서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 드디어 내가 해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주변에 머물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이들어 MTB 입문해서 가족들 걱정시키고, 가장의 밀어 붙이기식 추진력과 결단력을 꺾지 못했기에 숨죽이고 손모아 기도만 하는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나설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MTB 초보이면서 그 나이에 280에 나가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냐고, 빈정대던 사람들 앞에 나는 280 완주 했노라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면서, 주르르 흘러나오는 눈물방울은 강한 맞바람에 흩어져 날리고 있었다.

가파른 다운힐 도로가 끝나고 어느덧 평창강 다리를 건너서 운동장이 보이기 시작하고, 갑자기 왜 그리 운동장이 높은곳에 있는지 정말 마지막에 죽을 힘을 다해서 댄싱을 치면서 드디어 운동장 입구에 들어섰다. "어디가 골인지점이야?" 살피려는 순간 저쪽에서 다인과 선산, 그리고 다다가 뭔가 한병씩 들고 다급하게 뛰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순간 한손을 번쩍들고 환호를 질렀다.

▲ 골인지점에 들어서자 일행들이 달려와서 맥주세례를~

그리고 그들이 다가오더니 병을 흔들어 하얀 액체를 마구 뿜어대기 시작했다. 맥주는 눈에도 들어가고, 입에도 들어가고, 눈가에 얼룩진 눈물자욱과 땀방울까지 함께 씻어 내려 입으로 흘러드는 맥주는 짭짤한 그맛이였다. 순간적인 일이였지만 난 그순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내 나이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어떤 조직의 일원으로서 이런 영광스런 축하세례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더욱 감격적이 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결승점에 도착해서 랠리 주최측 확인을 마치고, 돌아서니 선산이 자전거를 받아주면서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라고 주는데, 정말 그맛을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만큼이나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축하한다는 말을 수 없이 들은것 같은데,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잠시후 정신을 가다듬고 나니 A팀 소속으로 약 270km지점까지 일사분란하게 팀웍을 이루며 이틀동안 행동을 같이해온 동지들이 생각났다.

"초이, 와인준, 달림이는 어떻게 된걸까?"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친다. "달림이 들어온다." 그리고 잠시후 초이, 와인준과 다른조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던 조원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 A팀은 결국 마지막 골인지점에서 다시 만나 서로를 포옹을 하면서 조원 전체의 완주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한참 이어졌다. 초이 만세! 와인준 만세! 달림이 만세! 털보만세! A조 만세! 온아MTB 만세!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만세~~~~

 

두서없는 긴 글을 끝까지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36시간의 사투"라는 한편의 드라마가 완성되기까지, 헌신적으로 지원해주신 지원팀장 다인님을 비롯해서 호돌이님, 할수있어님, 산적두목님, 철인님, TNT님, 올가님, 혁이님, 석이님, 호순이님, 허브님, 선산님, 하니님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지원조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미쳐 일일이 표현하지 못했기에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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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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