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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산행을 가기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분주하게 준비를 합니다. 주로 아침5시~ 6시 사이에 출발을 하게되니까,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죠. 어두워서 얼굴 안쳐다본다고 세수 안할수는 없고, 아침은 굶으면 안된다는 철저한 수칙 때문에 아침밥 챙겨먹고, 하루동안 먹을 물 채우고, 산행하면서 필요한 용품들 잊지 않았나 다시 점검하고, 도시락 챙기고 하다보면 늘 시간이 촉박해서 바쁘게 움직이게 됩니다.

그럼 산행다니는 사람들은 등산배낭에 뭐가 들어가기에 늘 빵빵하게 채워가지고 다니는 걸까요?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물은 가지각색이죠. 어떤사람은 먹을 음식들 이것저것 준비해서 가득 채워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는데, 산에 먹으러 가는지 여행가는지 모를 정도로 가득 준비해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일행들은 산행하면서 포식하고 운동량보다 칼로리 섭취가 더 많아 산행가서 뱃살쪄가지고 오겠죠^^ 참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그럼 털보아찌의 등산배낭에는 무었이 들어갈까요. 제일 중요한것이 물인데, 하루종일 마실물을 큰병에 가득 담고 작은병은 수시로 마실수 있도록 배낭 옆에 끼우고 다닙니다. 그리고 날씨변동에 대비해서 우의겸 바람막이 자켓, 장갑, 깔판, 화장지, 이정도만 소지하고 다닙니다. 간식거리는 주로 안가지고 다니지만, 비상식량으로 초콜릿 한두개는 향시 배낭속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것 한가지는 도시락 입니다. 날씨가 춥지 않을때는 대부분 산행하는 사람들이 쉽게 준비할수 있는 도시락이 주로 김밥이 됩니다. 김밥집에서 두줄만 사면 한끼 식사는 혜결되니 아주 간단합니다. 그러나 동절기가 문제입니다. 동절기에는 김밥이 차거워서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온 도시락을 가지고 다닙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하여 보온도시락 가방은 빼고 내용물만 배낭에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보온도시락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따듯한 밥을 먹을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물건입니다. 이 보온도시락이 우리집에 한식구가 된것이 벌써 12년이 넘었습니다. 날씨가 추운날에도 따듯한 밥을 먹기위해 사용하지만, 날씨가 풀리면 무거운 짐이 되니까  싱크대 안쪽에 보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보온도시락을 볼때마다 생각나는 마음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럼 지금부터 보온도시락 볼때마다 왜? 마음 아픈기억이 떠오르는지, 옛날 이야기를 해야하겠군요.




이 보온도시락은 12년전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 다니던해에 구입해서 2년동안 학교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던것입니다. 요즘이야 모든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급식을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각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입지조건이 좋지않은 소도시에 살다보니 학교가는길이 시내버스를 두번씩 갈아타고 하니까, 차라리 30분동안 걸어서 통학하는게 오히려 편한곳입니다. 겨울철에는 무거운 책가방 등에 메고, 한손에는 보온도시락들고, 한손에는 과제물 들고서 30분 거리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된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몰랐습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매일 어렵게 다니던 30분 거리의 통학로가 순탄하지 만은  않았습니다. 언덕길도 있고, 골목길도 있고, 인적인 뜸한 도로변도 있었기에 마음은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때 겨울이 돌아오자 보온도시락까지 챙겨들고 학교다니는 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이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엄마 아빠의 얼굴을 처다보자마자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겁니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도 한참 동안 대답도 못하고 소리내어 우는 모습이 오랫동안 생생하게 떠오르더군요. 한참을 울고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침 등교길에 골목에서 여자애들 불량배를 만나서 보온도시락을 빼았기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도시락은 빼았기고 울면서 학교에 가서, 수업은 했지만 공부가 되겠습니까? 성격이 내성적이라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그냥 점심까지 고스란히 굶어 가면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것입니다.

그래도 우는 딸아이에게, 그나마 다른 피해안받고 도시락만 빼았겼다니 다행이라고 하면서 달랬습니다. "그까짓 보온도시락은 또 사면 되지뭐" "괜찮아 내일 다시 사가지고 올테니 걱정하지말아" "어쩌다 재수가 없어서 그런 녀석들 만난거야"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딸의 마음은 달랬지만, 마음에 상처를 얼마나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도시락을 빼았기는 장면, 울면서 학교가는 모습, 학교에서 수업도 안되고 괴로워하는모습, 다른 친구들 점심 먹을때 배고픔을 참는 모습, 돌아와서 엉엉우는 모습들이 상상되어서 얼마나 측은한 생각이들었는지 모릅니다. 다음날 보온도시락을 새로 장만해서 다시 따듯한 점심을 먹도록 해주었던, 보온도시락이 12년이 넘도록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보온도시락을 볼때마다, 당시 심하게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딸의 얼굴이 떠올라, 아직도 마음이 아픈것은 자식을 지극히사랑하는 부모들의 마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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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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