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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전남 완도로 무박산행을 떠났다. 완도하면 쉽게 떠오르는 특산물로는 완도김이 생각난다. 처음으로 이곳에 떠나는 필자는 마음이 설레일수 밖에 없었다. 주말에 하루종일 외출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늦은밤 12시가 가까워지자, 탑승장소로 이동하여 완도행 버스에 몸을 실고 비몽사몽 잠을 청한다. 버스는 어둠을 뚫고 밤새워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하고, 달리는 버스의 엔진소리를 자장가 삼아 모두들 잠을 자고 있다. 한시간 두시간은 그런데로 견딜만 하지만, 서서히 온몸이 저려온다.

옆으로 비틀어진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좁은 버스의 공간에서 밤새워 뒤척이며 완도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 30분이다.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캄캄한 새벽에 작은 소공원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나니 먼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아침식사후 곧바로 산행기점인 대구리를, 물어 물어 한참만에 현지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아침 6시경 산행을 시작한다. 이른아침이라 이곳의 날씨도 제법 쌀쌀하여 온몸이 으시시하니 자켓을 걸처야만 했다.

완도 상황봉은 남쪽으로부터  쉼봉(598m),상황봉(644m), 백운봉(601m),  업진봉(544m), 숙승봉(461m),의 5개의 봉이 일렬로 솟아있는 오봉중 가장 높이 솟은 봉이 상황봉이다. 상황봉은 막힘없는 다도해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상록수림이 가득한 임도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즐거움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일출과 일몰은 천하일경이다. 상황봉일대는 가시나무, 동백나무, 후백나무 등 난대림이 주종을 이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내륙지방의 산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행기점인 대구리 마을에 들어서서 시멘트도로를 잠시 오르니, 넓지않은 등산로가 나타난다. 작은 봉우리인, 전망대바위에 오르니 마을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며 원색의 지붕 색깔들이 모자이크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해안가 들녘은, 바다를 옆에 두고 들판이 온통 모자이크 그림처럼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해안가 섬산행은 육지의 산행처럼 울창한 숲속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풍으로 인하여 나무들이 크게 자라지 못하여, 울창한 밀림이 많지않고 작은 잡목들이 우거져 있어서 따가운 햇빛에 노출이 많이된다.

4월 하순에 접어든 남해안의 숲은 벌써 나무들이 온통 파랗게 물들기 시작하여, 제법 녹음이 우거져있고, 숲속에서 지저귀는 명쾌한 새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좋았다.

산행기점을 출발하여 작은 숲속길을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작은 봉우리 몇개를 넘어 멀리에 우뚝 솟아있는 쉰봉을 향하여 발길을 제촉하고 있다.

쉰봉을 앞두고 앞쪽에 갑자기 절벽이 나타났다. 여기서 뒤쪽으로 돌아서 우회를 할것인가, 절벽으로 로프를 탈것인가, 결정을 해야한다. 절벽에 자신없는 사람들은 우회하여 뒤쪽으로 쉰봉을 오를수도 있다.

쉼봉에서 사방을 시원스레 조망하고나서, 고개들어 멀리 처다보면 우뚝 솟아오른 상황봉을 볼수가 있다. 이곳 까지 오르는 동안 쌀쌀하던 기온이 어느덧 온몸의 열기로 인하여 겉옷을 하나둘씩 벗기 시작한다.

완도의 상황봉은 완도내의 산 전체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나 다름없다. 상황봉(해발 644m)을 중심으로 다섯 봉우리가 섬 한가운데 솟아 있기 때문이다. 상황봉은 숙승봉, 업진봉, 백운봉, 상황봉, 쉼봉의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오봉산의 봉우리중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각 봉우리를 오를때마다 조망되는 수십개의 크고 작은 섬들은 각각의 많이 알려진 이름들도 있지만, 한번 들어서 기억하기는 한계가 있다. 이섬이 그섬 같고, 그섬이 이섬같기도 하니까, 햇갈려서 기억을 할수가 없었다.


정상에 오르면 동·서·남 삼면으로 아름다운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북쪽으로는 굵직한 산줄기가 장엄하게 육지를 향해 힘차게 뻗어 있는 모습을 볼수있다. 


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햇살이 마주치는 역광으로, 마치 수묵화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오른쪽을 내려보면 소모도, 대모도, 소안도, 구도, 노화도, 보길도,등 수십개의 다도해 섬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것이 한눈에 조망된다.

멀리 보이는 잔잔한 바다위에는 양식장의 시설물들이 둥둥떠있는 부유물처럼 보이고, 오른쪽 쉰봉 뒤쪽으로는 드라마 '해신' 청해진 세트장이 아련하게 보인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장엄한 산줄기를 따라서 상황봉을 오르면서 좌측을 조망해보면 바다건너 멀리로 해남의 산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것이 조망된다.

상황봉에서 조망을 마치고 다시금 북쪽으로 산등성이를 타고 진행하는 방향에는 이제부터는 또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한참을 내려서고나니, 능선길을 따라 또 작은 오르막을 오르니 우뚝하게 솟아있는 전망대가 보인다.
 

산은 산등성이를 오르고 내리는 동안 또하나의 봉우리를 만날수 있었고, 이곳이 백운봉이며, 아랫쪽을 내려다보면 천길 낭떠러지라서 온몸이 오싹하게 느껴진다.

백운봉에는 정상표지석이 좀 특이하게 생겼다. 절벽위에 네모난 커다란 바위에 글자를 새기고 옆에 다른 바위들 고여 놓은듯한 특이한 바위가 밀면 금방이라도 흔들릴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운봉에서 산하을 내려다보니,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것 처럼, 무성한 수풀들이 마치 초록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이 푹신하게 느껴진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업진봉에 도착하니, 오전 시간대지만 따가운 햇살이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게하고, 가끔씩 손등으로 땀방울울 훔처내고 있었다.


업진봉에서 오른쪽을 내려다보니 초록색 양탄자를 깔아 놓으듯한 산하에, 골짜기를 따라서 마을풍경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도로도 보이고, 저수지도 보이고, 오밀조밀한 마을도 한눈에 조망된다.

업진봉을 지나서 가는길은 이제 조금씩 고도가 낮아지면서, 멀리로 우뚝 솟아있는 숙승봉이 거대한 한개의 바위모양으로 우뚝하게 보인다.

숙승봉을 오르려면 아주 높은 수직 철계단을 한참동안 숨가쁘게 올라서서, 심호흡 한번 크게 해야만 비로소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을 느낄수있다.

숙승봉 정상에서 하산하는 방향인 북쪽으로도 시원스런 다도해와 주변 풍경을 조망할수 있다.


완도 오봉의 마지막 봉우리 숙승봉에서 북쪽을 바라본 아늑하고 아름다운 마을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숙승봉에서 조망된 산하의 숲속에 오밀조밀하게 기와집들이 밀집되어 있는곳은, 드라마 '해신' 신라방 세트장이며, 그앞쪽으로는 청소년 수련원이 보인다.

완도의 오봉을 종주하면서 다른산과 특이한 점이있다면, 상황봉 일대의 수림은 가시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난대림이 주종을 이루고 중부 내륙지방의 산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완도에 이렇게 숲이 울창하게 된 것은 신라시대 이래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장보고의 죽음 이후 서기 851년 완도 사람들은 모두 전라북도 김제군으로 강제 이주됐다가 고려 공민왕 때인 1351년에야 다시 들어와서 살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500년동안 비워둔 섬이니 숲이 울창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말로만 들어오던 완도의 상황봉 산행을 시작하면서 해발이 644m니까 쉽게 생각할수 있지만, 산행을 많이 해본사람들은 해발의 중요성보다 산세가 어느정도인가가 중요한듯하다. 비록 해발은 높지 않지만 5개의 봉우리를 오를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조망되는 각도가 다름으로 다각도로 다도해의 절경을 조망할수 있었다. 멀리서 5시간 버스로 이동해서, 5시간 산행하고, 5시간이상 귀가시간이 걸리지만, 이날도 새롭고 아름다운 산을 풍족한 마음으로 만끽하며, 또 한페이지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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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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