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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봉산장에서 하룻밤을 유숙한 우리는 아침 5시전에 일어나서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진행프로그램에는 4시에 일어나서 천문봉에서 일출을 보기로 되어 있었지만, 밤새도록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었기 때문에 어제밤부터 일출은 포기하기로 했다. 천문봉에는 밤새 강풍이 불어서 산장의 창문을 두들겼고, 바람소리에 가끔씩 잠을 설치기도했다.

일단은 하루일정을 진행하기위해 5시 30분에 아침밥을 먹고나서 06시에 천문봉에서 백두산천지물가로 하산을 하려고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고산의 변화무상한 기상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아침식사를하고 밖을 나가보니 주변은 적막한 안개에 휩싸여 한치 앞을 볼 수 없었고, 비바람이 불어와서 잠시도 서있기 힘들정도로 강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천문봉의 강풍과 비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권으로 끌어 내리고, 나는 두꺼운옷을 준비하지 못해서 상의를 두개나 껴입고 비옷으로 체온을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지가이드가 갑자기 허둥지둥 비상소집을 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천문봉에서 천지물가로 도저히 하산을 할 수 없으니, 관광을 포기하고 짚차를 이용해서 하산을 해야할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일행은 한결같이 반대의사를 표현했고, 천문봉에서 백두산물가로 하산을 강행하자고 요구했다. 1년동안 백두산관광 준비를 해가지고 여기서 관광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란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였다. 현지가이드는 다른팀의 의견은 어떤지 들어보고 이야기 하자고 하면서 자리를 떠나고, 우리는 무조건 강행을 다짐하고 있었다.

잠시후 현지가이드는 16절 백지에 현지에서 있었던 사실을 기록하고 프로그램 진행상에 발생하는 모든 안전문제는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서명을 해야만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서명을 한사람들은 3개조 26명중에 21명이 서명을 하고, 나이가 연로하고 체력이 허약해보이는 60대 노인 5명는 가이드의 직권으로 짚차를 태워서 하산시켰다.

현지시간으로 아침 6시에 천문봉에서 하산작전이 개시되었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기상대직원 한명이 무전기를 들고 선두에 서고, 중간지점에는 한국가이드, 맨 후미에는 현지가이드가 인원을 체크하면서 안개가 자욱한 길을 한줄로 줄지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크고작은 산등성이를 오르고 내리다보니 가끔씩 안개가 강풍에 날려서 조망이 트일때도 있었지만, 너덜지대에 돌이 쉽게 움직이기 때문에 한발한발 조심스럽데 디뎌가면서 이동을 한다.

그러나 한줄로서서 능선길을 걷고 있다가 마주치는 강풍에 비옷이 벗겨지고, 모자가 순식간에 날라가 버리다보니 줄이 흩어진다. 그리고 또 한명은 안경이 날라 가서 앞이 안보인다고 안경을 찾느라고 한참동안 수선을 떨었다. 잠시후 안경을 찾아서 출발은 했지만, 갑자기 마주친 강풍에 여자들이 바람에 날려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쪼그려 앉아서 강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크고작은 능선길을 오르고 내리는 가운데 대부분 너덜돌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조심 앞으로 진행한다.

어둠속에 얼마만큼이나 걸었을까 이번에는 급경사 하산로가 나타났다. 모두들 조심하라고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너덜지대의 돌을 잘못 디디면 돌이 미끄러지면서 바로 아래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귀를 기울이면 가끔씩 돌이 구르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하지 못하고 사방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하산을 한다.

급경사 너덜지대를 중간쯤 내려서니 안개가 순식간에 날라가 버리고 북파의 천지물이 넘쳐 흐르는곳을 조망할 수 있었다.

천문봉에서 수직고도 해발 300미터정도 내려서니 강풍도 어느정도 잠자기 시작했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드넓은 천지물가가 한눈에 조망되기 시작하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백두산천지에서 끊임없이 흘러 넘치는 물줄기는 하나의 개울을 형성하고, 수km를 흘러가면서 물이 점점 모여서 낙차을 이루는곳이 하류의 장백폭포를 형성한다.

드디어 백두산천지물가에 도착했다. 서파에서는 울타리가 둘러있어서 멀리서 조망만 했지만, 이곳에서는 광활한 바다같이 넘이 철석대는 백두산천지의 물을 마음대로 감상할수 있었다. 대한민국만세! 백두산 만세!

그리고 백두산천지는 절대 오염될일이 없기 때문에 물이 맑고 푸르니 어떤맛일까? 손으로 한움큼 집어서 마셔보면서 맛을 음미해 보았다. 백두산천지의 향기가 온몸에 전해오면서 속이 시원하게 자르르 내려가고 있었다.

천지물가에서 광활한 천지를 감상하면서, 또다시 만져보면서 과연 내가 백두산물을 만지고 있다는것이 꿈만 같았다.

백두산천지의 물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손을 담그고 한참있어보면 손이 저려오고 한기를 느낄정도로 수온이 낮았다.

아직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백두산물가에서 한참동안 천지를 구경하고나서 이제 이동준비를위해 인원체크를 했다. 여기 보이는 천막은 천지물가를 통제하는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컵라면도 팔고있는 편의점 역할도 한다.

천지물가를 감상하고 우리가 이곳을 떠나려할때 우리가 하산하던쪽을 바라보니, 산장에서 어제밤 우리들 옆방에서 머물던 다른팀의 십여명의 인원들이 이제야 하산하는 모습이 아련하게 조망되었다.

백두산천지를 뒤로하고 하산로는 낙석이 심한 지역이라 아랫쪽에 옹벽이 둘려쳐 있지만 언제든지 무너져 내리는 낙석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현지가이드는 낙석지대를 진입하기 전에 미리 안전교육을 시키고 나서야 통과를 지시했다.

노출된 낙석지대를 통과하고나서 이번에는 길고긴 터널을 통과하게된다. 터널입구에 도착하니 커다란 철대문이 있지만 자물쇠가 열려있고 대문이 활짝 열려있으니, "어서오세요" 하면서 우리를 맞이하는듯 보였다.

터널의 초입에는 그래도 평펑한곳이라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밝아서 비교적 밝았으나, 갑자기 수직계단이 나타나면 캄캄한 어둠속에 조명도 없고, 더듬거리면서 계단을 내려서려면 정말 조심조심 한걸음씩 발을 옮겨야했다.

한참동안 터널속에서 더듬거리면서 수직계단을 내려서니 이번에는 작은 창문을 통해서 장백폭포의 물줄기가 솓아져 내리는 풍경이 보인다.모두들 한컷씩 찍어보려고 카메라 셨더를 누르기 시작했는데........ 터널의 끝쪽을 바라보니 철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그럼 어떻게 터널을 탈출할까? 중국은 정말 알 수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분명히 천문봉산장을 예약하고 관광객 40여명이 하룻밤 유숙했으면, 이곳으로 하산을 하는것은 뻔한 일인데, 터널의 철문을 자물쇠로 굳게 걸어 잠궜다. 이런상황을 수시로 경험했던 탓인지 현지가이드는 당황하지 않고 자그마한 창문을 열고 빠져나가는 시범을 먼저 보이고, 일행들의 터널 탈출을 도와주면서 무사히 터널을 빠져나왔다.

장백폭포의 웅장하게 들리는 낙차소리를 들으면서 창문으로 탈출하여 조심스레 계단길을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폭포를 지나서 아랫쪽으로 흘러넘치는 물줄기가 마치 커다란 용이 지나가는듯 길게 늘어져 보인다. 우리는 웅장한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가이드는 사진을 못찍게한다. 우리가 불법으로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이라나...........

불법이라는 소리에 우리는 조바심을 하면서 내려오기 시작했고, 장백폭포를 다 내려와서는 뒤돌아 보면서 우리는 마음대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멀리에서 바라보아도 정말 웅장한 규모의 장백폭포를 한참동안 감상하고는 다시 이동을..........

장백폭포셔틀버스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목제로 다리와 계단길을 만든 숲속길을 한참 걸어서 산을 내려가야한다.

주차장으로 이동하는중에 숲속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곳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서 보았다. 이곳은 노천에 온천수가 샘솟아 오르는 곳으로 직접 손을 담가보니 온천탕의 온도이상으로 뜨겁다는것을 느껴본다.

한참동안 숲속을 지나서 내려왔는데, 이곳 다리 아래로 흘러가는 맑은물은 역시 장백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흘러내리면서 주변의 물들과 합류되어 더욱 거센  물줄기가 형성되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서니 바로 장백폭포셔틀버스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리는 흩어진 일행들의 인원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한참동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팀원중에 한사람이 베낭에서 비상식량을 꺼내서 한잔씩 하자고 하는데............

일행들 인원점검이 완료되자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도백하에서 중식을 먹기위해 강원도조선족반점에 도착했다.

타국에서 만난 포근하고 인심좋은 이미지를 주는 강원도식당의 메뉴는 우리의 눈에 익은 한국식 반찬이 나왔다. 그리고 여행사에서 특별히 준비했다는 백두산에 자생하는 산천어회와 매운탕이 별도롤 등장했다. 또한 특별히 담갔다는 약주가 나오니 몇잔씩 나눠 마시고 기분좋게 다음일정을 위해서 이동을 한다.

그리고 오후일정은 이제부터 길고긴 이동이 시작될것이다. 이동백하에서 중식을 마치고, 송강하까지 1시간 30분정도 걸리고 그곳에서 통화까지는 또 4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번에는 길고긴 여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남은 일정은 발맛사지를 체험하는 곳이다. 하지만 가이드는 한국돈 1만5천원만 추가하면 전신맛사지를 해준다고 유혹을한다.

우리는 기왕이면 중국식 전신맛사지를 받아 보자는 의견이 일치하여 11명 전원이 추가금을 지불하고 전신맛사지를 받았다. 남자들 따로 여자들 따로........... 그리고 가이드가 말하길 형평성 때문에 팁은 일률적으로 2천원씩만 지불하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맛사지는 태국의 맛사지 수준만 못하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중국식 맛사지 체험이니까..........

맛사지샾에서 버스로 약 30분정도 이동하니 통화백화점 간판이 보이는걸보니 이제 통화시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온다.

백두산 3일차 일정을 마치고 길고긴 거리를 이동해서 우리가 도착한곳은 주변에서 도시가 좀 크다는 통화시의 동방가일국제호텔이였다. 이곳은 4성급 호텔이니만치 첫날에 머물던 2성호텔과는 비교가 안되게 규모가 커보였다.

백두산여행 3일차의 일정은 새벽 5시부터 시작해서 일정진행상 고심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백두산천지물가와 장백폭포를 제대로 감상할수 있었다는 만족감에 마음이 뿌듯한 하루였다. 귀국해서 GPS 수신기의 데이터를 열어보니 콩알만한 백두산 천문봉에서  시작해서 이도백하와 송강하를 거쳐서 통화시까지 이동한 거리를 보니 거대한 대륙을 횡단한듯 보인다.

통화시의 동방가일호텔에 우리가 도착했을때 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였지만, 아내들이 동행해서인지 모두들 룸에 들어가더니 뒷풀이 하자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남자들끼리 여행 갔을때는 시간만 있으면 술마시러 가자고 보채던 사람들이였는데............ㅋ

내일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정만 남아있으니 전혀 부담이 없는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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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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