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는 부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바다건너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모든것이 낮설기만 하다. 특히 문화와 생활습관등 모든것이 다른, 타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마도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환경은 어떠할까? 미지의 세계를 직접 발길 닿는데로 체험해보고 싶어서 직장동료 3명이 대마도로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해도 무작정 떠날 수는 없는 일이고, 한달전에 인터넷 검색에서 "뷰티플대마도"라는 사이트에서 대마도 자전거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2박3일 일정으로 예약을 했다. 부산여객터미널에서 9시 50분에 출발한 쾌속선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대마도의 남쪽 이즈하라항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10분경이였다.
이날 동승한 승객들은 약500여명으로 객실의 좌석이 거의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우리 일행은 새벽부터 부산까지 이동하느라고 모두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기에 부산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출국수속등 절차를 밟다보니 아침 먹을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승선후 매점에서 초코파이와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고 요기를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파도가 거세게 치는지 쾌속선이 달리자 선체의 진동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현기증이 서서히 생기더니 속이 메습겁기 시작한다. 모두들 멀미를 참으려고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잠이 제대로 들지도 않지만 눈을 감고 있는것만으로도 편하다는 생각을 할때쯤 대마도 인근해역에서 부터는 파도가 잔잔해지니 속이 편해진다.
대마도 이즈하라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0분경으로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도착후 승선한 승객들 500여명이 한꺼번에 출구쪽으로 몰려가니 혼잡하기 이를때 없고, 하선하는데만도 30여분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자전거는 맨 나중에 내리게되었지만, 앞서 내린 사람들도 입국심사를 받기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 있어야했다.
입국심사가 끝나고 나니 시간이 벌써 오후 1시 40분인데, 아침겸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식당가를 찾았지만, 낮선곳에서 식당을 찾는것이 쉽지 않았다. 한참을 골목길로 돌고 돌다보니, 자그마한 시골집에 식당이라는 한문이 보인다. 이곳 식당에서 어떤 메뉴가 있던지, 맛이 있던지 없던지, 가릴만한 여유도 없이 배가 고파서 언른 들어갔다.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니 테이블 두개가 놓여있는 아주 시골식당이였지만, 깔끔하게 실내를 아기자기 장식해 놓아서 보기보다 깨끗하게 보였다. 들어가니 50대후반의 아줌마가 메뉴표를 내놓고 골라 보라고 하는데, 그래도 한글로 번역을 해놓아서 메뉴를 선정하기가 편했다. 우리는 새우튀김정식을 3인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주방에 새우튀김 3인분 주문을 했더니, 주방에서는 2인분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할 수 없이 1인분은 스테이크정식으로 주문했다. 우리가 의아해 했던것은 어떻게 식단재료를 이처럼 적게 가지고 있을까 하면서도 일본인들의 특성이 아닐까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주문한 식사 가격은 엔화로 850이니까 한화로 1만2천원정도 한다.
일본인들의 식단의 반찬은 정말 간단하다. 주 메뉴인 새우튀김 2마리에 마요네즈와 야채, 그리고 미역 초무침과 단무지 두조각이 전부였다. 그나마 쌀밥은 우리나라 쌀밥과 비슷한 수준에 된장국의 맛도 비슷했기에 간단하게 한끼 해결하기는 괜찮았다. 그리고 어디를 가더라도 숫가락이 없는것이 특징이고 된장국은 조금씩 후루후룩 마시면 된다.
점심을 먹고 2시30분에 이즈하라에서 국도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일대를 한바퀴 돌아서 원점회귀 방식으로 라이딩을 계획했다. 이제 어두워지기 전에 남은 시간은 3~4시간밖에 안되기 때문에 서둘러 라이딩을 나섰다. 하지만 라이딩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바로 가파른 업힐코스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였다.
대마도 지역은 소도시를 벗어나면 거의 외딴 산길로만 계속해서 끝없이 오르막 내리막으로 도로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어쩌다 한대씩 지나가는 꼬마자동차 뿐이다. 두어시간 라이딩을 하다보니 벌써 배가 고픈듯 싶은데 외딴 도로변에 인가가 몇채있고, 마침 편의점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편의점서 요기꺼리라도 사려고 들어가니 특별히 띄이는것은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인지 찹쌀모찌 종류들이 몇가지 보인다. 이것으로 요기라도 할거라고 음료와 찹쌀모찌를 사가지고 편의점 마당가에 쭈구리고 앉아서 간식을 먹었다. 어떻게보면 처량해 보일지 몰라도 이런 모습이 발길 닿는데로 달리는 여행자의 참 모습인지 모른다.
얼마만에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구비구비 산길을 힘들게 올라서니, 우리가 지나왔던 해안가의 자그마한 마을이 아련하게 보인다. 그래도 명색이 아스팔트 도로지만 자전거로 오르기는 벽찬 도로였다. 있는 힘을 다해서 페달링을 해도 시속 5~6km가 나오지 않는 도로니까, 정상에 올라서니 또 하나의 산을 올랐다는 성취감이 앞선다.
대마도의 도로를 보면 국도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강원도 산골길보다 좁은곳도 많이 있다. 조금 한적한 곳을 달리다보면 갑자기 왕복2차선에서 차선이 반으로 줄어들기도 하고 차선이 없어지는곳도 많다. 자동차들은 알아서 교행하란 말이다. 그리고 어디를 가더라도 터널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에 라이딩을 나서면 반드시 라이트를 장착해야한다.
또하나의 고갯마루를 올라서 도로를 보면 오른쪽으로 지방도가 갈라지지만 한개의 차선밖에 없는곳도 있다. 그리고 산 정상에는 이처럼 정상을 잘라내고 좌우로 시멘트를 발라서 모양을 유지한 똑같은 형태의 그림이 계속된다. 그리고 운전할때는 우리나라와 핸들이 반대쪽에 있기 때문에 라이딩을 하면서도 가끔 혼선이 오기도 한다.
우리가 고갯마루 삼거리에서 표지판을 보고 해안도로가 있는줄 알고 잘못 들어간 곳이다. 좌회전을 하면 해안으로 내려 가겠지 판단하고 다운힐로 5km정도를 신나게 내리 달린곳이다.
고갯마루에서 한참을 신나게 내려 달리다보니 드디어 짙푸른 바닷물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우와! 정말 물이 맑구나!! 이렇게 감상에 젖는것도 잠시뿐이였다. 왜냐하면 우리가 판단했던 안내판은 오판이였는듯.................ㅠ ㅠ
해변가에서 잠시 방향을 돌아보니 오른쪽으로 해안도로가 있어야 하건만 길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럼 우리는 다시 고갯마루까지 업힐을 다시해? 이건 완전 죽음이다고 판단하고 이리저리 찾아봐도 해안도로는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해변의 자그마한 시골집에서 할머니에게 길을 물으니 다시 올라가라고 하는데........그나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어떤 할아버지에게 앞쪽 해변가 산을 넘을 방법을 물었다. 손짓 발짓 다해가면서....... 그랬더니 자그마한 소로길 진입로를 알려주셨다. 어차피 싱글길이고 뭐고 산을 넘을 방법을 택했는데, 소로길이 얼마후 조금씩 넓어 지면서 도로가 나왔다.
어렵게 길을 물어 구비구비 좁은 경사로를 따라 산길을 넘고 넘었더니 마침내 지방도가 연결되었다. 다 같이 한숨을 휴우~~ 그러나 한참을 달리다보니 이번에는 좁은길이면서도 삼거리가 또 나타났다. 지도를 꺼내서 방향을 보니 이쪽도 맞고, 저쪽도 맞는것 같다...........ㅠㅠ 이렇때는 3명이 합의를 한다. 오른쪽으로 무조건 고고싱!!
이번에는 큰 고갯마루에서 한참동안 다운힐도로를 만났다. 구비구비 한참을 달리면서 숲속을 풍경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어느지점에서 석양이 질때쯤 도로변에 자그마한 소류지를 발견하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잠시 멈춰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또 달리고 달려서 어둡기 전에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더욱 서둘렀다.
이번에는 24번 국도의 어느 해변가를 지나서 산 밑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곳을 지난다. 그곳은 그나마 집단부락으로 집이 여려채 보이는데, 어떤집들은 지붕에 무거운돌로 기와장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는곳을 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이네 돌지붕"으로 이지역 명물이라는데 바쁘게 달리느라고 사진한장 찍지 못했다.
24번 국도변 시이네를 지나서 부터는 지방도의 외딴 산길이 이어지고 구비구비 경사로를 따라서 업힐이 시작된다. 벌써 산길에는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니 점차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지만,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결국은 아무리 급해도 휴식 없이는 산을 넘기 힘들다는 판단에 중간지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앞을보니 낮설지 않은 으악새가 활짝피어 가을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이 산을 넘으면 더 이상 오르막이 없을거라는 판단을 하면서 남은 거리를 힘차게 페달링한다. 얼마후 거짓말처럼 내리막길이 연속되고 어둠속에 라이트를 켜고 신나게 내리 쏜다.
서둘러 이즈하라로 원점회귀를 했지만 벌써 시간이 저녁8시가 넘었다. 이제는 배도 고프고 우리가 예약한 호텔도 찾아야 하지만, 크지도 않은 이즈하라 도심에서 작은 골목길과 큰길을 번갈아 오가며 손짓발짓 다해가며 물었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몇 사람에게 길을 물어도 통하지 않다가 주유소 주인은 스마트폰으로 한국어 번역을 해가며 알려주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결정적으로 길을 물어본것은 이즈하라 경찰서에서 지도를 펴놓고 어색한 영어로 통해서 우리가 예약한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숙소의 위치는 봐 두었으니 이제 저녁을 먹어야 했다. 이곳 식당들이 대부분 9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서둘러서 식당을 찾았는데, 한글로 "회"라고 써있는 집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갑던지, 바로 투입~~
오아시스횟집에서 회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맥으로 시원하게 마신다는게 조금 과음을 했다. 그리고 9시가 넘은 시간에 그곳에서 직선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았다. 호텔이라해서 얼마나 큰 건물인가 했더니, 자그마한 빌라같이 생긴 건물이 호텔이란다. 로비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서니, 주인 아주머니가 왜 이제야 오느냐고 하면서 반갑게 맞이해준다.
내일은 대마도여행 2일차로 중부지역을 라이딩하기위해 아침6시에 기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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