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1일(수) 트레킹일정
페리체(4,270m) - 두클라(4,620m) - 로부체(4,910m) - 고락셉(5,140m) - 트레킹 거리:11.5km - 이동시간: 6시간 00분 - 난이도: 중
페리체 해발 4300미터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이 밝아지자 일찍 잠이 깨었다. 어제밤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는데, 아침에는 상쾌하게 날씨가 개었다. 아침에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니 어제 없었던 빙산들이 옆에도, 뒤에도, 아침햇살을 받아서 눈부시게 빚나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에게 산이름이 뭐나고 물었더니 알려주는데, 쉽게 기억하기는 어려웠다.
오늘도 하루의 일정은 8시에 출발해서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오늘은 해발 4300에서 시작해서 수직고도를 많이 높이기 때문에 많이 힘들거라는 예측이다. 출발은 평탄한 들판길이지만 해발이 높기 때문에 나무나 숲을 구경할 수 없고 황량한 벌판길을 걸을것이다.
황량한 들판길을 따라서 걸을때는 풀포기라 나무포기라도 바닥에 깔려 있었는데, 한참을 걷다보니 큰 물길이 스치고 지나간 너덜지대를 지나게된다. 여전히 강한 자외선을 내포한 태양은 강하게 비추고, 멀리까지 열린 하늘 아래는 빙산을 감싸고 도는 가스가 조화를 이룬다.
몇일동안 트레킹 하면서 이곳을 지나는 등반객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영국인 등반객 20여명이 하산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밀크티를 한잔씩 마셨다. 그리고 맨 후미에 떨어진 두명의 여성대원들은 아직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날은 날씨가 청명한 탓인지 하늘 중간까지 솟아 오른 빙산들이 오랜시간동안 사라지지 않고 가스에 휘감겨있다. 좀더 빙산을 가까이 접사하기 위해 롯지 뒷동산으로 올라가면서 조금 빨리 움직였더니, 호흡이 가빠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숨이차서 헐덕대고 있다.
한참동안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우리의 카고백을 등짐한 좁교 7마리가 산등성이를 넘어서 나란히 오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햇살이 따가워서 이곳에서 선그라스를 안쓰면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햇살이 너무 강하다. 하지만 청명한 하늘 중간까지 우뚝 솟아 있는 빙산을 계속해서 볼 수 있어서 즐거움을 더 했다. 빙산에 가스가 휘감기면 또 다른 모양을 연출하고, 그 다음은 도 어떤 풍경일까?
갑자기 등산로가 경사도를 높이면서 고도를 급상승 하고 있다. 이제는 식물들도 거의 보이지 않은 너덜지대에 들어서서 구비구비 돌아서 오르는길은 조금 힘이 들지만, 신기하게 땀방울은 떨어지지 않는다. 힘들때 한번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고도 때문에 현기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파른 너덜지대를 올라서 큰 고개를 올라서니 이곳은 공동묘지라고나 할까? 에베레스트를 오르다가 깊은 동면에 들어간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이곳에 흔적을 만들어 놓은곳이다. 이곳에서 한바퀴 돌아보니 세계각국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으며, 한국인의 흔적도 보인다.
페리체에서 고락셉으로 오르는길은 수년전 빙하가 녹아서 휩쓸고간 계곡의 너덜길을 끊임없이 걷고 있기에 주변에 볼거리가 전혀없다. 지겨운 너덜길을 앞만보고 걷고 있는데, 우리보다 앞서간 스텝진들이 기다리다가 지쳐서 아예 밀크티를 끓인 큰 주전자를 들고서 20분정도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한참 뒤쳐진 두명의 대원들을 향해서 주전자를 들고서 내리 달리고 있었다.
밀크티를 한잔씩 마시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힘을 실어서 약 20여분 걸었는데, 반가운 놋지가 나왔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주변에는 풀밭도 있고 이곳에서 뛰노는 야크들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후의 일정도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니였다. 계속되는 빙하계곡을 따라서 더덜지대를 오르내리면서 점차 고도를 높여가는데, 햇살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을정도지만, 빙하계곡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얼굴과 손이 시려워 스카프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끝이없는 빙하계곡의 너덜지대는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덜지대 바위돌을 밟으며, 작은 고개와 큰고개를 번갈아 오르내리며,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면 가막득하게 보이는 더덜길에 우리의 검정소들이 작은 바위돌처럼 검게 보인다.
해발 5천미터에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빙하계곡의 얼음이 녹아서 거대한 웅덩이를 이루고, 아직 녹다가 남은 빙설들이 토사에 묻혀서 깊은 웅덩이가 형성된 거대한 빙하계곡을 옆에두고 계속해서 고도를 높이는데, 빙하계곡에서 불어오는 세찬바람에 손과 얼굴이 시려서 온몸이 움추려 들게한다.
이날 오후의 일정이 다른날보다 길게 된것은 당초 해발 4900미터인 로부체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트레킹을 시작해서 칼라파트라 정상을 찍고 하산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일정을 쉽게 하기위해 이날 트레킹 거리를 3~4km 늘렸기 때문에 고도가 높아지면서 체력이 감소되어 대원들 모두가 많이 힘들어 했다.
너덜지대를 몇개나 통과하고 크고작은 너덜지대 고개를 넘어서 이곳까지 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고, 그저 발바닥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고락셉 롯지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에 모두들 환호성이다. 그리고 고락셉에 도착할때쯤은 대원들은 고산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가쁘고, 현기증이 나는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든다.
트레킹 일정중에 당일에 가장 고도를 높인 하루였기에 모두들 피로에 지쳐있었다. 그러나 해질무렵 가스가 걷히면서 갑자기 좌우로 거대한 빙산이 나타나자 모두들 환호성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롯지에는 전기불도 꺼져버리고 세상은 캄캄한 어둠속에 묻혀버렸다. 특별히 할일은 없지만,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헤드렌턴을 켜야만 조금이라도 이동이 가능했다.
헤트렌턴을 켜고 구급약을 찾아서 이번에는 게보린을 한알 먹었다. 잠시후 온몸에서 열이 펄펄 나기 시작해서 껴입었던 겨울옷을 모두 벗고 잠을 청했지만, 두통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자리서 한번씩 뒤척일때마다 숨이차고 호흡이 안된다. 방안에 공기를 모두 빨아 당겨도 호흡이 안될정도로 답답함을 느끼면서 불안에 떨었다. 이렇다가 혹시 여기서 내가 죽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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