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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여행 2일차 아침이 밝았다. 어제 우리는 주천에서 출발해서 운봉, 인월을 지나서 제3구간 종점인 금계까지 가기위해 정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늦은시간까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약km정도를 남겨놓고 날이 저물고 지쳐서 결국 창원마을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게 되었다. 정말 예상치못한 지리산둘레길의 상황이 계속해서 우리의 앞길에 나타나고 있었다.


어제밤 우리가 창원마을에 들어선것은 저녁8시가 넘었으니 산중에 있는 마을이라 한밤중 같았다. 그나마 우리가 잠자고 밥이라도 먹을수 있는 곳을 만난것에 감사하며, 하루종일 힘든 운동으로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돼지고기 볶음이라도 해줄수 있느라고 물었더니 밤이 늦어서 안된다 하네^^ 할 수없이 산나물 반찬에 시원하게 소맥을 서너잔씩 들이키고 갈증을 달랬다.

우리가 묵었던 2층방의 유리창으로 환한 아침 햇살이 비추어서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밖에 나가서 한바퀴 돌아보니 우리가 어제밤 이런곳에서 묵었구나 알수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방은 오른쪽 본체의 2층의 대형룸이다.

이곳은 창원마을에서 운영하는 산채마을로 음식값은 저렴 저렴하기 때문에 식사비용은 부담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침식사 시간은 이웃에서 식사당번 아주머니가 와서 준비하기 때문에 7시가 넘어야 하기에 조금 지루하게 기다렸다.

일정상 일찍 떠나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아침을 먹지 못하면 제대로 밥을 먹기 힘들기 때문에 늦더라도 아침을 먹기위해 기다렸다. 드디어 7시가 넘어서 식사하라고 하는데, 반찬은 자유식으로 시골마을에서 이정도면 진수성찬인 셈이다.

어제밤에 빨래를 밖에 널었더니 이슬에 오히려 젖었기에, 아침에 일어나서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서 강제로 말렸다. 하지만 아침을 먹고나서 출발준비를 하려고 숙소로 돌아오니 아직도 라이딩복이 마르지 않아서 축축하지만, 그냥 입고 떠나야했다.
 

창원마을에서 출발해서 처음부터 짜증나게 한것은 가파른 임도를 올라가라는 이정표를 보고 힘들게 올라갔더니 이번에는 좁은 숲길로 내려간다. 어렵게 자전거를 매고 내려왔더니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다른방향으로 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탈진 밭의 좁은 농로를 따라서 한참을 가다보니, 본격적으로 숲속으로 들어가게된다. 숲속은 등산로에 돌이 많아서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하고, 몇개의 너덜지대를 통과하고나서 가파르게 계속해서 한참을 내려간다.

한참을 가파른 비탈길로 자전거를 들어다 놓았다 하면서 끌고 내려오다가 보니까, 드디어 산을 한개 넘었는지 숲속을 벗어나서 약간 평평한 농장들이 보이는걸보니 아랫쪽에 마을이 멀지않아서 나올것 같은 분위기라서 조금 힘이 난다.

비탈진 마을길을 따라서 자전거를타고 내려오니 도로가 나온다. 금계마을에서 방향을 살피다보니, 둘레길안내소가 보인다. 혹시 어떤 도움이 될까해서 들어갔더니, 둘레길은 자전거를 타면 안된다고 한사코 말리기에 대답만 하고 나왔다.

도로를 나가서 둘레길이정표는 칠선계곡 방향으로 가라고 표시가 되어있기에 다리를 건너서 칠선로 방향으로 자전거를 탔다. 그런데 다리입구에는 전경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데, 칠선계곡 방향에 무슨행사인가? 통제인가?

다리를 건너서 칠선계곡으로 들어가는가 싶었어니 금방 농로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라는 푯말이 서있다. 갑자기 좌회전을 해서 50미터쯤 가다보니 이번에는 산으로 올라가라는 푯말이 있으니 할수 없이 맬바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좁은 산길에 맬바로 힘들게 올라왔더니, 이번에는 가파른 나무계단이 하늘높이 치솟아 있었다. 벌써 100미터 수직으로 올라왔더니, 아침부터 땀방울이 이마에서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을이 작은 뒷동산을 가파르게 올랐다가 내려오니 언덕위에 마을정자가 보이는곳에서 이정표를 잃어 버렸다. 이리저리 사방으로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조금 내려가니 "지리산자락길" 이라는 푯말의 방향을 따라서 산을 넘기 시작했다.

작은산을 오르내리고, 외딴 비탈마을을 지나서 구비구비 가파른 시멘트포장로를 따라서 힘겹게 1시간은 올라갔다. 그러나 정상에는 이정표도 없고, 풀밭을 따라 한참을 내려갔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경로이탈이였다.

우리가 가는곳은 "지리산둘레길"이 아니고 "지리산자락길"이라고 마을산길을 한바퀴도는 코스라는것은 상상도 못했다. 할수없이 되돌아 가기는 너무 힘들기에 무조건 경사로를 따라서 마을로 내려가서 도로를 타고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1시간 30분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이정표를 찾았더니, 언덕위에 평상에 마을사람들이 쉬고있는 남의집 마당가에 이정표가 서있었다. 이렇게 남의집 마당에 사람들을 통과해서 마을 뒷산으로 접어들어서 길을 찾게되었다.

마을 뒷동산에 올랐을때는 이곳에서 마을의 집들이 아랫쪽으로 내려다 보이고, 이곳에는 500년이 넘었다는 커다란 보호수가 서있었다. 이제는 제대로 길을 찾았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배낭을 풀어 비상식량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제 의중마을에서 모전마을로 가는 산길에 접어들었다. 이곳의 산은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골짜기가 수 없이 계속되는데, 작은 골짜기를 지나려면 덩어리가 큼직큼직한 바위를 수없이 넘어야 하는데, 자전거를 매고 발을 디딜수가 없다.

이번에 넘은 산이 다른점은 산 전체가 너덜바위로 깔려 있어서 1시간이 넘도록 자전거를 바위위로 끌다가 옮기다가 가끔씩 넘어지기도 하면서 산을 내려오는데, 여전히 내리막길도 위험하기 짝이없이 한발씩 자전거를 옮겨가면서 내려왔다.

드디어 눈앞에는 도로가 보이고, 작은 계곡을 건너는 모전교가 나오는걸 보니 이곳이 모전마을인가보다. 마을에는 도로변에 야영장인듯 수돗물이 있어서 머리까지 통채로 감으면서 땀을 식히고나서 언덕길을 올랐다가 다시 내려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강물처럼 흐르는곳으로 이정표를 따라가니, 고추밭에서 일하시던 아주머니가 하는말이 이곳은 길도 없으니 제발 가지 말라고 하시지만, 괜찮다는 말만 남기고 숲속으로 접어들었는데............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물이 보일까 말까한 숲속으로 둥글둥글한 바위돌과 너덜이 처음부터 끝까지 쫘악 깔려있었다. 자전거를 매고 다음 바윗돌까지 발을 떼기도 힘들어서 한발씩 들어 옮겨가면서 1시간을 산속에서 헤멨다.

한시간을 넘도록 계곡을 끼고 숲속에서 고생을 하다가 지쳐서 물가에 도착해서는 온몸을 물에 담그고 알탕을 하면서 몸에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나서 이제부터는 세동마을입구에 들어서게 되는데, 거의 평평한 마을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산길 알바까지 하면서 너무 힘들게 이동을 했는데, 벌써 오후 2시가 넘었으니 점심시간이 지났다. 허기는 지는데, 혹시나 식당이 있는가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보이지 않고, 간판이 있어서 들어가도 불이 껴져 있으니................

세동마을을 다살피고, 운서마을을 다살펴보았는데, 가끔씩 민박집은 보이지만, 우리에게 점심밥을 줄곳은 없었다.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시멘트 포장길인 구시락재를 오르는데, 도저히 힘이 없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구시락재에서 아랫마을까지는 시멘트포장길이라서 구비구비 돌아 시원하게 바람을 쐬이면서 내려가는길이 너무 즐거웠다. 저 산아래 동강마을에 도착하면 점심밥을 먹을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마을로 들어갔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동강마을에서 두리번 거리면서 식당을 찾아 보았지만 우리에게 점심을 제공할곳이 없는듯 싶었다.

마침 허기에 지친 등산객들도 식당을 찾아서 두리번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쪽에 가면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찿아 갔더니, 반찬이 떨어져서 점심을 못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다리를 건너서 식당을 찾아가니 손님은 대기하는데, 주인이 문을 걸고 출타중이였다. 이번에는 다른곳을 또 찾아갔더니, 고기종류가 없어서 밥을 못주겠다는것이였다.

벌써 2시가 넘었는데, 이러다가는 점심도 못먹고 쓰러질것 같아서 주인 아주머니께 사정을 했다. 반찬은 있는데로 차려도 되니까 밥좀 달라고 했더니 대답을 한다. 아침부터 고생한 이야기를 했더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던지, 계란후라이도 해주고, 냉장고에 자기네 반찬이라면서 먹던 닭볶음탕도 한접시 꺼내주니 시장을 반찬삼아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사이에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고 출발하려고 보니까 도로에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상태에서는 둘레길을 찾아서 도져히 산을 넘어갈 자신이 없어서 둘레길종주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동강에서 수철구간은 상사폭포, 쌍재, 고동재를 넘어야 하는데, 산중에 들어갔다가 5시간이 걸려도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제 동강에서 부터는 도로를 타고 산청을 지나서 어천마을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수철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짚차 한대가 서더니, 80대 할아버지가 관심을 보이면서, 좋은 취미지만, 이곳에서 절대  둘레길을 들어가지 말라고 만류하면서, 마을정자에서 쉬어서 가라고 격려를 하신다.

수철마을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서 이제는 비를 맞더라도 더 진행을 해야하기에, 다음구간인 어천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수철에서 산청읍을 지나서 어천마을로 가는길은 대로변을 타고 달리는데, 비가 너무 내려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천마을에 들어설때는 온몸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가운데, 강변마을에 팬션이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한집은 방이 없다. 그리고 또 한집은 손님도 없고 주인도 못찾아서 한참만에 주인아주머니를 찾았는데..........

팬션가격이 15,10,7만원 이렇게 순차적으로 흥정을 해서 머물기로 했는데, 마을에는 구멍가게도 없고 식당도 없으니, 저녁과 아침밥을 줄수 있느냐하니 불가하다고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지게된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데, 온몸에는 한기가 돌기 시작하는데, 꼬박 저녁밥과 아침을 굶게 생겼으니, 주인아줌마한테 사정을 하지만........ 이웃집 팬션에서 알아봐도 불가하다고 하는데....... 나중에 절충안이 나오기를 이렇게 했다.

비오는데 찾아온손님 내치지도 못하고, 김치와 통조림, 쌀은 있으니까, 이걸로 해결할거냐고? 이렇게 3만원을 주기로 하고 김치찌게와 쌀밥으로 끼니를 떼우게 되는것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집나서면 고생이라더니 돈주고도 밥이 없어.......

끼니는 혜결했지만, 우리는 또 한가지 요구를 해본다. 하루종일 너무 힘들었는데, 소주라도 한잔 마셔야 잠이 올것 같다고 했더니, 이웃팬션에 연락해서 3천원씩주고 3병을 사다주기에 김치찌게 놓고 머그잔에 소주를 부어서 마신다.

비롯 밥상은 초라하지만, 그나마 행복한 식단이었고, 이얘기 저얘기 하다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마실갔던 주인아줌마 하는말이 "소주3병을 아직도 마시고 있나?" "아지매하고 한잔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재" 농담을 건넸다.

경상도 아지매는 이제 친근한척 말을 자꾸 건넨다. "진짜 소주한잔 더할래?" "돈 내놔라 술사올께" 이렇게 해서 늦은밤에 소주는 추가되고, 얻어온 마른안주로 소주를 둘이서 5병이나 마셨는데도 술이 취하지도 않고 밤은 깊어만 갔다.

지리산둘레길을 자전거로 종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투입은 했지만, 처음부터 너무 힘든고개를 넘었다. 하지만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고, 오직 앞으로 앞으로만 진행하다보니 쉬지도 못하고 너무 강행군을 하게되었다.

이날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차라리 산청에서 종료를 했으면 이런 고생은 안했겠지만, 조금 욕심내서 한구간이라도 더 진행하려고 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헤프닝이 벌어져서, 고생을 추억으로 기록하는 사건을 만들게 되었다.

아직도 전체구간 1/3도 못갔는데, 비는 내리고, 둘레길 정코스를 완주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도 필요하고, 안전도 문제가 될것같아서, 이제부터는 시작점과 종점에서 인증만 하면서 완주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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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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