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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화창한 일요일 아침 일찍 이웃사촌에게 전화가 온다. "봄날에 들어 앉아 뭐하고 있는거여?" 어제 산행 다녀왔으니 오늘은 가벼운 산책이나 하면서 쉬려고 했는데~ 늘 분위기 잡는 이웃사촌이 바람을 잡는다. 가까운 해안으로 드라이브도 하고 야유회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때 부터는 비상연락망을 가동한다. 늘 자주 모임을  가지는 이웃사촌들이 다섯가구가 있는데, 가끔씩 즉석에서 이벤트를 만들어 연락하고 식사도 같이 하는 이웃이 있어서 즐겁다.

이번에도 즉석 이벤트를 만들자는 제안에 따라서 충남 서산 삼길포항으로 바다회를 먹으러 가자는 이벤트를  추진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각자 분담하여 준비물을 챙겨서 10시 정각에 집결지에 모이도록 약속을 한다. 준비물은 각자 분담하면 간단하다. 매운탕 끓일 냄비, 버너, 양념, 야채, 김치, 소주, 생수, 이정도만 하면 야유회 준비는 끝난다. 두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룰루랄라~~♬ 가벼운 음악을 들으면서 1시간 30분 거리의 삼길포항으로 떠난다.



삼길포항은 당진방향에서 서산방면으로 가다보면, 방조제 중간쯤에 도비도를 지나서 서산방향으로 대호방조제 끝쪽에 있으며, 유람선 선착장 앞에서 여행객들에게 싱싱한 횟감을 파는 작은 어선들이 오손도손 선착장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삼길포항의 살아있는듯한 풍경을 볼수있다.


삼길포항의 유람선 선착장 입구에는 늘 관광객들이 북적대기 때문에, 입구에는 여러가지 먹거리를 팔거나, 선상에서 잡은 횟감을 즉시 먹을 수 있는 야채 및 회초장도 팔고 있어서 해변이나, 그늘에서 간단하게 싱싱한 회를 즐길 수 도 있다. 그리고 큰도로에서 벗어나서 유람선 선착장 입구로 가는 해안가쪽의  도로변은 각종 건어물을 비롯하여 각종 해산물,젓갈류등을 팔고있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어서 마치 어시장을 방불케 한다.


작은 어선들이 방파제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선상회집이다. 이곳에는 규모가 모두 똑같은 어선에 횟거리도 똑같은 종류를 팔고 있으며 가격 또한 모두 똑같지만, 그래도 관광객들은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보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흥정을 하기도 한다.

이곳 삼길포항의 선상횟집들은 모두 횟거리를 값싸게 즉석에서
준비해주며 횟거리를 포장 해가지고 가까운 해변이나, 야외의 나무그늘에서 싱싱한 회를 먹는 즐거움이 있다.
어느집을 돌아봐도 가격은 같지만, 호객하는 아주머니의 인심에 따라서 어떤집은 줄을 서있고, 어떤집은 손님이 없는 재미있는 풍경도 볼수있다. 얼렁뚱땅 인심 쓰는척 하면 모두 우루르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술인줄 알지만~~


이곳에 회값은 우럭 13,000원, 놀래미 15,000원, 아나고 13,000원, 도다리 20,000원, 광어 30,000원, 이렇게 값이 써있는데, 우럭은 양식이고 나머지는 자연산이라는데, 왠만한 미식가가 아니면 양식 우럭도 야외에서 먹으면 쫄깃쫄깃한 맛에 양식인지, 자연산인지 구별할 수 없다. 우리 일행은 우럭 2kg와 놀래미 2kg을 준비해 달라고 했더니 작은것 두어마리 더 집어 넣어주고는 인심을 쓰면서 다음에 또 오라고 한다. 일단 다음에는 안가더라도 시원하게 대답만 하면된다. 이렇게 4kg을 준비하면 일행들 9명이 충분히 먹을수 있으며, 5만6천원 밖에 안든다.


열심히 회를 치고있는 아주머니 계속해서 말을 꺼낸다. "어디가서 이렇게 싼 회를 먹을수 있을것이여" "내가 말이여 너무 맘이 좋아서 써비스 팍팍 주는거여" "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최고여"~~ "다음에 또 와유"
한참을 아주머니의 말대꾸를 하다보니 어느덧 횟거리가 준비되고, 투명 프라스틱 도시락에 나누어 담고있다. "이쁘게 안담아도 되지유? "그냥 푹푹 담아 버려유" 이렇게 6개로 나누어 포장을 해가지고 "많이 파셔유" "다음에 또 오셔유" 인사를 하고 선상을 떠나서 먹을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이곳 삼길포항 주변에 해변이나 나무그늘에서 먹어도 되지만, 기왕이면 가볍게 산책이라도 할수있는 곳을 찾아서 도비도로 이동했다. 도비도의 해안가 한적한 곳에 자그마한 공원에 일단 돗자리를 펴고, 그위에 신문지을 깔고나서 준비해온 야채와 초장, 그리고 김치, 여기서 제일 중요한 소주병을 꺼내서 신문지에 상차림을 한다. 야외에서는 이것저것 다 필요없고 신문지가 최고다. 다먹고서 두르르 말아서 쓰레기 처리하면 되니까.


한쪽 옆에는 회 뜨고 남은 우럭의 머리통하고 뼈다귀를 커다란 냄비에 넣고, 갖은 양념 집어넣고 버너에 불을 붙여 놓으면 회 먹는동안에 매운탕이 펄펄 긇어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주를 한잔씩 따라서 단체로 건배를 외치며 마시고 나면~ 카아! ~ 좋다! 한번 감탄하고, 손바닥에 상치를 놓고, 초장을 쿡 찍어서 회를 올려놓고, 마늘 한쪽, 청량고추 한조각 올려 놓고, 둘둘말아 입크게 벌리고, 와삭와삭 씹으면 그맛이 일품이라~ 횟거리가 다 떨어 질무렵에는 매운탕을 냄비체로 가운데 놓고 각자 한그릇씩 퍼가지고가서, 뼈를 발라가면서 가지고 온 밥을 먹으면 그맛도 죽여준다.


싱싱한 횟거리에 소주도 마셨고, 부족한 배를 채우려고 매운탕까지 바닥이 났으니, 배는 부르고 따사로운 봄햇살아래 졸음이 솔솔 올때쯤 모두다 기상시켜서 도비도의 해안가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도비도는 당진방향에서 들어오면 대호방조제 중간쯤에 있으며, 예전에는 섬이 였으나 대호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육지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농어촌휴양단지의 각종 시설과,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쉬어가기도 하고, 유
람선을 타고 난지도 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해안가로 나가면 길게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면서 멀리까지 드넓은 바다를 바라볼수 있고, 이곳 절벽에는 희귀식물인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어서 철망으로 보호하고 있는 풍경을 볼수있다. 


해안가의 산책로를 한참동안 걸어서 한바퀴 돌아 나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산책로 끝이 보인다. 이번에는 반대쪽인 당진방향으로 끝이 보이지 않게 길게 늘어진 대호방조제가 해안가 운무에 가려서 아련하게 길게 뻣쳐 있는 풍경을 볼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방조제 끝까지라도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 여기서 산책을 마치고 귀가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이날 우리 일행은 9명이 일인당 1만원씩의 회비를 내고서도 싱싱한 회를 마음껏 먹을수 있었고, 매운탕에 점심까지 배불리 먹고, 도비도 해안가를 산책하며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드넓은 바다구경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수 있었다. 도심의 횟집에 들어가면 kg당 5만원~ 10만원씩 하지만, 이곳에서는 싱싱한 횟감을 즉석에서 바로 잡아서 준비해주고 kg당 1만3천원 ~3만원 밖에 안하니 아주 경제적으로 야유회를 즐길수 있었다. 비록 식당에서 차려주는 정갈한 음식은 아니지만, 털털하고 소박한 서민들이 해안가에서 신문지 깔고 먹는 음식은 나름대로의 이웃간에 훈훈한 인정이 오가는 정겨운 모습 그대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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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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