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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는 참으로 많은 기념일들이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기념일이야 고작 가족들 생일날이나 제삿날 정도에 그치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연애하면서 만났던 하루하루를 뜻 깊은 기념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요즘이야 이런 기념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미니홈피나 휴대폰의 일정관리라도 일정을 메모해둡니다. 하지만 옛날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집안의 대소사를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시골에 계신 어머님은 70대 중반의 연세지만 아직도 집안의 대소사 및 자식들의 생일까지 기억해 두었다가 먼저 전화를 걸어서 축하한다고 합니다.

며느리 생일에 전화해서 "에미야! 생일 축하한다." 그리고 손자생일에 전화해서 직접통화하면서 "민아! 생일 축하한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아들생일에도 전화 하셔서 "생일 축하한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는 참으로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자신이 먼저 전화해서 "오늘이 어머님 절 낳으시느라고 고생하신 날이네요" 이런 표현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어머님이 먼저 전화해서 "생일 축하한다!"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합니다. 그렇다면 어머님은 어떻게 가족들 생일을 그렇게 모두 기억하고 계실까요?

그렇다고 잊지 않기 위해서 달력에 표시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기념일은 미리 알고 계십니다. 지난 설명절에 모처럼 동생들과 제수씨들, 그리고 조카들이 고향집에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명절에 한자리에 모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한 음식으로 모두 모여서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화젯거리를 토론하다보니, 계속되는 생일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궁금한 것은, "어머니는 어떻게 그 많은 집안에 대소사하며, 제삿날, 삼촌과 고모들의 생일, 그리고 자식들의 생일과 손자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러나 어머니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모든 날짜를 기억하는 것은 집안에 대소사가 있을때마다, 당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늘 그동안 꾸준하게 손발이 움직여서 챙겨주고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머님이 아버지와 혼인 후 어려운 시집살이 하시면서, 한집에서 시동생들과 시누이 8남매가 한집에 살면서, 생일날은 손발이 움직여가면서 직접 챙겨줬으니까 모두 기억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말이 없던 제수씨가 술기운을 빌려서 어머님에게 이의를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그렇게 많은 집안에 기념일을 기억하고 계신다면서, 어떻게 여태껏 작은며느리 생일은 왜 한 번도 안 챙겨주셨습니까?"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나오는 바람에 분위기가 썰렁해졌습니다. 예상 밖에 황당한 질문이 나오는 바람에 같이 한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서 얼른 수습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집안에 대소사를 기억하는 것은 직접 손발이 움직여서 챙겨야 했기에 기억하는 것이고, 자식들이야 배 아파가며 낳았으니, 그날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맏이는 결혼해서 5년을 한집에서 살았는데, 맏며느리 생일과 손자들 생일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그리고 둘째부터는 결혼하고 처음부터 객지생활 하느라고 자주 볼 수 없을 뿐더러, 언제 누구 생일이라고 한번이나 말해준적이 있느냐?"

이런 어머님의 반문에 오히려 제수씨는 더 이상 답변을 못하고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어머님 죄송합니다." 며느리 생일을 어머님이 알아주길 바라기전에, 집사람 생일에 어머님을 초대했었으면, 잊지않고 기억할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말이 나온 김에 서로의 오해는 풀렸지만, 그동안 어머님이 집안에 대소사며, 기념일들을 기억하고 계시는 비결은, 머리가 좋아서 기억하는것 보다, 어머님의 손발이 고생해가며 몸소 꺾으신 노고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혹시 이런 경우처럼 큰형님의 생일은 기억하시면서, 작은며느리 생일과 손자들의 생일은 기억 안 해준다고 서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어른들 모시고 기억을 남길만한 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바쁘게 객지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남편이 아내의 생일에 부모님 초대해서 식사도 같이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자연스럽게 어른들에게도 생일날 축하 메세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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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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