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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처가댁에는 식구들이 모이면 토론거리가 생겼습니다. 올 10월이면 장모님이 칠순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장인어른은 연세가 70대 후반이지만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 장모님은 이제야 칠순을 맞이합니다. 처가댁 5남매와 배우자들이 모두 모여서 가족회의를 진행합니다.

주관은 5남매중 유일한 아들인 4째가 회의를 주관했습니다. 올해 엄마 칠순에 어떻게 할것인지,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당자자인 장모님의 의견을 들었더니, 필요 없다고 하시지만 얼굴표정은 그게 아니라는것을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할려면 하라고 합니다.

그럼 일가친척 다 초대하고, 그동안 이웃동네 친분있는 사람들 모두 초대하고, 사돈들까지 초대하려면 얼핏 잡아도 120명이 넘습니다. 거기에 잔치를 벌이는 이벤트 홀과 음식까지 준비하면 대략 1천만원정도 예상합니다. 그럼 누가 이 많은 돈을 내느냐 했더니, 처남이 주관은 하되 공동부담하자고 합니다.

"그럼 한가구당 200만원씩 처남에게 입금할것 이상! 땅!땅!땅!" 회의가 종결되었습니다.

이런 회의가 끝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큰 돈을 지출하는 잔치에 대해서 이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처남댁이 전화해서 말을 꺼냅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1천만원을 하루만에 쓰는것이 부당하다고.......


얼마후 처제에게서도 전화가 옵니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대출을 내야 할 입장인데, 100만원 이상은 목돈 만들기가 어렵다 엄살을 부립니다.

사실 모두 직장인들이고 적은 월급 쪼개가며 어렵게 사는것 알지만, 장모님 서운해 할까봐 계획은 이렇게 거창하게 잡았지만 너무 무리한 계획이란걸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여름휴가에 다시 모여서 가족회의를 진행했습니다. 1천만원을 하루에 지출하는것은 사실 과소비니까, 축소 할 수 있는 방안은 논의했습니다. 

가까운 이웃들만 초대해서 가족들과 간소하게 하기로 수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한가구당 1백만원씩 준비하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계돈에서 일부를  인출해서 쓰기로 하되, 최대한 비용을 절약해서 잔치하고 남는돈은 장모님께 용돈으로 드리자고 했더니, 장모님도 흔쾌히 좋다고 합니다. 어차피 칠순을 맞이한 당사자를 서운하지 않게 해드리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장모님 칠순잔치을 결정 하고나서, 다시 수정안을 발표하기까지는 당사자가 서운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새벽같이 전화가 왔습니다. 시골에 계시는 분들은 일찍 일어나시기 때문에 시간대를 보면 누구의 전화인지 곧 바로 직감이 옵니다.

그런데, 새벽같이 전화해서 장모님이 또 다른 발표를 합니다. 그동안 생각해 봤는데, 칠순잔치 할 의미가 없으니 취소하자고 합니다. 요즘은 풍속도가 많이 바뀌어서 이웃에서도 이런 잔치를 벌이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을 바꿉니다.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자식들도 마음이 아픕니다.


요즘 고령화 추세다 보니 처가댁 역시 90대 중반을 넘긴 노모 때문에 힘들어 하는건 사실입니다. 몇년전부터 중풍과 치매로 대소변 받아내는 보호자가 늘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식들도 벌써 연세가 70 중반을 넘었고, 당신들 몸도 불편해서 병수발 조차 힘드니 더욱 마음이 아플겁니다.

장모님 말씀에는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고 누워 계시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내가 무슨 잔치 상을 받겠느냐" 하는 말이 내포되어 있는듯 합니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칠순잔치를 일가친척과 이웃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즐겁게 잔치상을 받아보고 싶었던것은 사실일겁니다.

장모님이 이런 결정을 내릴때 까지는 많이 힘들었을겁니다. 물론 자식들이 칠순잔치는 챙겨주는것이지만, 노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스스로 자책하는 장모님의 깊은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당사자가 결단코 잔치를 거절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대신에 칠순잔치에 지출 하려던 기금은 모두 장모님의 주머니에 넣어 드리기로 했습니다. 자식들이라도 잘살면 용돈이라도 넉넉하게 드릴텐데, 그렇지 못하니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그날 하루만이라도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펜션이라도 빌려서 간소한 1박2일의 여행이라도 떠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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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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