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산행복장을 챙겨 입었다. 밤새 내리던 비는 계속해서 주룩주룩 내리는데, 미리 예약된 산행이라 포기 할 수 없었다. 아침 6시에 영암 월출산으로 떠나는 버스가 이미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하루종일 비맞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여벌 옷가지를 챙겨서 배냥을 꾸렸다.
버스는 어김없이 월출산을 향해서 출발하고, 차창을 두들기는 거센 빗줄기는 하염없이 쏟아진다. 남들은 이시간 주말이라고 편안하게 늦잠자는 주말인데, 이게 무슨 청승인지 모른다. 그러나 비가 온다고, 눈이 내린다고, 덥다, 춥다 하면서 게으름을 피운다면 어찌 진정한 산악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기왕이면 기상조건이 충족시켜 준다면 금상첨화지만, 마냥 날씨는 산악인들의 분위기를 맞춰주지를 못한다. 많은 비가 내려 예상보다 조금 치체되니 10시가 넘어서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단단히 각오하고 모두들 비옷을 챙기기 바뻣는데, 갑자기 비가 딱 그치니 이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월출산 산신령님이 비를 그치게 했나보다, 모두들 한마디씩 하면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산행 초입부터 우거진 숲속은 캄캄하기만 하고, 방금 그친 비로 인하여 숲속은 습기가 가득하니, 손수건으로 미처 닦지 못한 땀방울을 연신 바닥으로 뚝뚝 떨어뜨리며 더덜길 바위를 비하면서 산을 오른다.
월출산 국립공원 천황사 입구에서 처다보이는 우뚝 솟아 오른 2개의 봉우리중 좌측의 중턱에는 주홍색으로 보이는 월악산 명물인 구름다리가 아득하게 보인다.
출발후 캄캄한 숲속을 지나서 약 20~30분쯤 지나니, 자그마한 절이 보인다. 절집을 뒤로하고 능선에 올라서면 사자사 목탑지가 있다. 예전에 천황사가 있던 자리로 폐사후 흔적만 남아 있다.
너덜길 바위를 피해가며 한참동안 수직으로 힘겹게 올라서면, 등산로 길목에 자그마한 정자각이 보인다. 이곳에서 많은 등산객들은 준비해온 간식을 즐기면서 휴식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자각 바로 옆에 마치 거대한 수석을 인위적으로 쌓아올린듯한 바위 사이로 철계단이 있으며, 계단길을 올라서면 바로 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가 시원스럽게 보인다.
이 다리는 지상 120m 높이에, 길이 52m, 폭 0.6m의 긴 구름다리로 산중에 거대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월악산의 명물로 주변에 어우러진 바위산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구름다리위에서 오던길을 뒤돌아 보면, 거대한 암봉을 오르고 내리면서 도착한듯 아득해 보인다.
비가 그친뒤 산중의 풍경은 운무가 바위산을 뒤덮고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등산객들은 구름다리위에서 사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고 시간가는줄 모른다.
구름다리를 건너자 마자 산을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다. 수직철계단이 위험하고 중간에 교행을 할 수 없기에, 처음부터 상행과 하행의 길을 별도로 구분해서 수직계단을 오르게 된다.
수직철계단은 한발 한발 디딜때 자칫하면 무릅까지 닿을듯한 계단을 힘겹게 올라서서 중간지점쯤에서, 한번쯤 돌아보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올라온 아랫쪽을 조망해본다.
아마도 수직철계단을 100여미터 쯤 올라서니 수직계단이 끝나고 아랫쪽을 내려다 보니 아득하게 보인다.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힘들게 산행을 하더라고 눈이 즐거운 산이다. 하지만 이날은 자욱한 안개로 멋진 풍경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더했다.
천황봉을 200미터 앞두고 이곳부터는 수직 철계단을 오르려면,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한다. 힘겹게 계단길을 올라서면, 천황봉을 100미터 정도 남겨두고 통천문이라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이름하여 하늘로 통하는 문으로 천황봉을 오르려면 통천문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오를 수 있다
통천문을 통과해서 100여미터 오르면 드디어 월출산 천황봉 정상이다. 평소에는 멀리까지 멋진 조망을 자랑하지만 자욱한 안개와 몰아치는 바람으로 더이상 조망을 못한것이 아쉬웠다.
정상의 전체가 암반으로 깔려 있어서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공간에 또하나의 표지석은 천황봉 소사지가 있다. 예로부터 나라의 안녕을 빌기위해 제사를 올리던 제단이 있던곳이다.
그나마 2시간 남짓 천황봉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정상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 준비해온 점심식사를 하기시작한다. 그러나 왠 심술. 갑자기 심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니 빗물에 밥을 말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모두 비옷을 꺼내입고 하산길에 들어서니, 가파른 바위길이 무척이나 미끄러워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하산길에 비가 오는 가운데도 안개가 한번씩 걷히면서, 들어나는 암봉들, 남근바위, 돼지바위 등등 수 없이 헤아릴 수 없는 멋진 바위절벽들이 눈길을 끌지만 사진을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월출산은 "달 뜨는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산이며, 천황봉을 중심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오는날의 월출산 산행은 비록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산행을 마치고 뿌듯한 성취감을 가득안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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