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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취미를 함께하는 직장동료 5명이 설연휴 마지막날 저녁에 출발해서 1박 3일로 지리산 종주를 떠났다. 각자 출발지가 다르기 때문에 1차 집결지인 천안역으로 향하는길에 예상보다 빨리 흰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천안역에서 11시 52분에 출발하는 무궁화열차로 구례구까지 가기로 미리 열차표를 예매해두었기에 천안역에서 모두 만나게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하루종일 혼잡하기만하던 천안역도 한산해지고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는 몇명만 보일뿐이다. 집결지에서 만난 일행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후 안내방송을 듣고는 열차 출발시간이 임박했음을 직감하고 허겁지겁 뛰어서 타자마자 열차는 기적을 울리면서 출발한다.

기차에 오르자 모두들 밤이 깊어지니 잠을 청하는 분위기라 일행들 모두 잠을 청한다. 3시간 남짓 남쪽으로 열차는 달리기 시작했고, 지리산을 가기 위해서 구례구역에 하차한 시간이 03시 10분경이다. 구례구역을 빠져나와 일단은 역앞에서 섬진강 제첩국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성삼재까지 콜밴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성삼재를 오르는 길목부터 바닥이 얼어 있는 상태에 눈이 내려서 많이 미끄러웠다. 구불구불한 산길의 구비를 돌면서 조심조심 운행을 하지만 급경사로에서는 바퀴가 겉돌기 시작한다. 수없이 미끄럼을 타면서 조마조마 올라갔지만, 결국 마지막 휴게소쯤에서 성삼재 1km정도를 앞두고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어서 걷기 시작했다.(04시 30분)

하차한곳에서 성삼재까지 1km 정도의 도로지만 바닥이 많이 미끄러웠고, 강한 눈보라가 몰아쳐서 눈을 뜰수가 없었다. 성삼재휴게소를 지나서 노고단대피소까지 이동하는 등산로에는 10cm 정도의 눈이 쌓여있었고 솜뭉치같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엇다. 빠른걸음으로 1시간정도 남짓 걸었더니 노고단 대피소가 나타난다.(05시 40분)

노고단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어둠속에 산행은 계속되었고, 한시간 남짓 걸음을 제촉했더니 피아골 삼거리가 나온다. 어둠속에 토끼길같은 등산로를 따라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진행이지만 이정표를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피아골삼거리를 지나서 산행은 계속되었고 등산로에 점차 눈이 더 많이 쌓여서 발이 푹푹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라도 엉덩이 붙이고 쉴곳도 없었지만, 드디어 멀리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노루목삼거리에 도착하니 일출시간이 멀지 않은듯 어둠이 가시고 더 이상 헤드렌턴이 필요치 않았다. (07시 30분)

날이 밝아지자 솜뭉치같은 눈은 그치고 잔잔한 알갱이눈이 내리지만 여전히 강풍에 눈을 뜨기 어렵다. 가도가도 쉴만한곳이 없기에 노루목삼거리를 지나서 잠시 그자리에 선체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온산이 눈이 뒤덥힌 등산로주변은 잠시라도 엉덩이 붙일만한곳이 없었기에 그대로 잠시 물한모금씩 마시기로 했다. 하지만 물병이 꽁꽁얼어서 뚜껑이 열리지 않았고, 열렸다해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걸음을 제촉해서 걷다보니 눈앞에 나타난 특이한 표지석이 띄인다. 삼각형 표지석은 삼도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지점이 경상남도와 전라북도, 전라남도등 3개도의 경계지점이라고 한다. (08시 00분)

등산로를 따라 몇시간을 진행해도 이날따라 기상이 나빠서인지 마주치는 등산객 한명 없었고, 중간중간 만나는 이정표가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아직까지 온길은 짧고, 갈길은 멀었으니........

계속해서 눈은 또 내리기 시작했고, 좁은 등산로를 따라 발목이 푹푹 빠지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목책이 보인다. 한우 방목장인가, 염소 방목장인가? 농담한마디 던지고보니 화개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화개재를 지나서 잠시 능선길을 걷다보니 서서히 경사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걸음이 늦어지고 앞사람 발자욱만 보면서 오르다보니, 걷고 있지만 수면부족으로 졸리기 시작한다.

마스크가 얼어붙고, 입김이 올라가 눈섭에는 고드름이 달리고, 모자에 하얗게 성애가 끼었지만, 졸음은 어쩔수 없었다. 일행들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다. 잠시후 앞이 트이면서 보이는것은 토끼봉이다. (09시 00분)

토끼봉을 올라 능선길을 걸을때는 더욱 강풍이 강하게 몰아쳤고, 쌓인눈이 바람에 날려 가끔씩 등산로가 보이지 않는곳도 몇군데 있었다. 이런 기상조건에서 단독산행이라면 조난당하기 쉽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능선길주변에는 안개가 내리면서 눈발과 함께 얼어붙어 나뭇가지들이 온통 눈꽃가지로 변해있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등산로는 가끔씩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등산스틱이 푹 묻힐정도였다.

눈보라를 맞으며 눈길을 걸은것이 벌써 5시간이 지났지만 휴식을 취하기 쉽지 않았다. 이제 연하천까지 1시간정도면 도착하고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잠시 마음에 여유를 가진다.

이날 지리산 기상도 정말 만만치 않았다. 앞을 보기위해 눈알만 빼꼼하게 내놓고 완전무장을 하고 산행을 했지만, 그래도 인증샷을 하기위해 마스크를 끌어 내리고 유일하게 기념사진을 한장 남겼다.

드디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다. 산중에 대피소가 있는것이 얼마나 반가웠던지.....그리고 이곳에서 허기진 배를 채울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취사장에 들어가니 등산객 대여섯명이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후 국립공원관리소 직원이 찾아왔다. 기상악화로 폭설예보가 있어서 지리산 모든 대피소에서 통제를 한다고 하산을 명했다. 어쩔수 없이 이날밤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하면서 먹을 음식까지 꺼내서 만찬을 하기로 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어차피 하산을 해야할 입장이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하산길에 들었다. 대피소에서 백소령방면으로 500미터쯤 가다보니 하산로로 7km쯤가면 음정마을이 나온다는 삼거리 이정표를 만났다.

본격적으로 음정마을 하산길로 들어서자 이곳부터는 온통 너덜지대였다. 한시간정도 너덜지대를 하산하니 이번에는 임도가 나타나는데, 산을 구비구비 돌아서 한시간정도 내려가니 음정마을이 나왔다.(임도는 지루해)

음정마을에서 함양가는 버스를 만나서 1시간 30분을 이동했다. 그리고 함양터미널에서 대전까지 직행버스로 또 1시간 30분정도 이동했다. 그리고 대전터미널에서 천안까지 1시간 30분정도 걸려서 귀가한다.( 20시 30분)

모처럼 지리산종주 계획을 세우고, 성삼재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첫날은 24km 정도의 강행군으로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을 할예정이였다. 그리고 다음날도 새벽같이 출발해서 웅석산을 넘어서 경남산청으로 하산하는 장장 50km 정도의 산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겨울산행은 기상조건의 변화로 변수가 너무 많았기에 결국은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예상한 종주코스에서 1/4 지점에서 하산을 했으니, 다음기회에라는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지리산종주는 아니였지만 무박산행으로서의 일정은 빡세게 치룬셈이다. 산행시점부터 하산지점까지는 거리상으로 20km정도에 꼬박 산행시간이 9시간이였다. 또한 눈보라와 강풍을 이겨내고 안전하게 귀가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 산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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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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