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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고향집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모두들 휴가철이라고 전국 곳곳에 도로가 정체를 빚는 가운데, 필자는 휴가가 아니고 고향에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올해는 직장생활하는 아내와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서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찾아 뵙고 오기로 했습니다.

매년 여름휴가에는 시골집에서 부모님들과 오랫만에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시골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칠순이 넘으신 어머니지만 도시에 나가있는 자식들을 위해서 시골음식을 준비하시고, 맛있게 먹어주는 자식들을 위해서는 당신이 힘든것 마다하시고 이것저것 만들어 주십니다.

강원도 찰옥수수, 감자전, 토종닭, 상치,오이,가지,토마토,등등 직접 생산한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놓으시면서  "도시에서는 먹기 힘드니까 많이 먹어라" 하시면서 골로루 챙겨주시곤 합니다. 어릴때부터 어머니 손맛에 익숙한 필자는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아주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곤 합니다.

그러면서 50살이 넘는 자식이지만, 아직도 어머니에게는 어린애처럼 보이는지, 등을 툭툭 처주시면서 "꼭꼭 씹어서 잘먹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시골집에서 소규모 농사로 생활을 하시는 부모님이시지만 그래도 특별히 아픈곳없이 건강하시기에, 객지에 나와있는 자식으로서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향집에 어머니은 한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올들어 98세의 할머니가 노환으로 쓰러지신 이후 완전히 기력을 잃으시고, 몸저 누웠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쓰러지시고나서 병원에서 한동안 입원하고 계셨지만, 노환이 깊어서 회생이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객사하시게 할수는 없다고 집으로 모시고 오셨습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98세의 할머니를 안방에 모셔다 놓고 대,소변까지 모두 받아내면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셨는데, 차츰차츰 기력이 좋아지셨지요. 3년전에도 금방 돌아가실것같이 위급해서 집안에 모두 알리고 장례준비까지 했던 할머니입니다. 그런데로 3년을 더 사시더니, 금년초에 또 그 절차를 밟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의 지극정성에 하늘이 감탄을 했는지 할머니는 서서히 기력이 회복되기 시작해서, 부축하면 일어나 앉을 정도로 회복되셨습니다. 그후 밥상을 차려주시면 일어나서 혼자 식사를 할정도가 되셨지만, 기억력이 나빠지셔서 가끔이 이상한 행동을 하시니  치매라도 온것 아닌가 무척이나 두려워 하셨습니다.

식사를 하시고도 배고프다고 하시고, 소화도 못시키면서 밥을 많이 달라고 하시면서 욕심을 내기도 한답니다.

그리고나서 기력이 없으시니까 식사만 하시면 바로 누워버리고, 하루종일 잠만 주무십니다.

하지만 한밤중에 잠을 제대로 안주무시고 소리지르고, 두들기고 하셔서 잠도 못자게 한답니다.

하지만 내 어머니인데 자식된 도리로 내가 돌봐드리고 모든것을 감수해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겸손한 말씀뿐입니다. 할머니에게는 8남매의 자식이 있지만, 어느 누가 모실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모시고 계십니다. 

이제 노환이 깊어지신 할머니를 모시면서, 어머니가 힘들어 하시는걸 아는 삼촌들과 고모들이 가끔씩 들려서 할머니를 뵙기도 하고, 이웃사람들이라도 가끔씩 들려서 할머니 안부를 물어보면서, 어르신네가 고생이 많다고 하시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 아직까지 집안에 어른이 계시는데 어찌 어른소리를 들을수 있겠는가" 이렇게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 하시겠습니까? 칠순이 넘으신 어머니가 이제는 자식들에게 어른대접 받고서 마음편하게 사셔야 할 연세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더군요.
 
요즘 사회적으로는 노부모 모시는 문제로 인하여, 형제간에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자식들이 몇명씩 있으면서도 노부모들을 요양원에 맡겨두고 살아가는 아픈 현실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든것을 다 희생해 가시면서 지극정성으로 할머니를 돌보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마도 세상에 없는 천사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2살때 부모님을 병환으로 모두 잃어버리고, 고모님 슬하에서 어렵게 자라셨고, 18살에 아버지와 만날당시는 얼굴도 한번 보지도 못하고 결혼식날 처음으로 신랑 신부가 얼굴을 대면했다고 합니다. 찢어지도록 가난속에 4남매를 장성시켜서 이제는 10여명의 손자를 두고있는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효도받으며, 이제는 편안하게 여생을 사셔야할 연세지만..........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 아직까지 집안에 어른이 계시는데 어찌 어른소리를 들을수 있겠는가" 그말씀을 되 새길때마다 가슴이 찡하게 저며 오는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할머니는 기력이 많이 회복 되셨지만,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수 없는 입장이라서 어머니는 잠시라도 집을 비울수 없다고 걱정을 하십니다.

당신의 모든것을 희생하시고 칠순을 넘기신 연세에 호강하지도 못하시는 어머니! 칠순잔치도 챙겨드리지 못해서, 올해는 가족여행이라도 한번 떠나려고 계획했지만, 잠시도 집을 떠날수도 없다고 하시니, 자식된 도리로서 죄송할뿐입니다.

어머니! 당신의 효심은 만인의 표본으로, 지켜보는 자식들로 하여금 베푸신 정성만큼이나 효도를 받으실겁니다. 어머니! 부디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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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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