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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말에서 8월초까지는 대부분 도시인들은 여름휴가를 맞이하게 된다. 아마도 이때가 제일 더울때라서 이 날짜를 택한듯하다. 시골에서는 한여름의 더위도 아랑곳 하지않고 농사일에 손을 놓을수 없는 시간이지만, 도시인들은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야할까 배부른 걱정을 하게된다. 올해 여름휴가는 바다로 갈까? 계곡으로 갈까?를 고심하게 되지만, 사실 피서를 떠난다고 하지만 떠난다는 자체가 더운날에 고생이다.

방콕을 한다면 의미가 없어서 그렇지 더운날에는 에어콘 켜놓고 방안에서 뒹굴뒹글하는 것이 제일 편한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주워진 여름휴가는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일정이지만, 바다도, 계곡도, 방콕도 아닌 고향집으로 향한다. 도시생활 수십년이 지났지만, 우리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름휴가를 떠나본적이 없다. 여름휴가 날짜가되면 부모님 계시는 고향과, 아내의 부모가 계시는 처가댁, 이렇게 절반으로 나누어서 휴가일정을 잡는다.

처음에는 우리도 오붓하게 식구들과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도 안해본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행여나 도시에있는 자식들과 손자들을 볼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시는 부모님들의 심정을 거역할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여름휴가를 고향으로 떠나는것이 관례가 되었다. 하지만 고향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지만, 도시인들이 자연을 찾아서 떠나는 모든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있으며, 오히려 모든것이 풍부하기에 고향에서의 여름휴가는 더욱 즐겁다.

올해는 아내와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주말에 고향집을 다녀오기로 했다. 국도로 가는 고향집은 늘 3시간이면 도착할수 있는 거리지만, 8월 1일은 아침일찍부터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명절때도 안밀리던 국도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5시간만에 고향땅을 밟을 수 있었다.


시골길을 따라서 고향집으로 들어가는 면소재지 주변도 피서인파들로 인하여 골목길이고, 강변이고 온통 북적대고 있었다.

도로변에서 좌측으로 건너다 보이는, 개울 건너 언덕위에 나의 고향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향집앞에 개울물이 올해는 큰비가 안오고 더운날이 계속되어서 물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

고향집 앞마당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신 어머님이시다. 이날은 주말에 일정을 같이 맞추어 동생들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시골집 앞 마당가에는 아버님이 정성들여 가꾼 온갖 꽃들과 나무들로 작은 식물원 처럼 보인다. 

# 봉숭아

# 참나리

# 향기 강한꽃?

# 칸나

# 화초 꽈리

집주변에 작은 텃밭에는 찰옥수수를 비롯해서 각종 여러가지 농작물을 골루고 심어져 있었다.

# 고추

# 고구마

# 가지

# 도라지

# 강남콩

# 방울 토마토

울타리 한쪽 끝에 나무 그늘에는 철망으로 울타리를 치고 토종닭을 키우고 있으며, 사위오면 잡아 준다고 하더니~~ 아들이 집에가면 잡아주신다.

어머님은 자식들이 도시에서 먹기 힘든 시골음식을 준비하시느라고 바쁘시다. 메밀 부침개, 감자 부침개, 찰옥수수, 닭백숙, 민물매운탕, 이런 메뉴만해도 배가 모자란다.

개울가에서 오가는 이웃까지 어울려, 시원한물에 발을 담그고 어머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감자 부침개를 먹을때면 "분위기 정말 죽여준다"고 표현한다.

올해는 큰물이 나가지 않아서 개울물 바닥이 청때가 끼여서 바닥은 깨끗하지 않지만, 상류 수원지에서 흘러가는 개울물은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하기만하다.

집앞에 개울물의 중간중간에 바위로 형성된 웅덩이에는 한낮에 더위를 식혀주는 목욕을 할수있으며 어른들도 덩달아 물속에서 마냥 동심에 빠져들곤 한다.

여름휴가를 비록 기분이 들떠서 가족들과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름휴가는 아닐지라도,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릴때 뛰어놀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향땅은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준다.그리고 주말에 잠시 도시를 떠나서 공기좋고 물좋은 고향에서 대자연에 도취되어 보낸 주말의 하루는 무었보다도 소중한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고향집에 뜰앞에 가꾸어진 미니 정원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텃밭에 심어진 여러가지 작물들을 돌아보면서 자연학습도하고, 주름진 어머님의 정성이 담긴 시골음식을 먹으면서 잠시 어릴때 뛰어놀던 향수에 잠겨보기도 했다. 비록 설례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해서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고향에서 늘 자식걱정 한평생하시다가 이마에 주름가신 부모님들을 뵐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님에게는 아직도 어린애같은 자식들과 귀여운 손자들을 만날수 있어서 더욱 즐거워하신다. 이렇게 함께한 1박2일이 끝나고 다시 귀가하면서 "아버님, 어머님, 건강하세요." "도착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면서, 아내는 직장에서 받은 휴가비를 고스란히 봉투에 담아서 어머님 호주머니에 밀어 넣어주고서 다급하게 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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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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