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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하순에 부모님들의 농장에서 6년근 인삼을 수확했습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다보니 그동안 인삼재배 하는것을 말로만 들었지 사실 농장에 가서 한번도 도와드리지 못해서 늘 죄송스럽게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일은 몰라도 마지막 수확할때 일손이 많이 딸린다고 하기에 직장에서 휴가를내고 인삼 수확을 도와드렸습니다.

시골에 부모님은 인삼조합과 계약재배를 함으로서, 재배지 준비과정부터 시작해서, 인삼종묘 구입과 관리요령까지 인삼조합에서 지시를 받아서 재배를 했습니다. 때문에 잔류 농약성분 검출이 두려워서 전혀 농약도 사용하지 못했고, 5년차부터 벌레가 먹고, 썩어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손을 전혀 쓰지 못하고 안타깝게 바라만 보았답니다. 

하지만 6년동안 조합에서 관리한 인삼이라 100% 납품하도록된 규정 때문에 감독관 입회하에 모두 수거해 갔습니다. 사실 농민들 6년근 인삼이라하니 먹어 보겠다는 욕심일뿐 상품은 kg에 10만원정도 하는 인삼을 먹기 쉽지않습니다. 계약재배된 6년근 인삼은 최상품이 kg당 10만원 수준에서 최하품이 2만5천원정도에 전량 납품하였습니다.

최하위품이라도 보통 3~4년근의 최상품값과 맞먹을 정도니, 농사짓는 사람은 먹어봐야 최하위품이라도 감지덕지라 합니다. 당일에 인삼수확을 완료하고 감독관 입회하에 곧 바로 인삼조합으로 전량납품하고 남은것은 최하위품 한바구니 집에서 먹으려고 빼놓은것 뿐이였습니다. 부모님들 인삼 수확하고나서 얻어 갈려고 생각했던것은 착각이였습니다.


이렇게 인삼수확을 마치고나서 고향집에 종종 전화를 드리면서, 요즘은 뭐 하시냐고 물어보면 인삼 수확한 빈 밭에가서 하루종일 곡괭이로 다시한번 밭을 뒤집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인삼 수확할때 대형 트랙터가 지나가면서 밭을 갈았기 때문에 땅속에 묻힌것도 있고 장비가 지나가지 못한곳에 인삼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이렇게해서 그 넓은 밭을 하루종일 일일이 파헤치고 땅속에서 숨어있는 인삼을 찾아서 한달내내 작업을 한결과 거의 100kg 정도를 찾아 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고 상품가치가 있는것은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부러지고 깨진 파삼과 실삼은 하루종일 손질해서 어머니와 함께 한달내 홍삼으로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꼼꼼하게 묶은 포장지만 보더라도, 아버님이 보내셨다는것을 바로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뭘 보내셨기에 이렇게 무거울까? 혼자 생각하면서 포장지를 뜯었습니다.

그 안쪽에는 커피박스가 나왔고,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에 향긋한 홍삼 향기가 풍겨나왔습니다.
순간 시골에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갑자기 휴대폰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고향에서 아버님이 전화를 하신겁니다.

"택배 받았나?"
"네! 조금전 받아서 지금 막 박스를 열고 있는중인데요."
"그래! 잘 됐구나. 어제 보냈는데 오늘이면 들어간다고 하더니만..........."

"왠 홍삼을 이렇게 많이도 보내셨어요."
"6년근 홍삼 쉽게 구하기 쉽지 않으니, 잘 보관해두고 오랫동안 먹도록 해라"
"한동안 인삼 캐서 일일이 손질하고 홍삼 만드시느라고 많이 힘드셨겠어요? 잘 먹겠습니다."


이렇게 홍삼으로 만든것이 비록 좋은 인삼은 아니지만, 일일이 잔뿌리 따로 씻고, 썩은부위 도려내고, 뿌리부분에 흙을 알뜰히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찜통에서 몇시간씩 증숙을 시킨 다음, 발에 몇일씩 널어 말리고, 또 다시 증숙을 시키고 하는 과정을 일일이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이 한달내내 작업을 하셨답니다.

이렇게 홍삼을 만드는 과정에 찌고 말리는 도중에 1/5로 줄었다하니, 이 박스에 들어있는 홍삼이 4kg이나 되니까, 인삼 20kg정도가 압축되어 있는 셈입니다. 홍삼박스를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잔뿌리까지 한쪽편에 담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정도의 홍삼을 일일이 손질하신 부모님들의 세심한 정성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남들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께 인삼이나 홍삼을 아주 비싼값에 구입해서 선물한다는데, 어떻게 된일인지 반대로 부모님들의 정성이 가득담긴 홍삼박스를 자식이 받게되니 감개무량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시골에 6년간 애지중지 길러오신 인삼으로, 일일이 씻어, 찌고 말려서 만든 홍삼박스를 들여다보고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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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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