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반라따 산장에서 키나발루 최정상을 향하여~
오늘은 꿈에도 그리던 키나발루 정상을 밟을 수 있는 날이다. 어제는 라반라따 산장까지 올라와서 일행들 모두가 지쳐있는 모습이 영역하다. 해발 3,274m 까지 오르는길은 결코 만만한 걸음이 아니였다. 더구나 10kg 이 넘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오르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하자 지쳐서 바닥에 주져앉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더구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주를 한두병씩 배낭에 넣어가지고 왔지만 누구하나 소주한잔 하자고 제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마자 산장에 불을 끄고 대부분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2시에 기상을 해서 준비를 해야만 정상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지만 심한 두통으로 인하여 잠이 깨었다.
고산에 인체가 아직 적응을 못해서 일어나는 고소증이다. 자다가 일어나서 타이레놀을 찾아서 먹고 잠이 들었지만, 여전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서 잠을 설쳤다. 수 없이 잠자리를 뒤척이다가 새벽 2시에 일정대로 모두 일어나서 정상으로 가기위해 분주하게 장비를 챙긴다. 정상까지 오르는길은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가고 나머지 짐은 산장에 보관한다.
분주하게 준비를 해서 2시 30분에 일행들 모두가 집결했다. 물론 우리 20명의 일행들 외에 다른팀들도 같은 시간대에 출발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정상은 밤이면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한복과 방한장갑을 챙기고, 헤드랜턴에 불을 밝혔다. 점점 고도가 높아져서 힘들겟지만 가파른 암반지대라 스틱은 사용 할 수 없다.
캄캄한 밤중에 헤드랜턴으로 비춰지는 등산로는 오직 경사진 바위와 길게 늘어진 대형 로프만 한줄 늘어져 있을 뿐이다. 주변에 지형지물은 전혀 판단이 안되고 오직 로프를 의지해서 가파른 암반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산장으로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거의 1시간 가까이 지났을때 등산로 옆에 우뚝 솟아있는 이정표가 보인다. 아! 이제 산장에서 출발해서 1km 정도 올랐다는 얘기다. 이곳까지 1km의 거리에 해발 400m를 더 올라 왔으니 얼마나 고도가 급경사인가 짐작이 간다.
잠시후 등산로 가운데쯤에 아련하게 붉은빛을 발하는 촛불이 몇개보인다. 뭐하는 곳일까? 이곳은 사얏사얏 체크 포인트로서 정상으로 오르는 등반객들을 다시한번 체크하는 곳이다. 목에 걸고간 ID카드를 보여주면 명단에 체크를 하고 통과해도 좋다는 손짓을 한다.
캄캄한 밤중에 헤드랜턴 불빛을 이용해서 앞을보면 보이는것은 드넓은 암반과 바위절벽 그리고 길게 늘어진 로프에 의지해서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전진이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머리를 짖누르듯이 무거워지고, 점점 호흡이 힘들어진다. 이러다가 혹시 내개 쓰러지는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해발 3,929m 지역으로, 이제 정상까지 약800미터를 남겨 두고 있다. 이얍!!
정상까지는 약800미터 남았다는 희망을 가지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오르는길이 100미터도 못가서 바닥에 주저 앉는다. 하지만 정상에 일출시간은 06시 경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 동쪽하늘에 붉은색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자 서둘러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구름에 가려서 일출은 제대로 보지못했다.
오래전부터 오르고 싶었던 키나발루 등정!
드디어 키나발루 등정의 꿈은 드디어 이루어 졌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산은 해발1,950m 한라산이였지만, 드디어 나 자신이 동남아 최고봉인 해발 4,095m 의 키나발루 로우봉 정상에 우뚝 서있다.
▲ 키나발루 산은 모두 7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곳이 가장 높은 해발 4,095m 의 로우 봉이다.
▲ 키나발루 산 봉우리중에 2번째로 높이를 자랑하는 해발 4,091m 의 성요한 봉이다.
▲ 키나발루 정상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해발 4,003m 의 알렉산드라 봉이라고 한다.
▲ 키나발루 로우봉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해발 4,032m의 어글리 시스터 봉이다.
▲ 키나발루 정상에서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해발 3,933m 의 남쪽 봉이라 부른다.
▲ 키나발루 정상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해발 4,054m 의 당나귀봉은 산장에서도 조망된다.
▲ 키나발루 로우봉을 올랐던 사람들이 가파른 바위절벽에 로프를 의지해가며 하산길에 접어든다.
▲ 드넓은 암반지대지만 하산로는 등산로와 동일하며, 길게 늘어진 로프를 반듯이 따라 가야한다.
▲ 정상에서 위대한 자연의 장엄한 풍경을 눈으로 모두 담아가지 못한 아쉬움에 카메라 셧더가 계속 눌려진다.
▲ 날이 밝아지자 광활한 암반지대가 마치 달 표면처럼 웅장하게 펼쳐지고, 하산행렬이 길게 줄지어 보인다.
▲ 하산길은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만이 최선이기 때문에 천천히 자연스럽게 룰룰랄라 가볍게 걸음을 내딧는다.
▲ 광활한 암반지대를 지나 경사로가 시작되면 마치 분화구에 빨려 들듯이 산 아랫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 정상주변에서는 풀한포기 보기 힘들지만 고도가 낮아지면서 고산식물들이 모질게 자라는것도 볼 수 있다.
어제밤 투숙했던 산장에서 2.8km의 거리를 정상까지 오를때는 3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하산길은 1시간 남짓하면 내려올수 있엇다. 그리고 우리가 하산했던 길을 뒤돌아 보면서 저렇게 험한 바위절벽을 어떻게 올랐는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이제 오늘 일정은 산장까지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국립공원 관리소까지 하산하는 일만 남아있다.
와라스 산장에서 팀폰게이트 까지는 6km로 계속해서 고도가 하강에 이르기 때문에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어제 우리가 올랐던 그 길을 고스란히 뒤돌아 가는길에는 여전히 기점 3km 주변에서 오늘 일정을 가진 등반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헬로우" "곤 니찌와" "아빠까바" 각기 말은 달라도 표현은 하나다.
산장에서 출발해서 약 3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자 팀폰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역시 ID 카드를 보여주고 체크인을 한후 통과한다. 이제는 키나발루 산 등산이 완료 되었음을 통보하는것이다. 잠시후 국립공원 관리소에 갔을때는 영광스런 키나발루 등정증명서가 발급되었고, 마치 졸업장이라도 받는 기분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오늘까지는 산행일정이지만 내일은 시원한 바다에서 피서를 즐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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