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뚫고 버스는 어디를 지나가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고 운전기사가 핸들 돌리는 대로 지리산을 향하고 있었다.성삼재까지 올라가는 길은 고도가 높아서 구비구비 돌아서 올라가는 길은 미끄러운 눈길이라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6시에 출발하여 지리산 성삼재에 버스가 도착하니 벌써 시간이 9시 40분이나 되었다.성삼재 정상에 올라서니 무서운 칼바람이 한겨울을 실감케 하니, 추위에 대비해서 단단히 채비하고 산행을 시작 한다산행코스는 백두대간 제3구간으로 성삼재에서 시작하여 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하산-고리삼거리로 잡았다.
성삼재 정상의 휴계소에서 사방을 조망해보니 가마득한 산 정상에 올라 있는듯 멀리까지 보이는 산들이
하얀 눈이 덮혀 있고 아직까지 걷히지 않은 운해들이 산중턱을 감싸니 마치 구름위에 떠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성삼재 정상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니 방한복 자크를 끝까지 올리고 방한모까지 쓰고서 산행을 시작한다.하나의 작은 봉우리에서 뒤돌아 보니, 멀리에 구비구비 성삼재에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가운데 성삼재 휴게소가 보인다.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하다보니 몇개의 작은 산을 넘고 넘었는지 기억이 아련해지며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한참 산을 오르니 온몸에서 촉촉하게 땀이 나는듯 하니, 사방을 조망해보는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하나의 큰봉우리에 올라 서서 내려다 보니 산중턱에 평평한 곳에 작은 헬기장이 눈속에 묻혀서 흔적만 보이고 있다.
아마도 이주변이 작은 고리봉(해발 1248m) 인듯하다. 앞쪽으로 멀리에 보이는 곳이 노고단 정상이라고 하는데~~겨울 바람에 손시려,발시려 ,한쪽 어깨에 걸린 무거운 카메라 내려서 사진찍으랴,등산지도 일일이 꺼내 보기도 쉽지 않았다.
산위에 올라서니 멀리까지 산들이 산산겹겹 병풍처럼 둘러쳐진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날씨가 눈이 오려나 꾸물꾸물 흐려지니 보이는 산하가 먹물을 풀어서 그림을 그려 놓은듯 수묵화를 연상하기도 하다.
이제 산행기점에서 약 2시간 가까이 지난듯 하다.멀리로 높은 봉우리가 눈앞에 나타나고 등산로 주변에는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목책으로 길게 처진 등산로가 보인다.그래도 이쪽은 양지 바른 곳이라 눈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이미 올라간 등산객들이 정상에 자그마하게 보인다.
묘봉치를 지나서 한참을 오르면 만복대 정상까지 멀리까지 조망되는 민둥산으로 이지역은 온통 억새밭으로 되어있다.만복대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심하여 오랫동안 머무르기 힘들어, 조금 아랫쪽 양지 바른 억새밭의 울타리 삼아,점심을 먹기로 하고, 컵라면에 김치가 꿀맛처럼 느껴지며 온몸의 추위를 녹여준다.
지리산 서쪽 끝의 만복대(해발 1,438m)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의 경계에 웅장한 모습으로 솟아오른 봉우리다. 성삼재(1,090m)와 정령치(1,172m) 사이 백두대간 구간 가운데 가장 높은 꼭지점을 형성한 곳으로, 지리산에서 출발한 많은 종주대가 이곳을 거쳐 멀리 향로봉까지 산행을 이어지는 곳이다.만복대는 북풍한설에 피어난 설화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리산 최고의 억새능선이라 한다.
만복대에 따끈한 라면 국물로 몸을 녹이고 정령치를 향하여 가는 등산로는 완전 그늘 지역이라서 쌓여 있는 눈들이 발목이 묻힐 정도록 수북히 쌓여 있는 경사로로 들어 섰다,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눈 속에 묻혀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산죽들은 푸른색을 유지하니 생동감 있어 보인다.
크고 작은 산을 오르고 내리다 보니 또하나의 봉우리가 눈앞에 보이는데 이 봉우리를 넘어 정령치가 가까워 오고있다.
정령치는 서산대사의 황령일기에 의하면 정령치 (해발 1172m)는 기원전 84년에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성을 쌓고 지키게 했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령치 정상의 휴게소에 당도하니 한겨울 찬바람을 피하여 그나마 아늑한 휴게소
주차장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 놓고 점심을 먹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경겹기만 하다.
산 밑을 내려다 보면 구비구비 굽어 보이는 절경은 장엄하기 그지없고 안개가 낀날에는 자신이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낀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잠시 바람을 피하여 휴식을 취하고 나서 큰고리봉으로 향하는 길에 뒤돌아 보니,정령치 정상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구비구비 그림처럼 보이고 눈이 결빙되어 차량은 전혀 운행을 할수가 없었다.
정령치를 지나서 약30분 정도 눈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큰 고리봉(해발 1305m)의 이정표가 보인다.오던길에서 계속 직진을 하면 바래봉까지 약 7km정도 되고, 우리 일행은 고기삼거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정령치에서 큰 고리봉에 도착하여 앞쪽 방향을 조망해보니 멀리 아득히 보이는 곳에 바래봉이 보인다.바래봉은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어 온통 빨갛게 물들던,3년전 봄철에 다녀간 생각이 나서 한번 더 처다보게 되었다.
고리봉에서 좌측으로 난 고기삼거리 하산로는 갑자기 급경사가 심해서 눈길이 미끄러우니 보행 속도를 늦춘다.하산로의 거리가 약3km정도로 예상하는데 끊임없이 경사로로 하산 하다보니 지루함 마저 없지 않다.
고리봉에서 고기삼거리까지 하산 조건이 원활하지 못하여 약 1시간30분 정도 걸린것 같다.마지막 하산로에서 지루함을 모두 느꼈는지 한마디 한다. "고기리에 고기 잡으러 오기 힘드네, 그런데 고기는 어딧는겨"
성삼재 휴게소를 10경에 출발 - 작은 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큰 고리봉 - 하산로 - 고기삼거리 - 하산완료.
이렇게하여 칼바람의 추위속에 눈길을 헤치고 하산하니 약 5시간정도 소요 되었다.평소 같으면 주로 7시간~8시간 산행코스를 잡았지만,동절기에는 주로 코스를 짧게 잡게된다.산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손시려, 발시려, 얼굴시려, 고생을 하면서 뭐하러 산행을 하냐고~~?
하지만 하산을 완료하여 버스에 도착하니 임원진에서 준비해온 따끈한 떡국이 김이 펄펄나게 끊이고 있었다.하산이 끝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국 한그릇에 하산주 한잔하니,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성취감만 가슴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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