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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가방의 행방을 찾아라!

*2009년 10월 2일, 한가위 귀향길 풍속도*

04:30분(귀향 준비) -  적막을 깨고 울리는 알람소리에 언른 일어난다. 추석명절 귀향을 하기위해서 대충세수를 하고나서 옷갈아입고 출발준비를한다.
 
대학다니는 아들을 깨우니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아들: 엄마, 아빠, 저 오늘 알바 끝나고 2시에 들어 왔어요. 지난주에 벌초도 하고 왔으니, 이번 추석에 한번만 열외시켜 주세요.
아빠 : 알았어. 딱! 한번이다. (애걸하는 아들에게 더 이상 강요를 못하고 아내와 짐을 챙긴다)

05:00분(귀향 출발) - 대형아이스박스, 과일박스,선물셋트 4개, 김치통3개,종합과일 박스, 소지품가방, DSRL 카메라가방,민속주1병, 엘리베이터에 몇번을 왕복하면서 짐을 싣고 내려가서, 다시금 주차장 자동차 옆에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트렁크를 정리해가며 가득싣고 출발한다.

06:00분(1시간 경과) - 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으니, 이번 추석에는 차 밀릴 일은 없을것 같다. 그런데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서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고개를 길게 빼고 머리를 앞유리에 바싹 붙이고 조심조심 달리고있다.

07:00분(2시간 경과) - 다른 때 같으면 피곤하다고 아내가 옆자리에서 졸고 있을 시간인데, 이날은 졸지도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한다. 옛날 이야기, 사는 이야기,아이들 이야기 등 오랫만에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루하지 않았다.

08:00분(3시간 경과) - "그것봐! 그래도 옆자리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루하지 않잖아."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달리다보니 30분 정도만 있으면 고향집에 도착할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뒷좌석을 힐끗 돌아 보았다. 늘 그자리에 있어야 할 검은색 가방이 보이지 않는것 같았다.

털보: 여보! 가방, 옆에 있어?
아내: 아니, 여기 없는데~

털보: 뒷좌석에 가방이 안보이네~
아내: 엥!~

털보: 당신이 안 실었어?
아내: 난 안 실었는데~

털보: 뭐야? 늘 뒷좌석에 실었잖아.트렁크에는 내가 안실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다. 앗차! 이건 분명히 뭐가 잘못된것 같다.
달리던 차를 갓길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 언른 트렁크를 열고 짐을 모두 파헤쳐 보았지만 분명히 두개의 가방이 그곳에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분명히 엘리베이터에서 짐을 몇번 옮기면서 자동차 옆에까지 옮긴것이 생각난다. 두개의 검은가방과 민속주 1병을 마지막으로 옮기면서 무거운박스에 부딧칠까봐 한발정도 떨어진곳에 내려놓고 짐을 꾸린 생각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분명히 내가 가방을 안 실었으니 주차장 바닥에 그냥두고 출발한것이다.
순간 얼굴 색깔이 바뀌고 다리에 힘이 쫘악 풀리면서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아이고~! 내 가방 어쩌면 좋아~ 제일 소중한 재산목록1호와 현금봉투가 든 가방까지......ㅠㅠ

두개의 검은색 가방에는 재산목록 1호인 DSRL 카메라셋트(시가 360만원) + 디지털카메라(시가 45만원) + 양가 부모님 용돈봉투 2개(현금60만원) + 자동면도기(시가10만원) + 민속주1병(시가2만원) 그리고 3일동안 갈아 입을 옷가지와 세면도구,그밖에 각종 필수품이 들었는데, 대충 생각해보니 약500만원 가까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순간! 바쁘게 설치고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가슴을 치고있었다.
어떻게하지? 벌써 3시간이 지났는데...........아직까지 가방이 그자리에 있을리 없을테고~

누군가가 가지고 갔다면 어떡하지?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명절 끝나고나서 잃어버린 가방을 찾는다고 공고문을 써 붙어야 할까?)
 
혹시 모르니까 경비실에 연락해서 그곳에 가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전화번호도 없잖아)
그렇다면 아직 귀향하지 않은 이웃이 누가 있을까? (언른 주차장에 가보라고 해야하나?)

지극히 짧은 시간에 혼자서 고심하고 또 고심하면서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혼자서 한숨을 쉬면서 고심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아내도 같이 한숨을 "휴유!" 하면서 쉬고있다.

"이구~! 잘 좀 챙기지~~"  "낸들 뭐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냐?"  "사람이 실수를 하려니 별일이 다있지~~ 옆에있는 가방이 왜 안보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아내와 몇마디 말이 오가다가 갑자기 아내가 전화를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참동안 신호가 가도 안받는듯 하더니 얼마후 말소리가 들린다.

" 야! 민아! 언른 일어나~ 큰일났다. 빨랑 주차장에 내려가봐"
"아빠가 카메라가방과 현금들은 옷가방을 주차장에 두고 그냥왔어" 그때서 생각해보니, 아들이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은 아들이 제대한지 두달밖에 안되었기에, 늘 아내와 둘이서 살던 생각만 했기 때문에 전혀 아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5분쯤 지나자, 잠결에 놀라서 주차장으로 뛰어 내려간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두개의 가방과 술 한병, 주차장에서 찾아 왔어요."


이말을 들으니까 얼마나 고마운지 그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귀중한 가방을 잃어 버렸을 것이라고 거의 포기 하다시피 했었는데, 3시간이 지났지만 다행히 그자리에 고스란히 있다고 한다. 그말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아내는 두번 세번 말을 되물어 본다.

"정말 찾았어?" "그안에 물건하고 현금하고 모두 있어?" 이렇게 한참동안 소동을 부리고나서는,우리는 서로 처다보고는 헛 웃음을 웃는다. "허~참~!, 세상에나, 세상에나, 우째 이런 일이~~

이렇게 한참동안 소동을 부리던 사건이 다행이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났지만, 하마타면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재산과 현금까지 500만원 상당의 가방을 잃어 버렸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질책하며 힘들어 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기만했다.

한참동안 어수선했던 마음을 정리하고 남은 거리를 가는동안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아내: "거,봐요. 아들이 새벽에 안 일어난다고 짜증 내더니, 안따라 오길 잘 했죠?"
털보: "웃기지마! 아들이 같이 왔으면, 주차장 바닥에 가방을 두고 오지도 않았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당신말도 맞고, 이렇게 생각하니 내 말도 맞는것 같네^^"
그때서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로 얼굴을 처다보면서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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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털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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